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72
571화
타닥, 타닥.
장작이 불타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울프팀은 그 모닥불 옆에 옹기종기 모여서 불을 쬐고 있었다.
“사람들이 캠핑하러 가서 왜 불멍을 하는지 알 것 같군요. 말로는 잘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좋군요.”
송기덕은 멍하니 타오르는 불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른 일행들도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는 것처럼 나른한 표정으로 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모닥불 근처에는 여러 조리 기구들과 아직 조리되지 않은 야채도 함께 있었다.
캠핑 온 것 같은 상황을 즐기고 있는 일행들과 다르게 맥스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 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까? 다들 왜 이리 태연하신 겁니까?”
그러자, 송기덕이 반대로 맥스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맥스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이미 사전에 다 이야기가 되었던…. 아, 그러고 보니, 사전회의를 할 때, 맥스는 일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었던가요?”
송기덕은 뒤늦게 맥스가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태백으로 출발하기 전 강신은 일행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맥스는 따로 맡은 일을 끝내지 못해 회의에 불참했던 것이 문제였다.
평소였다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도 크게 문제 될 리가 없었다.
평소에는 회의가 끝나면 프로네시스가 작성한 회의록이 울프팀 전원의 메일로 도착했을 것이고, 중요한 안건 같은 경우는 직접 알려주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치르려는 의식은 성신 내부에서도 기밀로 취급되고 있었으며 보안등급이 높은 이들도 쉽게 열람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만약 회의 내용이 누출되면 현행하는 작전에 문제가 있을 거라 판단한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회의록을 작성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 상황에서 회의 내용을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알려주기도 어려웠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회의가 끝나고 맥스가 뒤늦게 개인 큐브에 도착했을 때, 울프팀은 바로 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맥스는 부랴부랴 출동 준비를 하느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차량에서는 서브 몬스터라는 광신도와 접촉하기 위해 태백으로 이동한다는 것만 간략하게 듣고 현재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었다.
그러니, 맥스는 자신이 어째서 해가 질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뜬금없이 땅을 파고 모닥불을 피웠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분들이 알려줬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요.”
송기덕이 머리를 긁적이며 애써 무안함을 감추었다.
“저희가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맥스를 위해서 회의 내용을 설명해야겠군요.”
송기덕과 맥스의 대화를 듣던 강신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희가 여기서 만나야 하는 것은 포식 악어라 불리는 개체를 신으로 믿고 있는 서브 몬스터라는 광신도입니다.”
“아, 스미스라는 분이 보낸 자료에 포함된 사진에서 나오는 그 무시무시하게 생긴 U.M.A 말이죠?”
사전회의가 진행되기 전 U.M.A가 찍혔던 사진을 먼저 확인했었던 맥스가 아는 척 대답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는 이 넓은 산들 사이에서 서브 몬스터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했었죠.”
스미스가 준 자료에 아무리 좌표가 적혀 있었다고는 한들, 그들이 계속 그곳에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들켰으니, 오히려 숨으면 숨었지 이곳에 계속 있을 이유는 없었다.
어떻게 그들을 찾을 것인가, 고민을 이어가던 강신은 서브 몬스터가 아닌 광신도가 믿는 U.M.A로 시선을 돌렸다.
서브 몬스터에 대한 정보는 없어도 사진에 찍혀 있는 U.M.A에 대한 정보는 충분했으니까.
“포식 악어는 제가 쓴 소설에 등장했던 U.M.A이니까, 데이터베이스에도 해당 정보가 적혀 있었죠.”
강신은 그 정보를 토대로 U.M.A를 꿰어낼 정보가 있나 기억을 더듬었고, 포식 악어라는 개체에 대해서 자료뿐만 아니라 놓친 게 없나 억지로 기억을 짜내야 했다.
“맥스, 서브 몬스터가 이 깊은 산속에서 포식 악어와 살아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그냥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 아닙니까?”
“아,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포식 악어의 특징 때문이죠.”
포식 악어는 야행성으로 주로 밤에 활동하는 U.M.A였다.
그리고 그 밤에 빛을 따라가는 특성이 있었다.
“빛을 따라가는 포식 악어의 모습은 마치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 같죠.”
빛을 내는 물건이 귀했던 옛날이라면 모를까, 현대에 거리는 빛으로 가득했다.
그것은 지방 도시인 태백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포식 악어는 현대에 거리를 들어서는 그 수많은 빛 때문에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어떤 빛을 따라가야 할지 모를 테니까요.”
그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혼란에 빠진 포식 악어를 다른 이들이 본다면 문제가 되었다.
“일반인에게 들키는 것도 큰 문제겠지만, 비밀 연구소를 가진 기업이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죠.”
U.M.A를 꽁으로 포획할 기회를 기업이 놓칠 리가 없었다.
그러니, 서브 몬스터는 자신이 믿는 신을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이런 산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저희가 이곳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이유가 그것과 무슨 상관인데요?”
“방금 말했잖습니까. 포식 악어는 빛을 따라가는 특징이 있다고….”
강신이 조용히 손을 들어 맥스의 뒤쪽을 가리켰다.
순간, 맥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크릉….
인간이 아닌 어떤 생물체의 으르렁거림이 들려오며 뜨거운 숨결이 몸에 닿았다.
맥스가 굳은 얼굴로 천천히 몸을 돌렸고, 자신의 뒤쪽에 있는 무언가와 눈을 마주쳤다.
세로로 찢어진 노란색의 맹수의 눈은 맥스의 몸을 그대로 굳게 만들어버렸다.
“어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야 맥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망했군….’
눈앞에 있는 포식자는 자신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가볍게 찢어버리고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공포가 맥스의 머리를 지배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포식 악어를 보며 혼비백산한 맥스와 다르게 다른 일행들은 웃음을 참고 있었다.
“픕…. 강책임, 장난이 너무 지나쳐요. 맥스가 하얗게 질려버렸잖아요.”
이순자는 살짝 웃음을 흘리며 맥스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강신을 나무랐다.
그러자, 강신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고 뒤늦게 맥스가 모르는 다른 정보를 풀었다.
“이런 죄송합니다. 맥스의 반응이 워낙 궁금해서 그만…. 이렇게 놀랄 줄은 몰랐군요. 맥스, 포식 악어는 위험도는 높지만 흉악한 이름과 다르게 인간에게 꽤 호의적인 개체입니다. 지성도 높아서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죠, 그래서 이유 없이 인간을 공격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미 질린 얼굴이 바로 원래대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그러던 그때, 살벌하게 생긴 포식 악어의 뒤쪽에서 아직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누구세요.”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래서일까, 포식 악어가 다시 한번 으르렁거렸다.
마치 뒤쪽에 있는 소녀를 보호하려는 듯 보였다.
“반가워요. 저희는 성신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얼굴을 보며 인사할 수 있을까요?”
강신이 최대한 사냥하게 웃으며 말하자, 포식 악어 뒤쪽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빼꼼하며 얼굴을 내밀고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백소은과 또래로 보이는 소녀, 긴 생머리에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인지 백인처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는 특이하게도 소복을 입고 있었다.
‘저런 얇은 복장을 하고 있었으니, 목격자가 유령이나 환각으로 착각할 만도 했군.’
산중에 소복과 고무신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울프팀 요원들은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런데도 소녀는 울프팀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했다.
어쩌면 그런 소녀의 태도는 당연할지도 몰랐다.
이제까지 마주한 평범한 사람들은 포식 악어를 목격하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건 물론 그 자리에서 졸도하는 경우도 허다했으니까.
하지만 강신과 일행들은 태연하기 그지없었으니, 뭔가 이상해 보일만도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는데.’
강신은 분위기가 어색해지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챙겨왔던 배낭에서 미리 준비했던 밀폐된 고깃덩어리를 꺼냈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뜯어서 미리 준비한 긴 꼬챙이에 능숙하게 고기와 야채를 꽂아 넣으며 꼬치로 만들어서 모닥불에 구워질 수 있도록 잘 올렸다.
“저녁 시간이라 배고플 텐데, 저희와 저녁이나 함께 드시겠습니까? 먹을 것을 많이 가져왔거든요.”
먹을 게 많다는 말에 이순자도 자신이 가지고 왔던 배낭을 풀어서 달달한 과일 같은 것을 꺼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는 제안에 소녀가 당황해했지만,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가 없었다.
꼬르륵….
소녀의 배에서 천둥과 같은 소리가 울렸기 때문이었다.
소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앞에 있던 포식 악어도 강신이 굽고 있는 고기를 보며 침을 흠뻑 흘렸다.
물론 맥스가 그 침을 그대로 뒤집어 써야 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소녀가 자신의 배에서 난 소리에 얼굴을 붉히자, 강신은 피식 웃으며 그녀가 더 민망해하기 전에 자신의 옆쪽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리 오세요.”
소녀는 천천히 걸어서 강신의 옆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포식 악어가 그런 소녀를 지키는 것처럼 뒤쪽에 서 있었다.
강신은 소녀가 자신이 내어준 자리에 앉자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오….”
소녀가 어색하게 강신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먹을 걸 준다고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일까, 소녀는 처음보다 경계심이 조금 옅어져 있었다.
“궁금한 게 많지만…. 우선 먹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죠.”
강신은 소녀의 배에서 들었던 소리를 떠올리며 잘 구워진 꼬치를 소녀와 포식 악어에게 각각 건네주었다.
소녀는 뜨거운 꼬치를 호호 불어가며 하나씩 고기를 베어 물었지만, 포식 악어는 기다란 주둥이를 쩍 벌려 그대로 한입에 고기와 야채를 물고는 꼬치를 쭉 빼냈다.
남이 주는 음식을 경계하지 않는 소녀의 모습에 강신은 눈앞에 있는 소녀가 순수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강신은 일행들과 함께 소녀와 포식 악어가 먹는 음식을 똑같이 먹기 시작했다.
강신은 소녀와 포식 악어가 편하게 음식을 먹도록 배려하기 위해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 이후로 강신이 입을 연 것은 고기를 모조리 먹어치우고, 준비한 후식까지 다 먹고 나서였다.
“뒤쪽에 있는 포식 악어와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소녀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대답했다.
“아린이는 가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