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7
606화
“아무래도 내 회사에 쥐새끼가 있나 보군. 김실장!”
“네, 회장님.”
“저 물건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작전을 승인한 직원이 누구인지 그 라인 모조라 잡아놔.”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김실장이 회장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빠르게 사라졌다.
그러자, 구회장이 성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우리 회사에 수작질을 부리다니, 잡힌다면 지옥을 보여줘야겠군.”
강신은 복수심에 불타는 구회장을 보며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배신자를 색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거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지. 배신자 때문에 내가 너무 흥분했군. 그래서 저 물건이 영감을 샘솟게 만드는 오르골이라고 했던가?”
“정확히는 영감이 샘솟는 오르골입니다.”
“크흠, 그래. 그거, 어찌 되었든 자네는 저 물건이 어떤 물건인지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하겠지. 그래서 저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게지?”
“네, 다행히도 제가 알고 있는 물건입니다.”
“그럼 지금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알고 있긴 하지만…. 그전에 먼저 하나만 질문하겠습니다. 저 오르골 작동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습니까?”
“대략 6시간 정도 된 것 같군.”
“……시간이 꽤 흘렀군요, 사실 저 오르골을 멈추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긴 합니다.”
“오…. 그건 정말 다행이군, 그래 그 방법이 뭔가?”
구회장이 닦달하자, 강신은 덤덤하게 그 방법을 알려주었다.
“오르골에 영향을 받은 이가 모두 죽으면 자동으로 음악이 멈춥니다.”
“……뭐라고?”
순간 구회장은 자신이 강신의 말을 잘못 이해한 줄 알았다.
하지만 주변에 돌아다니던 직원들까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강신을 노려보는 모습에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나보고 저기에 휘말린 이들을 그냥 모두 죽게 내버려 두라는 것인가?”
이번 사태에 휘말린 이들은 HG 그룹에서 중요한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원들이었다.
그야 비밀 연구소 최심부에서 터진 일이니, 당연히 휘말린 이들이 그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을 모두 포기한다는 것은 사람을 구조하겠다는 마음을 떠나서 HG 그룹의 기반이 흔들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르골을 멈추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했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구회장으로서는 연구원들과 요원들이 죽어가는 꼴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회장님.”
강신이 고조 없는 목소리 톤으로 부르자, 구회장은 자기도 모르게 강신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몸을 흠칫 떨어야 했다.
그야 사람이 죽어야 끝난다고 말했던 강신의 눈동자는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오랜 기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난 구회장이 강신을 처음 봤을 때는 이렇게 냉정하지 않았다.
적당한 이득을 취하면서도 인간으로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었다.
애초에 딸에게 베푼 선행도 그가 인간다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강신은 어떤가.
그 많은 연구원을 희생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라며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구회장은 생각했다.
‘어딘가 마음이 망가져 버린 건가?’
이쪽 일을 하다 보면 마음이 뒤틀리거나 망가지는 일은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이쪽 일을 하면서 호감이 갔던 강신이 마음이 망가진 것 같은 모습에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구회장은 마음이 망가진 이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많이 봐왔으니 더 그랬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일반인은 알지 못할 정보를 알고 있으니, 능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며 구회장은 성신이 강신을 데리고 있는 게 부러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구회장은 인재의 망가진 모습에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나는 절대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버리지 않을 걸세.”
“그 선택 때문에 다른 무고한 이가 더 휘말릴 수 있다고 해도 그러실 겁니까? 오르골을 저대로 계속 두면 계속 영향 범위를 넓혀갈 겁니다.”
“…….”
“그리고 나중에는 HG 그룹만으로는 수습할 수 없어질 정도로 범위가 넓어지면 그때는 막고 싶어도 막지 못할 겁니다.”
지금이야 오르골의 영향이 연구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범위는 연구소를 넘어 도시 전체를 감쌀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감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강신의 단호한 말투에도 구회장은 자신의 의지를 굽히고 싶지 않았다.
내부에 있는 자식 같은 직원들을 구하고 싶다.
하지만 방법은 뚜렷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구회장은 깊은 고뇌에 빠졌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저들을 포기할 수는 없네. 저들은 HG 그룹의 사원이고 나에게는 자식 같은 이들이니까. 그러니,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저들을 구할 것이네.”
“그럼 그로 인해 휘말릴 무고한 이들은요? 그들도 어느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식일 것입니다.”
“자네 말이 맞네, 우리 일에 다른 이들이 휘말릴 수도 있으니, 안전장치를 해야겠지. 저 오르골의 영향이 이 연구소를 집어삼키게 된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겠네. 그리고 나는 이 연구소에서 지금부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걸세.”
구회장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이곳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던 HG 그룹의 사원들이 감동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회장님! 저도 이곳에 남겠습니다!”
“저도요!”
“까짓거 한번 해보는 겁니다!”
그런 사원들의 목소리에 구회장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도 강신은 덤덤하게 구회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중에도 지금 이 마음이 변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네, 자식을 버리는 아비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자네 일은 여기까지이니, 자네는 그만 가봐도 좋네.”
구회장이 요청한 협력은 지금 HG 그룹에서 문제가 되는 물건을 봐달라는 게 전부였으니, 강신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고 봐도 좋았다.
물론 숨겨진 내용은 축객령에 가까웠다.
그리고 강신은 구회장이 그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까지 무덤덤했던 표정이 거짓인 것처럼 강신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 모습은 마치 여느 영화에서 나오는 흑막의 미소와도 같았다.
“회장님, 저와 거래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제가 아무런 피해도 없이 이번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구회장은 그런 강신의 미소에 자신이 강신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허, 자네, 이걸 노린 거였군? 영악하긴!”
강신에게 속았지만, 구회장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강신이 더 마음에 들었다.
대기업 회장에게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을 속이고 거절하지 못할 거래를 제시한 수완을 좋게 볼 수밖에 없었다.
강신이 만약 처음부터 거래를 제안했다면 협력 요청으로 제시한 보상만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신은 그 보상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길 바랐다.
정확히는 원하는 구회장에게 원하는 물건이 있었다.
그래서 무덤덤한 연기를 했고 그렇게 구회장을 자극해 직접 협력이 끝났다는 말을 끌어낸 것이다.
협력 요청이 끝났으니, 그 이후는 다른 거래가 될 것이다.
“죄송합니다. 꼭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강신은 어느 정도 선의로 움직이는 사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보수로 일하는 호구는 아니었다.
“그래, 어떤 물건을 가지고 싶길래 이리 꾀를 썼는지 한번 들어볼까?”
“지금 이 사건의 문제가 된 원인을 받아가고 싶습니다.”
“…오르골을?”
“네.”
구회장은 턱을 쓸었다.
강신이 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라는 뜻일 테니 살짝 고민이 되었다.
비밀 종교의 성물이라 불리는 물건이니 평범한 물건은 아닐 것이다.
‘영감이 샘솟는 오르골이라….’
이름만 들어서는 그저 영감을 받는 것 말고는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마저도 지금처럼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혹시 강신은 오르골을 테러용으로 사용하려는 것일까?
그런 구회장의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것인지, 강신은 구회장의 오해를 풀어주었다.
“딱히 다른 가치가 있어서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제가 직접 사용하려고 할 뿐입니다.”
“저 물건을?”
“네. 그 이상은 말해드릴 수가 없겠네요.”
“음….”
“고민할 이유가 있습니까? 조금 전에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 사태를 해결하신다고 하셨잖습니까? 설마 마음이 바뀌신 겁니까?”
구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강신이 말이 옳았다.
지금 상황에서 강신이 뭘 원하든 내부에 있는 이들을 구할 수만 있다면 구회장은 강신에게 무엇이든 내어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닐세, 자네 말이 맞지.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인가?”
“사실은 처음 말씀드린 것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런 게 있었다고?”
구회장은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알려드려도 HG 그룹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방법이니까요.”
“그 방법이 뭔가?”
“오르골을 직접 끄는 거죠.”
“오르골을 직접 끈다고? 그게 가능한가?”
HG 그룹이라고 오르골을 끄려고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르골이라는 개념은 음악을 자동으로 연주해주는 장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범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귀를 막고 들어간 연구원도 있었다.
하지만 오르골의 음악은 귀를 막는다고 막히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에서나 입을만한 완벽히 밀폐된 방호복을 입어도 소용이 없었다.
물론 사람이 직접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니, 다른 방법도 시도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을 이용해봤지만, 동물들도 오르골의 영향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동물들은 인간만큼 극적인 행동을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빨이나 발톱 같은 것으로 지면을 긁어대며 이상한 흔적들을 남겼다.
생물이 아닌 기계 장치도 사용해봤지만, 음표를 그리는 이들이 기계 장치를 부숴서 바닥에 음표를 그리는 도구로 사용하는 통에 접근할 수 없었다.
솔직히 구회장이 오르골을 멈추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오르골을 멈추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오르골이 있는 실험실을 폭탄으로 날려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은 구회장이 앞서 말했듯 다른 연구원들이 같이 휘말리면 본말전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강신이 오르골을 직접 끄겠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네, 가능합니다. 대신 저희 회사 장비를 이곳으로 반입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물건인지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만, HG 그룹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장비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구회장은 강신의 요구에 고민 없이 대답했다.
“알겠네, 장비 반입을 허가하고 자네가 한 거래를 받아들이지. 그러니 이 빌어먹을 상황을 빨리 해결해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