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52
551화
강신의 질문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남자의 동공이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되네.”
강신은 부족한 퍼즐 조각을 찾아 끼워 맞춘 것처럼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단번에 이해했다.
“내가 착각하고 있었어.”
강신은 크림을 빼돌린 것이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이 크림을 이용해 그들의 신을 만들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건 자신의 오판이었다.
강신이 그 상황을 상정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저들이 사라진 이들의 소재를 몰랐을 경우였다.
사라진 광신도들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다.
‘저자는 기계 장치의 신이 이미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강신은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이 아무리 폐쇄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아무리 폐쇄적이라고 해도 같은 신을 믿는 이들에게까지 폐쇄적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럼 도대체 이들은 어째서 사라진 이들과 함께한 것이 아니라 현재 이곳에 있는 것일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만지며 사라지는 이들을 보며 자신이 생각했던 영생이 아님을 깨닫고는 신념이 흔들려 그 자리에서 도망쳤거나, 아니면섬에서 생활한 것이 아닌 외부에 나와 있던 이들이거나.
‘전자는 아닐 거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만약 신념이 흔들려 그곳에서 도망친 것이라면 그들이 현재 이 사태를 일으킬 이유가 없었다.
‘종교를 버렸으면 여생은 평범하게 살아갔겠지.’
그렇다면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애초에 섬이 아닌 외부에서 활동하는 이들.’
폐쇄적인 이들이 섬이 아닌 외부에서 활동하는 건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발견되었던 섬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들의 살던 생활 양식은 그대로 남아 있었던 유령섬.
‘그곳에 있던 가전제품들은 시장에 판매되고 있던 것들보다 더 고성능이었어.’
그때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넘겼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폐쇄적인 그들이 어떻게 그런 물건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권영식처럼 불세출의 천재가 그들 사이에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천재라고 해도 어떠한 기반도 없이 뭔가를 쌓아 올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또한, 그 작은 섬에서 그런 가전제품을 만들 물자는 어디서 구했을까?
정답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지금 강신의 눈앞에 있는 남성과 그 일행들.
‘딜런이라는 자는 IT 기업에서 일했다고 했었지.’
사회 곳곳에 침투한 이들에게 다른 기업이 가진 기반이 될 정보를 빼돌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회에 스며들어 정보를 빼내고 돈을 벌었을 것이고, 번 돈으로 자원을 구매해 정보와 함께 섬으로 보내는 게 그들의 일이었다면 얼추 앞뒤가 맞아들어갔다.
그렇다면 섬에 있던 이들은 자신들의 신을 만들고 이들을 버린 것일까?
‘그건 아닐 거야.’
확실하진 않지만, 자신이 만약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의 대사제였다면 외부에서 헌신해온 그들을 절대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부분은 조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네.’
강신이 빠르게 퍼즐을 맞추듯 추론을 이어가는 동안 도주하다 잡힌 남성은 강신의 말을 듣고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 * *
강신의 생각대로 그는 섬에서 자신들의 신을 조립하던 이들을 위해서 외부 활동을 하며 헌신과 희생을 해왔다.
그는 과거에 기반 정보가 되는 것들을 빼돌리기 위해 수많은 위험을 감수했다.
그리고 다른 신도들이 섬에서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자신은 가장 싼 숙소에서 식사도 회사에서 내어주는 밥으로 때워가며 절약하고 또 절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을 조립하는 대사제에게서 희소식이 전달되었다.
-우리의 신을 조립하는 과정이 끝에 다다랐다.
그 소식에 그는 온종일 눈물을 흘렸다.
그간 자신의 피와 땀, 눈물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으니까.
대사제는 그간 희생한 이들의 노고를 잊지 않았다며 외부에서 활동 중인 이들을 치하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모든 것을 정리한 후, 그들의 총본산이 있는 섬으로 돌아오라 일렀다.
그는 자신과 함께 활동 중이던 이들과 함께 속세의 삶을 정리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뭔가 엇나가기 시작했다.
기계 장치의 신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U.M.A 국제회의에 포함된 국가나 기업뿐만 아니라, 동맹으로 맺어져 있는 다른 비밀 종교에도 감춰야 할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U.M.A 국제회의는 기계 장치의 신을 위험분자로 취급할 것이 분명했으며, 동맹을 맺은 다른 비밀 종교 소속들은 자신의 신이 진실한 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
그들에게 다른 신의 등장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의 조립이 끝났다는 소식은 보안을 위해 외부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도 극히 일부에게만 전달된 사안이었다.
소식을 접한 이들은 빠르게 외부 생활을 정리하고 신을 영접하기 위해 움직이고 싶어 했지만, 소식을 접하지 못한 다른 신도들은 조금 달랐다.
신이 만들어졌다는 걸 모르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정리하라 명이 떨어지니, 혼란이 생겨 정리가 늦어지는 건 당연했다.
그나마 작은 나라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고 섬으로 향했지만, 그가 활동한 곳은 미합중국이었다.
그는 최대한 빠르게 움직인다고 움직였지만 그래도 신이 완성되는 시간에 맞출 수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신의 완성을 목격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함께 영생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그는 뒤늦게 미합중국에서 함께 일하던 다른 신도들을 이끌고 섬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섬에 남아 있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으며 조립되었다고 했던 신 역시 사라진 이후였다.
그 누구도 그 상황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신을 영접하고 영생을 이루었을까?
아니면 조립이 잘못되어 그대로 소실된 것일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그 어떤 의문도 그에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은 그저 허망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이 조립되었다는 걸 아는 자신과 달리 다른 이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갑자기 섬에 살던 인원들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신념을 버리는 이들은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섬에서 남아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는 신도들과 함께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으로 돌아와 다시 외부 활동을 지시했지만, 그는 끝끝내 진실을 다른 신도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위에 있는 사람이 침묵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 그를 따랐던 다른 신도들 또한, 방황하기 시작했다.
누구는 이전처럼 묵묵히 일하며 정상적인 삶을 이어갔지만, 누구는 계속되는 자기희생에 지친 것인지 모든 것을 버리고 노숙자의 삶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쾌락을 좇아 재산을 탕진하는 이들도 있었고, 뜬금없이 예술의 길로 돌아선 이들도 있었다.
이대로라면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모든 것이 허탈해진 그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신을 조립할 능력은 없었으니, 다른 신도들처럼 자신도 평범하게 사는 걸 긍정적으로 여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평범한 삶이 익숙해지려고 하던 어느 날, 그에게 갑작스레 접촉한 이가 있었다.
-나는 너희가 만든 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접촉한 이는 첫 문장부터 그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다른 신도들과 함께 사라진 자신의 신, 그 신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하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와플이 만든 A.I인 크림과 자신의 첫 접촉이었다.
“설마…. 당신 성신 소속입니까?”
제압된 남성이 다급하게 묻자 강신은 남성에게 흥미를 보였다.
“오…. 재밌군요.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희가 만든 신과 신을 만든 신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당신들밖에 없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권영식이 회사로 옮긴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회사 중요 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이었으니, 철저한 보안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대화, 대화를 하죠.”
그는 강신이 성신 소속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대화를 요청했고 강신은 턱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 좋죠. 안 그래도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찾고 싶은 것도 많으니,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나누어 보죠.”
현재 상황에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아직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강신은 다른 일행들에게 뒷수습을 맡기고는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보이는 남자를 데리고 단둘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딜런이나 이순자가 심문한 여자처럼 숲속 마을로 데리고 가는 편이 좋을지 몰랐으나, 모니카의 문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장소 제공은 물론 장웨이가 섭외해 주었고 그렇게 준비된 곳은 외부에 소리가 흘러나가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벽이 있는 장소였다.
내부에는 철제 의자 두 개가 전부일 정도로 삭막한 분위기였다.
강신의 몸은 자유로웠지만, 남성은 이동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줄로 포박된 상태였다.
강신은 그 줄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고 묶여 있는 남성도 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저들의 짐에서 크림을 찾을 수 없었어.
프로네시스가 뒷수습을 맡긴 이들에게 연락을 받고 강신에게 알려왔고, 강신은 광신도가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일단 포박한 이들을 데리고 근처 지부에서 대기해 달라고 해줘.”
-알겠어.
프로네시스는 강신의 지시를 그대로 다른 이들에게 전달했다.
잠깐의 용무를 끝낸 강신이 포박된 남성을 마주 보며 앉았다.
“그래서, 저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겁니까?”
강신이 먼저 묻자, 그가 살짝 고민하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의 신을 그쪽에서 모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신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어떻게?’
앞서 말했듯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성신에서 기밀로 취급하고 있었다.
일정 구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물론 만지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특별한 능력이긴 하지만 시간의 굴레에 갇힐 테니, 그건 빼놓고….’
세작을 심어 기업의 정보를 사고파는 집단조차도 알지 못하게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으니, 그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남성은 성신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강신이 침묵하자, 그 남성은 그것을 강신의 대답이라 판단하곤 놀라운 말을 내뱉었다.
“역시…. 크림의 말이 맞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