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88
587화
울프팀이 탄 배가 거친 물결을 가르며 나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신도들이 한참이나 맴돌던 지점에 도착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웨이는 몰던 배를 멈추고는 강신에게 물었다.
질문의 의미는 이대로 직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신도들처럼 주변을 돌며 들어갈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들어간다면 시간은 단축되겠지. 하지만 나올 때도 돌아 나왔던 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어.’
이대로 직진해서 들어간다면 30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였고, 광신도들과 똑같은 경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3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마음이 급했다면 광신도들이 무엇을 숨기던 직진으로 향했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까지 급한 상황이 아니었다.
“환락의 집단이 움직였던 경로를 따라서 그대로 이동하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행 중 누구도 강신의 선택에 불만을 품지 않았다.
그야, 그들도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이동하는 선호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렇게 울프팀을 태운 배가 그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배의 운전대를 잡아서일까, 아니면 광신도들이 이동한 경로를 오차 없이 정밀하게 따라가려고 했던 탓일까.
그들이 탄 배가 돌섬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돌섬이 있는 구역에 도착했지만, 그들이 탄 배는 더는 전진할 수가 없었다.
“강책임, 파라다이스가 있는 돌섬은 무인도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었죠.”
“그럼, 저건 뭔가요? 제 눈이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이순자가 쌍안경으로 멀리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추궁하듯 강신에게 물었다.
육안으로는 보기 힘들었지만 강신도 만능렌즈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본 광경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야 아무도 없어야 할 돌섬 근처에는 전함으로 보이는 무장 단체가 돌섬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 거리면 저희 위치는 이미 저들에게 노출되었을 겁니다.”
쌍안경으로 식별이 가능한 위치였으니, 전함이 가진 레이더로 강신과 일행이 탄 배를 식별하지 못한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울프팀이 탄 배를 바로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저희가 탄 요트가 호화 요트라서 잘못 건드리면 신고당하거나 보복당할 수도 있으니, 돌섬 근처로 오는 게 아니라면 먼저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 울프팀이 타고 있는 요트는 전 세계에서도 몇 척 존재하지 않는 초호화 요트였다.
장웨이가 그런 요트를 어떻게 공수해 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광신도로서는 괜히 지나가는 그런 호화 요트를 건드려 돈 많은 부자의 심기를 거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진 것이 많다는 소리였으며 이런 곳에서 초호화 요트를 띄울 정도라면 개인적으로 아는 PMC 회사가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여기 그런 이들과 전투를 벌였다가는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릴 테니, 그들로서는 이들이 조용하게 지나가길 바랄지도 몰랐다.
“그럼 그냥 이대로 접근해 버린 다음에 제압해 버리면 안 됩니까?”
불가능한 작전은 아니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현재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근처를 지나가는 요트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만약 이대로 요트가 돌섬으로 접근한다면 저들의 태도가 돌변할 것이 분명했다.
“이 이상 접근하면 경고도 없이 공격해올지도 모르죠.”
전함으로 추정되는 전투형 배와 식량과 장비가 조금 실려 있는 호화 요트, 둘의 대결은 보지 않아도 결과가 뻔했다.
‘환락의 집단이 저런 전함을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거지?’
강신이 아는 환락의 집단은 저런 물건을 운용할 교단이 아니었다.
전함을 살 돈과 인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사더라도 숨겨둔 돌섬이 저렇게 눈에 띄게 배치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러다 강신은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떠올리고는 중얼거렸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연관이 있는 건가?”
그들이라면 저런 전투형 함선을 구해 저렇게 배치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제야 강신은 만능렌즈의 배율을 더 높게 설정했고 아까는 당황해 놓쳤던 부분을 찾을 수가 있었다.
갑판 위에서 돌아다니는 이들이 입고 있는 옷에 새겨진 문어와 비슷한 촉수 생물의 상징, 바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가리키는 상징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협력하고 있었구나.”
그들의 협력은 이미 예상했기에 이곳을 찾은 것이었지만, 강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들의 관계가 훨씬 두터워 보였다.
“아, 저 전함들 설마 크툴루를 믿는 이들인가요?”
강신의 중얼거림을 들은 이순자가 뒤늦게 깨닫고는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하죠?”
맥스가 걱정스레 물어왔다.
더는 요트를 타고 돌섬에 가까이 갈 수가 없는 것뿐만 아니라 전함에 대공 장비도 얼핏 보이는 것으로 보아 비행기나, 헬기 같은 걸 타고 공중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배나 비행기 같은 이동 수단이 막혔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죠. 이부장님, 혹시 수영 좀 하실 줄 아십니까?”
“설마…. 저곳까지 헤엄쳐서 가자는 것은 아니겠죠?”
강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웃자, 이순자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오랜만에 운동 한번 힘들게 하겠군요.”
그녀는 투덜거렸지만 하지 못한다는 소리는 절대 하지 않았다.
바다 수영은 일반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과 궤를 달리했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수영했기에 많이 위험하고 체력도 그만큼 더 소모되었다.
“송대리님은요?”
“훗. 저는 군대에 있을 때, 전투 수영이 특기였습니다.”
드물게 송기덕이 잔뜩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린이는?”
“잠영으로 가실 거죠?”
“팰로우님이 만들어 주신 소형 산소호흡기가 있으니, 그러려고.”
“그러면 저도 상관없어요.”
손가락 2개를 겹친 크기의 소형 산소호흡기는 물속에서도 10시간 동안 작동했다.
여유분으로 2~3개만 더 챙겨 조금씩 나아간다면 충분히 돌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지원팀 요원들은 모두 요트에서 대기하시고….”
강신은 지시를 내리다 말고 말을 멈춰야 했다.
한쪽에 가만히 앉아있던 카밀라가 굳은 얼굴로 손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저기…. 할 말이 있는데요….”
그녀는 평소답지 않게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아, 미안해요. 습관적으로 전투 요원만 생각했군요. 카밀라, 수영을 잘못하시나요?”
강신은 카밀라가 수영을 조금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앞서 설명했듯 조금씩만 나아갈 수 있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돌섬까지 도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 어디까지나 조금씩이라도 나아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죄송하지만…. 저 바닷물에 입수하는 것은 안 돼요.”
그녀의 말을 들은 송기덕이 자기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고는 물었다.
“에?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물에 젖는 게 싫어서 그런 겁니까?”
수영을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정 안되면 끈이나 로프로 각자 몸을 연결해서 인양해 갈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카밀라는 바닷물 자체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하니, 송기덕이 저렇게 물어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젖는 게 싫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순간에….”
계속되는 오해에 카밀라가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해명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젖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그…. 종족 특성 같은 거라서요.”
카밀라의 종족은 인간이 아닌 흡혈귀, 뱀파이어였다.
처음 듣는 사실에 강신도 두 눈을 끔뻑였다.
여러 뱀파이어가 나오는 소설에는 간혹 바닷물에 약하다거나 취약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긴 했지만, 강신이 쓴 소설에는 그런 내용을 적은 적이 없었다.
“배로 이동한다고 해서 바다에 직접 들어갈 줄은 몰랐단 말이에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아니었다면 바다로 들어갈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예 닿는 것도 안되는 겁니까?”
혹시나 다른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닿는 순간 몸이 녹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어 강신이 묻자, 카밀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에요. 단순히 닿는 것은 문제가 없어요.”
“그럼요?”
“바닷물에 들어간 인간들과 반대로 생각하시면 돼요.”
일반적인 물과 다르게 바닷물은 염분으로 인해 비중이 높아져 그만큼 부력이 더 생겼다.
하지만 카밀라는 달랐다.
“그대로 가라앉을 거예요.”
인간의 몸을 뜨게 하는 부력이 그녀에게는 오히려 무거운 족쇄로 된 것처럼 깊숙한 곳으로 그녀를 끌고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어째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녀도 알지 못했지만, 그냥 가라앉는 것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얕은 곳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깊은 바다에서는 한번 가라앉으면 바다를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이번 작전에 카밀라는 조커라는 카드였기에 빼놓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원래라면 전투 요원들과 함께 몰래 파라다이스로 잠입해 구역에 적응하는 동안 카밀라에게 보호를 받고, 엔젤을 불태워 구역을 파괴한 이후 탈출하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전함부터 공략해야겠네요.”
카밀라를 파라다이스로 데리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요트가 필요했다.
요트를 돌섬으로 붙이기 위해서는 전함이 방해되니 그것을 처리해야 했다.
공략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다른 것이 문제였다.
“환락의 집단이 눈치채기 전에 공략을 끝내야 합니다.”
습격을 눈치챈 환락의 집단이 돕기 위해서 나올까 봐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강신과 일행들이 파라다이스에 들어가는 순간을 노릴까, 그게 걱정이었다.
아무리 미라클을 먹어 간접 경험을 했다고 해도 구역에 들어서는 순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강신과 일행들에게는 적어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이전이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었겠지만, 저희에게는 당연히 팰로우님이 챙겨준 장비가 있죠.”
강신은 권영식이 챙겨주었던 장비 중, 재머와 소리 차단 장치를 모두 꺼냈다.
“짐이 늘어서 조금 수영하기 힘들겠지만, 이 장비들이라면 충분하겠죠. 그럼 준비하죠.”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분주하게 준비를 끝마치고 갑판으로 올라왔다.
그곳에서 강신은 일행들과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고 각자 재머와 소리 차단 장치, 그리고 긴급 물품을 가득 채운 배낭을 멨다.
눈에는 물속에서도 눈을 뜰 수 있게 스노클링마스크를 끼고 입에는 소형 산소호흡기를 문 상태로 서로 바라보며 신호를 보냈고 이내, 바다로 뛰어들었다.
첨벙!
씨 글라이더처럼 바닷속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치를 가져왔다면 좋았겠지만, 따로 챙겨오지 않았다.
그리고 전함에 있는 레이더의 성능이 씨 글라이더까지 감지할 수도 있었기에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수영해 돌섬으로 접근했다.
바닷속에서 방향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강신이 착용한 만능렌즈는 이미 험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되어 있었다.
만능렌즈는 방위는 물론 강신이 가야 할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들은 강신에게 의지한 채로 어두운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