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3
62화
“젠장, 이건 또 뭐야!”
갑작스러운 강신의 공격을 받은 HG 소속의 요원들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적에게 틈이 생겼을 때, 놓치지 않는 것은 척준신의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척준신은 동료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HG그룹 요원을 향해 상체를 낮춘 상태로 빠르게 접근했다.
바로 상대방의 오른쪽 다리를 잡고, 그대로 살짝 상체를 들어 올려 균형을 무너트렸다.
그리고 어깨로 밀어 상대방을 넘어트렸다.
“으악!”
사내는 넘어지면서 들고 있던 둔기를 손에서 놓쳤고, 척준신은 떨어지는 둔기를 재빨리 공중에서 낚아챘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이라 다른 HG의 요원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어느새 척준신이 탈취한 둔기를 들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HG 그룹 요원들의 리더로 보이는 자가 가볍게 혀를 차며, 무기를 탈취당한 요원을 구박했다.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언제까지 누워 있을거야! 빨리 안 일어나?”
그는 부하를 구박하면서도 강신과 척준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척준신 저 양반만 해도 버거운데, 저 녀석은 또 뭐지? 이능력자인가?’
이쪽 업계에서 일하게 되면 알음알음 알게 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내는 강신이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그는 초코에게 당한 부하들의 걱정은 잠시 접어 두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문득 척준신의 시선이 대치하고 있는 HG 요원들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방금 괴상한 공격을 가했던 강신에게 잠시 머무르는 것을 확인했다.
‘허어? 저 양반이 다른 사람을 신경 쓴다고?’
다른 현장에서 그를 봤을 때 분명 부하를 아끼는 모습이었지만, 일단 작전이 시작되면 대치 중인 적들에게만 신경을 집중하곤 했다.
그런 그가 특별한 힘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들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시선을 돌릴 정도로 신경을 쓰는 인물이 있다?
‘분명 뭔가 있어. 이상한 능력을 쓰는 놈은 무기가 없다고 해도 상대하기 힘드니, 저쪽을 공략하는 편이 좋겠군.’
그가 김대리를 잡으려는 작전을 생각하는 동안, 강신은 조용히 설야를 불러 날개 가루를 미리 흡입했다.
“스읍….”
날개 가루의 효과가 돌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터였다.
평소라면 적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난 뒤 가루를 흡입했을 강신이 날개 가루를 바로 흡입한 이유가 있었다.
날개 가루의 지속시간 동안 1팀의 요원들이 이곳으로 도착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단지, 강신에게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자신의 옆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김대리였다.
자신이 날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비전투 요원인 김대리가 휩쓸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김대리님, 제가 길을 열어 볼 테니, 기회가 되면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세요.”
강신과 척준신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대리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좋아요.”
빠르게 작전 내용이 오가고 강신은 김대리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 준비를 했다.
“초코야.”
-멍!
다시 나타난 검고 거대한 개의 앞발이 적들에게 휘둘러졌다.
하지만 결과는 방금과 전혀 달랐다.
강신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던 HG 요원의 리더 격인 남자가 들고 있던 둔기를 이용해 초코의 공격을 받아쳤다.
펑!
-깨갱!
그러자, 놀랍게도 초코의 앞발이 터져나갔고, 초코가 괴로운 비명을 질렀다.
“후우…. 조금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라 대응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지.”
그는 쓰고 있는 헬멧이 답답했는지, 벗어 던지며 강신을 바라봤다.
실눈에 날카로운 인상, 오른쪽 입술부터 뺨까지 가로로 길게 흉터가 있어 사나워 보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본 척준신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하성진 부장…. 자네였군.”
“하하하, 이제라도 알아봐 주시니, 고맙군! 동혁아 네가 상대해드려라.”
“넵!”
하성진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며 척준신의 앞에 선 사내가 있었다.
성신 그룹에 척준신이 있다면 HG 그룹에는 김동혁이 있다는 말이 있었다.
“척가 사람이랑 붙는 것도 꽤나 오랜만이네요.”
김동혁은 이제 막 약관을 넘은 듯한 젊은 청년이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척준신을 보고도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호승심을 불태우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갑니다!”
김동혁이라고 불린 사내가 바로 척준신에게 달려 들었다.
눈으로 쫓기 힘든 빠른 속도로 접근한 그는 들고 있던 둔기로 척준신을 내려쳤다.
“하압!”
다른 사람이라면 반응하기도 힘든 속도였지만, 척준신의 눈에는 공격이 뻔히 보였다.
자신을 향해 내려치는 힘을 생각해 둔기를 막기보다는 흘려낼 생각으로 적에게서 탈취한 둔기를 비스듬하게 고쳐잡았다.
투캉!
“큼.”
척준신의 입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적의 공격을 흘리려던 척준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둔기들이 부딪히자, 크게 튕겨나갔다.
생각지도 않은 못한 충격으로 인해 손에서 아릿함이 느껴졌다.
“척가 아저씨, 겨우 이게 끝은 아니겠죠?”
살짝 당황한 척준신을 도발하던 김동혁은 어느새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다시금 척준신에게 달려 들기 시작햇다.
김동혁은 둔기들이 부딪혀 튕겨져 나갈 때마다, 그 탄력을 이용해서 더욱 빠르게 둔기를 휘둘렀다.
쾅! 캉! 텅!
몇 번의 공방이 오갔다.
부딪힐 때마다 주변 공기가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
‘진동인지, 파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닿게 되면 공격 대상의 내부로 침투해서 속부터 헤집어 버리는 무기로군.‘
짧은 공방이었지만 척준신은 자신이 들고 있는 HG 그룹 특제 무기에 대해서 파악했다.
정확히는 돌출된 부분에 닿으면 강한 파동이 내부로 침투해 속을 뒤집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처음에는 조금 밀리는 것처럼 보였던 척준신이 금세 김동혁을 따라 둔기를 휘두르자, 그는 입을 샐쭉 내민 채로 투덜거렸다.
“하, 이래서 천재들은….”
투덜거리면서도 김동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쾅!
척준신을 질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약관의 나이인 김동혁이 많은 경험을 가진 척준신의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김동혁 또한, 척준신 못지않은 재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척준신을 포위하고 있던 HG의 요원들은 그 둘의 살벌한 공방전을 보기만 할뿐 도와줄 생각도 하지 못했겠는가.
둘이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가는 동안 하성진은 특이한 힘을 다루는 강신에게 다가갔다.
“동종 업계 사람끼리 꼭 이렇게 피를 봐야겠습니까?”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가오는 하성진으로부터 김대리를 보호하기 위해 살짝 앞으로 나섰다.
“아아, 동종 업계라…. 차라리 다른 곳이었다면 나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갑자기 하성진은 자신의 입에서부터 뺨까지 길게 찢어진 흉터를 가리켰다.
“이거 보여? 처음 HG와 성신에서 대립했을 때, 저 사람이 만든 흉터야.”
“…….”
하성진은 강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 * *
하성진은 요즘도 그날을 생각하면 악몽을 꾸고는 했다.
HG 그룹에 입사하고 이제 막 신입의 딱지를 뗐을 무렵이었다.
비밀 연구소를 가진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 이형의 생물을 잡기 위해서 몰려왔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타난 U.M.A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동 돼지라고 했었나.’
여러 기업이 몰려든 현장에서 성신 그룹은 간발의 차로 청동 돼지의 포획에 성공했다.
무슨 방법을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최근 성신 그룹은 남들보다 한 발 빨리 이형의 생물들을 포획했다.
그리고 그런 성신 그룹의 활약을 다른 기업들은 반가워하지 않았다.
하성진이 소속된 HG 그룹 또한 상당히 불만이 쌓여있는 상황이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지.’
그날, 어느 기업의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을 넘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철수를 준비하는 성신 그룹을 허탈하게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소음이 들려왔다.
피슉!
그곳에 나와있는 요원들 대부분은 그 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을 발사하는 소리.
탄환은 성신 그룹의 현장요원에게 발사된 것이었다.
그들의 장비를 뚫지 못했지만, 총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였다.
당연히 성신의 요원들은 무기를 쥐고 주변을 경계했다.
범인을 찾기 위해서 성신 그룹 요원들이 나섰고, 언쟁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발점이었다.
그동안 모아왔던 모든 감정이 터졌다.
한번 터진 둑은 복구할 수가 없었고, 다른 기업의 요원들이 성신의 요원들에게 달려들었다.
성신 그룹 또한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어떤 기업은 난장판 속에서 이형의 생물을 가로챌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성신 그룹의 장비들은 하나같이 대단했고, 요원들은 베테랑들이었다.
다른 기업들의 요원들이 모두 달려들었지만, 팽팽한 전투가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대치하고 있었을까.
성신 그룹에서 지원 병력이 도착했고, 그곳에는 척준신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약 1.5배는 커 보이는 덩치에 허리춤에는 두 개의 날붙이가 있었다.
가끔 현장에서 U.M.A를 상대할 때에만 쓰던 고풍스러운 검 대신, 낡고 낡은 한 자루의 도를 꺼냈다.
손잡이 끝에 작은 원형 고리가 달려있는 환두대도(環頭大刀)였다.
도를 뽑은 척준신은 평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형형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데, 짜릿할 정도로 강렬한 기세가 몸에서 흘러나왔다.
조금이라도 몸을 쓰는 법을 익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그래봐야 한 명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척준신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었다.
선배들을 따라 성신 그룹 요원들과 전투를 치르고 있던 하성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샌가 척준신은 무서운 기세로 사람들을 베고 있었다.
그 어떤 장비도 척준신의 도를 막을 수 없었고, 하성진의 선배들도 피를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요원들은 보호장비 덕분에 큰 부상을 면했지만, 주변은 유혈로 낭자했다.
척준신의 기세 때문일까? 선배들이 쓰러진 모습을 본 하성진은 자신의 감각에 잡아먹혀버렸다.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되는 물건을 꺼내고 말았다.
U.M.A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 사람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응집 폭탄이었다.
터지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범위 내의 물질들을 강한 힘으로 끌어당겨 한 곳에 압축시키는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하성진은 떨리는 손으로 응집 폭탄을 척준신에게 던졌지만, 척준신은 날아오는 폭탄을 가볍게 피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다른 성신 그룹의 요원들은 폭탄의 유효 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성신 그룹의 요원 세명을 말려들게 했다.
그리고…….
폭탄이 만들어 낸 끔찍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이 엉킨 모습은 아무리 비위가 좋은 사람이라도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다행히도 성신 그룹의 장비가 착용자를 보호해 주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숨뿐이었다.
손발이 뒤엉킨 그들은 다시는 요원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 모습을 본 척준신은 하성진에게 달려들었다.
하성진은 척준신에게서 악귀의 모습을 보았다.
분노한 척준신의 도가 하성진의 입으로 들어와 그대로 오른쪽 뺨을 찢었다.
고통과 공포로 하성진은 그대로 기절했다.
어쩌면 자업자득인 상황이지만, 그날 이후 하성진은 척준신을 증오했다.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만들어서?
아니었다. 정확히는 척준신의 기세에 눌려 자신이 사람에게 응집 폭탄을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
그런데.
‘뭐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성진은 어째서 자신이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방금 자신을 공중으로 날려버린 강신을 바라봤다.
붉게 물든 피부에 입에서는 하얀 김이 흘러나오는 청년.
그의 표정을 본 하성진은 자신의 얼굴에 흉터가 생겼던 날, 척준신에게서 느꼈던 공포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