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7
56화
“어떻게 보이십니까?’
강신이 묻자, 척준신은 자신이 본 그대로를 강신에게 알려주었다.
“몸의 주인으로 보이는 아이의 영혼이 검은 줄로 연결되어 있고, 자네와 연결된 얇은 줄도 보이는군. 아, 떠다니는 아이에게 연결된 줄은 굵고 선명하네.”
“그 검은 줄이 릴리스와의 계약으로 인한 연결고리일 겁니다.”
“그렇군. 그래서 자네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로군. 그럼 저 검은 줄을 베면 되는 것인가?”
척준신이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으며, 발검 자세를 취하자 강신이 그를 다급하게 말렸다.
“잠시만요!”
“음?”
“지금 그 줄을 끊으면 오히려 몸의 주도권이 영원히 릴리스에게 넘어갈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우선 미카엘에게 구마 예식을 진행시켜서 릴리스를 중학생의 몸에서 끄집어 내보죠.”
강신과 척준신의 대화를 듣고 있던 릴리스가 구속된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악에 바친 표정으로 강신을 노려봤다.
“후후후, 우습네. 내가 이렇게 대놓고 너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너희 뜻대로 되도록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그러자, 척준신과 대화를 하던 강신이 잠시 대화를 멈추고, 천천히 릴리스에게 다가갔다.
릴리스는 방금까지 그에게 당했던 것들이 떠올랐는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 떨었다.
“네가 들어도 상관이 없어서 여기서 이야기한 거야, 듣는다고 네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지?”
“크윽…. 인간 따위가…….”
“하지만 혹시 모르지, 네가 큰 반항 없이 순순히 우리가 하는 행동에 따라준다면 내가 죽기 전에 한번쯤은 너의 꿈속으로 들어가 줄지도 모르잖아?”
“뭐라?”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그 지독한 고통을 참고 릴리스가 굳이 이 몸에 남아있는 이유는 강신과의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지옥으로 피신을 했을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을 걸고 다시 나와 계약해라. 그렇게 해준다면 이 몸에서 나가주지.”
“아니, 내용도 마음에 들지 않고 다시 계약하는 건 싫어. 새로운 계약을 하지.”
“칫.”
릴리스는 정말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좋다고 계약했겠지만, 방금 말에는 두 가지 함정이 존재했다.
‘다시’ 계약하자는 말과 구마예식을 할 필요없이 스스로 몸을 포기하겠다는 것.
만약 강신이 수락했다면 계약을 다시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에 했던 계약을 무르게 된다.
즉, 릴리스는 다시 강신을 꿈속으로 데리고 들어가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몸에서 나가겠다는 말은 악마의 계약으로 인해 몸을 빼앗긴 중학생에게 다시 돌려준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아직 릴리스와 중학생의 계약은 끝난 게 아니다.
잠시 몸을 돌려준다고 해도 언제든지, 중학생의 몸을 다시 빼앗을 수도 있었다.
결국 부마자를 온전히 구해내기 위해서는 척준신에게 보이는 굵은 검은색 줄을 끊어내야 했다.
“구마 예식을 시작해도 될까요?”
구마 예식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준비하고 있던 김만복이 몸가짐을 정갈하게 재정비하고 강신에게 다가왔다.
“잠깐만 시작하기 전에 이거 빌려줄게.”
강신이 볼품없는 작은 나무 조각을 김만복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성십자가의 조각이야.”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건넨 김만복이 곧바로 구마 예식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자, 릴리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에헤이. 순순히 당해줄테니까, 그 오른손에 들고 있는 불길한 나무조각은 치우자?”
릴리스가 김만복의 손에 들린 성십자가의 조각을 보고 정색을 하며 김만복에게 말을 걸었다.
허나 그는 릴리스에게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단 한마디의 말도 섞지 않겠다는 의지로 악마를 무시했다.
김만복은 왼손에 들고 있는 붉은 성경을 펄쳐, 몽마를 내쫓는 내용을 라틴어로 읽기 시작했다.
구마 예식은 그들의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릴리스는 김만복의 구마 예식 때문에 고통스러운지 몸을 움찔움찔 떨었지만, 강신의 눈치를 보며 날뛰지 않았다.
잘 진행되고 있는 구마 예식을 보고 있던 강신이 김만복에게 다가와 넌지시 귓속말을 속삭였다.
“다시는 지상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줘.”
라틴어를 계속 중얼거리던 김만복이 씨익하고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김만복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어갔고, 강신이 건네주었던 성십자가의 조각을 든 채 릴리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릴리스의 눈에는 점점 두려움이 차올랐다.
“어, 어……? 오지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순순히 구마 당해준다니까!”
하지만 김만복은 그런 악마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김만복은 그동안 릴리스 때문에 고생했던 울분을 담아, 자신이 들고 있는 성십자가의 조각을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으로 아주 천천히 가져갔다.
치이익~
다른 구마 물품과 비슷하게 성십자가가 닿은 부분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화르륵!
갑자기 몸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주황빛의 불길이 솟구쳤다.
“꺄아아아악!”
불길은 중학생의 몸 전체에 붙었지만, 신체에는 어떠한 해도 입히지 않았다.
오히려 몸속에 있는 마(魔)를 정화하는 것인지, 몸에서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금 일어난 불은 마를 태운다고 알려진 신성한 불이었다.
만약 강신이 건네준 성십자가의 조각이 아니었다면 저렇게까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강신이 건네준 십자가 조각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예수가 짊어진 십자가를 수많은 조각으로 나누어 버린 것들 중에서도 예수의 피인 성혈이 굳어 있는 조각이었다.
강신이 썼던 불쾌한 물건들도 충분히 고통스러웠지만, 성화에 몸이 타는 고통은 릴리스가 오랜 생을 살면서 느꼈던 고통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지독했다.
성능 좋은 구마 물품과 김만복의 축성이 함께하니, 그 효율이 더 극대화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길이 얼마나 타올랐을까, 김만복의 입에서 길고 길었던 구마 예식의 끝을 알리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Amen.”
“끄륵….”
그와 동시에 중학생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척부장님!”
강신이 다급하게 외치자,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척준신이 자신에게 보이는 상황을 그대로 알려주었다.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았네!”
기괴한 악마가 중학생의 몸에서 빠져나오다 무엇인가에 걸린 것처럼, 반 정도만 나와있었다.
당장이라도 지옥으로 도망가고 싶을 텐데, 어째서 악마는 버티고 있는 것일까.
강신은 조금 생각을 비틀어보았다.
‘만약 악마가 버티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잡고 있는 것이라면?’
여자친구가 갖고 싶다고 몽마를 소환할 정도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였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강신은 서둘러 배낭에서 도움이 될 물건을 찾았고, 이내 작은 종을 꺼내들었다.
작은 종의 모양은 굉장히 특이했다.
종의 몸체에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들이 양각되어 있었고, 손잡이는 매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모양이었다.
강신이 꺼낸 종은 금강령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금강령 자체는 부처를 기쁘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이었지만, 듣는이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물건이었다.
마음이 마에 물든 중학생이 종소리를 듣게 된다면 효과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강신은 작은 물고기 모양의 탁설을 사용해 금강령을 쳤다.
때앵~
맑고 청아한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를 듣자, 중학생의 귀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강선임, 한번 더!”
효과가 있었는지, 척준신이 다급히 요청하자 강신이 다시 한번 타종했다.
때앵~
“끄아아아아!”
중학생의 입에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척준신은 밖에서 떠돌던 중학생의 영혼이 몸속으로 들어가고, 기괴한 악마가 몸 밖으로 쫓겨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됐네!”
척준신이 곧바로 자세를 잡고 발검 준비를 하자, 척준신과 중학생 사이에 있었던 김만복이 황급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김만복이 자리에서 벗어나자마자, 척준신의 손에서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검이 뽑혀나왔다.
슈각!
허공을 갈랐지만, 분명히 무엇인가 잘리는 절삭음이 들려왔다.
중학생의 몸이 줄이 끊긴 인형처럼 힘없이 침대로 엎어졌고, 이어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아~”
“윽!”
일행들은 인상을 쓰며 황급히 귀를 막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후우……. 끝났군.”
릴리스가 중학생과 맺은 계약의 줄을 억지로 끊어냈다.
릴리스를 현세에 강림시켜줄 정도로 튼튼한 계약이 존재하지 않게 됐고, 결국 구마의 힘을 버티지 못햐 지옥으로 돌아갔다.
사실 릴리스는 더 격하게 반항할 수도 있었지만, 사전에 강신이 이야기했던 말들이 나름 효과가 있었는지 끝까지 버티지 않고 깔끔하게 돌아갔다.
척준신이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소매로 닦아냈다.
모노클을 쓴 상태로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악마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상황이 끝났음을 알렸다.
“아이고 죽겠네.”
구마 예식을 진행하던 경건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김만복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김만복의 모습을 보고 강신이 그의 머리를 헤집었다.
“고생했어.”
“저 혼자였으면 하지 못했을 일이었어요. 오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김만복은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는 중학생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강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괜찮아. 중간에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나름 보람있었으니까.”
U.M.A를 직접 보는 것을 좋아하는 강신에게는 악마도 U.M.A의 한 종류에 불과했다.
그런 강신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김만복은 그의 희생정신에 감탄했다.
‘정말 좋은 아저씨네….’
김만복은 구마가 끝났다는 기쁜 소식을 중학생의 가족에게 알려주었다.
가족들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부마자의 상태는 구마 예식의 후유증으로 엉망이었지만, 편안한 표정이었다.
가족들은 잠을 자고 있는 학생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김만복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들은 보답으로 두툼한 돈 봉투를 쥐어주려고 했지만, 김만복은 한사코 거절했다.
대신 이번 사건의 원흉이자, 피해자인 중학생이 깨어나면 엄하게 꾸짖어 달라고 말했다.
현관까지 마중나온 부마자의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꼬르륵.
모두 긴장이 풀렸는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세 명의 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배꼽시계가 울렸다.
강신은 오늘 고생한 만큼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지만….
“강선임, 일도 끝나서 출출한데 돌아가면서 든든한 국밥 한그릇 어떤가?”
“아……. 네, 그렇게 하죠..”
척준신과 함께 하면 항상 메뉴는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