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8
57화
악마와 치열하게 싸웠던 현장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강신의 개인 큐브로 권영식이 찾아왔다.
“오오, 자리에 있었군.”
권영식의 손에 손바닥 크기의 작은 상자와 렌즈를 보관하는 작은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팰로우님, 어서 오세요. 손에 들고 계신 것은 뭔가요?”
강신이 권영식이 들고 온 물건들에 호기심을 보이자, 권영식이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 현장 보고서에서 척부장이 썼던 모노클을 보고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만들어봤네. 성능은 다르지만 말이야.”
척준신이 썼던 모노클은 영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권영식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강신이 앉아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자, 강신은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물건들을 바라봤다.
권영식도 강신의 반응을 잔뜩 기대한 표정이었다.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그런 권영식을 하루 이틀 보아왔던 것이 아니었기에, 강신은 권영식이 준 상자를 확인했다.
달칵!
강신이 먼저 상자를 열자, 그곳에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물건이 들어있었다.
“스마트 워치?”
흔히 스마트 워치라고 불리는 웨어블 기기였다.
그러나 평범한 스마트 워치였다면 권영식이 이렇게 고급스러운 상자에 담아 직접 가지고 올 이유가 없었다.
“평범한 스마트워치의 기능에 더해서 큐브를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 물론 그것 말고도 다른 기능이 있지만….”
상자 위에 있는 렌즈가 추가적인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강신은 바로 렌즈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평범해 보이는 렌즈가 식염수에 담겨 촉촉하게 유지되어 있었다.
“이 렌즈랑 관련이 있나요?”
“맞아. 자, 어서 착용해 보게나.”
권영식이 강신을 재촉했지만, 눈이 나쁘지 않은 강신은 한 번도 렌즈를 착용해 본 적이 없었다.
“음….”
자신의 눈을 억지로 벌리고 렌즈를 눈에 넣으려고 했지만,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군, 평소 렌즈를 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착용이 어려울 수도 있겠어. 쉽게 착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야겠어.”
강신이 곤란해하자, 도와주기는커녕 권영식은 혼자서 중얼거리며 개선 사항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강신을 도와줄 사람이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울프팀의 지원을 맡고 있는 김대리였다.
김대리의 도움으로 강신은 금방 렌즈를 낄 수 있었다.
“어떤가?”
권영식이 곧바로 렌즈의 착용 소감을 물었다.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주변이 평소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긴 하네요. 그런데, 별다른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는데……. 이거 시력 보정을 위해서 제작된 건 아니죠?”
척준신이 사용했던 모노클과 비슷한 기능을 기대하고 있었던 강신이 살짝 실망하며 권영식에게 말했다.
“끌끌, 당연히 시력 보정용은 아니지! 그 시계 잠시만 줘보게.”
강신이 들고 있던 스마트 워치를 권영식이 가져갔다.
“이걸, 이렇게 하면…….”
권영식이 스마트 워치를 조작하자, 방금까지 선명하기만 했던 강신의 시야가 붉고 푸른색의 세상으로 바뀌었다.
“이건…. 열화상 카메라처럼 볼 수 있는 기능인가요?”
“그렇네. 그것뿐만이 아니지. 이걸 또 이렇게 돌리면……. 망원 렌즈 기능도 있지.”
다시 한번 권영식이 기기를 조작하자, 붉고 푸르던 세상이 사라지고 큐브의 벽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렌즈의 배율은 적게는 2배율부터 12배율까지 가능하니, 원하는 배율을 선택하면 되네. 그리고 마지막 기능은 이걸세.”
권영식이 마지막으로 기기를 만지자, 강신의 시야가 다시 한번 변했다.
“윽…. 현미경 기능까지.”
갑자기 시야가 바뀌자, 강신이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이런, 미안하네.”
자신이 개발한 발명품을 신나게 설명하던 권영식이 강신을 배려하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권영식이 자신을 위해서 렌즈를 만들어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강신은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강신은 자신의 눈을 어지럽게 하는 렌즈를 눈에서 빼내고, 다시 식염수가 들어가 있는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꽤나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물건이네요.”
자신이 만든 물건을 칭찬하자, 권영식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작은 렌즈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하기 힘든 수많은 기능이 있었고, 권영식이 렌즈를 만드는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 다른 기능들도 더 넣어놨다네. 만든다고 꽤나 고생했지.”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아, 혹시라도 사용하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가지고 오게. 언제든 조정해 주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볼일은 끝났으니까, 이만 가보겠네. 다른 실험을 해야 해서.”
그렇게 권영식은 강신에게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알려준 뒤, 바로 자신의 실험실로 돌아가버렸다.
“정말 아이 같은 분이시네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김대리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권영식은 흥미가 없는 것에는 일절 손도 대지 않는 괴짜 중에서도 괴짜였다.
“그래도 대단하신 분이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보다 김대리님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요청하셨던 구마 용품들 반납도 끝났고,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왔습니다.”
“그냥 유선으로 알려주셔도 되는데.”
“하하….”
웃으면서 살짝 시선을 피하는 김대리.
그가 강신을 방문한 진정한 목적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침 임상무님이 가져다주신 좋은 커피콩이 있는데, 드시고 가실래요?”
“좋죠!”
눈치가 빠른 강신은 김대리를 위해서 직접 커피를 내려 대접했다.
김대리는 강신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한참동안 강신의 개인 큐브에서 쉬다가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갔다.
* * *
다음날.
일찍 출근한 강신은 평소와 같이 26층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이 어수선해지는 게 느껴졌다.
항상 운동에 미쳐 있던 인원들이 운동 기구를 비우고, 자리를 옮기는 모습은 굉장히 생소한 광경이었다.
강신이 이상함을 느끼고 지나가는 강민수를 붙잡았다.
“민수 씨,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 강선임님. 아직 못 들으셨습니까? 다른 지부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고 하던데요?”
“지원 요청이요?”
“네, 강원도 쪽인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저도 아직 잘 모르겠네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강민수가 그 자리를 떠나자, 강신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흐음…. 타 지부에서 지원 요청이라…….”
어떤 일인지 궁금해진 강신은 하고 있던 운동을 멈추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 큐브로 돌아갔다.
훈련층인 26층에서 30층으로 이동하던 강신은 현장 요원들뿐만 아니라, 지원 요원들까지 분주한 것을 보았다.
상황이 자신의 생각보다 심각한 듯했다.
강신이 개인 큐브에 도착했는데, 그곳에는 이미 임상무와 권영식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막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알맞게 오셨군요.”
임상무가 강신을 반기자, 강신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타 지부에서 지원 요청한 것 때문에 오신 거죠?”
임상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네, 그 일 때문에 왔습니다. 상부에서 울프팀에게도 정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상부에서요?”
“네, 일반적인 산불이 아니니까요. 이미 들으셨을 수도 있겠지만, 최초 화재가 일어났던 지점에서 U.M.A가 관측되었습니다.”
“흠……. 불과 관련된 U.M.A이려나.”
“U.M.A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화재 상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임상무가 현재 상황에 대해 간략히 알려주었다.
“화재의 초동 진압이 실패하는 바람에 큰불로 번졌고, 강풍이 너무 심해서 소방 헬기가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방차에서 살수하는 물줄기마저 꺾일 정도라 제대로 된 화재 진압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정말 큰일이네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관측되었던 U.M.A가 화재의 진행 방향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화재 상황에 이어서 관측된 U.M.A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으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기는 한데, 척부장님하고 김대리님이 오시면 함께 들어야겠네요.”
“그 둘은 각자 부서에서 이미 상황을 자세히 들었을 겁니다.”
“아, 그럼 바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강신이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자, 임상무는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품속에서 소형 홀로그램 영사기를 꺼냈다.
홀로그램 영사기는 강원도의 지도를 띄웠다.
“처음 U.M.A가 관측된 곳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근처입니다. 시각은 새벽 2시쯤이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네요.”
“강원도 지부에서 관측은 했지만, 위험등급이 낮아 날이 밝으면 요원들을 파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소방서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라는 말에 강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 화재 신고를 한 사람이 U.M.A를 목격하진 않았습니까?”
“다행히도 U.M.A를 보진 못했고 화재 상황만 소방서로 신고를 했더군요. 신고자가 처음에 차량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는데, 진압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또 불이 났고, 주변으로 크게 불이 번졌습니다.”
임상무의 설명에 집중하던 강신이 입을 열었다.
“새로 불이 난 지점에서도 U.M.A가 관측되었나요?”
“네, 정확히는 U.M.A가 그 방향으로 이동해서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불과 관련된 U.M.A라…….”
“여기를 보시면 화재는 이렇게….”
임상무가 홀로그램을 조작하자, 시간별로 불이 번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해서…. 현재는 여기까지 옮겨붙은 상황입니다.”
“으음….”
현재 화재 현장의 크기를 본 강신은 크게 놀랐다.
서울의 여의도 면적만큼이나 불이 번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빠르게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현재 소방청은 최고 수준인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동해서 전국 차원의 대응을 하도록 지시를 내렸고, 정부는 국방부에도 지원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는 것이군요.”
“네, 하지만 저희 팀은 화재 진압지원을 하는 다른 요원들과 목적이 다릅니다.”
강신은 울프팀의 목적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저희의 목적은 아마 U.M.A의 포획이겠군요.”
“네, 맞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다른 요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팀들과 다르게 울프팀은 소수의 인원이었다.
아무리 손이 부족한 상황이라도 굳이 울프팀에게까지 지원 요청을 했다면 상부에서 원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제 저희 팀의 목표에 맞게 상황을 설명드리죠.”
임상무가 홀로그램의 영상을 바꾸었다.
화재가 사방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U.M.A가 관측되고 있는 지점이 나타났다.
“현재 U.M.A의 위치는 이 근처입니다. 지금까지 이동 방향을 예상했을 때, 몇 시간 뒤면 이곳에 도착하게 될 겁니다.”
임상무가 예측한 지점을 확인한 강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임상무는 주유소를 가리키고 있었고, 더 큰 문제는 그 주유소 뒤쪽이 바로 속초 시내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