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57
556화
톱니바퀴가 멈추자 연구소 내부는 난리가 났다.
“이게 다 광신도가 이상한 짓을 해서 망가진 게 아닙니까!”
“아니, 연구소 내부 전력을 담당하는 U.M.A인데, 이걸 이렇게 고장 내버리다니.”
“고작 광신도들을 돕겠다고 귀중한 샘플을….”
그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고장 난 걸 광신도와 강신의 탓으로 돌리며 불만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불만은 갑자기 난입한 한 연구원에 의해 아주 쉽게 종식되었다.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전력도 복구되고 있어요!”
고장 난 줄 알았던 U.M.A가 다시 움직이며 이전처럼 연구소에 전력을 공급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전과 조금 뭔가가 다릅니다.”
전력과 관련된 능력은 이전과 다름이 없었지만, 그 외 행동 패턴이 변화되었다.
보통 생명체가 접근하면 어떻게든 접촉하려고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생명체에 관심을 거둔 것처럼 누군가가 다가가도 그저 일정한 속도로 톱니바퀴만 굴리고 있었다.
“그래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위험 등급을 한 단계 낮추고,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고 하더군요.”
“그건 다행이네요.”
장웨이가 연구원들에게 들었던 내용을 강신에게 알려주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딴 곳에 있는 것처럼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태도가 겉으로 드러났기에 장웨이가 눈치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표정이 좋지 않으신데,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그들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접촉하기 전 했던 말들이 떠올라서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 그 이후로 계속 머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헤집고 있었다.
‘또, 지니즈 랜드 때처럼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건가?’
강신은 와플과 종말론자, 성신의 부회장, 지니즈 랜드까지 얽혀 있었던 함정을 떠올렸다.
그 함정 때문에 척준신과 그의 부하들, 김대리까지 피해를 봤던 것을 떠올린다면 아직도 피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한 말이 진실이라면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래서 강신은 광신도들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곧장 프로네시스와 크림에게 비밀 종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현재 폭스팀에 소속된 휴고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 때마침 휴고가 강신의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강책임님, 꽤 오랜만이네요.”
그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강신에게 다가왔다.
그런 그의 모습은 처음 성신에 들어왔을 때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외형은 아직 앳된 모습 그대로였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여유로워 보였다.
“그러니까, 광신도들에 대해서 궁금하신 게 있으셔서 저를 부르셨다고요?”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혹시 최근에 광신도들이 수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습니까?”
“어…. 수상한 행동이라…. 걔들은 그냥 매일이 수상한 애들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평소와 다르거나, 유독 심하게 이상한 짓을 하거나 특정 장소에 대규모 집회를 열거나, 이상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상황 같은 것들요.”
“으음…. 글쎄요.”
그는 강신의 질문을 듣고 뭔가를 떠올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지 머리만 갸웃댈 뿐이었다.
“최근, 최근이라….”
그러다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강책임님이 말한 그런 행동은 아니지만, 요즘 한국으로 넘어오는 광신도의 인원이 극단적으로 줄었습니다, 저희는 광신도들이 한국에서 사냥당하는 것을 경계해서 인원을 줄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광신도 쪽에서 신도를 한국으로 보내기만 하면 휴고와 폭스팀이 귀신같이 그들을 찾아내 처리해버리니,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휴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의 생각은 그와 조금 달랐다.
강신은 이제까지 그들이 신도를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가볍게 버리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봐왔다.
‘신도가 처리되는 것이 두려웠다면 아예 한국으로 보내지도 않았겠지, 그들 말대로 뭔가를 꾸미고 있긴 한 것 같은데….’
하지만 현재로서는 뭔가를 더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비밀 종교 쪽으로 집중을 해야겠어.’
똑같은 참사를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강신의 직감은 지금도 자꾸 알 수 없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비밀 종교는 괜히 비밀 종교가 아니었다.
많은 지탄을 받아왔던 이들답게 그들은 숨고 도망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었다.
‘점조직으로 운영되어서 지부 하나를 모두 잡아도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었지.’
그들은 지부에 중요한 내용을 전달할 때는 따로 우편이나 메일을 사용하지 않았다.
신도를 전령으로 삼아 전달할 정도로 그들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쯤에서 전령을 붙잡으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이 좋게 전령을 잡았다고 해도 그 전령을 통해 뭔가 알아내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전령으로 사용된 사람은 세뇌당한 신도로 백치에 가까울 정도로 정신이 망가져 있으며, 그의 기억은 지부에 전할 내용만 간신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해당 지부에 전달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지게 되어 있었다.
‘외부 쪽에 도움을 요청해볼까.’
U.M.A 국제회의, 세그레드 조라, HG 그룹, 프리메이슨이든 강신의 인맥은 어마어마했으니,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어.’
렙틸리언을 상대했을 때처럼 U.M.A 국제회의에 이 사실을 전달할 수는 있어도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U.M.A 국제회의가 아무리 강신에게 카드를 발급해 주었다고 해도 그들을 움직이기 위해서 확증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 강신에게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확실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아주 작은 확률로 U.M.A 국제회의가 확증 없이 강신의 말을 믿는다고 해도 문제는 더 있었다.
‘렙틸리언 때문에 국제회의의 전력은 크게 약화한 상태야.’
U.M.A 국제회의는 저번 사건으로 인해 생긴 상처를 아직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신도는 렙틸리언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였다.
‘렙틸리언과 다르게 광신도는 인간이야.’
그들의 수는 상상 이상으로 많았으며 본심을 감추고 사회 기반 시설 곳곳에 침투해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인 척 정보를 수집하며 자신이 믿는 종교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가 생기면 곧장 위쪽에 보고했다.
만약 강신이 현재 상황을 U.M.A 국제회의에서 공표하게 된다면 그들은 숨겨진 귀를 통해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더 깊숙한 곳으로 숨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쫓는 것이 더 힘들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뭔가를 꾸미고 있다고는 했지만 어떠한 징조도 없는 것을 봐서는 당장 뭔가 저지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들을 직접 쫓는 것보다 다른 쪽을 쫓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다른 비밀 종교에게 접근해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으니, 강신은 그쪽 부분을 확인하는 게 더 빠르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강신이 선택한 것은 바로 미확인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에? 왜요? 그게 왜 그쪽으로 연결되는데요? 아,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존재를 잡아서 광신도들을 유인하게요?”
개인 큐브를 자기 방처럼 굴러다니는 카밀라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처럼 U.M.A를 신처럼 받드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믿는 U.M.A가 결코 평범할 리가 없었다.
그들이 믿는 U.M.A는 일반적인 U.M.A보다 더 특별하고 위험하기에 광신도들이 신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들이 믿는 U.M.A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찾는다고 해도 포획은 힘들 거에요. 사실 우리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연구소로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믿는 광신도들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연구소로 가지고 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운이 좋아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그런 비슷한 U.M.A를 포획한다고 해도 문제였다.
“그 존재를 건드린 순간 대화 자체가 안될 겁니다.”
광신도가 괜히 광신도가 아니었다.
비교적 온화한 성격을 띠던 기게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과 다르게 다른 이들은 대부분 과격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스스로 죽으면 죽었지, 자신이 믿는 신을 부정하며 훔친 이들과 협상 따위를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긴, 그자들은 미친 사람들이니까…. 그럼 미확인 현장은 왜 확인하시는데요?”
“미확인 현장을 보면 가끔 특정 비밀 종교가 활동하는 현장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이제까지 그런 현장을 확인하면 큰 사건이 아닌 이상 다른 요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코멘트만 달아주고 넘겼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직접 움직여서 그들과 만나봐야겠어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대부분은 매우 과격했다.
그래서일까, 비교적 온화한 성격을 가진 다른 비밀 종교들은 그들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강신은 그들과 접촉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뒤를 캐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강신의 비밀 종교 찾기가 시작되었다.
-미안. 아무런 도움도 될 수가 없네.
프로네시스는 자신의 조사가 성과가 없자 강신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강신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괜찮아, 너는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대꾸하며 자신이 코멘트를 달았던 미확인 현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었다.
“이건 해결되었고…. 이것도….”
이미 상당히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 미확인 현장은 대부분 해결된 상태였다.
그러다 강신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장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찾던 현장을 찾았지만, 강신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 이건 진짜 그냥 넘기고 싶은데.”
진심이 담긴 강신의 말에 프로네시스가 강신이 보고 있던 데이터를 확인했다.
-사타니즘(Satanism)?
흔히 악마 숭배라고 불리는 행위를 뜻했다.
-아, 그러고 보니 악마교도 비밀 종교에 속해 있었지.
그냥 속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전에는 악마교가 그들보다 더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거대했던 세력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보다 추락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이 진짜 미친 사람 중에서도 미친 사람이니까.”
오죽했으면 강신조차도 그들과 만나기는 꺼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