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4
63화
하성진이 다가올 때, 강신이 대화를 시도한 것은 날개 가루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사실 강신은 상대방이 초코의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란 척하며 자신과 김대리를 다 잡은 물고기처럼 여기게 만든 것이었다.
얼마 후, 날개 가루의 효과가 느껴지자 강신은 방심한 하성진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먼저 왼손의 손날로 둔기를 잡고 있는 손목을 끊어쳐서 둔기를 떨어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힘 조절을 해서 손바닥으로 하성진의 가슴을 올려쳤다.
하성진은 강신에게 맞고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바닥에 쓰러진 하성진은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팀장님!!”
쓰러진 하성진을 보호하기 위해 척준신을 포위하고 있던 HG 요원들 몇몇이 다가왔다.
‘그래도 적의 머리를 잡았으니, 이제부터는 틈이 생길거야.’
지휘관을 먼저 처리해 통솔자가 없는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은 전술의 기초 중 기초였다.
강신은 이제 기회를 봐서 김대리를 빠져나가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완전히 쓰러진 줄 알았던 하성진이 몸을 일으켰다.
별 충격도 없는지, 일어나서 몸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어냈다.
강신이 가한 일격은 분명 보통 사람이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어떻게 버틴 거지?’
강신의 궁금증은 그들의 대화를 통해 해결되었다.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어, 그래.. 당황하긴 했는데 보호장비를 뚫을 정도의 타격은 아니었나 보네.”
동종 업계 사람을 처음 상대하는 강신이 놓친 것은 바로 HG 그룹에서 제작한 보호 장비의 성능이었다.
“쯧..”
평소 크게 표정이 변하지 않는 강신이 드물게 혀를 찼다.
상황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아 가슴이 답답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강신을 바라보는 하성진의 시선 또한 썩 좋지 않았다.
장비 덕분에 큰 타격은 없다고 했지만, 강신을 바라보는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해 보였다.
강신은 하성진이 왜 자신을 저런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반대로 말은 못 했지만, 하성진은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저게 사람이 맞긴 한가….’
이곳에서 척준신이 가장 위험하다는 판단이 단번에 바뀌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팀장이라는 자리가 도망가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하성진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괴물같은 힘을 가진 강신의 뒤쪽에 딱 봐도 비전투 요원으로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비겁하지만 모든 것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저 사내를 인질로 잡아야 했다.
“‘저건’ 위험하니까 멀리서 견제만 하고 그 뒤쪽에 있는 사람을 잡아.”
“알겠습니다.”
하성진이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자, 요원들은 어떤 의문도 갖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강신은 그들의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HG 요원들은 마치 광신도들처럼 하성진의 명령에 단 한 치의 망설임없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 상황에 집중하자.’
HG 요원들이 본격적으로 김대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포위하고 있던 인원 중 강신의 뒤쪽에 있었던 요원 한 명이 김대리를 향해 둔기를 휘둘렀다.
강신과 김대리의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김대리를 공격하는 요원의 행동은 빨랐다.
“이거나 받아라!”
그때, 김대리가 둔기를 휘두르는 HG 요원에게 어떤 물건을 던졌다.
파캉!
“큭!”
김대리가 던진 장비는 강신이 이곳으로 오기 전, 분배해 주었던 헥사곤 바인더였다.
헥사곤 바인더 안에 있던 액체가 경화되면서 요원을 구속했다.
“이, 이게 뭐야!”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단단히 굳은 용액 때문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
“나이스! 강선임님 보셨습니까!”
김대리는 상대방을 제압하고 좋아했다.
하지만, HG 요원들은 그런 김대리를 가만두지 않았다.
세 명의 요원들이 다시 김대리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혹시 김대리가 이상한 물건을 또 던질 것을 대비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히익!”
김대리가 겁을 먹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다행히 강신이 김대리의 옷을 잡아당겼다.
그들이 들고 있는 둔기가 평범한 둔기였다면 김대리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 기묘한 모양의 둔기는 성신 그룹의 보호 장비를 착용해도 충격을 줄 수 있는 물건이었다.
텅!
강신은 김대리를 끌어당겨 두 명의 공격을 피하게 만들었지만, 허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공격은 왼쪽 팔로 막아낼 수 밖에 없었다.
“큭.”
강신이 입고 있는 특제 장비를 뚫고, 미증유의 힘이 내부에 충격을 주었다.
심지어 강신의 몸에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가 돌고 있었음에도 저릿함이 느껴졌다.
팔 전체를 헤집는 고통에 결국 강신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다고 그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여전히 세 요원들은 김대리와 강신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쾅! 쾅! 쾅!
팔을 사용하기 힘든 강신은 적들의 발을 빠르게 짓밟았다.
“악!!”
“윽!!”
“억!!”
세 요원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면이 흙으로 되어있어서 큰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 잠시 셋의 움직임을 제한시킬 수 있었다.
요원 셋으로도 강신과 김대리를 처리하지 못하자, 다른 HG 요원들도 다가왔다.
‘어쩔 수 없나.’
강신은 미루고 있던 결정을 내렸다.
“김대리님, 이 악물고 계세요.”
“네?”
강신은 아직 저릿한 왼손까지 사용해서 양손으로 김대리를 들어 올렸다.
“안돼! 막아!!”
하성진이 강신의 행동을 보고 다급히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지만, 강신이 조금 더 빨랐다.
“흐읍!!”
강신은 김대리를 수풀이 우거진 방향으로 집어던졌다.
“강선임님. 잠, 잠깐! 으아아악!!!”
이를 악물고 있으라는 강신의 충고에도 김대리는 공포를 이기지 못해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김대리는 한참을 날아갔고, 거리가 멀어지면서 점점 비명소리가 작아졌다.
“후우..”
하얀 김이 강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김대리를 잡는 것이 현 상황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하성진은 다급히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쫓아라! 놓치면 안 돼!”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강신이 아니었다.
헥사곤 바인더에 의해 제압당한 요원의 둔기를 빼앗아, 김대리를 쫓아가는 요원들의 뒤를 노렸다.
텅~ 텅~
강신이 둔기를 휘두를 때마다, HG 요원들이 한 명씩 쓰러져나갔다.
추격자들이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고 쓰러져나가자, 하성진이 크게 동요했다.
“안돼!!”
지킬 것이 없어진 강신은 사정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철, 철수!!”
하성진이 더 이상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HG 요원들에게 철수를 지시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미 대부분의 HG 요원들은 강신에게 제압됐다.
“으으…. 괴물이 한 명 더 있다니…….”
하성진이 강신을 보고 뒷걸음질 쳤다.
턱.
무엇인가가 뒷걸음질 치던 하성진의 몸에 부딪혔고,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어느새 김동혁을 제압한 척준신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둔기는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아, 안돼!”
하성진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
“후우….”
아직 날개 가루의 효과가 끝나지 않은 강신의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손에 묻은 먼지와 재를 털던 강신은 척준신이 아라미드 로프로 HG 그룹 요원들을 묶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대리가 꽤나 산을 굴렀는지 더러워진 복장으로 1팀 요원들과 올라왔다.
“강선임님! 괜찮으십니…. 아, 이미 정리가 끝났네요.”
“왔군.”
“김대리님, 늦으셨네요.”
“하하…. 빨리 온다고 온 건데…….”
그때 강신의 몸에서 끝없이 솟아오르던 힘이 사라지고, 몸에 힘이 빠졌다.
강신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다들 오셨으니…. 저는 잠시 쉬어야겠어요.”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김대리와 1팀 요원들은 강신이 편히 쉴 수 있게 도와주고, 척준신과 함께 HG 요원들을 속박했다.
그리고 그들이 쓰던 물건들은 모두 회수했다.
슬슬 해가 떨어지는 시간, 어디선가 연락을 받은 김대리가 작은 플레어 건을 꺼내 하늘을 향해 쏘았다.
푸슝~ 펑!
붉은 폭죽이 터지자, 어디선가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
얼마 지나지 않아 광학미채를 둘러 보이지 않던 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헬기는 다른 헬기들과는 조금 모습이 달랐다.
앞뒤로 두 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치누크 수송헬기와 닮아있었지만, 크기가 2배는 커 보였다.
헬기는 강풍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절묘하게 강신 일행이 있는 고지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헬기가 착륙하자, 뒤쪽이 열렸는데, 성신 그룹의 지원 요원들과 함께 익숙한 사람이 등장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강신은 그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팰로우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지내며,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는 걸로 유명한 권영식이었다.
“강선임, 고생 많았네. 그래서 U.M.A는 어디 있나?”
그는 주변이 정신없는데도 먼저 포획한 U.M.A부터 찾았다.
“저기 있습니다.”
강신이 힘 없이 묶여있는 고라니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웨에엑..”
“오오! 정말 몸이 불타고 있군. 이봐! 가지고 온 케이스 이쪽으로 갖고 오게.”
수송헬기에서 소형 지게차와 함께 특수 제작된 케이지가 나왔다.
지게차는 곧장 U.M.A가 포획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온몸이 불에 타고 있는 U.M.A를 케이지 속으로 넣기 위해 척준신이 직접 움직였다.
지게차가 다시 수송 헬기로 들어가자, 권영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자, 강선임 연구소로 돌아갈 때는 같이 헬기를 타고 가지.”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이대로 산을 내려가기는 힘들 것 같네요.”
권영식은 강신과 1팀 요원뿐만 아니라 HG 그룹의 인원까지 모조리 헬기에 탑승시키고, 유유히 현장을 벗어났다.
“드디어 끝났네요…….”
헬기 안에 준비된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긴 김대리가 긴장을 풀며 말했다.
“U.M.A를 포획했으니, 지금 번지고 있는 불들만 잡으면 화재는 끝나겠죠. 그보다, 주유소까지 불이 번진 건 아니겠죠?”
U.M.A를 포획이 목적이었지만, 강신은 화재가 진행되는 방향에 있었던 주유소를 걱정했다.
만약 그대로 화재가 계속 이어졌다면 이미 그 근처까지 불이 옮겨붙어 있을 시간이었다.
“아, 다른팀 요원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영웅들이 목숨을 걸고 막았다고 하더군.”
“우리나라의 영웅이요?”
김대리는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어 권영식에게 되물었다.
“소방관님들이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아….”
강신은 권영식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아무런 이능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고귀한 사람들이었다.
창밖으로 소방 헬기가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헬기를 띄울 수 있을 정도로 바람의 세기가 약해진 듯했다.
“그래도 화재가 대부분 진압되어서 다행이네요.”
예상치 못한 HG 그룹의 등장으로 길어진 임무가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