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38
637화
이건 정말 반칙이다.
현재 상황을 스포츠 경기로 치자면 세계적인 프로 선수 하나가 시골 마을에 놀러와 동네 꼬맹이들을 상대로 진심으로 경기하면 이런 모습이 나올 것이다.
그만큼 눈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불합리했다.
욕심에 눈이 먼 이들이 달리는 험비를 멈추기 위해서 들이받고 있었지만, 날아가는 쪽은 험비가 아닌 부딪히는 쪽이었으니, 어찌 불합리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문제는 앞에서 차가 날아가건 말건, 다른 차들은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숫자면 모두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괴물 같은 험비에 들이댔다.
쿵!
끼이익! 콰광!
요란스럽게 사고가 나자, 토드의 두 눈이 떨려왔다.
‘이건 아니야.’
그간 해왔던 일은 어느 정도 가망성이 있었기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도무지 저 험비가 넘어지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그가 타고 있는 차량의 운전대를 잡은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젠장, 저 거북이 같은 차는 도대체 뭐로 만들어졌길래 꿈쩍도 하지 않는 거지?”
그래서일까, 앞에 있던 차량이 날아가고 다음 차례가 되었지만, 그는 험비에 달려들지 않고 살짝 속도를 줄이며 옆으로 빠졌다.
그러자, 뒤쪽에서 따라오던 차들이 그들을 추월하며 야유를 퍼부어댔다.
“이게 뭐 하는 거야!”
“겁쟁이 자식! 집에 가서 맘마나 더 먹고 와!”
“케일! 너 그럴 줄 알았다, 이 치킨 자식아!”
“패배자!”
그들을 추월한 차들은 그대로 험비에 들이받고는 원형 톱날에 차량이 찢겨 도로를 이탈해 강렬하게 산화했다.
케일이라고 불렸던 운전자는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쿵!
다른 차량이 마치 항의하는 것처럼 토드가 타고 있는 차량의 뒷범퍼에 부딪혀 그대로 앞으로 밀었다.
운전대를 잡은 케일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괴물 같은 험비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고는 빽하고 소리쳤다.
“아…. 안돼! 하지 마!!”
이대로 있다가는 앞선 차들과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다.
상황이 좋지 않자, 토드가 다급하게 운전대를 잡은 케일에게 소리쳤다.
“액셀! 버티지 말고 그냥 액셀을 밟아요!”
그 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케일이 토드의 말대로 액셀을 밟아 뒤쪽에서 밀고 있는 차량보다 더 빠른 속도를 냈다.
차량이 조금 벌어지자, 케일은 있는 힘껏 핸들을 돌려 험비의 톱날을 피하고 그대로 추월해 나갔다.
그러자, 그들을 밀었던 차량이 험비의 원형 톱날에 그대로 갈려 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원형 톱날에 갈려 나가는 건 그들이 아니라 자신들이었을 거라는 걸 깨닫고 식은땀을 닦았다.
“시바…. 어떻게 하지.”
운전대를 잡은 남성이 욕설과 함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상황이 끝난다면 이 차량에 타고 있는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비난당하는 걸 넘어 퇴출당할지도 몰랐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그들에게 퇴출이라는 단어는 매우 크게 다가왔다.
앞에서 험비를 막아 막아볼까, 생각해봤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 괴물 같은 험비가 지나간 길에 철침이 어떻게 널브러져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니, 이대로 차량으로 막으면 옆쪽에서 갈려 나간 차량보다 더 처참한 꼴이 될 게 분명했다.
케일이 고뇌하는 동안 뒤쪽에 타고 있던 토드 또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이대로 도망가봐야….’
더는 낙오자들 사이에서 지낼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들의 비난을 피할 방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뒤쪽에서 따라오는 험비를 멈추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저 괴물 같은 차량을 멈출 방법이 없는데.
토드는 언제나 불운했던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슬퍼졌다.
그렇게 토드와 케일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고민하는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남성이 말했다.
“이…. 이걸 쓰는 건 어떨까요?”
남성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원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뭔데요?”
케일이 백미러를 통해 원판을 보고 물었다.
“그…. 저도 잘 모르는 물건이긴 한데, 대전차지뢰? 뭐 그런 거라고 했어요….”
이곳에 있는 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않은 무지한 이들이었기에 대전차지뢰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데요.”
“제가 듣기로는 차량을 뒤집을 때 사용한다고….”
“그 작은 물건이요?”
“네네, 뭔가 꽝하고 터져서 차를 뒤집는다고 했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나오자, 죽상을 짓고 있던 토드와 케일이 눈빛을 빛냈다.
저 물건으로 험비를 뒤집을 수만 있다면 적어도 핑계라도 될 수 있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뛰어난 작전을 펼쳤다며 떠받들어질지도 몰랐다.
‘단 한 번이라도 내 인생에 주인공이 되고 싶어.’
그건 불운한 삶을 살아왔던 토드의 평생소원이었다.
그 순간, 백미러로 뒤쪽 상황을 살피던 케일과 토드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이 트렁크의 잠금장치를 풀자, 토드가 그대로 뒤쪽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는 원판을 들고 얼타고 있는 일행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거 이리 내놔.”
“어…. 어….”
토드가 거의 빼앗다시피 원판을 건네받고는 말했다.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네? 그러니까….”
“빨리 말해!”
토드가 위협하자, 얼타고 있던 남성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뇌관이고 뭐고 이야기해주었는데, 그냥 던지면 작동된다고 했어요!”
“좋아.”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어볼 시간이다.
* * *
송기덕은 추격하는 차량이 늘어날 때만 해도 당장이라도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리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갔다.
“와…. 시원시원하게 갈려 나가네요.”
겁도 없이 험비에 부딪힌 차량이 원형 톱날에 갈려 나가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도로에서 이탈해 튕겨 나가는 모습에 감탄할 뿐이었다.
“방금 그게 스무 대째에요…. 그래도 여전히 많네요.”
험비 뒤쪽으로는 아직도 수십 대의 차량이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후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톱날도 평범한 금속으로 제작된 게 아니라 어지간해서 날이 상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장웨이의 말이 거짓이 아닌지, 원형 톱날은 스무 대의 차량을 찢었으면서도 처음과 똑같이 작동하고 있었다.
“차체가 무거워서 부딪혀도 흔들림이 적어서 마음에 드네요.”
수많은 추격자 속에서 이렇게 안정감 있는 차량이 있을 수 있을까, 강신은 점점 타고 있는 차량이 마음에 들었다.
장웨이가 이 차를 국내로 가지고 가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도와줄 정도로 말이다.
‘이대로 사람이 많은 도로까지 쭉 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지금 저들이 저렇게 미친 것처럼 들이받는 이유는 그들이 달리고 있는 도로가 인적이 매우 드문 비포장도로였기 때문이었다.
즉, 제대로 된 도로가 나오거나 보는 눈이 많아진다면 저들도 이렇게 대놓고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지금 저렇게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과격한 행동보다는 나을 것이다.
입때까지만 해도 강신은 이대로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장웨이가 징수해온 험비가 뛰어났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보처럼 미친 듯이 부딪혀오던 적 중 이상한 행동을 하는 차량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음?”
그 차는 마치 부딪히는 것이 두려운 것처럼 살짝 속도를 줄이고 옆으로 빠졌다.
그러자 다른 차들이 그 차를 추월하며 비난을 쏟아내며 그대로 험비에 들이받고는 원형 톱날에 갈려 산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신이 그 차량을 보고 있는 것은 그저 호기심에 불과했다.
적어도 비정상들이 모인 곳에서 정상적으로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때 비정상적인 이들이 그 차를 들이받고 험비로 밀어냈다.
그 모습에 강신은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명 조금만 머리를 쓴다면 저 상태를 빠져나올 방법이 있었지만, 머리를 써야 할 운전대를 잡은 이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표정과 손이 완전히 굳었어.’
저런 상황이라면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저들도 앞선 차들처럼 원형 톱날의 희생자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곧 이변이 일어났다.
잔뜩 굳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이가 그 짧은 순간에 정신을 붙잡고 속도를 올려 그 상황을 모면한 것이다.
‘오?’
강신은 운전대를 잡은 이의 정신력에 감탄했다.
그 짧은 순간에 패닉에서 빠져나와 제대로 상황을 인지하고 빠져나오는 것까지 도달하는데, 그 시간이 매우 짧았으니까.
‘순간 대응력이 좋은 건가?’
강신의 관심을 끌던 차량은 아슬아슬하게 원형 톱날을 피해 험비를 추월해 앞서 나갔고 그 차를 밀고 있던 차량이 대신 갈려 나갔다.
험비를 추월한 차량은 다른 곳으로 벗어나지 않고 앞에서 얼쩡거리며 장웨이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 이 차량의 단점은 너무 무겁다는 겁니다. 속도만 더 나왔어도 앞에서 깐죽대는 저런 차 따위 그냥 밀어버렸을 텐데….”
장웨이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고 그 소리를 들은 카밀라가 강신에게 작게 속삭였다.
“장대리님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요?”
“운전대를 잡으면 간혹 성격이 바뀌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
하지만 그들의 잡담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어?”
“음?”
앞에 있던 차량의 트렁크가 열리고 한 남성이 원판 같은 철 덩어리를 들고 있었다.
그 철 덩어리를 확인한 강신과 송기덕은 안색을 굳혀야 했다.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이라면 그 외형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일정 이상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하며 전차를 잡기 위해서 만들어진 대전차지뢰였다.
“젠장! 장대리님!”
송기덕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러자, 뒤늦게 장웨이가 위기를 감지하고 운전대를 돌렸지만, 이미 앞에 있던 남성이 지뢰를 바닥에 던진 이후였다.
갑자기 대전차지뢰가 나온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식하게 대전차지뢰를 바닥에 던지는 무모함에 강신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던졌는데, 터지면 어쩌려고!’
하지만 문제는 터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들이 타고 있는 험비는 바닥에 떨어진 대전차지뢰를 피할 수가 없었다.
“송대리님! 장대리님을!”
강신이 짧게 지시를 내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옆에 앉아 있는 카밀라를 감쌌다.
그리고 험비가 대전차지뢰를 밟았다.
콰아아앙!!
텅~! 텅~! 텅! 콰지직!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고 그 충격으로 그 무거운 험비가 그대로 구르며 앞에서 대전차지뢰를 던졌던 차량과 부딪혀 뒤엉켰다.
차량 내부에서 몇 번이나 뒹군 강신은 완전히 진동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다 카밀라를 풀어주고는 상황을 확인했다.
험비의 내부는 깨진 유리 조각들로 엉망이었다.
방탄유리도 폭발의 위력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강신은 서둘러 일행들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자신에게 안겨 있었던 카밀라는 깜짝 놀라 혼이 빠진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장웨이를 감쌌던 송기덕도 옷에 붙어 있는 유리 조각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강신과 눈을 마주쳤다.
장웨이까지 무사한 것을 확인한 강신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수송 물품을 확인했다.
‘없다?’
옆에 있어야 할 악기 가방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면 유리가 깨지며 밖으로 튕겨 나갔을 가능성이 컸다.
마음이 조금 다급해지려 했지만, 강신은 애써 냉정함을 유지했다.
‘괜찮아, 남들이 봤을 때는 그냥 악기 가방이야. 행운의 천칭이라는 걸 모를 거야.’
강신은 서둘러 송기덕에게 지시를 내렸다.
“송대리님, 비전투요원 보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신은 서둘러 깨진 유리를 통해 몸을 밖으로 빼냈다.
밖으로 나온 강신은 지뢰가 터진 곳에서부터 험비가 굴러온 거리와 추격자들이 어디 있나 확인했다.
지뢰가 터진 곳에서 꽤 굴러왔지만, 그들을 쫓던 차들은 대전차지뢰가 터진 곳에서 멈추어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럼, 악기 가방은?’
다른 곳으로 튕겨 나갔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악기 가방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 지뢰를 던졌던 무식한 이들이 탔던 차량에 박혀 있었다.
그 차의 상태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험비가 그래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면 앞에 있던 차는 심하게 일그러져 원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차에 타고 있던 이들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강신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악기 가방을 수거하기 위해 망가진 차로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