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83
582화
경찰들이 관리하는 범죄자 중 가장 다루기 어려운 이들이 약쟁이라는 말이 있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약에 취해 힘 조절은 물론이고 눈이 돌아 통제 자체가 되지 않아서 나오는 말이었다.
그만큼 환락의 집단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돕는 거지?’
그들의 목적과 삶의 모든 이유는 미라클이라고 불리는 약이 전부였다.
그러니,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그들의 협력을 끌어낸 것도 그들이 순순히 협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 상황도 강신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웠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신이 환락의 집단이라는 비밀 종교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환락의 집단이 단순히 약만 먹는 집단이었다면 그들은 비밀 종교에 소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비밀 종교에 소속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사용하고 원하는 미라클과 큰 관련이 있었다.
‘미라클이라는 약은 U.M.A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약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필연적으로 U.M.A라는 존재를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강신이 아무리 환락의 집단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한들 그들을 상대하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다고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협력하고 있는 이들을 무시하기에는 찝찝한 상황이었다.
“후…. 어쩔 수 없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강신은 짧게 고민하고는 바로 행동했다.
강신은 일행들의 휴가 기간동안 자신이 가진 정보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떠도는 모든 소문까지 긁어모았다.
약쟁이들의 모임인 환락의 집단이 유지되는 것도 모두 미라클 덕분이었다.
그들은 교단을 유지하기 위해 소량의 미라클을 팔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그게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지.’
희소성도 희소성이지만 부작용이 없는 약은 돈이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그러니, 뒷세계에서도 환락의 집단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행들이 복귀하는 날, 강신은 일행들이 출근하자마자 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일행들이 모두 모이자 강신은 먼저 일행들에게 환락의 집단과 그들이 사용하는 가루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갔던 장소에서 나온 약이 그 환락의 집단에서 사용하는 미라클이라는 거죠?”
“네, 맞습니다.”
“그 미라클을 판매하기도 한다고 했잖아요? 다른 이들이 사용하던 것이 흘러나온 게 아닐까요?”
“그러기에는 양이 많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미라클은 그들의 모든 것입니다. 그러기에 판매하는 것은 정말 극소량입니다.”
강신이 현장에서 얻은 가루의 양은 적게 봐도 한 움큼이었다.
그 정도의 양이면 적어도 시중에 나돌아다니는 미라클을 1년 동안 모두 모아야 구할 수 있는 양일 것이다.
“그래도 조금 이상한데요? 그렇게 목숨처럼 여기는 약을 흘려놓고 그냥 버리고 떠났다고요?”
강신도 이 부분에서 조금 의문이 들긴 했었다.
미라클을 그리 애지중지하던 이들이 현장에서 흘리고 갈 거라고는 강신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 부분은 저도 의아하긴 합니다만….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받기로 한 것이 미라클보다 중요한 것이라면 말이 안 되는 것은 또 아닙니다.”
문제는 그게 무엇인지 강신도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환락의 집단에서 이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요…. 그건 뭐 뒤로 제쳐놓고, 환락의 집단이 그냥 약쟁이들이 만든 교단이라면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약에 취한 이들이 다루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강신과 일행들이 그들을 인도적으로 다룰 때나 그런 것이지 그들을 U.M.A 다루듯 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환락의 집단에 소속된 약쟁이들이 아무리 강해 봐야 인간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테니, 사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위험도가 중간쯤 되는 개체보다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그들이 미라클을 섭취한다고 해서 설야의 날개 가루처럼 힘이 강해지거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밖’으로 나온 이들이라면 이부장님 말대로 어려울 게 없는 상대긴 하죠.”
“‘밖’이라고요?”
“네, 환락의 집단은 자칭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구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말하는 구역이 평범한 구역을 말하는 것은 아닐 테고 제가 생각하는 그 구역이 맞나요?”
이순자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지금 강신이 말한 구역은 강력한 힘을 가진 U.M.A가 만드는 공간인 구역을 말했다.
그렇다고 인간이 구역을 만들지 못하는 건 또 아니었다.
위치들이 살아가는 숲속 마을이 대모가 만든 구역인 것처럼 인간도 구역을 만들 수는 있었다.
다만, 구역을 만들 수 있는 인간은 정말 극소수였으며 구역을 만든이가 사망하면 그 구역은 당연히 사라졌다.
그래서 위치들의 수장인 대모는 위치들의 생존을 위해서 비약을 먹으며 수명을 강제로 늘려 구역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환락의 집단에 구역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생각하던 이순자는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혹시 그 교단,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흥교단입니까?”
“아니요, 비밀 종교가 처음 연합할 때부터 함께 했던 초창기 교단입니다.”
“그럼 그 구역을 만든 이가 비밀 종교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소리잖아요….”
“네, 맞습니다. 환락의 집단이 사는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니까요.”
환락의 집단이 살아가는 파라다이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미라클, 그 두 가지는 모두 한 U.M.A에게서 비롯되었다.
그 U.M.A는 그들이 믿는 신이 자신들을 위해 특별히 지상으로 내려주었다고 생각하며 그들은 그 식물형 U.M.A를 엔젤이라고 불렀다.
“천사요?”
“것 참, 천국에 기적, 그리고 천사라 뭔가 일관성이 있네요.”
“구역을 형성할 정도면 위험도가 높은 U.M.A겠군요.”
일행들이 엔젤이라는 이름을 듣고 다들 한마디씩 말을 꺼냈고, 회의 중 잘 입을 열지 않는 카밀라가 강신에게 물었다.
“식물형 U.M.A의 이름이 천사라…. 뭔가 엄청나게 아름답게 생겼나 보죠?”
이름만 듣는다면 누구든지 카밀라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요, 외관은 아름답기보다는 오히려 징그러운 쪽에 가깝습니다.”
강신은 자료가 띄어진 홀로그램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고 네모난 데이터를 손으로 반죽하듯 주물럭대자 홀로그램이 그에 맞추어 가공되었다.
한참을 주물럭대며 어떤 형태를 만들어낸 강신은 손가락을 튕겨 카밀라 앞으로 그 모형을 보내고는 입을 열었다.
“대충 이렇게 생긴 개체입니다.”
“장난이 아니고 이렇게 생긴 게 정말 엔젤이라고 불린다고요?”
강신이 만든 내용물을 보고 카밀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U.M.A라 말했기에 일반적인 식물과 다른 모습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강신이 만든 모양은 그녀의 생각보다 더 기괴했다.
원뿔형 모양 위에 커다란 구체가 올려져 있는 모습, 식물이라기보다는 마치 기괴한 건축물을 연상하게 만드는 외형이었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위에 올라간 구체는 하단부에 있는 원뿔형 모양이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했다.
“아, 참고로 이 개체의 크기는 대략 40m 정도 될 겁니다.”
40m라는 말을 들은 장웨이가 일행들이 알아듣기 쉽게 다른 것을 예를 들어주었다.
“대충 아파트 5층 높이쯤 되는군요.”
그러자 카밀라가 눈앞에 있는 모형을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손으로 쳐내며 다른 일행들도 볼 수 있도록 중앙으로 보냈다.
식물형 U.M.A치고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다고는 할 수 없는 크기였다.
“엔젤이 만든 파라다이스는 외부인에게 매우 위험한 장소입니다.”
그래서 강신은 환락의 집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도 손을 대지 않았다.
FSM교의 공허한 자는 해가 없는 이들이었기에 접촉이 어렵지 않았지만, 이들과 접촉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랐다.
“왜요, 그 구역에 특별한 것이라도 있나요?”
이순자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신단수와 접촉했던 보고서를 읽은 분은 아시겠지만, 신단수는 다른 U.M.A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강신은 자신이 섭취한 열매에 관한 내용은 따로 적지 않았지만, 신단수가 키우고 있던 특별한 나무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적어두었으니, 강신이 다녀온 현장에 대한 보고서를 읽은 이들이라면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일행 중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척하자, 강신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엔젤이라고 부르는 개체도 자신의 구역에서 U.M.A로 구분되는 개체를 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강신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게임 사진을 가져왔다.
“대충, 이 식물과 닮은 개체죠.”
“어…. 이거 슈퍼 마리X에서 나오는 그 하수구에서 나오는 괴물 꽃 아닙니까?”
“네, 그 꽃 맞습니다.”
정확히는 하수구가 아니라 도관이었고 괴물 꽃이 아니라 뻐금플라워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외형이었으니, 상관없었다.
화분 같이 생긴 도관에서 자라난 식물은 날카로운 두 개의 잎사귀, 긴 줄기 끝에는 빨간색 봉우리가 달려 있었으며 그 봉우리는 마치 독버섯처럼 하얀색 동그라미 몇 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봉우리의 반은 입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그냥 보기에는 귀여운데요?”
“이건 예시라서요. 실제로 보면 그런 소리를 하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참고로 이 식물, 식인 식물입니다. 그리고 파라다이스의 문제는 이 식물뿐만이 아니죠.”
강신은 현장에서 구해왔던 미라클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 가루를 조금씩 드셔보시겠습니까?”
그 순간 일행들이 강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게 변했다.
분명 강신이 사전에 미라클이라는 약이 부작용이 없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약을 권하는 사람을 좋은 눈으로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시선에 부담을 느낀 것일까, 강신이 슬쩍 뒷말을 더 했다.
“물론 강제로 드시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러자 일행들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고 이순자가 강신에게 물었다.
“강책임, 미라클을 왜 먹으라고 하는 것인지 이유나 좀 들어보죠.”
“미리 경험해야 하는 거라서요.”
“미리 경험한다고요?”
“네, 파라다이스로 들어가면 약을 먹지 않아도 약에 취한 것처럼 되거든요.”
미라클은 사람이 가진 오감에 모두 영향을 주는 약이었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며 사소한 소리가 천사의 노랫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떤 냄새를 맡아도 천상의 향기를 맡는 것 같았다.
또한, 그냥 물을 마셔도 감미로운 감주를 마시는 듯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은 마치 천사들이 입는 옷처럼 부드럽고 폭신하게 느껴진다.
“처음 그런 상태가 되면 정말로 천국에 온 것처럼 느껴지겠죠. 눈앞에 식인 식물이 자신을 산 채로 씹어먹어도 구역의 영향으로 인해 아주 행복하게 죽어가겠죠.”
사전에 어떠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행복함에 파묻혀 죽어버릴 것이다.
강신의 추가 설명을 들은 일행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진입하는 순간 행복을 느끼며 죽게 되는 공간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정말 지독한 공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