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20
619화
“하암~”
동료와 함께 임무를 진행 중인 남성이 난간에 기대어 나른하게 하품을 했다.
‘아우…. 졸리네, 이 일은 편하긴 한데, 너무 지루한 게 탈이라니까.’
다른 동료였다면 남성에게 동의하며 소소 잡담을 이어갔겠지만, 아쉽게도 하필 오늘 그와 근무를 나온 것은 동료 중에서도 꼴통이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딱히, 멍청하거나 행동이 굼뜬 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교단 내 임무 달성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뛰어난 이였다.
그런 그를 다른 동료들이 꼴통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바로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내이기 때문이었다.
“신이 내린 신성한 임무에서 하품이라니, 정말로 불경하시군요.”
이처럼 그는 세뇌당한 신도가 아님에도 그들보다 더 광적인 모습을 보이니, 그와 같이하는 이들은 모두 피곤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 하품한다고 임무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트집을 잡아야 할까? 우리 신께서 고작 하품한다고 화를 내실 분은 아니실 텐데?”
“그렇습니다. 신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니, 당신의 하품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용서하며 화를 내지 않으시겠죠. 다만, 그 불경을 제가 봤으니, 제가 화가 많이 나겠죠.”
농담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눈은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무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을 확인한 남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미친놈이….’
이대로라면 임무고 뭐고 저놈이 자신을 공격할 판이었다.
“하, 알았다, 알았어. 진지하게 할게.”
괜히 미친놈과 엮이고 싶지 않은 남성은 손을 들며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는 분위기를 수습했다.
“훌륭하십니다.”
남자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들의 사소한 다툼은 시간상으로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틈을 이용해 그들도 모르게 그들이 있는 곳까지 접근한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들의 뒤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어눌한 인사말, 마치 외국인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처음 내뱉는 것 같았다.
말은 어눌했지만, 그 목소리까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은쟁반에 구르는 옥구슬처럼 가슴을 살짝살짝 긁는듯한 묘한 아름다운 소리.
하지만 그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그야 그들이 있는 장소는 실수라도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는 장소였으니까.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목소리에 남성과 그의 동료는 황급히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선글라스를 낀 매우 아름다운 미녀가 웃으며 자신들에게 손을 들어 접었다 피고 있었다.
선글라스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음에도 그 여성은 아름다웠다.
말로는 차마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를 바라본 남성은 잠깐이지만 숨을 쉬는 것도 잠시 잊어버릴 정도였다.
‘무슨 미모가….’
하지만 그래도 그는 교단의 주요 물품을 은밀히 보관하는 전당포를 지키는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았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신을 위해서 눈앞에 미녀를 처리해야 했다.
분명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던 미녀가 선글라스를 벗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
미녀가 선글라스를 벗자 순간 기분이 몽실몽실해졌다.
그리고는 눈앞에 있는 미녀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게 자신의 신을 배신하는 일이라도 상관없었다.
‘이게…. 사랑이라는 건가?’
사내는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어찌할 줄 몰랐다.
그리고 문득 옆에 있던 꼴통 동료를 떠올렸다.
자신 중에서도 특히 신실한 그자가 이곳에 온 외부인을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꼴통답게 머리를 부수겠지!’
첫눈에 반해 눈앞에 있는 미녀와 말이라도 섞어보고 싶었던 남성은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꼴통이라 불리는 동료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사랑에 빠진 듯이 얼굴을 붉히고 있는 남성을 볼 수가 있었다.
그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허, 이새끼, 매번 원칙, 원칙하더니만 너도 남자였구나.’
* * *
-매혹 성공했어요.
광신도들은 신을 믿는 사명감 때문에 매혹하기 힘들었을 텐데도 카밀라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강신에게 보고를 해왔다.
‘매혹의 힘이 더 좋아졌네.’
마음가짐 때문인지, 사용하다 보니 실력이 향상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매혹의 힘이 한층 강해진 것처럼 보였다.
“카밀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들에게 뭔가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이들은 전당포에 직접 들어갈 수 없는 이들이라 내부에 대한 건 모르는 게 더 많았어요. 그러니까….
카밀라는 자신이 매혹한 이들에게서 들은 정보를 강신에게 전달했다.
전당포를 운영하는 것은 당연히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세력을 두 개로 나누었는데, 하나는 전당포 내부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하며 외부로 일절 나오지 않는 이들과 전당포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허가받지 않아 외부에서 경계를 서며 침입자를 막는 이들로 나뉘었다.
그리고 카밀라가 현재 매혹한 이들은 당연하게도 후자에 속했다.
그러니, 그들은 전당포 내부에 대한 것은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카밀라가 외부 경계를 맡은 이들이 머무는 숙소를 알아냈습니다.”
강신은 카밀라에게 전달받은 내용을 그대로 다른 통신 채널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일행들에게 전달했다.
-알겠어요. 그럼 저는 송대리와 함께 그 숙소를 조용하게 처리하면 될까요?
딱히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순자는 단번에 강신의 의도를 파악했다.
“네, 그래 주시기 바랍니다. 아, 사제도 하나 끼어 있다고 하니, 몸조심하시고요.”
-저 이순자예요. 별걱정을 다하시네요.
강신은 이순자의 자신감 가득한 대답에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럼 조금 이따가 뵙겠습니다.”
강신은 통신을 끝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네시스, 크림, 이제 시작하자.”
-알겠어.
-알겠습니다.
강신의 몸은 두 A.I의 대답과 함께 주변과 동화되어 흐릿하게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강신은 의태 능력을 이용해 카모플라쥬 상태로 전당포로 향했다.
전당포는 2층 건물로 주변 건물과 비교해도 위화감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허름한 느낌이었다.
전당포 입구를 지키던 이들은 이미 카밀라가 매혹해 다른 곳으로 치워둔 상태였다.
덕분에 강신은 느긋하게 전당포 내부로 들어설 수가 있었다.
그렇게 진입한 전당포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물씬 풍겨왔으며 쇠창살로 보호받는 작은 창구와 그 뒤쪽으로는 물건을 넣어 보관하는 수많은 서랍이 강신을 맞이해 주고 있었다.
‘창구에 한 명. 내부에 몇 명이 더 있군. 내부로 진입하려면 창구 옆, 쪽문을 이용해야 하나.’
닫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 방도를 생각해야 했다.
강신은 이곳에 있는 CCTV를 확인했다.
‘창살 안쪽으로 두 개, 바깥쪽으로 두 개. 총 네 대라…. 많기도 하군.’
평소라면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아 CCTV를 망가트렸겠지만, 지금은 그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외부와 연결이 되지 않은 독자적인 망을 사용해 CCTV를 운영하고 있어. 간섭하려면 저 CCTV가 사용되는 망과 직접 연결해 줘야 해.
프로네시스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자, 강신은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지 않고 CCTV를 고장 내기로 했다.
강신은 천천히 CCTV에 접근해 조심스럽게 손끝을 CCTV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장갑의 기능으로 전류를 흘렸다.
파직-!
장갑에서 흐른 전류로 과부하 되었는지 CCTV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고는 회색 연기가 흘러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고장 난 CCTV를 보며 강신은 만족스럽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 CCTV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똑같은 방법으로 CCTV를 고장 냈다.
그리고는 광신도들이 CCTV의 상태를 파악할 때까지 잠시 대기했다.
광신도들은 수시로 CCTV를 확인할 정도로 경계를 철저하게 하고 있었던 것인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내부가 살짝 소란스러워졌다.
“CCTV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두 대가 동시에 망가져!”
“아니, 그게…. 며칠 전 점검할 때는 분명 이상이 없었는데….”
“그럼, 지금 망가진 것은 뭔데? 누가 와서 CCTV를 망가트린 거야? 응?”
성을 내는 목소리에 강신이 자기도 모르게 살짝 동요할 뻔했다.
“마지막으로 찍힌 영상과 주변 CCTV를 봐! 아무도 없는데, 그냥 합선된 것처럼 스파크가 튀고 먹통이 된 거잖아!”
그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고장 난 상황이 찍힌 CCTV를 확인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게….”
“하, 됐어. CCTV 여분 창고에 있어? 없어?”
“네, 그건 있습니다.”
“그럼 일단 빨리 고치기나 해, 나중에 나 말고 다른 사제들이 보면 나처럼 한 소리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말은 험하게 했지만 나름 신도들에게 관대한 이였는지, 그 험악한 말투에는 신도를 걱정하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었다.
작은 소란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에 있던 사람들 몇 명이 창구 옆에 있는 작은 문을 열고 외부로 나와 고장 난 CCTV를 고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신은 들키지 않게 그들이 열어둔 문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내부로 진입하자, 강신은 내부를 둘러보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리 넓지 않은 평수인데?’
이런 좁은 곳에서 신하린이 돌아오지 못하고 연락이 끊겼다는 것은 확실히 뭔가 이상한 일이었다.
혹여나 예배당처럼 지하에 숨겨진 비밀 공간이 있을까, 한참을 찾아봐도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없었다.
있다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전부였다.
그래서 1층을 모두 둘러본 강신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조용히 올라갔다.
2층은 1층과 다르게 커다란 방 하나와 작은 방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작은 방들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강신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철컥.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을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들려왔다.
내부를 살짝 살피자, 강신은 작은 방들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었다.
‘내부 인원들이 사용하는 방들이군.’
이불이나, 여러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면 분명했다.
작은 방들이 내부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이라는 걸 알게 된 강신은 열려 있는 커다란 방으로 이동했다.
방 내부에는 강신이 고장 낸 CCTV를 보여주는 모니터들과 중무장한 인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보안실, 내부를 지키는 이들이군.’
그리 그들 중 한 명, 이곳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의자에 편하게 앉아 투덜대고 있었다.
“너희 진짜, 지금 근무자가 나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라, 다른 사제들이었으면 그냥 안 넘어갔다.”
그는 그렇게 으스대며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모를 도넛 하나를 한입에 쑤셔 넣고는 몇 번 씹지도 않고 커피를 들이켰다.
그리고 때마침,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던 두 개의 모니터가 강신이 지나왔던 쇠창살 밖을 비추게 되었다.
“오, 생각보다 빨리 고쳤네.”
그리고 CCTV를 고치기 위해 나갔던 인원들이 고장 난 CCTV를 들고 방 내부로 들어왔다.
“그래서, 뭐가 문제였어.”
“그…. 전류가 강하게 들어갔는지, 내부 회로가 녹아있었습니다.”
“거봐! 너희들이 점검을 똑바로 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잖아.”
“…….”
CCTV를 수리한 남성은 어떤 핑계도 댈 수가 없었다.
“뭐, 수리했으면 됐어. 지금 있었던 일들은 나도 곤란하고 너희도 곤란하니 그냥 우리끼리 조용히 묻자고, 알겠지?”
“하지만, 위에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보고하라고….”
“쓰읍…. 지금 내가 나 좋자고 이렇게 말하는 거야? 너희도 이번 일이 위에 들어가면 외부로 돌게 될 텐데?”
“……알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일단 난 교대하러 간다.”
대장으로 보이는 남성은 CCTV를 고친 인원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리고는 보안실을 빠져나갔다.
강신은 조심히 그를 뒤쫓았다.
‘직책이 있는 사람이니, 따라가 보자.’
그는 큰 방에서 나와 작은 방 중 끝에서 두 번째 방의 방문 앞에서 멈추고는 품속에서 열쇠를 꺼내어 열고 들어가려 할 때, 강신은 작은 돌 하나를 바닥에 던졌다.
툭,
“음?”
남성은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고는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강신이 문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그 후, 남성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문을 거칠게 닫고는 문을 안쪽에서 잠갔다.
그러는 동안 강신은 충분히 내부를 살폈고 자신이 들어온 방이 평범한 방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다른 이들이 생활하던 방과 다르게 이 방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