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2
601화
카밀라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많은 죽음을 직접 눈으로 봐왔지만, 자신에게 닥쳐온 죽음에 태연할 순 없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닥쳐온 죽음을 직접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눈을 감았다.
죽음이라는 것이 자신에게도 찾아올지 전혀 몰랐으니까.
그런 죽음의 공포는 생명체에게 공평하게 다가왔다
그러니, 카밀라의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것도 당연했다.
무서웠지만, 카밀라는 이곳에서 탈출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는 않았다.
지금 자신이 한 일들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덜덜….
손을 넘어 몸 전체가 떨려오기 시작했고 죽음의 공포에 잡아 먹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자, 카밀라는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쥐어 손 떨림을 억제했다.
‘추하게 목숨을 구걸할 바에 자긍심을 가지고 울프팀 소속으로 죽겠어.’
카밀라가 이내, 각오를 다지고 이를 악물고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보기 위해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카밀라의 눈앞에는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컹!
콰드득.
거대한 검은색 개가 자신을 쫓던 줄기를 물고 있었고, 길을 막고 있던 줄기들이 썩은 것처럼 힘을 잃고 축 처져 있었다.
“작전 지역에서 졸고 계시다니,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작전 지역에서 졸면 위험합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장난스럽게 들려왔고 카밀라의 고개가 무섭게 돌아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발견한 카밀라가 혹시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상을 쓰며 그 남자의 이름을 불러봤다.
“강책임님?”
“네, 접니다. 카밀라, 혼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 강신의 주변에는 썩어서 바닥에 늘어진 줄기들이 늘어져 있었다.
* * *
광신도의 유인을 맡고 있던 강신은 광신도를 상대하면서도 일행들이 무엇을 하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서 송기덕이 있는 곳에서 불이 번지는 것도 신하린이 아주 쉽게 제단 위에 있는 주요 인물을 납치하는 것 역시, 그리고 제단 위에 있던 남성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주요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도 모두 알게 되었다.
카밀라가 진실을 파악하고 충격을 받았듯이 강신도 엔젤이 사람을 조종해 구역을 관리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는 카밀라가 생각했던 것처럼 어떻게 해서든 엔젤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신도들을 따돌리고 엔젤에게 접근하려 했지만, 갑자기 거대한 줄기가 지면에서 튀어나와 공격해왔다.
강신에게 줄기를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줄기가 자신을 노리고 공격하는 것을 이용해 따라오던 다른 광신도들을 가볍게 처리한 강신은 계속 공격해오는 줄기를 처리하고 카밀라의 뒤를 쫓으려고 했다.
아직 왼손의 건틀릿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으니, 부패를 사용한다면 엔젤의 줄기라도 쉽게 파괴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렇게 강신이 막 줄기를 공격하려나 찰나, 자신을 쫓던 줄기가 갑자기 힘을 잃고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심지어 자신을 공격했던 줄기뿐만이 아니라 숲에서 난 불을 끄기 위해 움직이고 있던 다른 줄기들도 힘을 잃고 바닥에 추락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고 강신은 엔젤의 몸에 뭔가가 일어났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그래도 강신은 선뜻 엔젤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송대리님처럼 엔젤에게 눈을 떼지 못해 움직일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자신을 쫓던 줄기는 처리했지만, 아직 광신도들은 남아있었으니, 그런 상황이 닥치면 위험한 것은 당연했다.
‘엔젤의 본체에 타격을 준 것 같긴 한데….’
분명 카밀라가 엔젤의 본체에 불을 지르는 것에 성공했을 터였다.
하지만 엔젤을 완전히 쓰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엔젤이 쓰러졌다면 엔젤이 만든 이 구역이 이렇게 멀쩡할 리가 없을 테니까.
‘쾌락이 조금 덜해졌어.’
계속 똑같이 유지되었던 쾌락이 조금 덜한 느낌이긴 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지금이 엔젤을 잡기에는 가장 좋은 순간일지도 몰라.’
그래서일까, 강신의 고민을 길지 않았다.
‘우선 엔젤을 보지 말고 접근하자.’
원래라면 강신이 있는 곳부터 엔젤이 있는 곳까지 수많은 광신도가 앞을 막아섰겠지만, 힘을 잃고 지면으로 떨어진 거대한 줄기가 길을 만들어 주었으니, 움직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구역에 취한 광신도들이 줄기 위로 올라오기는 힘들 테니까.
강신은 바로 줄기 위로 올라가 그대로 엔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중간에 줄기가 지면 아래로 이어진 곳에서는 초코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찾고 광신도들을 날려버렸다.
그 이후 다시 지면이 흔들리고 추가로 줄기가 등장했지만, 그 줄기들은 강신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뭔가 초조한 듯 다른 뭔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줄기의 동작에 강신은 그 줄기들이 찾고 있는 게 엔젤에게 피해를 준 누군가라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지금 엔젤에게 피해를 준 이는 딱 한 명이었다.
‘카밀라.’
엔젤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 카밀라를 찾고 있었다.
강신은 초코에게 줄기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안내해달라고 부탁하고 줄기의 뒤를 쫓았다.
거대한 줄기가 계속 카밀라는 찾는 모습에 강신은 아직 카밀라가 구역을 빠져나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위험하면 바로 탈출하라고 했는데….’
초코가 그림자에서 지시하는 방향으로 달리길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람의 사체가 떨어졌고, 그 지점에 있는 엔젤의 밑동도 함께 보였다.
엔젤의 본체를 본 강신은 아차 했지만, 이상하게도 송기덕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를 본 것이 아니라서? 아니면 그만큼 힘이 약해진 건가?’
원인은 몰랐지만, 덕분에 강신은 제약 없이 움직일 수가 있었다.
강신은 화난 듯 카밀라를 노리며 지면을 찍어대며 접근하는 줄기를 초코에게 맡기고는 카밀라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막고 있는 줄기를 향해 왼손 정권을 날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카밀라가 눈을 뜨고 본 모습이었다.
“강책임님……. 지금 제 모습을 보고 농담이 나와요?”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을 환기하려고 했던 농담에 카밀라가 정색했지만, 그녀의 입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무 늦었잖아요. 정말 죽을 뻔했다고요.”
카밀라가 투덜대자, 강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최대한 빨리 온다고 왔는데요, 그보다 카밀라는 이곳에서 먼저 나가시죠.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평소라면 강신의 말대로 따랐을 카밀라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끝까지 보고 같이 나갈래요.”
평소와 다른 태도에 강신이 카밀라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카밀라가 머리를 긁적이며 핑계를 댔다.
“어차피 위험했던 줄기는 지금 다 해결한 거잖아요? 엔젤도 조금만 더 태우면 끝이고 같이 나가면 응축된 죽은 피도 아낄 수 있으니까….”
강신은 카밀라가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긴 하네요. 뭐, 그리고 제가 이상해지면 카밀라가 도와줄 수도 있으니 나쁘지 않겠네요.”
“마, 맞아요! 혹시 모르니까, 끝까지 있을게요.”
“알겠습니다. 대신 뒤처지지 않게 따라와야 합니다. 이 근처 있던 광신도들은 엔젤이 벽으로 사용했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광신도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 방심하지 말고요.”
“알겠으니, 빨리 가요.”
카밀라가 재촉하자, 강신은 초코가 잡은 줄기를 마저 부패시키고 엔젤을 불태우기 위해 움직였다.
엔젤이 격렬한 저항이라도 할 줄 알았지만, 더는 꺼낼 줄기도 주변을 막아줄 광신도도 없었기에 엔젤은 무력하게 강신과 카밀라가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걸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상정하지 못한 것이겠지.’
애초에 엔젤이 만든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영향을 받으며 엔젤을 바라보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렇게 침입자가 자신의 몸을 태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자신의 줄기를 막 사용한 것도 그렇고 주변에서 몸을 던져 막아줄 광신도들까지 아무렇게나 다뤘으니, 지금 상황은 엔젤이 초래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강신과 카밀라는 바로 구역을 탈출하지 않고 엔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엔젤이 불타는 것을 구경했다.
“와…. 정말 잘 타네요. 그보다 강책임님은 괜찮아요?”
“네, 힘이 약해진 것인지, 이제 구역의 영향은 매우 약해진 것 같습니다.”
구역의 힘이 약해지자, 제정신을 차린 광신도들이 엔젤의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움직였지만 이미 거대한 몸 전체에 불이 옮겨붙어 불을 끌 수가 없었다.
이미 파라다이스의 쾌락에 중독된 이들은 파라다이스를 잃는다는 공포에 불타는 엔젤을 향해 몸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지만, 강신은 그런 것까지 신경 써 주고 싶지 않았다.
“정말 잘 타네요.”
엔젤의 전신을 불태우는 소리는 마치 소리 없는 엔젤의 비명과도 같았다.
그렇게 엔젤이 완전히 불타자, 엔젤이 만든 구역에도 이상이 생겼다.
쩌적!
마치 유리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균열은 구역 전체로 퍼졌고 이내,
쨍강!
균열이 간 모든 곳이 깨지며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준비하세요.”
“네.”
주변이 무너져 내리자, 이미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강신은 보호 장비의 의태 기능을 사용했고, 카밀라는 미리 준비한 위장천을 둘러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 그들이 다시 눈을 깜빡였을 때, 그들이 있는 곳은 파라다이스가 아닌 강신과 일행들이 구역으로 진입했던 돌섬이었다.
강신과 카밀라가 무너진 구역에서 나왔듯, 이미 죽은 이들과 엔젤이 기르던 식물은 구역에서 나오지 못했지만, 몸이 멀쩡한 광신도들도 외부로 나왔다.
구역이 상당한 넓이를 자랑해서인지, 돌섬은 많은 인파로 좁아 보일 정도였다.
구역에서 빠져나왔으니, 당연히 구역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광신도들은 파라다이스가 무너졌다는 것에 대부분 바닥에 엎드려 절망하고 있었다.
“아…. 안돼…. 우리의 파라다이스가….”
“도대체 왜!”
“우리의 평온은 이제 영원히 사라졌어….”
그들이 있던 곳이 미확인 생물체의 입안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파라다이스를 파괴한 이를 원망할 뿐이었다.
강신과 카밀라는 모습을 감추고 조용히 그곳에서 벗어나 은신처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주요 인물을 데리고 탈출한 신하린과 숲에 불을 지르며 난동을 피웠던 송기덕이 이미 도착해 있었으며 이순자는 물론 출발할 때 정신을 잃었던 지원 요원들까지 정신을 차리고 강신과 카밀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밀라! 늦게 나오길래 걱정했어요.”
“후후. 하린씨, 이번에 제가 뭘 했는지 들으면 깜짝 놀라실걸요?”
신하린이 강신과 같이 은신처로 들어오는 카밀라를 보며 매우 반갑게 맞아주자 카밀라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강책임님도 고생하셨어요.”
“저보단 카밀라가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보다 먼저 하린이와 탈출한 광신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아…. 그 사람이요. 일단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사제들과 함께 격리해 두긴 했는데, 조금 문제가 있어요.”
이순자가 구석 한쪽 편을 가리키자, 강신은 그제야 신하린이 납치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이순자가 문제가 있다고 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