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75
574화
그렇게 시작한 회의는 처음부터 난관에 빠졌다.
광신도가 연루되어 있었지만, 추후 그들이 어떻게 접근할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늘 하던 것처럼 힘으로 이번 일을 해결해 보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수틀리면 과격해지는 것은 광신도들의 특징이었다.
그러니, 송기덕은 이번에도 그들이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평소와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겠지만, 지금 그들도 평소 같지 않을 테니까요.”
“평소와 다르다니, 그게 무…. 아.”
송기덕은 뒤늦게 강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광신도들이 사용하는 전술은 기본적으로 많은 신도를 이용한 인해전술이었다.
많은 인원이 다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몰려드는 모습은 가히 공포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일반 신도로 감당되지 않는 적이 나타났을 때, 재능을 가진 사제들이 나서기까지 했다.
물론, 무조건 그런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열의 아홉은 그렇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 광신도는 그러한 전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다른 비밀 종교라면 모를까 특히,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더욱 그랬다.
폭스팀이 국내로 들어오는 광신도들을 보이는 족족히 잡아넣고 있었으니까,
인해전술을 쓰기에는 인원이 부족할 것이고 고작 사제 한두 명으로는 포식 악어를 상대하기는 난해한 일일 것이다.
“그럼 평소와 다른 전술을 사용하겠군요.”
“그렇게 생각해야겠죠.”
과연 광신도들은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
강신과 일행들을 서로 머리를 맞대며 자신들이 광신도라면 현재 상황에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했다.
“우선 포식 악어가 야행성이니, 해가 뜬 상황을 노리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그렇겠죠. U.M.A가 필요한 상황에서 U.M.A와 전투를 하는 것은 큰 손해일 테니까요.”
광신도라면 적이 가장 취약할 때를 노릴 테니까.
“광신도가 이곳 상황을 확인하고 갔다면 포식 악어가 소녀를 매우 아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부분을 파고들지도 모르죠.”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소녀의 존재였다.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견에 동의했다.
“제가 광신도라도 소녀를 노릴 겁니다.”
소녀의 존재는 부모뿐만 아니라 포식 악어까지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약점이라면 누구라도 노릴 것이다.
그래서 강신은 믿을 만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하린아, 지켜줄 수 있지?”
강신은 신하린에게 명령하지 않았고 그저 질문했다.
“물론이죠.”
신하린은 불만 없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씨라면 충분히 믿을 만하죠.”
“그러면 소녀의 안전은 확보되었고 다음으로….”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작전은 하나씩 생겨났으며 대부분 야간이 아닌 낮을 목표로 세워졌다.
“그럼 하린이가 소녀의 가족에게 붙어서 밀착 호위를 해주고 이부장님과 송대리님은 포식 악어를 지켜주세요.”
“네.”
“추가로 지원 나오기로 했던 3팀 요원들은 여기가 아니라 산속 나무 위에서 위장막을 이용해 매복하도록 전해주시고, 마지막으로 장대리님은 본사에 연락해 ‘재머’를 보내 달라고 해주세요.”
강신의 입에서는 이번 작전과 더불어 꽤 오래전 개발되었던 장비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통신 장비를 은밀하게 먹통으로 만드는 장비, 재머.
그 장비가 왜 필요한지 몰랐지만, 장웨이는 강신의 요구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흘러 3팀 요원은 태백에 도착했고, 그들은 도시에서 움막으로 이르는 길목에 나누어 매복했다
그리고 그들과 별개로 요청한 물품들이 두 번째 공급으로 도착했다.
신하린은 이곳에 사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모습을 감추었고 남은 울프팀도 언제 나타날지 모를 광신도들을 경계했다.
“밤, 낮 할 것 없이 깨어 있는 건 조금 힘드네요.”
맥스가 중천에 걸친 태양을 보며 길게 하품했다.
광신도가 낮 시간대를 노릴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녁 시간대에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죠. 그보다 저 가족은 정말로 무방비하네요.”
송기덕은 조용한 움막과 그 움막 옆에서 축 늘어져 죽은 듯이 잠을 자는 포식 악어를 보며 말했다.
저 가족은 광신도라는 이들을 말로만 들었으니, 위기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후아암…. 저는 빌리를 깨우고 올게요.”
“네.”
맥스는 송기덕에게 허락을 받고 다음 근무자인 빌리를 깨우고 천막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렇게 저녁이 되자 소녀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울프팀을 찾아왔다.
강신은 그런 그녀를 귀찮아하지 않으며 음식을 나누어 주거나, 산이 아닌 바깥세상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그럴 때마다 소녀는 눈빛을 빛내며 강신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런 소녀를 보며 강신은 문득 예전에 봤던 친구가 떠올랐다.
‘엠엠은 잘 지내고 있을까.’
자신들이 만든 두 개의 구역에서 살아가는 친구였다.
그는 언제나 구역을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거울을 물려 받고 그곳이 안정될 때까지 나올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구역이 안정되고 외부로 나왔을 때 강신을 찾아오기로 약속한 친구였다.
‘그 아이도 저 소녀처럼 외부를 동경하고 있었지.’
한번 경험해본 덕분일까, 강신은 소녀가 관심이 있어 할 것들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었고 흥미를 자극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무난하게 평온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틀째 오후가 되자, 길목에서 대기하고 있던 3팀 요원들이 통신을 보내왔다.
-외부인이 등짐을 메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3팀 요원들은 외부인을 확인하고도 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외부인의 외형이 소녀의 가족들이 말했던 외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 같습니다. 움직이는 것을 보아하니, 하루 이틀 산을 탄 게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3팀은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시고 추가로 올라오는 인원들에 대해서만 보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신은 외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얼핏 알고 있었기에 3팀을 대기 시켜 놓고 다른 일행들과 외부인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잔뜩 긴장한 맥스가 외부인이 올라오는 방향을 경계하며 중얼거렸다.
“이런 산속에 외부인이라….”
그러자, 장웨이가 이내 뭔가가 떠오른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근처 도시에 소녀의 삼촌이라는 분이 살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랬었죠.”
일행들은 장웨이의 대답에 소녀가 말했던 삼촌의 존재를 떠올렸다.
광신도가 아닌 삼촌이라는 말에 일행들은 긴장을 살짝 풀어야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3팀이 말했던 외부인이 움막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헉…. 헉…. 아고 죽겠다. 으응?”
뭔가를 잔뜩 짊어지고 온 남성은 가쁘게 호흡했고 이내, 움막 옆에 있는 천막과 강신과 일행들을 발견하고는 당황한 눈치였다.
“다…. 당신들은 누구요!”
그는 마치 강신과 일행들을 침입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람의 방문이 뜸한 곳에 천막과 함께 여러 사람이 있으니, 그런 그의 태도는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몰랐다.
“형…. 형님하고 누님은? 채원이는 어떻게 했지?”
그의 입에서 가족의 이름이 나오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던 강신은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채원이가 말했던 삼촌이 당신인가 보군요. 저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시간을 생각하면 주무시고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아시고 계시죠?”
오후 시간대이긴 했지만, 아직 해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시간대였으니, 움막에서 사는 가족이 일어났을 리가 없었다.
“아…. 그렇지,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겠구나. 그럼…. 당신들은 누구시길래 이곳에서….”
남성의 질문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손님이다.”
움막에서 소녀의 어머니가 나오며 강신과 일행들이 누구인지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누님!”
“채원이 깨겠다. 조용히 말해라.”
“아, 죄송합니다.”
“오늘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구나.”
“하하…. 그게 저도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짐을 들고 와서 늦장 부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일찍 출발했습니다.”
“그러냐, 고생했다. 일단 들어와라.”
여성은 무뚝뚝하게 말을 이어가며 강신과 일행들은 힐긋 바라보고는 움막 내부로 들어갔고, 그녀의 동생이 바로 뒤따라 들어갔다.
그들이 움막 안으로 들어가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맥스와 친구들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적은 아니었네.”
“그러게,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럼 이제 다시 쉬면 되는 건가?”
맥스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과 막 풀려고 할 때, 강신이 손을 들어 그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어째서 그들을 말렸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울프팀은 강신이 입을 열지 않으며 행동으로 지시를 내린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입을 다물고 다시 긴장한 상태로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을까, 점점 해가 저물었고 밤이 찾아왔다.
-크릉.
해가 지자 바닥에서 자고 있던 포식 악어가 콧소리를 한번 내고는 입을 쫙 벌려 길게 하품하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강신과 일행들을 보며 낮게 울었다.
-크르륵….
포식 악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강신은 포식 악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포식 악어는 그런 강신의 행동을 보고 제대로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것이 자신과 싸우겠다는 의미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크륵?
강신이 손가락으로 움막을 가리키자 그제야 포식 악어가 거대한 몸을 돌려 움막을 바라봤다.
그리고 때마침 움막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싸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아니, 누님 그럼 평생 여기서 살겁니까!”
그제야 포식 악어가 눈살을 찌푸리며 움막을 바라봤다.
여성과 남성의 언쟁을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움막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쾅!
그러자, 오후에 산을 올랐던 남성이 씩씩거리며 움막에서 나왔다.
그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파충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포식 악어와 많은 이들이 자신을 보고 있음을 깨닫고는 잠깐 움찔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아무도 없는 빈 공터에서 전자 담배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후…. 진짜, 저 고집….”
그는 뭔가 답답해 보였다.
평소 강신이라면 그에게 접근해 사정을 물어볼 법도 했지만, 강신은 이상하게도 그 남성이 당장 사고라도 칠 것처럼 계속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움막의 문이 다시 열리고는 이곳에 사는 가족들이 나왔다.
여성과 그녀의 동생이 언쟁을 높이고 싸웠기 때문일까, 남편과 소녀는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슬픈 표정을 한 소녀는 쪼르르 달려와 포식 악어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러자, 포식 악어가 어찌할 줄 몰라하며 손가락으로 소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를 건넸다.
그런 둘의 모습은 정말이지 가족을 위로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전자 담배를 피는 동생에게 다가가 말했다.
“현석아, 네가 고생한 걸 내가 왜 모르겠니, 그래도 그건 아니다.”
“아니, 저만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이 분명 채원에게 풍족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니까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잖아, 그 사람들을 어찌 믿어. 너는 어찌 우리 딸보다 더 경계심이 없을 수가 있어.”
“아, 거 누님, 사람을 믿지 않으면 인간관계는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신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믿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누님 말대로라면 세상 사람 중 누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허…. 그 외국인과 몇 번이나 봤다고 네가 이래.”
동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을 찾아왔던 외국인과 그의 가족은 단 한 번 봤을 뿐이었다.
그런 이들을 믿으라니, 동생이 정신이 나간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 강신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뭔가 대단한 걸 그들에게 받기로 했으니, 저렇게 말씀하시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