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46
545화
사태가 심각해 보였지만, 사실 이미 상황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였다.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한 제작사는 무작위 좌표가 찍히는 알고리즘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도로변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찍히도록 변경해둔 상태였다.
지금 당장 문제는 일반인이 본 U.M.A를 처리하는 것과 이번 사태가 성신과 연관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미 U.M.A 쪽은 요원들이 출동한 상태야.
“그러면 우리가 결백하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겠네.”
-그것도 자료 수집 중이라서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프로네시스의 설명에 송기덕이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들었을 땐, 뭔가 심각한 상황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상황을 보니 성신에서 잘 대처하고 있었다.
따라서 크게 신경 쓸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 우리 회사가 만든 어플이 아닌 다른 어플 쪽은?”
강신의 입에서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에? 다른 회사가 만든 어플이요?”
송기덕이 의아해하자 강신은 그때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는 말했다.
“아, 뒷장을 안 보여드렸구나.”
강신은 자신이 보고 있던 마지막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성신이 현재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나와 있었고, 그 외에 다른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원래 뭐든 잘되면 따라 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죠.”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인증한 내용 탓일까, 성신 산하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은 금세 인기를 끌었고, 그것을 비슷하게 따라 한 애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리고 그렇게 성신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의 영향을 받은 애플리케이션들도 똑같은 문제가 일어났다.
“그러니까, 이거 어플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적용된 알고리즘이 문제가 되는 거군요? 우연일 가능성은….”
-아쉽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강신 대신 프로네시스가 대답했다.
-몇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일이 이렇게까지 반복된다는 건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으음….”
송기덕이 침음을 흘리자, 강신이 프로네시스의 말을 받아 계속 말을 이어갔다.
“들었다시피 우연이 아니니, 무작위로 위치를 찍어주는 어플에 뭔가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강신도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사건이 점점 커질 것이고 이번 일이 시초가 된 성신도 그 잘못을 피해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은 빠르게 해결할수록 좋으니, 성신은 소문이 돌자마자 곧장 움직였고 강신도 도우려고 한 것이다.
“누군가의 개입이라….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송기덕이 묻자, 강신은 턱을 쓸며 말했다.
“글쎄요…. 그건 나중에 봐야 알 것 같네요.”
“그럼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바로 이야기해 주세요.”
“네, 그때는 부탁드리죠.”
강신은 그 말을 끝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집중했다.
-무작위로 좌표를 찍어준다고는 했지만, 완전히 무작위는 아니었어.
“그럼?”
-성신이 만든 휴대폰이나 GPS, 내비게이션 같은 장비들의 위치 추적에 동의한 이들을 선별해, 방문한 사람이 적은 장소 위주로 찍어주는 형식이었어.
“흠….”
사람들이 평소 가지 않는 장소를 찍어준다는 건 그만큼 은밀한 장소라는 것을 뜻했다.
예를 들자면, 사체를 은닉하거나 악마 숭배자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종교의식을 하기 좋은 그런 장소였다.
‘그들도 휴대폰이나 내비는 사용하니까.’
탐탁지 않은 결과였지만, 강신도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다만, U.M.A로 추정되는 생물들이 발견된 장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애플리케이션이 찍어주는 위치는 과거 누군가 그 장소에 갔다는 뜻이었고, 누군가는 U.M.A를 발견했다는 소리였다.
강신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로네시스에게 질문을 했다.
“현장 요원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이나 회사 장비의 위치가 찍힌 건 아니야?”
나름 타당한 질문이었지만, 성신은 그리 호락호락한 집단이 아니었다.
-그건 아니야, 애초에 현장 요원들이 사용하는 모든 장비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비밀 연구소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어.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뭔가가 개입한 증거를 찾는 것이 우선이겠네.”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강신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그만큼 프로네시스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프로네시스는 그런 강신의 기대에 부응했다.
-외부의 개입을 찾아냈어.
“아, 정말? 어디였어?”
-와플.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신의 최대 경쟁 상대인 와플.
이전에 와플 소속의 디렉터가 크게 선을 넘자, U.M.A 국제회의에서 그들에게 크게 경고했고 한동안 자숙한다며 잠잠한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그게 채 1년도 가지 못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제대로 찾기 힘들게 아주 절묘한 방법으로 보안 쪽에 구멍을 뚫어서 침투했어.
어지간해선 프로네시스의 눈을 피해가기 어려웠을 텐데,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아하니 와플의 기술력 또한, 성신 못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사 어플에 개입한 것도 와플이야?”
-맞아, 우리 회사에서 만든 어플에 개입한 흔적이 남았던 것처럼 다른 기업에서 만든 어플에도 비슷한 흔적들이 나왔어.
“후…. 그쪽과 별로 연관되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가만히 당할 수는 없지. 네시스, 우선 와플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부터 모아줄래?
-알겠어.
이걸로 성신은 이번 사태가 문제가 된다면 빠져나갈 출구를 얻게 되었다.
프로네시스는 와플이 개입한 흔적은 착착 모아갔다.
‘생각보다 쉽네.’
굳이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일은 손쉽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 * *
“……뭐라고요? 와플이 지원을 요청했다고요?”
“네, 그냥 지원도 아니고 U.M.A 국제회의를 통해서 저희에게 넣은 공식 지원 요청입니다.”
박전무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것도 그쪽은 강책임님을 꼭 집어서 요청했다고 합니다. 요청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얽혀 있는 사안이 많아서….”
박전무는 주저리 떠들고 있었지만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강신이 와플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와플을 도와줘야 할까, 이 의문을 느끼는 것은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현재 개인 큐브에는 카밀라가 함께 있었고, 그녀는 박전무가 하는 설명을 옆에서 고스란히 듣게 되었다.
그리고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강신 대신 입을 열었다.
“박전무님.”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에 박전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목소리와 다르게 매우 모욕적인 말이었다.
“혹시 제정신이 아니신가요? 그게 아니면 와플에 뇌물이라도 받았어요?”
만약 이곳에 다른 울프팀 요원이 있었다면 불쾌해하겠지만, 결코 이렇게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로지 카밀라만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말할 수가 있었다.
“그게 무슨….”
화가 난 것일까, 박전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겁니까? 우리에게 그런 짓을 했던 이들을 왜 도와야 하죠?”
사사건건 부딪쳤던 것도 모자라, 그들이 한 손 거들었던 작전 때문에 척준신과 그 팀원들은 아직도 어둠 속에서 길을 방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대리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 일에 동참했던 디렉터는 경질되어 끈이 떨어져 나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와플에 가진 감정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었다.
비록 그 당시 카밀라가 현장에 함께 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화를 내기에는 충분했다.
박전무는 현재 자신이 모욕당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다면 여기에서 화를 내야 할 것은 그가 아닌 사건의 당사자였던 강신이었다.
그리고 카밀라가 와플이 저질렀던 짓을 언급하자 그제야 박전무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강신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박전무가 우물쭈물하자, 강신이 한숨을 내쉬고는 카밀라를 말렸다.
“카밀라,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만 하세요. 일단 이야기라도 들어보도록 하죠. 정확하게 와플이 무엇을 도와달라고 한 겁니까?”
강신도 와플에 좋은 감정은 없었지만, 사정을 듣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박전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강책임님도 아시겠지만, 이번 무작위 좌표를 찍어주는 어플이 문제가 되었잖습니까? 그리고 거기에 와플이 개입한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고요.”
“네, 알고 있습니다.”
강신도 이미 프로네시스에게 들었던 내용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와플이 만든 A.I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합니다.”
박전무의 설명에 대답한 것은 강신이 아닌 카밀라였다.
“그러니까 프로네시스 같은 A.I?”
“네, 그 A.I 맞습니다.”
“와…. 진짜 뻔뻔하기도 하지, 자기 회사가 만든 A.I를 관리 못 해서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한다고요?”
누가 봐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상황은 자신들이 싼 똥을 다른 이들에게 치워달라는 것과 같은 말이었으니까.
“그리고 당신은 그걸 지금 강책임님에게 강요하고 있고?”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박전무가 얼굴을 붉히며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가…. 강요라니요, 어디까지나 부탁을….”
“그게 강요가 아니라고요? 강책임님 성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아니, 저는 진짜 뭔가 뇌물을 받거나 와플과 선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박전무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해봤지만, 카밀라는 그런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둘이 투닥대는 동안 강신은 와플을 도와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굳이?’
카밀라의 말대로였다.
와플이 실수한 것을 왜 성신에게 도와달라고 한단 말인가.
HG 그룹처럼 사이라도 좋았다면 모를까, 얼굴도 마주치기 싫은 이들의 부탁을 들어줄 의리는 없었다.
애초에 A.I가 통제되지 않은 것을 왜 자신한테 부탁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신은 어디까지나 U.M.A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원이며 A.I가 인공지능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전문분야도 아닌데, 와플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뭔가 이상해 보였다.
‘함정일 수도 있고 말이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당연히 거절하는 게 옳았다.
“그러니까, 왜 우리가 지원을 해줘야 하냐고!”
카밀라가 성질을 내자 박전무가 몸을 움찔 떨고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와플이 만든 A.I가 인간을 적대하는 쪽으로 학습돼서 이대로 놔두면 와플이 걸어둔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우회할 방법을 찾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와플이고 성신이고 할 것 없이 공격당하게 될지도 모른다고요.”
사태는 강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박전무의 말이 사실이라면 회사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하, 렙틸리언 사태가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그런 사고를 쳤대요? 정말 그 기업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군요.”
오죽하면 카밀라도 박전무를 방해하는 걸 멈추고 구시렁대기만 했을까,
하지만 강신은 썩 내키지 않았다.
A.I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가 훨씬 많을 테니까,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다.
“죄송하지만 이번 일은 다른 분에게….”
하지만 강신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중간에 프로네시스가 강신의 말을 잘랐기 때문이었다.
-신아, 이번 일 한번 맡아보지 않을래?
프로네시스는 자신과 비슷한 성능을 가진 A.I에 호기심을 갖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