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98
597화
딱히 송기덕이 실수를 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숲속에서 거대한 나무 몇 그루가 쓰러지고 있는 것을 본다면 송기덕은 구역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뿐이었다.
“이거 어쩌죠?”
카밀라가 조마조마한 눈으로 바라보자, 강신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긴요, 어쩔 수 없죠.”
강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바로 나서야 할 줄은 몰랐지만, 자신의 역할이 작전의 빈틈을 메꾸는 백업이었으니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 송기덕과 똑같이 움직인다고 해도 엔젤 주변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움직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강신은 송기덕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시선을 끌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강신은 배낭을 풀어 배낭 속에 들어 있는 비상식량과 수통을 꺼내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평범한 물과 맛없는 비상식량이었지만 구역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고급 호텔의 음식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고 자기도 모르게 정해두었던 양보다 더 먹게 되었지만, 중간에 자제할 수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부터는 뭔가 먹을 시간도 부족할 테니까.’
칼로리와 수분을 충분히 보충한 강신은 내려놓았던 배낭에서 필요한 장비들을 품속에 넣고는 대기하고 있는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두 분은 인원이 빠지기 시작하면 제가 따로 신호하지 않아도 바로 움직여주세요.”
강신은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이 있었던 작은 언덕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뛰어 내려갔다.
엄청나게 눈에 띄는 행동이었지만, 애초에 지금 강신의 역할은 시선 끌기였으니, 나쁘지 않은 행동이었다.
강신이 숲도 아닌 평지에 나타나자, 엔젤 주변에 있는 광신도들이 침입자를 발견하고는 술렁였다.
“흐어…. 저거? 잡아?”
“잡으면…. 흐이, 천사님이 나에게 더 좋은 천국을 보여주실지도 몰라….”
“그럼…. 나도 나도 잡을래!”
술에 취한 것처럼 횡설수설하는 광신도들이 강신을 잡기 위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러면 조금 더 자극해 봐야겠는데….’
어째서 광신도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강신은 저들이 움직이게 만들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강신은 카밀라에게 건네고 남은 테르밋 반응 소이폭탄을 조심스레 꺼내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펑! 화르륵!
폭발 범위는 넓지 않았지만, 소이폭탄은 빠르게 연소하며 빛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주변을 불태웠다.
평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변에는 풀들이 자라 있어서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불이 번지자, 상황을 지켜보던 광신도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허으, 저기, 이단자가! 우리의 파라다이스를 파괴하려 한다….”
“뭐? 파라다이스를….”
“죽여!! 이단자를 죽여어!!”
“여긴…. 우리만의 천국이야…. 그 누구도 이곳을 파괴할 수는 없어….”
움직이지 않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교적 정신이 멀쩡한 이들은 파라다이스에 불을 지른 강신을 쫓았지만, 구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들은 강신을 쫓다 말고 강신이 피워낸 불꽃으로 관심을 돌렸다.
“흐에…. 불, 이뻐….”
“따뜻해….”
“기분이 좋아.”
그저 불타는 것을 바라만 보는 것은 상태가 좋은 축에 속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불에 들어가 자신의 몸을 불타고 있는데도 비명은커녕 기분이 좋다고 지껄이는 이들도 있었다.
소이폭탄 하나에 처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숫자의 광신도들이 움직이자, 엔젤 주변을 가득 메웠던 자리에도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좋아, 이 정도면 하린이와 카밀라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겠지.’
시선을 충분히 끌었지만, 여기서 강신이 사라지면 그 구멍 난 곳은 금방 복구될 것이 분명했기에 강신은 일정 거리를 벌리고는 도주하는 것을 멈추고 바로 자세를 잡고 전투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광신도를 향해 오른쪽 주먹을 내질렀다.
가장 먼저 다가오던 광신도는 강신이 내지른 주먹질에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내어주었다.
퍽!
강신이 내지른 주먹은 정확히 광신도의 명치를 타격했지만, 광신도는 고통이 아닌 쾌감을 느낀 듯 몸을 부르르 떨고는 미소를 지으며 강신에게 엉겨 붙어왔다.
“으앗.”
당황한 강신이 엉겨오는 광신도를 밀치고는 뒤로 크게 물러났다.
‘젠장, 방심하면 안 되겠어.’
강신은 광신도들이 다쳐도 자신에게 달려올 것이라는 걸 다시금 자각했다.
강신이 밀친 광신도는 눈이 뒤집혀 자신의 입은 상처는 무시하고는 끈질기게 강신을 향해 붙어왔다.
강신은 그런 광신도를 떼어내고는 다시금 뒤로 빠지려고 했지만 어느샌가 다른 광신도들이 도착해 그런 강신을 붙잡으려 했다.
강신은 오른손과 발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그들을 때리고 밀고 넘어트렸다.
퍼버벅! 퍽! 쿠당탕!
분명 때리는 것은 자신인데도 강신은 이상하게 자신이 몰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흐….”
“아흐…. 기분이 좋아.”
때리고 넘어트려도 광신도들은 꿋꿋하게 일어나 강신을 향해 달려들었고 강신은 그런 그들을 보며 단순한 타격만으로 저들을 막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강신이 힘 조절에 실패해 뼈가 이상한 쪽으로 돌아간 광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쩔뚝거리며 다가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죽음이 두렵지 않은 불사의 군대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광신도들이 전투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이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은 전투에 적합하지 않았고 어리숙하게 느껴졌다.
고통이 쾌감으로 느껴 억지로 몸을 비집어 넣는 것만 아니라면 충분히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강신에게 다가오는 광신도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럴수록 엔젤 근처의 인원들이 적어졌지만 그만큼 강신의 부담도 더해졌다.
이 상황을 타파할 가장 편한 방법은 이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왼손을 내지른다면 강신에게 이들을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광신도들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사람들을 U.M.A에게 공양한 이들로 죽어 마땅한 이들이었다.
악한 이들이었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을 죽일 수 없어.’
누군가 본다면 답답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을 죽일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강신은 광신도와 싸우고 있긴 했지만 사실 강신의 몸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구역의 영향을 받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철인적인 정신력으로 참고 또 참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광신도들이 고통을 쾌락으로 느끼는 것처럼 강신 또한 광신도를 공격할 때마다 쾌락에 몸서리 쳐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광신도를 살해한다고?
‘어쩌면 살인에 중독될지도 몰라.’
사람을 죽이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순간 뭔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구역을 벗어난다면 쾌락에서 벗어나긴 하겠지만, 그 후유증은 강신을 따라올 가능성이 컸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쾌락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거부감이 줄어들지도 몰라.’
얼핏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거부감이 들지 않게 된다면 살인 자체를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며, 굳이 죽일 필요가 없는 사람을 아무런 죄책감과 거부감 없이 살해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지금의 강신은 일반인을 아주 쉽게 죽일 수 있는 무력이 있었으니 더 문제였다.
그러니, 살해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제압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지금 광신도들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망가트린다고 해도 온몸으로 기어서 올 기세였다.
헥사곤 바인더 같은 포획용 장비가 있긴 했지만, 그런 물품을 사용하기에는 광신도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지금 강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광신도들을 적당히 상대하면서 잡히지 않게 술래잡기를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후…. 어쩔 수 없지.’
그렇게 강신은 잡히면 죽는 죽음의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강신이 광신도에게 쫓기는 동안 숲속에서 난동을 피우던 송기덕은 의외의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왜 이것밖에 안 와?’
자신이 맡은 역할은 광신도들을 끌어들여 일행들이 수월하게 다른 임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분명 커다란 나무를 몇 개나 넘어트리고 주변에 있는 인간을 잡아먹는 식물들을 모조리 파괴했음에도 나타난 광신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적은 수였다.
‘문제가 생겼군.’
구역 내부에서는 통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강책임님이 백업을 봐준다고는 했지만….’
강신이 나섰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송기덕도 나름 자존심이 있었다.
자신의 임무를 달성하지 못해 남이 대신 그 임무를 수행한다니, 현장 요원에게 이보다 굴욕적인 것은 없었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 내가 소란을 피워도 광신도들이 오지 않는 거야.’
그렇다면 계속 이곳에서 난동 부릴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광신도들은 오지 않을 테니까.
임무 실패가 확실해진 상황, 원래라면 지금 이 구역을 탈출하는 것이 옳았지만, 송기덕은 그러지 않았다.
‘임무는 실패했지만, 화풀이라도 해야겠어.’
송기덕은 밍기적 걸어오는 광신도들을 피해 몸을 숨겼다.
자신을 찾다 못 찾으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만, 그 부분은 강신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광신도들이 사라지자, 송기덕은 들고 있던 무기를 배낭에 잘 고정하고는 배낭에서 파이어 스타터인 마그네슘 스틱을 꺼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는 마른 풀들을 손으로 비벼 보풀로 만들었고 그 위에서 스틱을 긁어 불똥을 떨어트린 후 숨을 불어 넣자, 금세 불이 붙었다.
송기덕은 그 불이 꺼지지 않게 작은 가지나 불에 잘 타는 것들을 집어넣어 불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거대한 나무를 올라서 가지를 꺾고 내려왔다.
가지라고 했지만, 나무가 큰 만큼 가지 또한 두꺼운 송기덕의 팔만했다.
가지의 끝부분에 가지고 있는 천 조각을 둘둘 말았다.
‘기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지.’
급조로 만들어진 횃불에 불이 붙자, 송기덕은 불이 붙은 횃불을 들고 그대로 숲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숲에서 횃불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송기덕의 목적이 무엇인지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송기덕은 들고 있는 횃불로 일정 간격마다 불을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씨를 퍼트리기 시작하자, 송기덕이 있던 숲은 순식간에 화마로 뒤덮였다.
“후후후! 그래 불타라! 다 불타버려!”
처음 시작은 분명 화풀이였지만 숲을 불태운 이후 구역의 영향을 받아 태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 송기덕이었다.
다행히도 그런 광기 어린 그의 모습을 본 일행은 없었기에 다행히도 흑역사가 남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