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15
614화
비밀 종교는 U.M.A 국제회의에서도 꽤 큰 골칫거리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을 위해 국가에서 만든 법을 따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해야 하지 말아야 할 악행을 저질러왔다.
그리고 사회의 혼란을 일으키는 행동들도 서슴지 않고 행했다.
그런 행동을 무마하기 위해 국제회의가 움직인 것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갔던 교단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의장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었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의장은 강신의 입에서 그 교단의 이름이 나오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교단이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헛짓거리를 하는 겁니까?”
방금까지 온화했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그러자, 강신은 의장에게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하려는 의식과 그에 관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허…. 그러니까, 신을 부르는 의식을 하려고 한다고요?”
“네, 장소는 아직 특정시키지 못했지만, 그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서 전 세계에 퍼져있는 다른 교단을 회유하거나 공격하고 다른 국가나 기업의 눈을 돌리기 위해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
“하, 어쩐지 요즘 들어 이상한 곳에서 난동을 부린다고 했더니만…. 그게 다 우리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군.”
평소 생명력과 관련된 물건이나 U.M.A가 있는 장소에만 나타나거나, 그런 물건을 주는 의뢰만 받았던 크툴루의 광신도들이었다.
요즘 들어 그런 것과 전혀 상관없는 장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걸 보며 의장은 안 그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강신이 광신도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직접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후….”
의장은 오늘 정말 많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도 한숨이 많은 성격이긴 했지만, 비밀 종교만 떠올리면 한숨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정말 골치가 아프군.”
만약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비밀 종교 소속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그의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제회의 소속 요원들을 동원하고 국가와 기업들에게 수배령을 내려 싹 밀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분기별로 비밀 종교를 강제 해체해야 한다는 안건이 매번 올라오긴 했지만, 아쉽게도 올라올 때마다 안건이 부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광신도들과 손을 잡은 국가나 기업이 많다는 소리였다.
그래서일까, 비밀 종교에 소속된 교단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안건을 가지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를 들면 U.M.A의 존재를 대놓고 일반인들에게 알린다던가, 전 세계의 인구가 줄어들 정도로 재난을 일으키지 않는 한 말이다.
그마저도 그들이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했다.
“저에게 이런 상황을 알려준 이유가 있겠죠. 그래서, 제가 무엇을 도와주기를 원하는 겁니까?”
대놓고 움직이지는 못해도 뒤쪽에서 강신을 도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강신이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강신의 원래 계획은 의장의 생각대로 국제회의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광신도들이 나르는 물건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내려고 했었다.
U.M.A 국제회의 소속의 요원이라면 어떤 제약도 없이 합법적으로 어떤 검문도 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딘과의 통화로 인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전 세계에 있는 PMC가 곧 들고 일어날 거야.’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을 뒤쫓는 것은 울프팀만 있어도 충분한 일이었다.
‘사실 그들에게 맡기는 게 불안하기도 했고.’
확률은 높지 않았지만, 의장이 일을 맡기는 요원 중 광신도가 없으리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현재 강신이 그에게 원하는 것은 다른 도움이었다.
“이제 곧 일어날 사건들에 대해 침묵해 주십시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라면 어떤 것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PMC 업계에서 들고 일어나 비밀 종교를 공격할 겁니다.”
“PMC 업계라…. 그 수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전체에서 적어도 80% 이상은 될 겁니다.”
이 수치는 강신이 계산하고 판단한 수치가 아니었다.
베가가 의뢰를 받겠다고 한 이후 자신 있게 계산해 알려준 수치였다.
“……80%라고요?”
의장은 혹시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되물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강신을 보며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어…. 어떻게? 그들을 모두 고용하려면 한두 푼으로는 어림도 없었을 텐데요?”
그냥 일반적인 PMC를 고용하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데, 하물며 U.M.A를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PMC는 얼마나 비쌀까.
그런 PMC의 업체 두셋만 고용해도 어지간한 중소기업이 휘청거릴 비용이 청구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한둘도 아니고 PMC 업계의 전체 80%?
이건 석유국 왕자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강신은 의장에게 선동과 날조가 들어간 내용을 빼고는 두리뭉실하게 놀란 의장에게 대답했다.
“저는 몰랐는데, 그간 PMC 업계에서 그 광신도에게 쌓인 게 많은가 보더군요.”
“아니…. 아무리 쌓인 게 많아도 그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이들인데….”
“뭐, 의장님이 생각하신 것보다 더 많이 불만이 쌓였나 보죠.”
강신이 가벼운 투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의장은 PMC 업체들이 그렇게 들고 일어난 것에 강신의 손이 닿아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차마 따라 웃을 수 없었다.
“허, 이것 참, 강책임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었군요.”
의장이 중얼거리자, 강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치미를 뗐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뜻을 더는 묻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의장은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정말 한숨만 늘어나는군요. 그래요, 모른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원하는 게 침묵이라고 했던가요? 그냥 침묵은 그렇고 PMC 업체와 광신도들이 싸운 현장을 뒷수습하는 것 정도는 도와드리죠. 그거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하나 더 있습니다.”
“음?”
“나중에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하는 의식이 재난에 해당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확신이 들면 의식이 진행되는 장소에 지원을 보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비공식적인 지원을 말하는 것은 아닐 테고, 공식적인 지원을 말하는 겁니까?”
“네.”
“……최선을 다해보긴 하겠지만 확답을 드리긴 어렵겠군요.”
공식적인 지원을 보내기 위해서는 안건을 의회에 올려야 했고 다수가 찬성해야 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듯 다수의 표를 가진 ‘두 나라’와 다른 기업들이 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빌어먹을 놈들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을 좇는다고 눈이 멀어서는….’
자신이 원하던 의회의 분위기는 이런 게 아니었지만 그만큼 그들이 가진 힘은 강대했다.
비밀 종교에게 뇌물을 받으며 뒤를 봐주는 곳 때문에 강신의 두 번째 부탁은 해주고 싶어도 쉽게 해줄 수가 없었다.
의장의 대답은 분명 강신이 만족할만한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신은 전혀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의장님이 최선을 다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정말 그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애초에 강신은 U.M.A 국제회의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자신들을 진짜 렙틸리언이라 소개했던 U.M.A를 쫓을 때도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회의장에서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로 그들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의회가 개판이라고 의회에 소속된 요원까지 개판인 것은 아니었다.
틀어진 국가와 기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억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으니, 그들의 실력은 진짜였다.
그런 그들이 지원을 해준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강신은 결의된 지원안을 가결되게 만들 수단을 떠올렸다.
‘힘 있는 국가가 가진 표의 숫자를 줄이거나, 아예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해.’
그러기 위해서 생각해둔 수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니 강신은 문제 될 것이 없으리라 믿었다.
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책임이 그렇다면야, 할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군요.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라 그런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신에게 손을 내밀자, 강신도 일어나 그 손을 붙잡고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 말로요.”
그렇게 강신과 의장은 악수하고 그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베가가 PMC 업계를 선동하기 시작했다.
-내일입니다.
딘은 베가에게 전달받은 날짜를 강신에게 알려주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고생하셨겠네요.”
베가는 고작 며칠 만에 수많은 PMC를 만나기 위해서 잠을 쪼개며 돌아다녀 80%였던 참가자의 수를 달성한 걸로 모자라 90%에 육박하는 이들을 이번 일에 참여시켰다.
-아닙니다. 베가의 말로는 다들 화가 많이 난 상태라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베가가 PMC 업체를 돌며 선동한 것은 별 것 없었다.
이미 PMC에 몸을 담근 이들이라면 모두 광신도들에게 한 번씩은 크게 데인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복수할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미친 사람들이며 그 규모가 일개 PMC 업체가 감당하기에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통 광신도에게 당하면 PMC 업체에서는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넘기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베가는 그 부분을 노렸다.
-언제부터 우리가 적을 피하는 겁에 질린 개가 되었습니까? 돈을 받고 일하지만, 우리에게도 긍지는 있습니다. 맨날 이렇게 꼬리 내리고 도망가니, 국가도 기업도 우리를 무시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웃어넘겼을 말이었겠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이 낭만 가득한 베가라는 것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는 적을 앞에 두고 도망가는 사내가 아니었으니까.
-혼자서 힘들다면 힘을 모읍시다. 그간 우리가 당한 것을 갚아주고 우리가 그렇게 만만한 이들이 아니라는 걸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줍시다.
그리고 거기서 베가는 다른 기업들이 서명한 책을 꺼내 보여주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업체들이 모두 저와 함께하기로 한 이들입니다.
거기에는 다른 업체의 대표들에 서명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다른 업체가 함께한다는 말에 너나 할 거 없이 그 책에 서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게 있었다.
애초에 서명된 책 자체가 날조된 것이었다.
베가는 마치 그 기업만 서명하면 되는 것처럼 다른 서명을 모두 날조해서 보여준 것이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곳에 처음 서명하는 것은 망설여지겠지만, 다른 이들의 서명이 있다면 쉽게 서명할 수 있을 테니까.
‘뭐 어차피 하나씩 업체를 하나씩 모으다 보니, 정말로 그 책에 서명을 가득 채웠으니까. 상관없으려나.’
PMC는 바보가 아니었다.
PMC는 단합하자마자 내부 정보를 공유했다.
비록 광신도들을 선뜻 건드리지 못해 당하고는 있었지만, 그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PMC 업체들이 정보를 모두 모으자, 그 양은 어마어마했고 성신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광신도들의 지부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딘은 어디로 가기로 했습니까?”
-저희 PMC는 영국 쪽 위주로 움직일 예정입니다. 몰랐는데, 이쪽에 꽤 큰 지부가 있더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걱정하지 마시죠. 저희 말고 다른 PMC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강책임님도 조심하십시오.
그렇게 딘과의 통화를 끊은 강신은 어느새 개인 큐브에 모여 있는 울프팀 인원들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저희도 준비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