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3
602화
“그르륵….”
구역 내부에서는 그렇게나 활기찼던 남성이 이곳에서는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음? 금단현상? 그건 아닐 텐데….”
구역을 벗어나면서 금단현상이 생긴다면 다른 이들도 저 남성과 같은 반응을 보여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구역이 무너지고 외부로 나온 강신이 봤던 광신도들은 그저 파라다이스를 잃었다는 것에 절망했을 뿐,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진정시키기 위해서 급한 대로 가지고 있는 진정제를 놓았는데도 저러더군요. 특이한 것은 격렬하게 발작을 일으키고 있지만, 몸 상태는 매우 건강하더군요.”
더는 조치할 수 있는 게 없자, 이순자는 광신도를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강신은 저 광신도가 환락의 집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더는 저 광신도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렇게 발작을 일으키는데, 그냥 이곳에 버리고 가기도 조금 마음에 걸렸다.
강신은 의사가 아니었기에 저 광신도가 어째서 저런 증상을 보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일단 상황은 계속 지켜봐 주세요, 저희가 철수할 때, 회사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바로 전문가에게 보여주는 것.
강신이 지시를 내리자,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이순자가 품속에서 헥사곤 바인더를 꺼내, 발작하고 있는 남성에게 던져 강제로 몸을 고정했다.
그러는 사이, 장웨이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강신은 장웨이를 보자마자 물었다.
“돌섬의 상황은 지금 어떻습니까?”
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이곳을 지키고 있는 함대를 무력화하긴 했지만, 강신이 구역에 들어가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 시간 동안 함대는 어느 정도 피해를 복구하고 정상화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함대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강신은 일행들과 돌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 다시금 함대에 잠입해야 할지도 몰랐다.
‘한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빠르겠지만 그만큼 적들도 경계 레벨을 올렸겠지.’
하지만 상황은 강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그것도 자신에게 그리 나쁘지 않은 쪽으로….
“지휘하는 사제들이 사라지고 광신도들이 침입자에게 제압당하자, 해적들이 바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간 쌓인 게 많은 것인지, 그들은 자신들을 통제할 사람들이 없어진 것만으로 간단하게 다른 이들을 배신해버렸다.
“원래 해적이 의리라고는 없는 이들이긴 하지만, 얼마나 지났다고 반란을….”
강신은 해적의 반란에 어이가 없었다.
“그만큼 광신도들에게 많이 억압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적들은 반란에 성공하자마자 함 내에 있던 광신도들을 죽여 바로 물고기 밥으로 던져주더군요.”
“해적은 해적이네요.”
처음 그들을 봤을 때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억압당하는 단순한 피해자로 보였지만, 상황이 뒤바뀌자 해적의 잔혹한 본성이 다시금 튀어나온 것이다.
해적이란 본디 바다의 약탈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이들이었으니까.
함선을 빼앗은 해적들은 선내의 광신도들을 모두 처리하고는 자신들을 광신도에게 팔아버린 전 선장에게 복수하겠다며 돌섬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해상 지원을 불렀습니다.”
“항로는 괜찮겠습니까?”
공중 지원이 아닌 해상 지원이니, 이곳까지 오기 위해서는 특정 항로를 따라와야 했다.
사제 중 하나의 능력으로 돌섬 주변에 바위들이 수면 아래에 보이지 않게 깔려 있어 정해진 항로로 이동하지 않으면 그 바위들과 부딪혀서 배가 좌초될 확률이 있었다.
“네, 괜찮습니다. 바다에 돌을 띄어 놓은 사제와 합의를 봤거든요.”
장웨이의 대답에 강신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광신도가 왜 광신도겠는가, 그들은 자신의 신에 대한 것에는 절대 타협이란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행사를 방해한 이들과 합의를 봤다고 하니, 강신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합의를 보신 겁니까?”
강신의 반응을 보면 장웨이가 뭔가 엄청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저쪽에서 먼저 제의를 해왔습니다.”
“저들이 먼저요?”
“네, 저들은 교단에서 자신들의 처지가 어땠는지 먼저 알려주더군요.”
뭔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묘한 재능을 가진 사제들, 이미 신도들에게 공표한 것이 있어 그들을 교단 내에 기득권층인 사제의 자리로 올리기는 했지만, 그들은 정작 교단에서 평신도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이라 판단되고 있었다.
‘이름뿐인 사제니까, 막일을 시킬 수도 없고 사제 일을 시키자니 재능이 부족하니….’
그러니, 교단 내부에서 그들의 취급 또한 좋을 리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그들은 교단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다.
평신도들이 하는 잡일을 몰래 돕는 것은 물론이고, 교단 내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직접 돌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처지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평신도들은 그나마 그들을 쉽게 대하지 못했지만, 재능을 인정받은 사제들은 그들을 교단을 갉아 먹는 해충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딱히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괴롭히는 건 아니었기에 그들은 나름 자신의 위치에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그 문제는 그들이 직접 만든 문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긴 문제였다.
사건의 발단은 그들이 애정을 갖고 돌보던 아이 중 몇몇이 재능을 일깨우며 시작되었다.
애초에 재능을 개화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모아 관리한 것이었기에 아이들이 재능을 개화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재능을 개화한 아이들은 곧바로 사제의 계급을 달게 되었고, 교단에서는 그들에게 그에 맞는 임무를 주었다.
아이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었지만, 불만이 터진 건 전혀 엉뚱한 곳이었다.
몇몇 아이들이 그들을 돌봐주었던 미묘한 재능의 사제들을 뒤에서 욕하던 선배 사제들을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미묘한 재능을 가진 사제들은 부모, 그 이상의 애정을 품고 있었다.
선배 사제들이 그저 잠시 돌봐준 사제를 욕한 것이 아니라 면전에서 부모 욕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들이받는 것도 당연했다.
단순한 트러블이면 대충 징계를 받고 끝났겠지만, 선배 사제를 들이박은 이들 중 재능이 뛰어난 이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 아이의 재능이 워낙 뛰어났기에 중견급 사제를 들이받고도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러자, 다른 사제들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미묘한 재능을 가진 사제들을 좌천시키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돌섬 주변에 있는 쓰레기 함선의 함대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강신과 치열하게 전투를 이어갔던 여성이 바로 중견급 사제를 들이받아 이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었다.
“성신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하고 모든 일에 협조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결정권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원을 부를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더니, 들어주더군요.”
“그만큼 소속된 교단에서 나오고 싶었나 보군요.”
“네, 그래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자신이 소속된 교단에 큰 애착 따윈 없었다.
단지, 그녀를 돌봐준 미묘한 재능의 사제들이 크툴루를 신으로 믿고 있었기에 교단에서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좌천되었어도 그들의 신앙심은 변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말이 달라졌다.
그들은 교단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의 실책이 알려지는 순간 교단은 그들을 가차 없이 처리할 게 분명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제들은 그녀의 말에 반대하는 것 같더니, 그녀가 설득하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러니까, 저분은 다른 사제들을 살리기 위해서 투항하겠다고 한 거군요.”
“맞습니다.”
강신은 혹시 그녀가 하는 말이 함정을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이런 방법으로 함정을 팔 이유가 없었다.
강신은 가만히 장웨이에게 제의했던 여성을 바라봤다.
연기라고 하기에는 그녀는 불안한 듯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강신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제의를 받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었다.
그야 성신에는 강신이 스카우트하고 만든 심문에 특화된 이들이 있었으니, 그녀가 입을 열지 않아도 그녀가 가진 정보를 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미묘하긴 하지만 재능을 가진 이들과 지형에 따라 전투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꽤 강력한 재능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을 영입할 수 있었으니, 그녀가 한 말들이 함정만 아니라면 결코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그리고 추가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이들을 노린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굳이 찾아갈 필요 없이 찾아오면 우리야 편하니까.’
이미 성신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전쟁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으니, 여기서 사이가 더 나빠진다고 해도 지금과 다를 것이 없었다.
“뭐, 좋습니다. 그녀의 제안을 받기로 하죠.”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여성 사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은신처 외부가 소란스러워졌다.
“마침, 불렀던 지원이 도착했나 보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회사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죠.”
강신의 예상대로 장웨이가 불렀던 멕시코 지부에 있는 성신의 해상 지원이 돌섬에 도착했다.
그들만 도착했다면 탈출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겠지만, 그들은 멕시코 함대와 함께하고 있었다.
멕시코 함대를 본 맥스는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은 잘 몰랐지만, 맥스는 멕시코 해군이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장대리님 저들이 왜….”
맥스가 크게 동요하며 장웨이에게 묻자, 장웨이는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환락의 집단이 뿌리는 약과 미라클은 멕시코 내에서도 큰 문제이니, 도와주기로 했나 봅니다.”
다른 이들이 들었을 때는 꽤 일리 있는 말이었지만, 멕시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맥스는 장웨이의 대답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멕시코에서 약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는 물건들로 멕시코 정부는 육지에 있는 카르텔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
맥스가 뭔가를 더 물어보려고 하자, 장웨이는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댔다.
결국, 맥스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은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훗날 회식 자리에서 취한 장웨이에게 맥스가 이 사건을 물었을 때, 대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아, 그거요? 저희가 탔던 호화요트가 멕시코 대통령님 소유였거든요.
어찌 되었든 강신과 일행들은 멕시코에 있는 성신 지부의 지원과 해군함대의 도움으로 아주 쉽게 돌섬에서 탈출했다.
지상에 도착한 강신은 곧바로 일행들과 사제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