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91
590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던 남성이 순식간에 반항적인 얼굴로 변했다.
그 순간 강신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서둘러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와 동시에 낮은 목소리로 욕을 내뱉었던 해적이 크게 입을 벌리고 뭔가를 소리쳤다.
“침!…….”
큰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남성은 말을 끝까지 못 한 것은 물론이고 크게 외친 한 글자마저도 강신이 작동시킨 소리를 잡아먹는 장치에 소리가 먹혀 제대로 퍼져나가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반항적이던 남성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 소리를 내 말하고 있음에도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 상황, 당황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강신은 해적이 당황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해적을 향해 주먹을 빠르게 내질렀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너무 당황해서인지 해적은 강신의 공격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소리가 먹히지 않았다면 꽤 둔탁한 소리가 났을 정도의 공격은 해적을 기절시키기에는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해적이 강신의 공격을 맞고 축 늘어지자, 강신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 제압해서 다행이지만,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네.’
강신은 나름 사전 준비 중 경계 근무를 서던 이들의 대화를 듣고 쉽게 설득할 방법을 생각한 것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얼마나 허술하게 행동했는지 깨달았다.
‘이들이 허술하다고 해도 나까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함교를 장악하는 게 아무리 쉬웠다고 해도 이곳에 있는 이들이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그저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뿐이야.’
함선에서 일하는 이들은 누군가가 침입할 리가 없다고 믿고 있었기에 지나치게 풀어져 있는 것뿐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어린아이에게나 먹힐만한 단순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니, 그런 강신의 모습을 누가 본 건 아니었지만, 괜스레 창피해져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 같아도 뜬금없이 나타난 침입자의 말을 듣지는 않겠다.’
이제 막 얼굴을 본 사람과 사이는 그리 좋지 않지만, 함선 위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고생을 이어가는 사람 중 누구 말을 더 믿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였다.
‘차라리 처음 했던 위협을 유지하는 게 나았을 수도 있었어.’
죽인다고 협박하던 행동을 이어갔다면 오히려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협조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강신은 다시금 소리 없는 한숨을 내뱉고는 포박한 해적을 한쪽에 아무렇지 않게 던져두고는 처음 기절시켜 포박했던 남성의 멱살을 잡고 냅다 뺨을 날렸다.
한 번, 두 번.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뺨을 맞은 이의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는 것만 봐도 강신이 뺨을 결코 약하게 때리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강신이 막 세 번째 뺨을 때리려고 할 때, 기절한 남성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곧 눈을 뜰 것 같은 남성의 행동에 강신은 소리를 먹는 장치를 껐다.
“으…. 으…….”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해 눈꺼풀을 들어 올린 남성은 강신과 눈을 마주치고는 자신의 몸이 포박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그에게 강신은 기어이 손을 뺨에 쏘아붙였다.
짝!
찰진 소리와 함께 뺨을 맞은 남자가 제대로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크게 뜨고 강신을 바라보자, 강신이 그대로 오른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좋아, 그럼 아까와는 다르게….’
그리고는 목소리를 작게 내리깔며 스산하게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원하는 소리가 아니라면 이렇게 만들어줄 테니까.”
강신이 놀고 있는 초록빛이 맴도는 왼손의 건틀릿으로 함선의 난간을 살짝 끊어서 쳤다.
그러자,
팡! 치이익….
주먹에 살짝 닿은 난간이 부식되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살이 녹아내리는 고통은 불에 타는 고통 못지않게 고통스럽고 쉽게 죽지도 못할 거다. 운이 나쁘면 죽지도 못하고 살아남아 평생 끔찍한 몰골을 하며 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는 건 물론이고 비가 올 때마다 온몸이 쑤시겠지.”
거의 독설과 같은 경고에 남성이 겁먹은 듯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러니까, 알아들었으면 눈을 깜빡여.”
그러자, 남성이 미친 듯이 두 눈을 깜빡였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진작에 이렇게 할걸.’
강신의 협박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첫 번째 해적과는 달리 두 번째 해적은 지나칠 정도로 강신에게 협조적이었다.
강신은 끽해봐야 그에게서 함장실의 위치를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그는 함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뿐만 아니라 함선 운용에 있어 중요한 인력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까지 떠벌린 걸로 모자라 오래된 함선이 어디가 취약한지 설명해 주었다.
“제….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니, 살려주세요. 아니, 제발 죽여도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주세요.”
해적은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털어놔도 강신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했다.
해적의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다만, 그는 죽어도 고통에 몸부림치고 싶지 않았으며 그렇게 살아남아 멸시를 받고 평생 살 용기도 없었다.
반항하고 싶어도 이미 몸이 포박되어 있어 꼼짝도 하지 못했으니, 반항 자체가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강신에게 협조적이었다.
강신은 그런 해적의 태도에 피식 웃고는 오른손으로 그대로 뒤통수를 후려쳐 기절시켰다.
퍽.
기절한 그에 입에 재갈을 쑤셔 넣은 강신은 다시금 소리를 먹는 장치와 보호 장비의 의태 기능을 활성화하고는 그가 알려주었던 함장실로 향했다.
광신도도 나름 종교인이라는 것일까, 함선의 함장은 의외로 검소했다.
함장은 원래 해적이 사용하던 커다란 함장실이 아닌 일반 선원들이 사용하는 개인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만약 강신이 혼자서 함장실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면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소박한 방이었다.
해적을 반란을 경계한 것일까, 당연하게도 함장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하지만 강신에게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강신에게는 소리를 먹는 장치와 부패시키는 건틀릿이 남아 있었으니까.
잠겨 있는 함장실 앞에서 강신은 차분하게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스읍….’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주먹을 내질렀다.
특별한 공격은 아니었다.
소리를 먹는 장치가 진동까지 잡아줄 수는 없었기에 최대한 작은 충격으로 문을 부수기 위함이었다.
강신의 주먹이 문에 닿자 굳게 닫힌 문의 부식되었다.
하지만, 문이 생각보다 두터웠는지, 표면만 조금 부식되고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다.
강신은 실망하지 않고 똑같은 방법으로 같은 지점을 향해 몇 번이고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게 주먹을 스무 번 정도 내질렀을까, 몸을 숙이고 들어가면 한사람 정도 지나갈 정도의 작은 구멍이 뚫렸다.
강신은 그 구멍으로 몸을 억지로 비집어 넣었다.
함장이 쓰는 방은 전에 말했던 것처럼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딱 한 사람이 몸을 누일 수 있는 개인실, 극히 적은 개인 물품 몇 개가 전부인 방이었다.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친 광신도답게 개인적인 욕구는 전혀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
그런 함장실 침대에는 이제 40대쯤 되어 보이는 백인 남성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 사람이 함장인가….’
함장도 다른 선원들과 방심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강신은 그가 사제일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고 있었다.
‘다른 이들처럼 평범한 방법으로 제압할 수는 없겠지.’
명색에 사제였으니,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특별한 재능이 무엇인지, 강신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재능은 상당히 위험했다.
그러니, 강신은 그런 위험분자인 함장이 그 어떤 짓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품속에서 헥사곤 바인더를 꺼냈다.
다른 이들은 아라미드 로프로 포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을 생각하면 강신이 헥사곤 바인더를 꺼낸 것이 얼마나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강신은 그대로 헥사곤 바인더를 함장의 몸에 던져 몸 전체가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주고는 그대로 재갈을 물린 것도 모자라 그가 덮고 있는 천으로 눈까지 가렸다.
그것도 모자라 메고 있는 배낭에서 새로운 소리를 먹는 장치를 꺼내 설치해 두었다.
‘좋아.’
이 정도면 누가 함장을 구하러 온다고 해도 쉽게 구출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강신은 함장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장실을 떠났다.
어차피 함장에게 정보를 캐내는 것은 지금해야 할 일이 아니었으니까.
‘카밀라가 도착하면 유혹으로 정보를 캐는 편이 빠르겠지. 아니면 저번처럼 본사에서 사람을 부르던가.’
정보를 캐낼 방법과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니, 강신은 지금 시간대에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사전에 들었던 대로 함선 운용에 필요한 인원들을 찾아다니며 제압하고 포박했다.
다른 이들이 그들을 찾지 못하게 숨겨두고는 노후화된 함선의 취약지점으로 이동해 건틀릿과 가지고 있는 장비를 이용해 파괴했다.
‘이 정도면 일행들이 탄 요트가 돌섬에 올 수 있겠지.’
함선에서 일어난 일들로 혼란에 빠진 이들은 호화요트가 돌섬에 오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도착한 요트를 광신도들이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만, 이곳에 도착만 한다면 나머지는 상관없었다.
‘요트가 파괴되어도 상관없어.’
돌섬에 정박하면 일행들은 중요한 장비들을 가지고 바로 요트에서 내려 강신과 일행들이 휴식했던 것처럼 미리 정해둔 장소에서 위장천으로 텐트를 치고 숨어 있을 것이다.
‘회장님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이전에도 말했듯 전 세계에도 몇 대 없는 초호화요트였으니 가격이 어마어마하겠지만 성신의 회장에게 부탁한다면 그는 제대로 비용처리를 해줄 것이다.
만약 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강신은 그간 받은 월급과 엄청난 인센티브를 낭비하지 않고 통장에 잘 모아두었으니 괜찮으리라 생각….
‘으음…. 통장에 있는 돈으로 충분하겠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그보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지?’
작동 중인 재머는 사전에 정한 시간에 멈추기로 되어 있었다.
강신은 자신의 웨어러블 장치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더 움직여볼까.’
함장, 근무자, 그 외 함선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모두 제압하고 무기들과 장치들을 파괴했다.
이제 강신이 다음으로 노릴 건 정해져 있었다.
‘선원.’
그렇게 강신은 태연하게 함내를 돌아다니며 재머가 작동을 멈출 때까지 눈에 보이는 선원들을 제압하고 포박하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