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12
611화
회사로 돌아온 강신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과 싸웠던 남성을 심문하는 일이었다.
그는 당연히 쉽게 입을 열지 않았지만, 성신에는 입을 열지 않아도 심문이 가능한 이들이 있었으니, 그에게서 정보를 빼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신은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을 컨트롤하는 정바른이 얻어낸 정보를 보며 중얼거렸다.
“웡레이, 복수의 종교자라…. 상대하면서 평범한 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런 대어가 걸릴 줄은 몰랐네.”
그것도 다른 교단도 아닌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소속된 이였다.
그 말은 웡레이가 일반적인 사제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였다.
실제로 정바른이 적어넣은 보고서에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 대해 꽤나 상세히 다루어져 있었고, 그중에는 강신이 그토록 원하던 ‘의식’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덕분에 추측만 가득했던 교단의 의식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신을 부르는 의식이었구나.”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준비하는 의식은 자신들의 신을 불러내는 의식이었으며, 이에 필요한 재물인 생명력과 관련된 물건은 교단에서 이미 충분히 비축을 끝낸 상태였다.
그런데도 의식이 바로 시작되지 않은 것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은밀하게 의식이 시작되는 장소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옮기면 되지 않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었지만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생명력과 관련된 물건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아니라도 뒷세계에서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런 물건을 대놓고 옮기는 것은 도둑들에게 그 보물들을 훔쳐달라는 말과 똑같았다.
그것만 해도 골치 아플 터인데,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그간 그들이 행한 일들을 떠올린다면 그들이 가진 물건 중 태반은 정당하지 못하게 얻은 물건일 것이 분명했다.
강탈은 물론이고 훔치고 경쟁 업체와 손을 잡고 훼방까지 놓았으니, 물건을 빼앗긴 이들이 물건을 수송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자기 물건을 찾지는 못해도 물건을 빼앗은 이들에게 복수하는 것쯤은 가능했으니까.
그래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서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다른 교단과 손을 잡아 부족한 전력을 증강하고 그들의 도움으로 물건들을 안전하게 수송시킬 계획과 사회적으로 큰 사건을 일으켜 외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웡레이가 맡은 임무는 두 가지 전부였다.
그는 첫 번째 임무를 위해 복수의 종교자로 음악이 세상을 구하는 교단에 잠입해 그들이 손을 잡을만한 이들인지 파악했다.
하지만 음악을 세상을 구하는 교단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교단은 그들을 이용해 HG 그룹을 테러할 계획을 세웠고 웡레이에게 지시를 내렸다.
HG 그룹을 테러하고 언론에서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다면 HG 그룹은 물론 한국 정부와 운이 좋으면 U.M.A 국제회의의 시선까지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흠….”
강신은 턱을 쓸며 고민했다.
지금까지 강신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행하는 의식에 대해 다른 기관에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게 분명하지만 그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광신도들이 어디서 듣고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HG 그룹도 이번 사건을 통해 회사 내부를 좀먹고 있던 많은 스파이들을 찾아냈고, 그 중 크툴루를 믿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최소 인원들과 움직인 거였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단지 의식만 행하는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사회의 혼란을 일으켜서 시선을 돌리는 것은 꽤 위험한 발상이야.’
그 혼란을 주는 방식이 U.M.A나 그에 따르는 특별한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더 문제였다.
많은 일반인이 U.M.A를 목도하고 특별한 물건을 확인하는 순간, 세상의 진실을 엿보게 될 것이다.
U.M.A 국제회의나 국가, 기업들이 통제해오던 것들이 사회에 풀리게 되는 것이다.
그간 U.M.A 국제회의, 국가, 기업이 U.M.A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숨긴 이유는 그것들을 독점해 부를 쌓거나 특권 계층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사회가 아직 그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존재에 대한 내용이 사회에 알려지는 순간 사회는 대혼란에 빠지게 될 테니까.’
기업들이 돈을 버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물론 내부에서는 딴마음을 품고 있는 이들도 있을지 몰랐으나,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일반인들을 알지 못하게 철저하게 감추어왔다.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 온 것들을 시선을 돌리겠다는 이유로 모두 쓸모없게 만들려고 한다니, 이건 강신의 손을 떠난 문제였다.
그러니, 믿을 수 있는 이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야 했다.
‘믿을 수 있는 이들이 누가 있지?’
그토록 믿었던 사람이 종말을 부르는 새였으니, 강신과 직접 연관된 사람이라 해도 쉬이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 키퍼들.’
프리메이슨에 소속되어 환생자가 아니면 가입조차 불가능한 곳이었기에 아무리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해도 내부에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그들은 각 나라에서 모두 한 자리씩 꿰고 있었다.
‘이경석 의원.’
9선 국회의원으로 정치 쪽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의원이었다.
그리고 미국 펜타곤에 소속된 이도 있었다.
그 외에도 강신이 모르는 키퍼들도 꽤나 힘쓰는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다.
키퍼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출발선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
키퍼가 가진 무력 또한 강력했기에 그들은 강한 억제제가 되어 줄 것이 분명했다.
‘그다음은 세그레드 조라인가.’
컬렉터들이 만든 비밀 상점 연합, 점주마다 원하는 물건과 파는 물건이 달랐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에 솔직했기에 헌신을 강요하는 종교 단체 자체를 혐오할 뿐만 아니라, 세그레드 조라 특성상 본사에서 내려오는 점원에게 감시를 받기에 일탈 행위는 불가능했다.
‘HG 그룹도 괜찮겠지.’
이번 사건으로 내부가 깨끗해진 것은 물론이고 명분 자체가 생겼으니, 크툴루를 믿는 이들도 HG 그룹이 자신들을 방해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강신이 신뢰하고 있었기에 사실을 전달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꼭 알려야 하는 단체가 걱정이었다.
‘U.M.A 국제회의.’
지금 상황에서 꼭 알려야 하는 단체였다.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단체로 그들을 막기에는 한계가 명확하게 보였으니, 세계적인 단체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단체에 그 사실을 알리는 순간,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자신들이 세운 계획이 다른 이들에게 흘러나갔다는 걸 인지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가 없어.’
의식을 강행할지, 아니면 여러 나라에 테러를 감행할지, 그것도 아니면 잠적할지.
그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
‘지금은 의식 장소를 찾아 의식을 방해하는 것으로 해결되겠지만, 예상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극도로 제한될 거야.’
지금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그들을 방해하는 일은커녕 가족과 회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급급할 것이다.
그 상황에서 그들이 몰래 의식이라도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도대체 뭘 믿고 생명력이 담긴 물건과 U.M.A로 자신의 신을 부르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있지도 않은 신을 불러내는 의식이 끝나면 어떤 일이 생길지 강신조차 예상이 가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지구 자체가 날아갈 가능성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우선 의장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U.M.A 국제회의 의장이라면 신뢰할 수 있었으니까.
강신이 그렇게 복잡한 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권영식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물건은 소량의 헬리오륨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검은색 텀블러처럼 길쭉한 원통형 물건에 수많은 전기선이 꽂혀 있었다.
그런 권영식 뒤쪽에는 이수진 선임이 복잡한 기계 장치 앞에 서 있었다.
“팰로우님,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좋아, 시작하지.”
“네, 2878번째 실험 시작하겠습니다.”
권영식의 지시가 떨어지자, 이수진 선임이 기계를 조작했다.
“정상적으로 전류가 들어갑니다. 아직까진 안정적입니다.”
헬리오륨으로 만든 물건에 전류가 공급되자 그 장치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웅, 웅, 웅.
그 물건은 일정 간격으로 소리를 내다가,
쩌적, 쩍. 철컥, 철컥.
갑자기 갈라져 퍼즐 풀리는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 크기를 키워갔다.
그 물건은 ‘문’을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권영식이 흥분했다.
“오오…. 그래, 이거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내,
치지직, 치직.
“물체에서 거부 반응! 더는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이수진이 다급하게 외치자, 권영식이 비명 지르듯 소리쳤다.
“안돼!”
하지만 그 애절한 외침에도 실험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푸슈슉….
크기를 키워가던 그 물건은 이내, 하얀 연기를 내뿜고는 다시 텀블러와 비슷한 형태로 돌아갔다.
“2878번째 실험 실패했습니다.”
이수진의 덤덤한 목소리에 권영식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분명 제대로 작동됐는데.”
헬리오륨으로 만든 중력침은 지금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척준신과 다른 요원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권영식이 만든 물건도 그와 다를 것이 없는 물건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중력침보다 조금 더 헬리오륨이 많이 들어갔고, 중력침보다 더 넓은 공간을 뚫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계산대로라면 그 공간은 사람들이 드나들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또 실패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반응까지는 계산대로 완벽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어째서 열리지 않지?”
척준신을 잡아먹은 그 고중력 공간이 사라진 곳이 아니기 때문일까?
‘그건 아니야.’
그 고중력 공간은 엄연히 말해서 어디에나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니, 어디서든 그 공간을 여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권영식은 지금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실에서 지니즈 랜드에서 했던 중력침 실험을 재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그 내부에 척준신과 다른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구역을 뚫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결과였다.
실험을 진행할 때, 굳이 미국에 있는 지니즈 랜드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소리였으니까.
‘장치에 흘리는 전류도 문제가 되지 않아.’
장치에 흘리는 전류는 어디까지나 장치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트리거에 불과했다.
많은 전류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였다.
장치 조건뿐만 아니라 환경 조건도 수십 번이나 바꿔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조건을 바꿔도 오늘과 똑같이 실험은 실패했다.
‘그래, 마치 이곳에서 그 공간이 열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누가 막는 것 같은 느낌이야.’
어디까지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권영식도 알 방도가 없었다.
결국, 권영식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수진과 함께 능숙하게 실패한 결과물을 정리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