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10
609화
내지른 손이 붙잡히자, 남성의 표정이 눈에 띌 정도로 당황한 것이 보였다.
손을 붙잡은 것이 다른 이도 아니고 방금까지 자신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던 강신인 터라 더 그랬을 것이다.
강신은 그런 남성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다.
자신을 공격한 주먹을 잡은 손에 천천히 힘을 주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남성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무예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강신처럼 특별한 수단이 없는 한 그의 육체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반면, 강신의 힘은 끝으로 모르고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압착 프레스에 잡힌 것처럼 강한 힘이 남성의 주먹을 압박하자 남성의 주먹이 으스러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주먹이 으스러지는 고통은 매우 끔찍했을 텐데도 남성은 인상만 찌푸릴 뿐 입을 벌려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신음을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치 때문에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신음을 내는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남성은 이 순간에도 강신의 손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강신은 남성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우세해졌다고 방심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위를 잡은 지금 확실하게 남성을 제압하려고 했다.
강신이 남성의 으스러진 주먹을 그대로 몸쪽으로 당기자, 남성의 몸이 아주 쉽게 딸려왔다.
강신은 그대로 놀고 있는 손을 말아쥐고는 딱 죽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하며 그대로 남성의 복부를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비록 방심으로 인해 한쪽 손이 망가졌지만, 남성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는 압도적으로 강한 힘에 끌려오면서도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강신의 공격을 빗겨서 맞아 충격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강신을 살짝 지나쳐 그대로 다리를 이용해 강신의 오금을 툭 하고 찼다.
큰 힘이 담겨 있지 않았지만, 인체 구조상 수평으로 가해지는 힘에 약한 곳이 바로 오금이었기에 강신의 무릎이 굽어지며 자세가 흐트러졌다.
강신의 자세가 무너지자 남성은 멀쩡한 팔을 이용해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강신의 팔을 뱀처럼 휘감았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유연한 팔에 강신은 살짝 놀랐지만, 딱 그뿐이었다.
그는 그대로 강신의 팔을 꺾으려고 했지만,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한 강신의 팔을 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상황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자, 남성은 또다시 당황했고 강신은 그 틈을 다시금 노렸다.
자세가 조금 무너지긴 했지만, 강신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신은 허공을 갈랐던 팔의 각도를 틀어 그대로 팔을 붙들고 있는 남성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강신과 남성이 눈을 마주쳤다.
남성의 눈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두려움이 가득했다.
남성은 자신의 손을 으스러트린 강신의 힘을 직접 겪었다.
그러니, 강신이 힘을 주는 순간 자신의 머리통이 수박 터지듯 박살 날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성의 두려움과 다르게 강신은 그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손이 조금 더 가겠지만, 상대의 머리를 터트리지 않아도 지금 상태라면 머리를 잡은 남성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또한, 눈앞의 남성이 죽으면 그가 누구인지,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알아낼 방도가 사라졌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상대가 자기 생각과 다르게 적이 아닐 경우도 생각해야 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겠지만….’
사실 강신은 아직 살인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살인을 하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기합리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망설이지 않고 사람을 죽일 정도로 강단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죽여 그와 관련된 모든 연을 끊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있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강신은 남성의 머리를 그대로 지면으로 내리꽂았다.
지면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강신은 적절하게 힘 조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강신이 원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남성이 정신을 잃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그가 강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젠장, 힘이 덜 들어갔나?’
인간의 머리는 급소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곳이었기에 힘이 덜 들어간 것뿐만 아니라, 남성이 죽음을 목도하고도 잡고 있던 강신의 팔을 꽉 잡고는 놓지 않고 버텼다.
그만큼 힘이 분산되어 충격이 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힘 조절에 실패해 손에 힘이 풀렸고 남성은 그 느슨해진 순간을 노리고 재빨리 강신의 손을 풀어버리고는 빠르게 뒤로 물러난 것이다.
강신은 바로 그를 추격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강신의 머릿속에서 경종이 강하게 울렸다.
어째서 직감이 위험을 알려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강신은 훌쩍 물러나는 남성을 바라보며 조급함을 버리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아직 시간은 충분해.’
이제 막 날개 가루 효과가 돌기 시작했으니 진정한 전투는 지금부터였다.
남성을 놓치긴 했지만, 수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남성의 머리가 견고한 쇳덩이로 이루어진 지면에 부딪힌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물러난 남성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머리가 어지러운 것인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연신 고개를 흔들면서도 강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는 이내, 조금 진정된 것인지 무서운 눈으로 강신을 노려봤다.
그런 그의 모습에는 처음에 보였던 여유는 진즉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오르골이 있는 장소를 지키는 역할을 맡은 남성은 지금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남성의 이름은 웡레이, 중국의 무술가 출신으로 교단에 입교한 사제였다.
그것도 일반적인 사제가 아닌 비밀 종교에서 그 수가 적다는 복수의 종교자였다.
물론 그가 원해서 복수의 종교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처음 입교한 교단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었다.
그런 그가 복수의 종교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실력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의지가 더 강했다.
‘복수의 종교자로 다른 교단에 스파이 짓을 하라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미 그는 크툴루라는 신에게 심취해 있는 상태였기에 교단에서 내린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소속으로 ‘음악이 세상을 구하는’ 교단에 입교했다.
음악이 세상을 구하는 교단은 말 그대로 음악을 신으로 믿는 이상한 교단이었다.
이 교단은 분쟁을 싫어하는 극도의 평화주의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기들끼리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아갔다.
그들이 그 마을에서 하는 행동이라고는 그저 음악을 듣거나 또 음악을 듣고, 그리고 또 음악을 듣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몸집을 키워 비밀 종교를 안전하게 만들려고 했다지만, 왜 굳이 이런 교단까지 함께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례적인 교단이었다.
마을에 있는 이들은 어떤 생산성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들만 있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교단이었다.
그런 그들이 현대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마을에서 가끔 나타나는 뛰어난 아티스트 덕분이었다.
뛰어난 음악을 들으면 그만큼 뛰어난 이들이 나오는 것일까.
그 교단에는 간혹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연주나 노래에 재능이 있는 이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외부에서 활동하며 벌어들인 모든 수익을 교단에 기부했다.
그리고 교단은 그 수익으로 연명해왔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웡레이에게 음악이 세상을 구하는 교단에 심어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 오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그 교단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성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성물은 듣기만 해도 음악적 영감이 샘솟는 신기한 오르골이었다.
그들은 그 성물을 신처럼 받들었으며 같은 교단의 사람이라도 그 오르골을 만지기 힘들 정도로 엄중하게 보관했다.
그 모습은 가히 광적이었다.
그리고 웡레이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어째서 자신을 그 교단에 파견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무예만으로도 충분히 사제의 자리에 오를만한 실력을 갖춘 그가 복수의 종교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예가 아닌 다른 재능도 가지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가 가진 다른 재능은 바로….
-정신적 상태 이상 면역.
교단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그의 재능은 타의로 발생하는 모든 정신 간섭의 증세를 막아낼 수가 있었다.
그는 누군가가 재능을 사용해 자신을 매혹하거나, 수면제를 먹여도 멀쩡했으며 술을 먹어 취해도 몸이 비틀거리나 정신만은 또렷했다.
그의 재능이 어느 수준까지 정신을 보호해 줄지는 정확하게 판단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음악이 세상을 구하는 교단에서 성물로 취급되는 오르골의 영향에도 다른 이들과 다르게 멀쩡했다.
그는 그렇게 그 교단에서 모든 정보를 얻어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넘겨주며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두 교단에서 복수의 종교자로 활동하던 그에게 특별한 명령이 내려왔다.
-음악이 세상을 구하는 교단의 성물을 이용해 HG 그룹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남겨라.
그 명령은 무려 대사제의 명령이었다.
그러니,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기꺼이 교단의 명령에 따랐다.
우선 HG 그룹에서 성물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익명의 제보를 했고, HG 그룹에 들어가 있는 평신도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유인해냈다.
HG 그룹의 정찰 요원을 유인해 성물을 건드리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외부인이 교단의 성물을 건드렸으니, 교단 사람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그는 HG 그룹이 성물을 가지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과 음악이 세상을 구하는 교단이 부딪히게 만들어 그 교단을 괴멸시켰다.
그리고 성물을 한국으로 가지고 이동하는 그들의 뒤를 밟았다.
HG 그룹 비밀 연구소로 몰래 잠입하는 것은 그에게도 꽤 힘든 일이었다.
다만 이전에 도움을 받았던 HG 그룹에 잠입한 신도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오르골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물을 바로 작동시킬 거라는 그의 예상과 다르게 HG 그룹 연구원들은 위험한 물건을 많이 다뤄본 이들답게 오르골을 작동시키지 않았다.
결국, 그가 오르골을 작동시키기 위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HG 그룹의 내부 조력으로 CCTV에 찍히지 않고 오르골이 있는 장소에 도달한 그는 오르골을 바로 작동시켰다.
그를 뒤늦게 발견한 이들은 외부에 어떤 경고도 하지 못하고 오르골의 영향에 휘말렸고 그렇게 웡레이는 외부에 들키지 않고 HG 그룹을 테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HG 그룹에서 인원들을 연구소에서 물릴 것까지 예상하며 모든 사람이 죽어도 오르골이 영향을 넓힐 수 있도록 이곳에 남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인원이 많으면 모를까, 단 한 사람이었기에 웡레이는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였으며 이곳에 등장한 사람이 누구인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반응을 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 남성은 자신과 말을 섞기 싫은 것인지 어떤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고 바로 전투태세에 돌입하자, 그는 남성이 나름 숙련된 무예가임을 알아챘다.
처음에는 HG 그룹에 있다는 김가의 무예가 중 하나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무예는 김가가 사용하는 무예와 조금 궤를 달리했다.
정체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었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상대는 자신에게 미치지 못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를 가지고 놀듯이 농락했지만, 상대의 몸이 붉게 변하고 수증기를 뿜어내자, 상황이 반전되었다.
가벼운 마음은 그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주먹이 부서진 것도 모자라 머리를 붙잡혔으니까.
죽음을 직감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상대는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 빈틈을 이용해 가까스로 그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그 과정에서 만약 남성이 자신을 쫓는다면 회심의 일격을 날려줄 준비를 했지만, 남성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을 쫓지 않았다.
그 모습에 웡레이는 남성이 힘과 스피드, 맷집뿐만 아니라 직감까지 뛰어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방심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웡레이가 승기가 기울어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중얼거렸다.
“젠장, 도대체 어디서 이딴 괴물이 나타나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