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5
604화
제니는 그 이후로도 생존을 위해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쥐어짜며 강신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중요한 의식이라고 했는데, 그게 어떤 의식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가장 중요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어떤 의식을 어디서 진행하는지 그녀도 아는 것이 없었다.
‘어떤 의식을 할 건지는 대충 예상이 되기는 하는데….’
그들이 하려는 의식이야 뻔했기에 의식 내용은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어디서 진행하는지 모르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단이 의식 준비를 얼마나 진행했는지는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신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방해가 들어와서 진행 준비가 꽤 더뎌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준비한다면 1년? 짧으면 6개월 정도 걸릴 거라 했고요.”
“교단을 방해하는 곳이 많습니까?”
장웨이가 묻자, 제니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 많죠. 매우 많아요. 원래부터 적이 적은 집단이 아니잖아요?”
그녀의 대답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비밀 종교 중 다른 이들에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교단이 바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었다.
그건 그들이 다른 교단에 비해 대외적인 활동이 많았기 때문이고, 꼭 좋은 방향으로 활동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신을 현세에 강림시키기 위해 생명력과 관련된 물건과 U.M.A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했으니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현장으로 나가 U.M.A를 포획하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이 선점한 현장에 난입해 U.M.A를 훔치거나 강탈하기도 했으며, 용병처럼 특정 대가를 받고 고용되어 깽판 치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에게 피해를 봤던 곳이라면 그들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가 듣기로는 요즘은 아마 국가 단위로 압박이 들어온다고 했었죠.”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그들을 대놓고 억압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하는 위법행위들까지 눈감아 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미국에 있는 로비스트를 고용할 금액이 떨어졌다고 들었어요.”
로비가 합법인 미합중국에서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그간 로비스트들을 통해 로비하며 법의 구멍을 잘피하고 있었지만, 의식이라는 것에 사활을 걸기 시작하며 자금이 부족해졌다.
로비스트를 고용하지 못해 의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압박하는 추세라고 했다.
강신에게 그런 그들의 사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강신에게는 기업과 국가들의 방해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하려는 의식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상황 자체가 나쁘지는 않아서 좋네.’
나쁘지 않은 소식에 강신은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언제 의식을 진행할지 몰라 시간에 쫓겨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어진 덕분이었다.
‘그보다 최소 6개월인가….’
물론 강신이 그녀의 말을 완전하게 신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해도 교단의 내부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까.
‘지금처럼 진행하며 방심하지만 말자.’
강신이 제니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듣자, 그들의 처우에 대해 고민했다.
‘제니라 불리는 여성은 성격이 꽤 호전적이었어.’
하지만 그녀와 달리 그전에 잡힌 사제들은 함대를 맡고 있었지만, 그녀보다 호전적이지 않은 성격이었다.
‘정확히는 분란 자체를 싫어하는 느낌인데….’
함대장도 어쩔 수 없이 앉아 있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비록 잘못된 종교를 믿고 있었지만, 그들은 대중적인 종교에 소속된 사제처럼 꽤 경건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그들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제안했다.
“첫 번째는 성신에서 준비한 세이프 하우스에서 안전하고 안락하게 여생을 보내는 겁니다.”
거기에 드는 비용은 당연히 모두 회사에서 부담할 것이며 주기적으로 현장 요원이나 보안 요원들이 순찰할 예정이었다.
성신에서 엄선한 세이프 하우스였기에 광신도들의 보복에서도 자유로울 것이다.
다만, 주기적으로 특정 인물이 그곳을 방문하며 그들을 살필 것이며 그들은 세이프 하우스에서 일정 반경 이상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말이 보호지, 유폐나 다름없는 처지였고 그만큼 답답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으음….”
첫 번째 제안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사제들의 표정이 모두 좋지 않았다.
강신은 그들의 그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다음 제안을 꺼내 들었다.
“두 번째는 성신으로 소속을 옮기는 겁니다.”
“소속을 옮기라는 말은 저희가 믿는 신을 저버리라는 소리인 겁니까?”
강신은 사제의 질문에 당장이라도 당신들이 믿는 신은 허구이며 교단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키며 그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일평생 한 종교를 믿고 살아온 이들에게 그런 말을 해봐야 제대로 와닿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반발만 사겠지.’
그러니, 강신이 할 수 있는 대답은 질문에 대한 대답밖에 없었다.
“네, 믿고 있던 신을 버리고 성신 소속이 되라는 소리입니다.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당신들은 이전 동료였던 이들을 잡는 팀에 소속될 예정입니다.”
이들이 이전 동료들을 잡는 팀은 당연히 휴고가 소속된 폭스팀이었다.
휴고가 그곳에서 감시의 눈을 달고 행동했듯이 이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천천히 인지도와 신뢰를 쌓으면 휴고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제안을 들은 사제들의 표정은 더 좋지 않았다.
그야 믿던 종교를 버리고 동료였던 이들을 붙잡는 일을 시킨다고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것도 마음에 드시지 않나 보군요.”
‘제니는 배신할 생각이었겠지만….’
다른 사제들이 이곳에 있는 것은 교단을 배신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임무에 실패했기에 처리되는 것이 싫어 도망친 것뿐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강제로 교단을 배신하라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다.
하지만 제니는 강신의 생각대로 그들과 달랐다.
“재밌겠네요.”
그녀는 폭스팀에 대해 흥미를 보였다.
“잘하면 대놓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윗대가리들을 들이받을 수 있을 찬스일 지도….”
그녀는 뭔가 흉악한 계획을 중얼거렸지만, 강신은 듣지 못한 척 넘기며 마지막 제안을 말했다.
“마지막은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보육원 하나를 맡는 것입니다.”
뜬금없는 보육원 이야기에 방금까지 제안들을 불쾌하게 생각하던 사제들의 표정이 변했다.
“보육원이라면 아이들을 돌봐달라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교단에서 일할 때 그런 역할을 하셨다고 들어서요.”
“맞아요, 분명 그랬었죠.”
사제들은 강신이 한 마지막 제안이 자신들을 향한 동정심이라 생각했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 제안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저 동정심만으로 마지막 제안을 한 것이 아니었다.
강신은 그들이 마지막 제안을 수락하리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여러 가지 이해득실을 모두 계산하고 제안한 것이었다.
우선 그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인성.
‘교단 내에서 자랐던 제니가 저들을 저렇게 챙기는 건 저들이 모두 인격자라는 것을 뜻하지.’
만약 저들이 누군가가 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을 학대하는 이들이었다면 저들은 현재 이곳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키웠던 아이들 손에 처리되었을 테니까.’
재능을 개화한 아이들은 명백히 저들보다 높은 자리로 올라갔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유년 시절 자신을 괴롭힌 이에게 복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은 성신 회장의 입김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 회장의 보육원 모토는 바로….
-아이가 미래다.
그만큼 성신의 회장은 아이들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여타 보육원들과 달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보안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 보안 정도는 강신이 첫 번째로 제안했던 세이프 하우스와 버금갈 정도였다.
그리고 보육원 출신의 현장 요원들이 그 보육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현장 요원들이 자주 가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억제력이 생기니까.’
그래서 따로 사제들을 위해 보안에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가끔 아이들이 소풍을 갈 때도 현장 요원들이 몰래 따라가 호위하니, 답답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렇게 돌본 아이들에게 그들이 정을 붙이길 바라서였다.
‘정 때문이라도 다시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겠지.’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것과 비슷한 행위에 조금 치사하다고 생각할지도 몰랐지만, 강신은 투항한 그들을 아직 신용하지 않고 있었으니 목줄을 만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세 가지 제안을 모두 말하자, 사제들은 잠시 자기들끼리 상의를 이어갔다.
그리고는 강신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대답할 수 있다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 성신에서 운영한다는 보육원, 혹시 그곳에 지내는 아이들이 재능을 개화할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둔 곳입니까?”
사제가 진지하게 물어왔다.
교단에서 맡았던 아이들이 재능을 개화하고 전투에 동원되던 것이 떠오른 것일까.
질문을 던진 사제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표정이 잔뜩 굳어져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곳은 평범한 보육원이에요. 그저 다른 곳보다 시설이 좋을 뿐이죠.”
“정말인가요?”
“굳이 들킬 거짓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본다면 알게 될 사실이었다.
“그건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희는 세 번째 제안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저 아이는….”
사제는 제니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제안을 받고 싶다고 하더군요.”
제니는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사제의 시선은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듯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처우는 결정되었다.
사제들은 보육원으로 갔고 여사제인 제니는 폭스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동안 여성 팀원 하나가 제니와 함께 움직이며 감시할 예정이라 합니다.”
휴고가 그랬듯 제니도 그가 했던 과정을 고스란히 밟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처우를 결정 짓고 강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보고서와 사후 처리였다.
“작전 중 파괴된 호화요트는 회장님이 사비로 메꿔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회장님이요?”
“네, 애초에 회장님이 아는 사람을 통해서 구해주신 것이라 자기가 직접 물어주는 것이 맞다고 하시더군요.”
회장이 누구에게 호화요트를 빌렸는지 장웨이는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저 호화요트의 주인이 회장님의 지인이라며 어물쩍 넘어갔다.
“그리고 권팰로우님이 이번에 사용한 장비들은 금방 다시 제작해서 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번 이후 느끼는 것이 많았던 것인지, 권영식은 하던 연구도 뒤로 미뤄두고 울프팀이 사용한 장비들을 보충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렇게 강신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쉬지 않고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있었던 일들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