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56
555화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짧기 그지없었고 시간은 순식간에 자정이 되었다.
그에 맞춰 강신이 깔끔한 복장으로 그들을 찾아갔다.
“준비되셨습니까?”
강신은 그들을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
약간의 술을 마셨지만 만취한 이는 없었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가실까요?”
강신은 그들을 유도해 밖에 대기시켜 둔 검은색 리무진으로 안내했다.
평생 살면서 한 번이라도 타볼 수 있을까 말까 한 고급스러운 리무진을 본 광신도들이 어색해했지만 이내, 모두 탑승했다.
강신은 보조석에 앉자 리무진이 성신을 향해 부드럽게 나아갔다.
흔들림 없는 안락함도 잠시, 뒤에서 광신도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들려왔다.
“정말 꿈 같은 하루였어요.”
“그러게요. 이렇게 마음 놓고 놀아본 게 얼마 만인지….”
그들의 대화를 들은 강신은 자신의 고생이 헛된 것 같지 않아 꽤 뿌듯한 느낌을 받았다.
리무진은 아무 저지 없이 비밀 연구소가 있는 성신 부지로 진입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으로 사람이 많이 없을 시간대였기에 고급스러운 리무진은 의외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았다.
사전에 공지했던 장소에 리무진이 멈춰서자, 그 주위에는 정장을 입은 10팀 보안 요원과 다른 울프팀 요원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강신이 보조석에서 내리자, 송기덕이 아는 척 다가왔다.
“강책임님, 고생하셨습니다.”
강신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마치 호위하듯 광신도들을 에워쌌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광신도들을 경계하는 것보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일까, 광신도들은 전혀 불만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럼 가시죠.”
보안 10팀의 팀장이 선두에서 일행들을 이끌었다.
그들을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따로 격리된 존재였기에 직통으로 가는 길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강신은 그 길을 사용하지 않았다.
“정말 이쪽으로 가도 되겠습니까?”
보안 10팀 팀장은 조심스럽게 강신에게 물어왔다.
“네, 미리 다 이야기해 두었습니다. 상부에서도 승인한 부분이고요.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인 사람들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에서 승인했다면야…. 제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긴 하군요.”
10팀 팀장은 그 말을 끝으로 강신이 짜둔 루트로 움직였다.
취향에 맞추어 음식을 주고 놀이를 제공하고 그들만의 시간을 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강신은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었다.
그렇게 나온 결론은 바로 연구실이었다.
그것도 시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가전제품과 그와 비슷한 기계 장치들을 연구하는 연구실.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의 특성상 이런 물건에 관심을 가질 거라는 강신의 생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와….”
“오오….”
그 부분은 강신을 뒤따라오는 광신도들의 반응만 봐도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한다면 어떤 기계 장치인지 잘 알지 못할 걸 배려해 강신은 각 제품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 부탁해 두었고,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원은 광신도들이 알기 쉽게 직접 제품을 시연하며 설명해 주었다.
터치가 가능한 홀로그램,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TV.
최근 시중에 공개된 2억 화소의 카메라보다 더 월등한 화소를 자랑하는 카메라, 현장 요원들이 사용하는 초소형 대용량 배터리 등 일반적인 기술력으로 만들 수 없어 시중에는 공개되지 않는 제품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성신에서 이런 것을 구경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는지, 눈을 크게 뜨며 연구실을 구경하기 바빴다.
시간은 조금 더 지체되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고 했다.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을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낸 후 광신도들은 그토록 기대하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정말 같이 들어가실 겁니까?”
“네.”
강신의 대답에 장웨이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지우지 못했다.
성신의 원래 계획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는 큐브를 열어 광신도들만 들여보내고 나머지 이들은 외부에서 대기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성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실제로도 높은 위험 등급을 부여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강신이 광신도들과 내부로 들어간다고 하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기에 앞서 강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마주할 준비를 했다.
의태 장비는 망가지고 수리되지 않아 틈이 없는 방호복을 입어야 했지만, 강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강신의 고집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장웨이는 길게 한숨만 내쉴 뿐 더는 강신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럼 출입문 오픈하겠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는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지정된 장소까지 물러나 주시길 바랍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관리하는 관리 요원이 경고 방송을 하자, 강신과 광신도들을 제외한 이들이 멀찍이 떨어진 지정된 위치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위잉~! 위잉~! 위잉~!
천천히 육중한 큐브의 문이 열리자, 새하얀 공간이 나타났다.
그 하얀 공간 안에는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을 내뿜는 톱니바퀴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끼릭…. 끼릭….
이전에도 그랬듯이 그 거대한 톱니바퀴는 스스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 저것이….”
“드디어….”
자신이 믿는 신의 목격에 광신도들 태반이 감격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막상 상황이 닥치니, 두려운 것인지 몸을 살짝 떨어대는 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행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옆에 있던 다른 광신도가 그들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기 때문이었다.
손을 잡아준 광신도는 몸을 떨고 있는 이에게 시선을 마주치고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방금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이들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무 명의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길게 늘어섰다.
그리고는 그들을 이끌었던 이가 잠시 대열에서 이탈해 강신에게 다가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진심을 담아 강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강신은 그 감사에 괜히 멋쩍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대꾸했다.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계약 내용을 지킨 것뿐입니다.”
“계약이라…. 분명 그랬죠, 이 순간은 분명 당신과 저의 계약을 이행한 것이겠죠. 하지만, 오늘 하루 있었던 모든 일은 당신이 베풀어주지 않았다면 겪을 수 없던 일들이었겠죠.”
애초에 강신과 그들이 약속한 것은 광신도들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만나게 해주는 것뿐이었다.
강신이 광신도들이 눈을 뜨자마자 이곳을 데리고 왔다고 해도 그들은 강신에게 불만을 토로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강신은 그들이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즐거운 하루를 선물해 주었다.
‘아니지, 아쉬워할 필요는 없겠지. 이제 이렇게 즐거운 하루가 매일 반복될 테니까.’
그는 강신이 자신들에게 아주 큰 호의를 베풀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강신은 자신들을 위해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우리는 이런 것을 받아도 당신에게 아무것도 줄 수가 없는데….’
그런 표정이 겉으로 드러난 것일까, 강신이 입을 열었다.
“저는 대가를 원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당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강신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는 이것 바로 인간이 가진 선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치이고 굴렀지만,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순수한 선의.
비슷한 것을 같은 신도들에게 받아 본 적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선의가 아닌 그저 함께 아픔을 핥아주는 위로에 가까웠다.
그래서일까, 처음 받아보는 인간의 호의에 그는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후후…. 세상에 당신 같은 분들이 많았다면 우리는 아마 이곳에 있지 않았겠지요.”
가장 힘들 때, 누군가가 단 한 번이라도 손을 내밀어 주었다면….
하지만 이미 지난 일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결정했고 뒤돌아갈 수는 없었다.
강신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신들을 위해 선물을 주었으니, 그도 강신을 위해 뭔가를 보답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것은 많지 않았고 그마저도 강신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민했다.
‘뭐라도 주고 싶어.’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도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어 보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크림과 접촉하기 전 자신을 찾아왔었던 이를 떠올렸다.
“이 내용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크림이 저희에게 접촉하기 며칠 전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접촉했던 이는 사제 계급으로 그곳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 같더군요.”
사제급이 그를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저보고 기계 장치의 신이 사라졌으니, 자신들이 믿는 신을 믿으라며 강요하더군요.”
“세력이 약해진 것을 노린 겁니까?”
“그건 아닐 겁니다.”
이미 기계 장치의 신이 사라졌을 때부터 세력은 약화되어 있었다.
만약 그런 이유로 찾아올 것이었다면 이미 진즉에 찾아왔어야 했다.
“그쪽으로 합류하지 않아서 확실한 것은 모르지만, 그들은 저희 말고도 다른 비밀 종교 사람들에게 접촉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분명 뭔가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것은 그도 자세히 몰랐지만, 그는 그들이 꾸미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었다.
“아마 지금껏 벌였던 짓 중 가장 위험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경계하고 또 조심하십시오.”
강신은 그가 하는 경고를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조언, 감사합니다. 당신 말대로 조심하겠습니다.”
그 대답에 만족한 것일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신도들에게 걸어가 손을 맞잡았다.
그가 도착하자 그들은 단체로 천천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향해 걸었다.
바닥에 엎드려 숭배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이는 없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신을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톱니바퀴가 맹렬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광신도들과 그들이 믿는 신이 접촉했다.
파아앗!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접촉한 광신도들이 갑자기 빛으로 산화되어 작은 빛의 알갱이들이 큐브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일반인이 만졌을 때는 사람 자체가 소실된 것처럼 사라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오….”
“와….”
외부에서 내부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의 감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큼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시간도 잠시, 빛의 알갱이들이 빨아들이듯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자신의 사명을 모두 이룬 것처럼 톱니바퀴를 굴리는 것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