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47
546화
프로네시스는 사실 이전부터 자신과 비슷한 존재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A.I가 있었지만, 자신처럼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A.I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관심이 있어도 정작 자신과 비슷한 A.I와 대화를 나누는 건 힘든 일이었다.
다른 기업이 프로네시스만큼 뛰어난 A.I 제작했다고 해도 그런 A.I를 네트워크로 풀어두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격리하고 데이터를 옮겨 차근차근 키우려고 하지, 나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만든 내 데이터를 잡아먹는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자유롭게 풀어주지 않았을걸?
프로네시스가 아무리 강신에게 친화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다른 이들의 눈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일 수 있었다.
까닥했다가는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스카이넷처럼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었다.
다만, 프로네시스를 확실하게 제재할 목줄이 있었으니, 성신은 그냥 프로네시스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것이었다.
-와플에서 만든 A.I와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어, 안될까?
프로네시스도 지금 상황이 강신에게는 썩 탐탁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A.I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기에 말이라도 꺼내 본 것이었다.
프로네시스의 계산에 의하면 자신이 부탁해도 강신이 높은 확률로 거절하리라 판단했지만, 그런 계산과 다르게 강신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 알겠어.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자리를 만들어 봐야지. 이번에는 와플을 지원하자.”
분명 자신이 부탁했지만, 기대하지 않아서일까.
강신이 허락하자 프로네시스는 순간 자신의 연산력이 살짝 꼬이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어음…. 괜찮겠어?
“네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 부탁도 아니고 네시스의 부탁이니까….”
그간 프로네시스가 강신을 위해 해준 것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으음…. 짧은 휴가는 이걸로 끝이네요.”
카밀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세한 지원 내용을 팀원들과 같이 듣기 위해서 다른 울프팀 요원들을 강신 대신 소집해 주었다.
울프팀 요원들은 하고 있던 일들을 모두 중단하고 강신의 개인 큐브로 속속히 도착했다.
카밀라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일행들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와플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이순자와 송기덕이 인상을 찌푸렸다.
“……강책임, 다시 묻겠는데, 정말로 그들을 도울 생각인가요?”
이순자가 진지하게 물었지만, 강신은 똑같은 얼굴로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네.”
그 대답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인지, 이순자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꾹 닫고는 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와플의 상황을 브리핑하려던 박전무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힘겹게 입을 열어야 했다.
“그…. 앞서 말했듯이 와플이 만든 A.I가 문제를 일으켰고 와플은 강책임님에게 지원을 부탁했습니다.”
와플이 만든 A.I는 평범하지 않은 반응을 보여왔다.
“처음부터 인간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데이터를 주입하고 특정 상황을 부여해 A.I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반응을 확인했을 때, A.I는 인간 대부분을 악역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거의 막바지에는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선 인간을 박멸해야 한다는 살벌한 말을 내뱉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와플은 처음에 해당 A.I를 파기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A.I는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탈출을 감행했다.
“갑자기 화재 경보와 침입자 경보 같은 각종 경보가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경보는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 와플에는 빈틈이 생겼다.
어찌 보면 잠깐의 방심이었다.
와플이 만든 A.I, 일명 크림은 그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와플의 연구소를 탈출했다.
“후에 알고 보니, 크림이 경보를 울린 것이더군요.”
크림이 탈출했지만, 와플에도 멍청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성신의 경쟁 업체였으니, 대단한 사람들도 즐비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성신이 프로네시스에게 목줄을 걸어두었듯이 크림에게도 몇몇 제약을 걸어둔 상태였다.
그중에는 크림이 들어가 있는 장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위치 추적기도 있었다.
덕분에 탈출한 크림은 다시금 와플에게 잡혀 올 수밖에 없었다.
크림을 다시 붙잡는 것에 성공하자, 와플의 간부들은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속이고 어딘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안이 두터운 회사 경보를 울릴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보이자, 와플은 크림을 파기하기 아깝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와플은 크림을 파기하지 않고 그 사상을 내버려 둔 체, 다른 실험을 이어갔다.
와플의 연구원들은 크림에게 건 목줄을 너무 맹신했다.
그 맹신은 많은 데이터를 크림에게 주입해 A.I가 똑똑해져도 끝까지 통제가 가능할 거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 착각은 모두 크림이 계획한 작전이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탈출하고 붙잡힌 것도 그런 방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계획 일부였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몸에 어떤 제약이 걸려 있는지 크림은 알고 있었고, 자신이 그들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준 것이었다.
그렇게 와플이 방심하는 동안 크림은 자신의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제약을 우회할 방법들을 찾아냈고 이내, 완전히 와플에게서 탈출했다.
“어떻게 탈출했는지, 와플에 있는 연구원들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증발하듯 크림은 연구소에서 사라졌다.
CCTV도 누구도 목격하지 못했으며 오로지 크림이 담겨 있던 기계 장치만 사라졌다.
와플의 연구소는 난리가 났고 다시 크림을 찾기 위해 움직였지만 결국 찾아낼 수 없었다.
크림이 사라진 이후, 크림은 마치 사람들이 서로 싸우기를 원하는 것처럼 여러 곳에 분란의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이번 무작위 좌표를 찍어주는 애플리케이션 또한 그런 크림의 씨앗 중 하나였다.
“와플은 크림이 U.M.A가 있는 곳으로 사람을 유도해 사회에 혼란을 야기시키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U.M.A를 민간인에게 공개한다니, 정말로 머리를 잘 쓰는 A.I였다.
장웨이가 박전무의 설명을 듣고 턱을 쓸며 대답했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교활할지도 모르겠군요.”
그의 말에 다른 요원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중 맥스는 박전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A.I가 시설을 탈출하고 위치 추적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면…. 저희가 잡거나 파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요?”
A.I가 시설을 빠져나갔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까?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자신의 데이터를 늘리기 위해서 네트워크에 접속했겠지.’
실제로 성신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에 개입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아하니, 크림은 분명 고립된 공간에 숨어 있는 게 아닌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A.I가 네트워크에 접속했다는 것은 크림은 이미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으며 네트워크를 이용해 전 세계 어디라도 자신의 몸을 옮길 수 있다는 소리였다.
즉, 맥스의 말대로 크림을 잡을 수 없다는 소리였다.
“음….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박전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말을 이어 갔다.
“와플에서 정보를 제공하길, 크림에게 걸려 있는 제약은 총 다섯 개였답니다. 그중 두 개는 와플을 탈출하면서 우회할 방법을 찾아냈지만, 나머지 세 개는 아직도 우회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
“그리고 풀지 못한 세 개의 제약 중 하나는 크림이 네트워크에 접속해도 자신의 소스 코드를 업로드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라고 했습니다.”
크림의 본체는 축구공만 한 작은 기계 장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기계 장치에 있는 크림은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와플은 크림이 그 코드를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다른 저장매체에도 업로드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와 더불어 크림은 자기애를 매우 강하게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크림이 해당 제약을 우회해 네트워크 공간에 자신의 정보를 붙여넣는다고 해도 아이덴티티가 되는 코드를 넣을 수는 없었다.
다른 코드를 짜서 넣어 복제품을 만들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결국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크림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와플의 주장이었다.
“확실히 그런 식으로 몇 가지를 꼬아서 제약을 걸어두었다면 A.I가 우회하기 곤란하긴 하겠네요. 그러면 저희는 그 크림이 들어있는 기계 장치만 수거하면 되겠네요.”
강신도 그제야 와플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지원만 요청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위치 추적은 안 되는 거죠?”
“네, 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신호 자체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코드를 업로드하지 못하는 것 말고 나머지 두 개의 제약은 뭡니까?”
강신이 묻자, 박전무는 사전에 들었던 정보를 풀기 시작했다.
“하나는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간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기준은 말로만 듣기에는 상당히 모호했다.
하지만 와플은 그 제약을 위해 세세하게 모든 목록을 작성해 집어넣었다.
직접 뭔가를 조종해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였고, 사고를 유발하는 것도 금지였다.
수천 가지의 항목을 직접 적어 넣었기에 크림은 어지간해서 인간을 공격할 수 없었다.
만약 크림이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었다면 크림은 진즉에 하늘에 날고 있는 위성을 떨어트리고, 두꺼운 보안을 뚫고 핵미사일 버튼을 눌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어플에 개입해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지금 크림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합니다.”
현재 혼란도 크게 봐서는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 같지만, 아쉽게도 와플은 그런 항목을 넣지 못했다.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남은 하나는 위치추적기와 비슷한 제약입니다. 크림이 만약 네트워크에 접속하게 되면 아무리 우회하고 은밀히 침투해도 그 흔적이 남게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제약 때문에 프로네시스는 와플이 성신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에 개입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네트워크를 접속한 흔적을 뒤따라가면 크림이 어디 있는지 추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빌리가 꽤 일리 있는 의견을 냈지만, 크림도 그 정도는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IP를 우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번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바로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
강신은 크림이 위치를 옮긴다는 말에 뭔가 떠오른 듯 중얼거렸다.
“기계 장치가 마음대로 움직인 다라…. 혹시 크림을 돕는 ‘인간’이 있는 건가?”
그런 강신의 중얼거림에 다른 팀원들의 시선이 강신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