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84
583화
“약이라는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엄연히 마약은 아니니…. 이유도 정당하고 현장에 나가는 거라면 미리 경험 삼아 먹어봐야겠군요.”
일행들이 고민하는 동안 가장 먼저 송기덕이 나섰다.
그는 새끼손가락으로 미라클을 살짝 찍었다.
그 양은 고작 알갱이 몇 개도 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강신은 효과를 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송기덕이 심호흡하고 살짝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런 송기덕의 모습을 보고 다른 일행들도 그제야 용기를 얻었다.
“송대리가 먼저 나서니, 저도 뺄 수는 없겠지요.”
이어서 이순자가 나섰고,
“……그럼 저도.”
그녀를 뒤이어 울프팀 요원들이 하나씩 미라클을 손으로 찍어댔다.
그리고 그 결과.
“ㄴ듶갸럳ㄴㅇ?”
“하핫, 이 조명 너무 아름다워.”
“아아…….”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찬양, 환희, 그리고 먼지 모를 반응까지 개인 큐브는 순식간에 약쟁이들의 소굴이 되어버렸다.
“확실히 이런 상태로 위험에 노출된다면 어떤 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목숨을 부지하기는 어렵겠군요.”
뒤처리를 위해 미라클을 섭취하지 않은 장웨이가 일행들의 상태를 일일이 기록하며 경과를 지켜보다가 강신에게 물었다.
“그런데, 강책임님 카밀라는 어째서 멀쩡한 거죠?”
강신과 장웨이는 미라클을 복용하지 않아 멀쩡하다고 해도 카밀라는 분명 다른 일행들처럼 입속으로 미라클을 집어넣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카밀라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요원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릴 뿐 처음과 변함없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카밀라의 모습은 강신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글쎄요….”
강신이 말꼬리를 흐리며 모른다는 듯이 말하자, 카밀라가 꽤 그럴싸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이 약 인간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요?”
그제야 강신과 장웨이는 카밀라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떠올렸다.
외형은 분명 인간과 흡사하지만, 그녀는 흡혈귀라고 불리는 U.M.A 중 하나였다.
재능을 가진 인간과 다르게 신체 구조 자체가 인간과 다른 것이다.
외형만 닮았을 뿐, 그 내용은 인간이 아닌 무엇인가였다.
“일리가 없지는 않네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동물 실험을 한다면 더 정확해지겠죠.”
장웨이가 끄덕이며 들고 있는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어 넣었다.
“문제는 카밀라가 미라클의 영향만 받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구역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인지 정도겠군요.”
만약 카밀라가 강신이 그토록 경계하는 구역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그녀는 이번 작전에서 쓸만한 조커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일단 그 부분은 일행들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의논하도록 하죠.”
지금 뭔가를 의논하기에는 아직 그들 앞에는 다른 요원들이 멀쩡하지 않았으니까.
강신은 일행들과 다시 의논을 나눌 수 있을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시간이 더 필요했다.
소량만 섭취했기에 약의 효과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약에 취한 모습을 프로네시스가 영상으로 기록해 두었고 그것을 일행들에게 보여주자, 자괴감에 빠져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추태를 보였다니…. 정말 꼴불견이네요.”
이순자가 한숨을 쉬며 자신이 약에 취해 자신이 하는 행동을 보며 고개를 저어댔다.
“아으….”
언제나 냉정하던 신하린도 자신의 영상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쭈그러져 있었다.
“아하하…. 진짜 이 상태로 적을 만나면 제대로 대응도 못 하겠군요.”
송기덕이 머리를 긁적이자, 케빈은 미라클에 대해 찬양했다.
“환락의 집단이 어째서 이 약을 미라클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네요. 정말 신이 주신 기적 같은 약이었어요.”
케빈은 약이 준 여운을 아직 느끼는 것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맥스가 그런 친구를 걱정하며 말렸다.
“야. 맥스, 정신 차려. 이게 아무리 부작용이 없다고 해도 그런 생각은 좋지 않아.”
“맥스 말이 맞아, 아무리 마약이라고 취급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정상적인 물건이 아니야. 그걸 옹호하다니 제정신이야?”
빌리까지 맥스를 거들자, 케빈은 입을 다물었다.
강신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소량이었는데, 저렇게까지 영향을 받는 건가.’
고작 알갱이 몇 개였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미라클을 기적이라고 부르다니, 환락의 집단이 어째서 미라클에 목을 매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강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케빈은 약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 같으니, 이번 작전에서 제외하겠습니다.”
“네? 저를요? 아니, 저는 그냥 감상을 말했을 뿐인데요….”
케빈으로서는 억울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일행들이 하는 말을 들어봤나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약에 대해서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일행들은 약이 주는 그 기분에 대해서 묘사한 이는 없었다.
자신이 보인 모습에 자괴감, 그리고 그 약에 취한 상태로 적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만 상각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케빈은 약의 성능 자체를 찬양했다.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케빈이 몸을 움찔 떨었다.
“아….”
“지금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셨죠?”
강신이 묻자, 케빈이 탁자 위에 있는 미라클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떨구며 인정했다.
“네, 아무래도 제 상태가 멀쩡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책임님 말이 맞아요.”
계속 미라클로 눈이 가는 것부터 시작해 속으로 미라클을 다시 먹고 그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더러운 욕망이 들끓었다.
케빈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미라클이 유독 케빈에게 영향을 많이 주었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케빈, 그래도 이성은 멀쩡한 것 같네요. 그럼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쉬다 오세요.”
말이 좋아 쉬다가 오라는 것이지, 작전이 끝날 때까지 내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알겠습니다.”
그만큼 방금 자신이 보인 행동이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었기에 케빈은 아무런 불만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맥스와 빌리가 케빈이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서 개인 큐브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나중에 같이 술 한잔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케빈이 떠나고 일행들이 모두 진정하자, 강신은 아까 보였던 카밀라의 상태에 대해 일행들에게 알려주었다.
“몇 가지 실험을 해봐야 확실하겠지만, 카밀라가 그 구역에서도 멀쩡하다면 카밀라는 이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럼, 그 실험 부분은 제가 따로 인력을 편성해서 진행하겠습니다.”
간단한 시험이었기에 많은 연구원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다만, 가지고 있는 미라클의 양이 얼마 없었기에 강신은 다시 한번 장웨이에게 당부했다.
“미라클은 추가로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니, 신중하게 연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장웨이는 잠시 어디론가 연락하고 테이블에 있는 미라클을 챙겨 개인 큐브로 찾아온 연구원에게 주의사항과 함께 필요한 연구를 부탁했다.
그러는 사이 송기덕이 강신에게 물었다.
“환락의 집단을 상대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겠죠?”
“네, 그들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협력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들을 모조리 감옥에 처넣어서라도 멈춰야 합니다.”
꽤 과격한 언사였지만, 그만큼 정신이 나간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약에 미친 집단의 시너지는 위험했다.
“흠…. 그래서 강책임님은 파라다이스라는 구역이 있는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아시는 겁니까?”
“네. 물론이죠, 환락의 집단이 만든 파라다이스는 멕시코에 있는 테픽에서 서쪽으로 가면 있는 작은 섬에 존재합니다.”
작은 섬이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바위섬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작은 무인도였다.
해봐야 집 몇 채도 올라가지 않을 작은 섬이었지만 환락의 집단에게 섬이 작은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머물 주거 공간이 아니라,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구역의 입구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카밀라 죽은 피가 필요합니다.”
정확히는 카밀라가 만든 죽은 피를 응축해서 만든 구역을 찢을 수 있는 물건이 필요했다.
강신이 죽은 피를 요구하자 카밀라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죽은 피요…. 그거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은데요?”
“피를 마시면서 계속 축적하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거울 미로와 마을에서 국회의원의 손자를 구하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죽은 피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강신이나 그 위 단계 인원들에게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물질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간단한 연구를 제외하면 죽은 피는 따로 사용하겠다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
‘혹시 죽은 피를 카밀라가 빼돌렸나?’
강신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카밀라를 바라봤다.
카밀라는 자신이 의심당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깨닫고는 혹여나 나중에 강신이 피를 주지 않을까 손을 내저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밖에 내다 팔고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그럼요?”
“권 팰로우님이 연구할 게 있다고 최근에 가져가셨어요.”
권영식이 사용했다면 강신도 모를만했다.
안식년을 맞이한다며 외부로 나오지 않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는 아직 연구소장이었고 강신은 그 직할 소속이었으니까.
“이런.”
강제로 구역을 여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죽은 피가 필요했다.
만약 권영식이 가져간 죽은 피를 모두 사용했다면 그 물건을 만들기 위해 상당 시간이 소모될지도 몰랐다.
“일단 회의는 나중으로 미루고 팰로우님을 만나봐야겠네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강신은 그 자리에서 바로 회의를 끝내고 권영식이 은거하고 있는 그의 방으로 향했다.
다른 이들과 만나지 않는 권영식이었지만 강신은 그들과 달랐다.
‘이미 한번 뵌 적도 있고 직접 찾아오시기도 했었지.’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강신이 권영식을 찾아가자 이번에도 이수진 선임이 그런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강신을 권영식에게 안내해주었다.
“오랜만이군, 이곳에서 그간 소식은 모두 접하고 있었네. 그래서 오늘은 어찌한 일로 찾아왔나?”
“팰로우님이 죽은 피를 가져가셨다고 들어서 찾아왔습니다.”
강신은 죽은 피가 필요한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하자 권영식은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듣고 중얼거렸다.
“환락의 집단이라, 여전히 열심히 하는군. 잠시만 기다리게 안 그래도 죽은 피를 응축시켜놓은 물건을 만들어 놓았으니까, 그것 말고도 건넬 물건이 더 있었으니, 마침 잘되었군.”
권영식은 강신을 그대로 기다리게 하고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권영식은 양손 가득 물건들을 가져왔고, 대기하고 있었던 이수진 역시 자신의 몸보다 큰 카트에 여러 물건을 담아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