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17
616화
이미 출장을 위한 준비는 되어있었기에 강신과 울프팀은 바로 문제가 된 섬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바로 작은 배를 구해 섬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전투가 일어나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들을 방해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여기가 맞습니까?”
그러니, 송기덕이 의문을 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분명 여기가 맞을 텐데….”
배를 타고 섬으로 안내한 빌리마저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광신도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요?”
분명 PMC가 끝내 뚫지 못했던 곳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섬은 너무나도 고요했고, 이상하리만큼 인기척이 없었다.
“일단 조심히 접근해 보기로 하죠.”
강신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이곳이 함정이라도 섬을 수색할 필요가 있었다.
“하린아, 정찰을 부탁해도 될까?’
“네, 맡겨주세요.”
신하린은 그 말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강신과 일행들은 신하린이 정찰을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섬 외각에서 사주 경계하며 대기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흘러 신하린이 돌아왔다.
그녀는 섬을 정찰하며 뭔가를 본 것인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이곳에 광신도들이 있었던 것은 확실해요. 다만, 지금은 아무도 없을 뿐이죠. 아마 PMC에게 위치가 노출되어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아요.”
정찰을 끝낸 신하린은 이곳에 광신도가 있었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광신도의 흔적이 남아있었나 보구나?”
“네, 그것도 꽤 불쾌한 흔적이 남아있어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직접 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가는 길목에 있던 함정들은 모두 해체해 두었으니, 이대로 움직여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강신은 그렇게 신하린의 안내를 따라 섬 중앙에 홀로 바닷바람을 견디고 있는 예배당으로 향했다.
고풍스러운 외형에 섬에 지어졌다고 생각하기 힘든 드높은 예배당의 창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제작되어 있었으며 내리쬐는 빛을 아름답게 쪼개고 있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강신은 예배당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PMC와 전투를 했다고 했는데, 예배당 자체는 멀쩡한 곳을 보니, 이곳까지는 접근하지 못한 건가?’
예배당까지 전투가 일어났다면 저 약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전투의 여파를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강신은 그렇게 예배당 내부로 들어갔다.
예배당 내부는 외부에서 봤던 것만큼 매우 넓었고 거대한 오르간과 나무로 만들어진 긴 의자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목사나 신부 같은 사람들이 예배하는 강단이 놓여 있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보통의 기독교나 천주교 예배당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십자가가 있어야 할 장소에 대신 문어와 비슷하게 생긴 괴생명체가 떡하니 조각되어 있었다.
강신은 그 조각을 보며 중얼거렸다.
“크툴루.”
소설 속에서 나오는 괴물의 묘사를 그대로 옮긴 듯한 조각이었다.
강신은 예배당을 보며 조각상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꽤 정상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했고 신하린이 어째서 불쾌한 흔적을 봤다고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자,
“여기가 아니에요.”
신하린은 마치 강신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아니라고?”
“네, 이 예배당에는 숨겨진 장소가 있더라고요.”
신하린은 그대로 예배당 한쪽에 놓인 고해성사를 진행하는 작은 부스로 이동해 닫혀 있는 문을 거칠게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고해성사를 위해 앉는 곳이 아닌 지하로 향하는 돌계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자연스럽게 그 돌계단을 이용하려고 하자, 앞에 있던 신하린이 그런 일행들을 막아섰다.
“혹시 비위가 약하거나, 고어한 것들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대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분위기를 잡고 무겁게 신하린이 경고하자, 어지간해서는 그녀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행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쉽게 물러설 수는 없는 지 일행들이 머뭇거리자, 강신이 나섰다.
“괜찮습니다. 들어가는 것을 강제하지 않을 테니, 나중에 다녀온 이들에게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하린이 말대로 비위가 약하신 분이나 들어가고 싶지 않은 분들은 빠지셔도 됩니다.”
그러자, 그때야 살짝 겁을 먹은 맥스와 친구들과 지하에 좋은 기억이 없는 카밀라가 옆으로 빠졌다.
강신은 열외한 이들을 보며 그들이 모두 비전투요원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순자를 바라봤다.
“이부장님.”
이곳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은신처도 아닌 적지에 비전투요원만 남겨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행 중 전투력으로 치자면 2번째로 강한 이순자를 이곳에 남겨야 했다.
그런 이순자는 강신이 그녀를 부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 알겠어요.”
이순자가 조금 아쉬운 듯 대답했지만, 뭐가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따라가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을 뒤로한 체 나머지는 신하린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진입하자, 순간 지하에서 비릿한 쇠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강신의 뒤쪽에서 따라오던 송기덕은 그 냄새를 맡고 중얼거렸다.
“피 냄새?”
하지만 신하린은 그의 의문에 답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계단을 내려갈 뿐이었다.
깊이가 그리 깊은 지하가 아니었던 건지, 강신과 일행들은 금방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배당 지하에 있는 시설이 무엇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가 있었다.
두꺼운 쇠창살이 마치 뭔가가 달아나지 못하게 막고 있는 모습만 봐도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마치 중세시대의 수감시설이 이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소였다.
신하린이 이미 열어둔 쇠창살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며 어두운 내부를 밝히기 위해서 벽면에 붙어 있는 횃불을 켰다.
그러자, 내부가 더 자세히 보였다.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는 쇠창살 말고도 죄인들을 가두는 것처럼 방마다 쇠창살이 달려 있었다.
강신과 일행들이 그녀를 따라 수감시설 내부로 진입했다.
그럴수록 비릿한 피 냄새는 더 진해졌다.
횃불을 켰음에도 죄인을 가두는 방 내부가 잘 보이지 않자, 신하린을 뒤따라 온 장웨이가 품속에서 손전등을 꺼내 내부를 비추었다.
그러자, 굳이 보지 않아도 될 내부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음.”
“허….”
“욱….”
내부를 확인한 일행들은 침음성을 내뱉었으며, 나름 고어한 것에 익숙하다고 생각한 장웨이마저 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의 시체가 있었다면 강신과 일행들이 이 정도까지 동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쇠창살 내부에는 인간과 더불어 괴생명체들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그야말로 인간만 있었다면 모를까,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의 시체는 정말로 역겹기 그지없었다.
그 광경은 마치 예전에 봤던 릴리스가 만든 지옥을 생각나게 할 정도였다.
강신은 악마도 아닌 인간이 이런 광경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신이라는 이름을 빌리면 모든 행동이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죽어 있는 인간과 괴생명체는 어떤 이유로 이곳에서 죽임을 당했을까.
거창한 이유는 분명 아닐 것이다.
그들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인데, 어째서 없는 신을 위한다는 명목을 들이미는 것일까.
그들 중 누구도 그들이 믿는 신을 직접 보거나 겪은 사람이 없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
강신은 그들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뇌를 당한 이들이라면 모를까, 자발적으로 믿는 이들은 도대체 왜….’
차라리 물질을 원하고 믿는 환락의 집단이 허상을 믿는 이들보다 더 나아 보일 정도였다.
“후….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은 놈들이었는데, 이 꼴을 보니, 더 짜증이 나는군요.”
송기덕이 역한 피 냄새에 코를 막으며 입으로 숨을 쉬며 투덜거렸다.
반면, 장웨이는 빠르게 흔들린 정신을 수습하고는 말했다.
“이곳은 광신도들의 비밀 연구소 혹은 U.M.A를 감금해둔 장소일 가능성이 크겠군요.”
둘 중 무엇이 되었던 확실한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중요한 시설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방도 다 저런 상태니까, 굳이 보지 마시고 따라오세요.”
신하린은 정찰 중 이미 봤던 광경이었기에 멀쩡한 모습으로 일행들을 배려했다.
신하린의 경고에 장웨이는 들고 있던 손전등을 껐고 이내, 일행들과 함께 신하린의 뒤를 쫓았다.
신하린은 좌우측에 있는 모든 방을 무시하고 앞만 보고 걸었다.
중간, 중간, 함정들로 보이는 장치들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신하린이 처음 말했던 것처럼 모두 해체해 둔 것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함정이라고 보기에는 누군가가 탈출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설치한 기구들 같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 강신은 머릿속에 쓸데없는 생각을 지웠다.
그렇게 신하린과 일행들이 도착한 곳은 낡은 나무문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쇠창살이 아닌 나무문의 모습은 꽤 이질적이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난장판이 된 넓은 공간이 나왔다.
널브러진 종이들과 종이를 태우려고 했던 것인지, 한쪽에는 재가 가득했고 타다만 종이들도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는 깨진 유리들이 즐비했으며 그와 더불어 알 수 없는 액체가 말라서 끈적끈적하게 눌러있었다.
장웨이는 내부 모습을 보자마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여긴 연구소였군요.”
강신도 장웨이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여기 꼴을 보니, PMC와 부딪히고 그들이 잠잠해진 틈을 타 급하게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요.”
진득하게 남은 피 냄새야 밀폐된 공간이라 그럴 수 있다지만, 바닥에 눌어붙은 액체의 상태는 광신도들이 이곳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선 이곳에서 뭘 했나 확인해보는 것이 우선이겠죠.”
그렇게 말한 강신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종이들을 모으기 시작하자, 일행들도 강신을 도와 난장판이 된 공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난장판이었던 연구실 내부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강신과 일행들은 그렇게 모인 종이 더미를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광신도들이 적어 넣은 언어가 암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덕분에 강신과 일행들은 큰 불편 없이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내용은 챙겨가고 중요도가 떨어진 내용은 불태웠으니, 당연히 중요한 내용을 담은 문서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광신도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강신만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U.M.A에 대한 실험뿐만 아니라 인체실험까지 병행하고 있었군요.“
그렇게 사용된 실험체들을 폐기한 것이 바로 입구에 쌓여 있던 시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