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94
593화
사제는 당황하며 사라진 이들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거렸지만, 이미 사라진 이들은 모습은 커녕 그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동은 전투 중 치명적인 빈틈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적이 눈앞에 있는데, 다른 곳에 한눈을 팔면 쓰나.”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그녀는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방금까지 자신과 대치 중이던 침입자의 목소리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칫.”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리자, 그녀는 짧게 혀를 차고는 뒤로 빠지려 했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를 강신이 놓칠 리가 없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뒤로 빠지는 사제를 그대로 추격한 강신이 사제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오른손을 말아쥐고는 그대로 복부를 향해 내질렀다.
콰득!
“꺄흑!”
사제가 입고 있던 옷은 평범한 옷이 아니었는지, 뭔가 이상한 소리와 함께 단단한 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충격이 오른손에서 느껴졌다.
그러자, 강신은 인상을 찌푸렸다.
‘쯧, 조금 더 강하게 쳤어야 했어.’
강신은 너무 약하게 때린 걸 후회했지만 이미 자신이 복부를 때린 사제는 공격을 맞고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꽤 먼 거리를 날아간 사제는 뒤에 있는 바위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췄다.
쾅!
아직 해가 뜨지 않는 야밤에 먼지까지 피어오르자, 만능렌즈가 있어도 바위에 부딪혔던 사제의 모습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강신은 혹여나, 사제가 숨겨둔 패가 있을지 모르기에 섣불리 사제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먼지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방금 내질렀던 오른손을 슬그머니 바라봤다.
프스스….
푸른색 건틀릿에서 옅은 흙먼지가 흩날리고 있었다.
‘보호 장비 말고 몸에 바위를 두른 건가?’
지금까지 사제의 능력을 봐서는 바위의 밀도를 바꾸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미리 밀도 있는 바위를 준비했다면 말이 달라졌다.
인위적으로 바위를 압축해 밀도를 높인 바위라면 조금 전 철판을 두드린 것 같은 충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밀도를 높여 매우 무거워졌겠지만, 질량을 조절하는 사제에게 그 정도는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신은 길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강신이 생각하고 있는 사이 자욱한 흙먼지를 가르고 거대한 바위가 다시금 강신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강신은 오른팔을 뻗어 바위를 파괴하고는 바로 측면으로 빠졌다가 먼지가 제대로 걷히지 않은 사각으로 접근했다.
먼지 속에서 기습을 가했던 사제는 강신의 빠른 판단력에 당황해하며 연속해서 공격하려고 했지만 이미 강신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 이후였다.
강신은 전과 같은 전투 양상을 피하고자 사제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타다닥!
“거기군요!”
강신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먼지 속에서 사제가 다시금 강신을 향해 바위를 날려봤지만 제한된 시야 속에서 날리는 바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강신을 맞출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쾅! 쾅!
강신은 무작위로 떨어지는 의미 없는 공격을 무시하고 달렸다.
그 사이 시야를 제한했던 흙먼지가 대부분 가라앉아 있었다.
사제는 강신이 달려오는 걸 보며 크게 동요했다.
“이익!”
사제가 주변에 던질 수 있는 모든 바위를 던져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전과 다르게 정확하게 강신을 노리고 오는 바위를 보며 강신은 다시금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가까워질 대로 가까워진 상황이었기에 강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점점 강신이 가까워질수록 사제는 당황했는지 제대로 조준이 되지 않았고 강신을 벗어나는 공격이 더 많아졌다.
“다가오지 마!”
사제가 발악하듯 외쳤지만, 그런다고 멈출 강신이 아니었다.
강신이 사제의 앞까지 도달하자, 강신은 그 모든 게 사제의 연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금까지 당황해서 제대로 공격조차 하지 못했던 사제가 거짓말처럼 동요를 멈추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기 때문이다.
강신은 그녀가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걸 인지하자마자 급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본 사제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늦었어!”
사제는 발아래 벌어진 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으그그극!”
콰드득!
사제는 괴상한 기합과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강하게 힘을 주고는 그대로 자신 앞에 있는 지면부터 강신이 서 있는 곳까지 발판을 뒤집었다.
자신이 디디고 있던 지면이 뒤집히자 강신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뭔….’
그들이 있는 곳은 무인도 크기로 꽤 넓은 면적으로 중앙에는 흙과 나무, 그리고 풀들이 무성했지만, 섬의 외곽 테두리는 대부분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앞에 있던 사제도 그 덕분에 주변에 즐비한 바위를 이용해 강신에게 공격을 퍼부을 수가 있었다.
지금 지면을 뒤집은 것도 그들이 디디고 있는 지면이 바위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밀도를 조작해 결속을 약하게 만들어 뜯어냈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사제가 밀도가 바꾸지 못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뜯어냈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뒤집혀 하늘을 날았던 바위가 그대로 강신을 깔아뭉개기 위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사제가 바위의 질량을 다시 늘린 것인지 하늘로 치솟았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큭!”
강신은 그대로 디디고 있는 바위를 발로 찼다.
그 덕분에 바위보다 먼저 지면에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는 집채만 한 바위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까지 강신이 부쉈던 바위와는 확연히 다른 크기였다.
‘부수기도 전에 바위에 깔릴 거야.’
그냥 깔려도 죽을 것 같은 무게의 바위에 질량까지 높였으니, 아무리 보호 장비가 좋다고 하더라도 짓눌리는 무게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었다.
지금 당장 벗어나려고 해도 바위의 크기가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쯧, 아껴두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강신이 초록빛이 맴도는 왼손을 말아쥐고는 허리춤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빠르게 오른발을 내딛고는 그대로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내질렀다.
쾅!
강신의 주먹이 그대로 바위와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바위는 부서지기는커녕 그대로 강신을 삼켜버렸다.
쿵!
바위가 지면에 떨어지자 육중한 소리와 함께 작은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사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음침하게 웃었다.
“후후후…. 저 바위를 부수려고 주먹질을 하다니, 차라리 지면에 공간을 만드는 편이 나았을 텐데, 정말로 멍청하긴….”
그녀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자신이 던진 바위에 깔리면 인간이 아니라 U.M.A라 하더라도 멀쩡할 수가 없었다.
“무리하긴 했지만, 마지막에 서 있는 건 나야. 후후…. 조금만 쉬다가 도망친 쥐새끼들도 마저 잡아야겠군, 그전에 놀고 있는 신도들을 모아야겠어.”
강적을 아슬아슬하게 해치운 것이 그렇게도 좋은 것인지, 사제는 계속 미소를 유지했다.
그렇게 사제는 잠시 앉아서 체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쿵.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렸다.
“음?”
사제는 주변을 둘러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불타고 있던 요트가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소린가?”
쿵.
아니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그곳이 아니었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자신의 뒤쪽이었다.
“잘못 들었나?”
자신의 뒤쪽에는 자신이 뒤집은 바위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쿵!
사제의 고개가 삐걱거리며 자신이 뒤집은 바위를 바라봤다.
“에이…. 설마….”
그리고 이내,
쾅!
바위였던 파편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히이익!”
털썩!
사제가 괴상한 비명과 함께 깜짝 놀라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사이 바위에 파묻혔던 강신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 어떻게?”
사제는 강신이 깔려있던 바위에서 빠져나온 것은 둘째치고 어째서 저렇게 멀쩡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런 그녀의 의문을 풀어줄 마음이 없었다.
강신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아찔했던 바로 전 상황을 떠올렸다.
‘진짜 죽을 뻔했네.’
강신이 생각한 방법은 단순했다.
떨어지는 바위를 왼쪽 건틀릿이 가진 부패의 힘으로 파괴해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조금씩 뚫으며 탈출하려고 했다.
호흡이 되지 않겠지만 소모형 보호 장치의 기능을 강제로 작동시키면 부족한 산소를 얻을 수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으리라 판단했다.
바위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워 왼쪽 손에 무리가 가긴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였다.
문제는 녹색 건틀릿과 바위가 부딪힌 곳에서 일어났다.
녹색 건틀릿과 닿는 것은 모든 것이 부패한다.
설명하기 쉽게 부패라고는 말했지만 사실 닿는 물질마다 적용되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생명체에게 사용하면 부패하였고 금속에 사용하면 부식되었다.
그렇다면 바위 같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풍화될 줄 알았는데….’
아니, 정확히는 풍화되는 것이 옳았다.
이미 바위로 실험했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바위는 이전 실험과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
‘설마 녹아내릴 줄이야….’
가루가 되어야 할 바위가 마치 용암에 닿아 녹아버린 것처럼 초록빛을 띠며 흘러내렸다.
그렇게 흘러내린 액체는 누가 봐도 몸에 좋을 것 같지 않았다.
실제로 그 녹색 액체에 닿은 부분이 마치 산성 용액에 닿은 것처럼 녹아내렸다.
평소라면 당연히 피했겠지만, 강신에게 허락된 공간은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바위에 깔릴 것인지 액체를 뒤집어쓸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결국, 강신이 선택한 것은 바위에 깔리는 것이 아닌 그 자리에서 그 액체를 뒤집어쓰는 것이었다.
‘보호 장비에 내산성이 있긴 했지만, 과연 버텨 줄 수 있을지는 도박이었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보호 장비가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녹색 액체가 강신에게 쏟아지는 순간, 의외의 장비가 강신을 보호해 주었다.
‘렙틸리언이 사용했던 보호막 장치.’
권영식은 보호막을 이루는 에너지가 특별한 것이라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며 설명했었다.
강신은 지금도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보호막을 이루는 에너지는 산성 용액에 탁월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일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산성 용액은 보호막을 타고 흘러 바닥을 녹이며 사라졌다.
그렇게 강신은 녹색 건틀릿을 사용하며 바위를 녹이고 용액이 흐를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주먹질했고 결국 지상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은 사제는 강신을 괴물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으며 입에서 얼빠진 소리를 냈다.
“흐에….”
사제는 싸울 힘이 없었으며 강신의 멀쩡한 모습을 보고 완전히 전의를 잃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