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99
598화
송기덕이 방화광에 빙의하기 전, 강신이 광신도를 유인에 성공해 틈을 만들어주자, 신하린과 카밀라도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하린은 모습을 감추고 제단 위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남자를 상대하기 위해 이동했다.
카밀라는 엔젤에게 접근하기 위해 환락의 집단인 것처럼 이 구역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광신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녀들의 임무 중 누구의 임무가 더 중요하다고 묻는다면 당연히 교단의 주요 인물을 납치하는 신하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신하린은 지금 상황에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이번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번 작전 자체가 실패로 점철되어 버릴 테니까.
그녀는 이런 중압감은 정말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예전에 첩보부에서 일할 때는 임무마다 느꼈던 것이었으니까.
‘지금도 할 수 있어.’
그녀는 평소처럼 자기 최면과도 같은 다짐을 하며 은신 상태에서 인파를 피해 조금씩 제단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제단에 가까워지자, 제단 위에서 홀로 떠들던 남성이 하는 말들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신에게 제물을 바쳐라! 그리하면 신은 너희에게 영원한 행복을 줄 것이다! 모든 고통과 슬픔에서 해방되어 영생을 살 수 있는 천상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천상의 전초기지에 불과하다!”
사이비가 종교를 전파하는 것처럼 남성은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으며 엔젤과 파라다이스를 찬양하며 신도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현재 파라다이스에 침입한 이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더 들어볼 필요도 없겠네요.’
혹여나, 남성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듣고 있었지만 괜한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신하린은 제단에 접근해 주변을 살피며 위험 요소를 빠르게 파악했다.
‘제단 위에 따로 숨은 인원은 없어.’
분명 눈앞에 있는 남성은 교단의 주요 인물일 텐데도 너무나 무방비했다.
오죽했으면 신하린은 그가 미끼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선망 어린 시선과 다른 이들에 비해 구역의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은 이 교단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주요 인물인 것은 틀림없었다.
주요 인물이라고 확실하게 판단이 서자, 신하린은 곧바로 그를 납치할 준비를 했다.
‘내가 늦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다른 분들의 부담이 높아질 테니까, 최대한 서둘러야지.’
그래도 괜히 조급한 마음에 실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신하린은 임무 중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깊숙이 가라앉혔다.
‘재능을 가진 인간일 수도 있으니, 우선은 가볍게.’
신하린은 은신한 상태에서 자신의 피가 섞인 단검을 꺼내 양손에 쥐고는 종교적 이념을 설파하는 남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바로 앞에서 은신을 풀고 그대로 남성의 손목과 발목의 힘줄을 빠르게 베어냈다.
핏! 핏! 핏! 핏!
서걱!
불의의 습격이라고는 하나 한 교단을 이끄는 중역이 신하린의 공격에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내어주었다.
신하린은 단검이 살을 가르는 느낌이 들자, 결과를 확인하지도 않고 곧바로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자,
푸싯!
뒤늦게 광신의 몸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크히잇!”
뒤늦게 몸에 상처가 났다는 것을 안 남성이 비명과 신음이 섞인 소리를 내뱉었다.
표정 또한 쾌락에 찌들어 있는 표정이었다.
신하린은 그런 불쾌한 표정보다 힘줄을 가르며 쾌락을 느낀 것에 대해 인상을 찌푸렸다.
‘손맛이 너무 좋은데.’
계속 베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지만, 그녀는 은신을 유지하고 인내했다.
신하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고착 몇 초에 불과했고 쾌락에 취한 광신도들이 할 수 있는 건 어리둥절하게 제단 위를 바라보는 것밖에 없었다.
광신도들은 분명 침입자가 제단 위의 남자를 공격한 것을 봤음에도 마치 제단 위는 올라오지 못하는 것처럼 올라올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하긴 했지만, 현재로서 신하린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구 썰고 싶다는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킨 신하린은 생각했다.
‘딱히 특별한 능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은 것 같고…. 그냥 이대로 바로 납치해도 되겠는걸?’
하지만 그때 고통을 쾌락으로 느껴 웃고 있는 미친 광신도의 몸에서 이변이 생겼다.
“히히힛! 아파, 아프다고!”
부글부글.
아프다고 떠들고 있었지만, 신하린에게 베인 힘줄 부분이 피거품이 일더니, 흐르던 피가 멈추고 베였던 곳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처가 사라졌다.
역시나 제단 위에 있던 남자는 일반적인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재생…. 인가?’
신하린은 예전 임무 중 재생의 재능을 가진 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몸을 재생시키는 이는 처음 봤다.
보통 재생의 재능은 아무 징조도 없이 살이 붙거나 메워지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피가 끓는 것처럼 보였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피와 관련된 재능을 가진 것 같았다.
‘재생은 부가적인 능력일 수도 있겠네.’
신하린은 많은 현장 경험을 되살리며 눈앞에 남성을 어떤 식으로 납치할지 구상했다.
그녀가 이리 한가로이 계획을 짤 수 있는 것은 눈앞의 남성이 누군가의 습격을 받았음에도 어떤 경계도 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저런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그러다 문득 강신이 자신을 따로 불러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환락의 집단은 약쟁들이야, 약쟁이들에게 상식은 통하지 않지, 그러니까 평소처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움직여.
강신은 이전에도 몇 번이나 환락의 집단은 어떤 논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으며 강신은 그것을 기반으로 작전을 세웠다.
‘저 행동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이 없는 거라면?’
눈앞에 있는 남성이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싸워야 하는 게 아니라 단순하게 납치만 하는 것이라면 남성의 재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하는 건가?’
작은 실수 하나가 작전 실패로 이루어지는 첩보 현장에 익숙한 신하린에게 위협 요소가 되는 부분을 무시하고 달려들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팀장님을 믿어 보자.’
언제나 과정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결과로 답했던 강신이었다.
신하린은 의지를 굳히고는 들고 있던 단검을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지금 상황에서 단검으로 저 남성을 베어봐야 상처를 금방 치료할 것이 분명했으니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는 강신이 나눠주었던 자신의 피가 조금 섞인 응축된 죽은 피를 꺼냈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신하린은 어느새 상처를 모두 재생하고 아무렇지 않게 제단 아래에 있는 이들에게 소리치는 남성에게 접근했다.
“이번 일만 끝난다면 우리는 이보다 더 좋은 파라다이스를….”
그를 보며 신하린은 생각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파라다이스에 침입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지금 주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또한, 뭔지 모를 공격에 당해 손목과 발목이 베이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계속 저러고 있는지 신하린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그냥 납치하는 것만 생각해야겠어.’
이해를 포기한 신하린이 은신을 풀었고, 품속에 있던 응축된 죽은 피를 감싸고 있는 케이스를 열어 그 안에 있는 작은 결정체를 바닥에 던졌다.
남성의 발밑으로 떨어진 결정체가 진동했다.
‘포탈이 열리기 전까지 시간이 필요해.’
신하린은 혹여나 눈앞에 있는 남성이 도망칠까, 손으로 그의 멱살을 잡고 오른발로 다리를 차서 균형을 흩트렸다.
퍽! 으득!
‘이런.’
단순하게 균형만 흩트리기 위한 공격이었지만, 구역의 영향을 받아 힘 조절이 잘못되었는지, 남성의 다리에서 불길한 소리와 함께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졌다.
“쿠히잇!”
부러진 것이 확실함에도 남성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신음과 비명이 섞인 비음을 내뱉었다.
조금 과하게 손이 나갔지만, 이 정도는 상정 내였기에 신하린은 큰 동요 없이 균형을 잃은 남성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려찍었다.
쿵!
“크헥,헥….”
바닥에 찍혔음에도 쾌락에 부르르 몸을 떠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자, 신하린은 남성을 잡은 오른손을 그대로 고정하고는 왼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짝.
평소라면 정신이 번쩍 들었겠지만, 지금 느껴지는 것은 그저 쾌락뿐이었다.
“흐히힛? 솔직히 기분이 좋으시죠?”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묻자, 신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뭔가 마음이 흔들렸다.
구역의 영향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 남자를 잡고 있으니 영향을 더 받게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왜 참는 겁니까? 애초에 참을 이유가 있습니까?”
신하린은 그 남성의 말을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마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같았다.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귓속에 그의 목소리가 또박또박 박혀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매 순간이 고통스러운 바깥보다는 평생 이런 쾌락을 느끼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남성이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신하린은 이런 어이없는 궤변에 자신도 모르게 혹하고 있었다.
“힘들게 아등바등 살아봐야 뭐합니까?”
신하린은 자신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에 흔들리고 있는 것에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대로 계속 저 남성의 이야기를 들었다가는 위험하다고 판단되었다.
‘포탈은 언제 열리지?’
응축된 죽은 피의 양이 적어서일까, 진입할 때 열린 포탈보다 팽창하는 속도가 느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닥에 짓눌린 남자는 지면에 팽창하고 있는 포탈을 눈으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남성의 유혹은 계속되었지만 신하린은 그 유혹을 참고 또 참아냈다.
그러는 동안, 제단 아래에 있는 이들은 그 누구도 제단 위로 올라오지 않았지만, 현재 신하린은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빨리, 빨리.’
마음이 동요가 커질수록 신하린은 포탈이 빨리 열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포탈이 완전히 열렸다.
실제로 포탈이 열리는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인내하고 있는 신하린에게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신하린에게 붙잡혀 있는 남성이 뒤늦게 포탈을 확인하자 두 눈이 사정이 없이 흔들렸고 이상 반응을 보였다.
“흐…. 흐익! 시…. 싫어!”
방금까지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베이고 때려도 쾌락만이 느끼던 그의 눈에서 처음으로 두려움이 엿보였다.
“하…. 하지 마, 제발! 나를 밖으로 데려가지 마!”
그는 응축된 죽은 피로 만든 포탈을 처음 보는 게 아닌 것처럼 보였고 깔보듯 말하던 신하린에게 애원했다.
그 말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지만 애원하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신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을 뻔했다.
하지만 이내, 이가 깨질 듯 이를 악문 신하린이 그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그의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포탈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신하린은 구역에서 빠져나가 자신의 임무를 달성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