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27
626화
갑작스러운 전개에 강신은 잠시 당황했지만, 빠르게 정신을 수습하고 바로 딘에게 지시를 내렸다.
“딘, 물건은 신경 쓰지 말고 쫓고 있던 남자를 계속 쫓아주세요.”
-괜찮겠습니까?
“네.”
강신의 목표는 복수의 종교자가 아닌 의식 장소였으니, 원래라면 의식에 사용될 물건을 쫓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강신은 그 짧은 순간, 딘이 감청했던 통화 내용을 생각해냈다.
‘중간 경유지를 이용해 ‘복귀’하라고 했어.’
여기서 광신도가 말한 중간 경유지는 정황상 리버사이드가 분명했다.
무엇을 이용하라는 것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임무를 맡긴 것이 아닌 복귀 하라는 명령이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강신은 의문이 들었었다.
‘어디로 복귀하라는 것일까? 회사처럼 따로 소속된 부서가 있는 건가?’
강신은 뭔가가 부족한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고 이내, 보관소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그는 분명 자신이 대사제에게 ‘직접’ 지시를 받는다며 동기들을 위협했었다.
대사제에게 직접 지시를 받는 이의 복귀라면 그 장소가 어디든 그곳에 ‘대사제’라는 인물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의식 장소도 매우 중요했지만, 대사제라는 인물에 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야 애초에 의식을 주관하고 진행할 사람이 대사제일 테니까.’
그러니, 현재로서는 그를 쫓는 것이 더 중요했다.
“딘, 여력 병력을 두지 말고 총력을 다해서 그 남자를 쫓아주세요. 거기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얼마든지 청구하셔도 됩니다.”
-흠, 금액 한도 무제한의 추격전이라…… 좋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통신하겠습니다.
딘은 그 통신을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고 바로 리버사이드를 떠난 남성을 추격했다.
남성의 위치를 알려주던 빨간 점이 사라졌으니, 한번 놓치면 다시 추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딘도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강신은 병력을 나누지 말고 집중해서 남성을 쫓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딘은 남자를 추격하며 흩어진 동료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딘의 일행 중 하나가 간간이 자신들의 위치를 보고해왔다.
딘이 복수의 종교자를 쫓기 시작하자, 강신은 얼굴을 굳힌 일행들을 둘러보고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다들 짐 싸세요. 저희도 가야겠습니다.”
개인 큐브에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일행은 없었다.
“흠, 또 출장인가….”
“요즘 들어서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늘었네요.”
일행들은 짤막하게 한마디씩 하며 각자의 짐을 챙기기 위해 흩어졌다.
하지만 장웨이, 맥스와 친구들은 개인 큐브에 남아 지원 요원의 임무를 시작했다.
“강책임님, 장비는 어디까지 챙길까요?”
맥스가 묻자, 강신이 바로 대답해 주었다.
“짐만 챙기고 이동할 테니까, 위에서 바로 승인이 떨어지는 장비를 위주로 챙겨주세요.”
“음…. 그러면 건틀릿 같은 개인 무구는 챙기기 조금 힘들겠군요.”
이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전투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개인 무구를 챙기지 못하는 것은 꽤 치명적이었다.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구가 있는지 리버사이드 지부 쪽에 연락을 해봐야겠군요.”
장웨이는 베테랑답게 장비를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리버사이드에서 직접 무구를 공수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장웨이, 맥스와 친구들은 일행들의 항공권과 숙소, 그리고 다른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챙겼고 그사이 일행들은 짐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렇게 일행들의 준비가 끝나자, 강신은 바로 일행들과 함께 11시간동안 이동하는 비행기에 몸을 맡겨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신은 리버사이드에 도착하자마자 딘을 쫓는 남성이 아닌 그와 접촉했었던 광신도를 찾아갔다.
리버사이드가 큰 도시이긴 했지만, 그건 강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도 위에 찍혀 있는 빨간 점이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 * *
건물에 가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골목길.
쓰러진 쓰레기통을 뒤지는 쥐새끼 한 마리가 사람 인기척에 놀라 빠르게 도망쳤다.
쥐가 사라지기 무섭게 마른 체구의 주근깨가 가득한 백인 남성 하나가 방금까지 쥐가 뒤지던 쓰레기통에 내팽개쳐졌다.
쿠당탕!!
“크헉!”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를 갑자기 공격한 것은 동양인들이었다.
그는 동양인들이 어째서 자신을 공격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
백인 남성은 아픈 몸을 부여잡고 상대의 연민을 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불쌍하고 처량한 척을 했다.
하지만 동양인들의 표정은 그의 그런 노력에도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이러다 정말 자신을 죽이는 것은 아닐까, 무서웠던 남성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안에 들어 있는 달러를 모두 꺼내 그들에게 바치듯 양손을 들어 올렸다.
“제가 가진 돈은 100달러가 전부입니다. 살려주세요.”
하지만 동양인들은 그가 내민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뭐야…. 강도가 아닌 건가?’
강도가 아니면 도대체 왜 자신을 공격했는지, 남성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딱히 누군가와 원한 관계를 맺은 적도 없었으니까.
남성이 의아해하기도 잠시 동양인들의 리더로 보이는 남성이 살짝 앞으로 나와 쭈그려 앉아 남성과 눈을 마주치고는 얄미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혹시 문어 괴물을 믿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평범한 사람이 들었다면 질문한 사람의 머리 상태를 의심할만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남성에게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 빌어먹을 놈이…. 감히….”
방금까지 비굴했던 표정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대신 벌겋게 달아올라 화난 얼굴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는 어째서 동양인의 이상한 질문을 듣고 화를 내는 것일까.
그리고 어째서 그 앞에 있는 동양인은 짙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일까.
“광신도 맞아요. 제압해주세요.”
동양인이 지시를 내리자, 그의 뒤쪽에 있던 일행들이 그대로 남성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제압해 얼굴을 더러운 지면에 붙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쿵!
“윽! 빌어먹을 불신자들! 너희가 이러고도 무사할성싶으냐!”
갑자기 발악하듯 소리를 치는 남성을 본 강신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개수작 부리기는.”
지금 남성은 화가 난 것처럼 발악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소란을 피워 밖에 있는 사람을 부르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황은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목이 쉬어라, 외쳐도 그 누구도 그를 돕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어째서? 여기 치안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닐 텐데?’
요즘 아무리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이들이 많다고는 해도 리버사이드는 이 정도로 삭막한 도시가 아니었다.
적어도 누군가 공격받고 있으면 경찰에게 신고할 정도로 인심(?)은 남아 있었다.
“왜? 뭔가 생각대로 잘 안 되는 모양이지?”
동양인이 그런 그를 비웃듯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남성의 머리를 잡았다.
그러자, 그의 몸을 잡고 있던 덩치 큰 동양인이 힘을 풀고 일어서서 뒤로 빠졌다.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한 남성은 재빨리 자신의 머리를 잡은 손을 내고 도주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파지직-!
제대로 움직이기도 전에 동양인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그대로 남자의 몸 전체를 감전시켰다.
그러자, 남자가 몸을 부르르 떨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르륽!”
심지어 그의 입에서는 괴상한 비명까지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뒤에서 대기 중이던 동양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강책임님, 제압하신다고 했지. 죽인다고 하시지는 않았잖아요?”
그러자, 남성을 기절시킨 이가 변명하듯 말했다.
“음…. 오랜만에 사용해서 화력 조절을 실수했네요. 그래도 죽지는 않았습니다. 죽지는….”
그의 변명에 다른 일행들이 바닥에 쓰러져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옷에 실례한 남성을 바라보고 다시 시선을 남성에게 옮기자, 그가 황급히 말을 바꿨다.
“아마도요….”
남자를 공격한 동양인들은 리버사이드에 도착한 지 1시간밖에 되지 않은 강신과 울프팀이었다.
그리고 강신의 손에 기절하고 포박되고 있는 남성은 그들이 쫓던 복수의 종교자와 접촉한 광신도였다.
기절한 남성을 포박한 송기덕이 어디선가 포댓자루를 가져와 남성의 몸을 억지로 구겨 넣는 동안 이순자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정말 그런 도발이 통할 줄은 몰랐네요.”
“작정하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는 광신도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 방법이에요.”
괴물 문어라는 단어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금기된 단어나 마찬가지였다.
그야 자신들이 믿는 신을 문어로 비하하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쉽게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지금 강신이 한 말들은 상대방의 부모님이 침팬지라며 패드립을 박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그런 패드립을 했으니, 광신도가 화를 내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물건 확보했습니다.”
광신도를 포대에 구겨 넣은 송기덕이 포대를 어깨에 올리고, 광신도의 품속에서 찾아낸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강신은 송기덕에게 물건을 받자마자 그 안을 확인했다.
상자 안에는 강신이 보관소에서 봤던 붉은 보석과 함께 자신이 넣어두었던 단추가 함께 있었다.
“확실하네요.”
“설치했던 장치도 챙겼어요.”
광신도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도 사람들이 듣지 못한 것은 모두 신하린이 설치한 장치 덕분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이대로 이동하죠. 장대리님. 창고는 준비되었습니까?”
“네, 도시 외곽에 인적이 드문 곳에 창고 하나를 수배해 두었습니다. 그곳으로 바로 이동하면 됩니다.”
그렇게 강신은 수상한 포대 자루를 차량에 싣고 장웨이가 구해준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광신도를 심문할 준비를 했다.
“정바른 책임님만 있어도 편했을 텐데….”
정바른은 다른 연구소에 있었던 경력을 인정받으며 회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어 금방 책임 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다.
그런 그가 이곳에 있었다면 이렇게 귀찮게 심문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에게 부탁하면 광신도의 기억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정바른은 아직 한국에서 맡은 일이 끝나지 않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강신도 맥스의 말에 동의했지만 그렇다고 정바른에게 하던 일을 멈추게 하고 이곳으로 데리고 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바른은 울프팀 소속이 아니었으니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죠.”
강신은 포대에서 꺼낸 남성을 의자에 묶어두고는 조명을 어둡게 만들어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자, 방금까지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창고의 분위기가 마치 폐창고처럼 을씨년스럽게 변모했다.
그런 광신도 옆에는 붉은 액체가 묻은 여러 고문 도구가 잘 보이도록 놓여 있었다.
“이 정도면 준비는 완벽하네요, 그럼 깨우겠습니다.”
촤악~!
그 말과 동시에 강신이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을 가차 없이 광신도의 얼굴에 뿌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