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24
623화
“그렇게 됐습니다.”
강신은 숙소로 복귀하자마자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을 일행들에게 알려주었다.
“허…. 사제들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었지만, 복수의 종교자라니…. 전투로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상당히 위험할 뻔했군요.”
외부 경계를 맡은 신도의 숙소를 급습하고 돌아온 송기덕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대꾸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한명 한명이 모두 정예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소장이라고 불린 노인은 머리가 상당히 잘 돌아가는 편인 것 같더군요.”
강신은 신하린이 들고 있는 장부를 힐끗 바라봤다.
만약 강신이 수송 인원을 따라 보관소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소장의 계략에 걸려 한동안 무의미한 행동을 했을 지도 모른다.
아직 의식까지 시일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정말이지 좋지 않았다.
“그보다 전 강책임이 말한 그 스미스, 펜타곤에서 광신도들 사이에 사람을 심어두었다는 것이 더 놀라운데요? 미국 쪽은 광신도들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었나요? 제가 알기로는 광신도들이 로비스트들을 고용해 의원 몇 명을 구워삶아서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뭐, 그렇게 치자면 미국 특수 요원이 대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겠죠.”
“아, 그건 그렇네요.”
스미스에 대한 것을 대만이 알게 된다면 대만이 미국에 항의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니, 미국은 특수 요원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겨왔지만, 현재 강신을 돕는다는 목적 하나로 스스로 나선 것이다.
만약 강신이 이 내용을 다른 곳에서 발설한다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할 때, 스미스에 관한 내용은 모두 함구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시스, 크림 너희들도.”
“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알았어.
일행들은 강신의 지시에 순순히 따라주었다.
‘선의를 받았으면서 그걸 이용해 약점을 잡는 파렴치한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것이 강신의 지론이었다.
자신과 일행들만 입을 다문다면 그 누구도 보고서에서 사람 이름 하나가 빠졌다는 걸 알지 못할 것이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강책임 보호 장비의 단추를 운송하는 물건에 넣었다는 거죠?”
“네, 이부장님.”
“히야….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대요.”
이순자는 강신의 임기응변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보호 장비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옷처럼 보였지만 장비를 이루고 있는 실 한 가닥까지 특정 의도를 가지고 제작된 물건이었다.
강신이 던진 단추 또한 그러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단추는 요원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장치였으니까.
그러니, 물건을 수송하는 복수의 종교자가 작은 상자에서 단추를 꺼내기 전까지는 그의 행적을 쉽게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움직이는 곳 중 하나가 분명 의식이 행해지는 장소겠죠.”
복수의 종교자가 도중에 다른 이에게 물건을 넘긴다고 해도 강신의 단추는 그 사람이 아닌 상자 안에 넣어두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러면…. 이곳에서 일은 모두 끝난 건가요?”
카밀라가 전당포가 있던 장소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광신도들을 그대로 두고 떠나기에는 뭔가 찜찜한 것이겠지.’
강신도 그녀와 비슷한 생각이긴 했다.
‘마음 같아서는 광신도들이 지키는 보관소를 파괴하고 싶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보관소를 파괴하면 분명 광신도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내부의 병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강신은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사제들과 복수의 종교자들을 모두 상대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꽤나 부담스러워.’
강신은 지니즈 랜드에서 나타났던 두 명의 복수의 종교자를 떠올렸다.
그들이 복수의 종교자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한 이들이라고 해도 그 두 명을 상대하기 위해 많은 요원이 전투 불능에 빠진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이들을 그냥 상대해도 부담스러운데, 철옹성에 가까운 그들이 만든 요새까지 끼고 싸워야 하는 건 이곳에 있는 울프팀만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과 신하린이라면 몰래 침투해 치고 빠지는 방법으로 그 수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내부에서 공조해주는 스미스라는 요원도 있으니, 강신의 생각대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런 식으로 적의 병력을 깎는 것은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강신이 보관소에서 아주 잠깐 마주쳤던 소장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걸렸다.
‘그 노인이 그 상황을 두고 볼 리가 없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울프팀은 전투를 대비하지 않아 장비가 부실했으며 보관소를 이루고 있는 합금도 문제였다.
‘그 합금 오르긴 펄 사이트라고 했었던가?’
혹여나 도움이 될까, 강신은 보관소에서 빠져나와 그 합금을 긁어서 채취하려고 했지만, 흠집조차 나지 않는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 장비로는 그 합금을 뚫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신은 일에 중요도를 판단했다.
보관소는 분명 광신도들에게 주요 거점이었지만, 지금 강신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광신도의 특별한 의식이 진행되는 장소였다.
그 장소에는 분명 보관소에 버금가는 병력이 배치되어 있을 테니, 그것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물적, 인적 자원을 소비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방침을 결정한 강신이 일행들을 보며 대답했다.
“원하는 건 얻었으니, 지금은 물러나죠. 회사로 복귀합시다.”
보관소는 의식을 막아내고 나중에 처리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나중에도 힘들 것 같으면 광신도가 귀한 물건을 모아둔 장소가 있다는 걸 다른 이들에게 퍼트리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보물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욕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단어였으니까.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대만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회사로 복귀했다.
강신은 회사로 복귀하자, 제대로 쉬지 못한 일행들이 푹 쉴 수 있도록 휴가를 주고 홀로 개인 큐브에서 신하린이 훔쳐냈던 장부를 확인했다.
자신이 뜯어낸 단추가 이동하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 그들의 대화를 엿듣지 못했다면 정말 꼼짝없이 당했겠는데….”
-그러게.
프로네시스가 강신의 혼잣말에 대꾸해주었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장부에 적힌 물건이 운송된 위치와 단추가 움직이는 경로가 중간, 중간, 겹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장부에 적힌 수송지가 가짜라는 것을 몰랐다면 단추가 이동 중인 그 경로를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봐야 했을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면 놓친 것이 있나 계속 확인했을 테니, 그것들이 가짜라는 걸 알아내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들어갔겠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피곤한 눈을 가볍게 손으로 누르며 중얼거렸다.
“후…. 피곤하네, 조금만 쉬다가 해야겠네.”
다른 일행들과 다르게 전혀 쉬지 않았던 강신은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있었다.
강신은 의자에서 일어나 개인 큐브에 따로 준비된 침대에 몸을 맡겼다.
강신이 자리를 비운 책상에 떠 있는 홀로그램 지도에는 단추의 위치를 알리는 빨간 점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빨간 점은 미국을 향하고 있었다.
* * *
강신의 휴식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개인 큐브를 방문한 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신도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회사 내부에도 감추기 위해서 개인 큐브의 입장 권한을 상향시킨 상태였기에 개인 큐브를 방문할 수 있는 건 정해진 인원뿐이었다.
평소 개인 큐브를 청소하는 인원은 물론이고 백소은이나 김만복, 최태준 같은 인원들도 한동안은 개인 큐브로 들어오지 못했다.
울프팀 요원들은 이미 휴가를 보냈으니, 지금 개인 큐브를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의 인원이었다.
그리고 권영식은 그 극소수 중 하나였다.
권영식은 그간 진전이 없었던 두 가지 연구에서 최근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고 그 사실을 강신에게 알려주기 위해 다급하게 방문한 것이다.
“헬리오륨이라는 금속은 그 ‘공간’을 열 수 있게 해주는 건 분명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더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겨우 알아낸 문제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척준신과 다른 요원들을 구할 수 없었다.
“먼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헬리오륨의 내구성이네.”
“내구성이요? 헬리오륨은 밀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강신은 헬리오륨이 가진 비중을 떠올렸다.
작은 금속 조각 하나조차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고 있는 금속이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비중과 밀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가 치밀하단 소리였다.
그런 물건이 내구성이 떨어진다니 강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다른 물질에 비하면 내구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게이트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내구성은 그 이상이어야 하네. 그래서 이번에 자네들이 다녀온 장소에 있던 ‘합금’에 흥미가 가더군.”
권영식은 보관소를 두르고 있던 오르긴 펄 사이트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챙겨 오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가지고 있던 장비로는 그 가루조차 채취할 수가 없었습니다만….”
“보고서를 확인해서 알고 있네. 그래도 광신도들이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그 합금을 우선으로 챙겨 줄 수 있지 않겠나?”
“나중에 발견한다면 꼭 챙겨 오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되었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것은 두 번째인데….”
권영식은 두 번째 문제를 두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자신도 잘 몰랐기에 잠시 해야 할 말들을 고르고는 뒤늦게 입을 열었다.
“헬리오륨으로 일정 크기의 공간을 열면 모종의 힘이 개입해 강제로 닫아버리는 것 같더군.”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해 방해받고 있다는 소리입니까?”
“그게…. 확실하지는 않네, 솔직히 그런 힘이 개입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네. 어디까지나 나의 감일 뿐이지.”
과학자가 특정 데이터가 아닌 감으로 추정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웃음거리가 될만한 일이지만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모종의 힘이라는 게 따로 측정된 것도 아니고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누군가’가 우리가 사는 차원과 척부장이 갇힌 공간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막는 것처럼 느껴졌네.”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이런 소리를 했다면 헛소리로 치부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권영식이다 보니 없던 믿음도 생겨났다.
강신은 권영식의 감을 믿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누군가가 우리가 사는 차원과 그 공간이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면 ‘구역’은 어떻습니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구역.
사람들이 사는 현재 차원과 다르게 구역은 그 구역을 만드는 이가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예로 위치가 사는 숲속 마을은 전자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건 대모가 과학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자기도 모르게 정해진 규칙일 수도 있었다.
현실과 조금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곳이기에 강신은 그곳을 차원의 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접근이었지만, 권영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시도해봤네.”
위치의 숲속 마을에서는 전자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니, 권영식은 다른 구역을 찾아냈다.
“신단수에게 부탁해서 실험해봤지.”
“아…….”
신단수는 자신의 구역에서 권영식이 실험할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덕분에 그곳에서 총 다섯 번의 실험을 진행했지만….
“현실보다 더 크게 열리기는 했지만…. 그래 봐야 주먹만 한 구멍이 전부였네.”
그것 때문이라도 권영식은 모종의 힘이 그 공간이 열리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느낀 것이다.
“두 개 중 하나라도 빠지면 게이트를 만들 수 없어. 둘 다 충족해야 척부장을 구하러 갈 수 있을 것이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군요.”
적이 가진 오르긴 펄 사이트나, 게이트가 열리는 모종의 힘 둘 다 해결하기 막막할 따름이었다.
“자네는 기회가 된다면 오르긴 펄 사이트라고 불리는 물건만 잘 가져오게, 나머진 내가 어떻게든 해봄세.”
“알겠습니다.”
“게이트에 관한 내용은 여기까지고…. 여길 찾아온 진짜 이유는 이것 때문이네.”
권영식은 품속에서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알루미늄으로 감싸진 용기에 들어 있는 알약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