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41
640화
모니카가 가진 재능은 이동에 있어서 사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뛰어났다.
‘세상 끝에서 끝까지 눈 깜빡할 사이에 이동할 수 있는 걸 사기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부를까.’
물론 그렇다고 제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제약은 대모가 만든 구역이 존재해야지만 재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다음은 직접 발로 걸어봤던 장소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기는 상관없지만 ‘문’이 있어야 했다.
강신은 라스베이거스라면 모를까, 그녀가 지금 강신과 일행들이 이동하고 있는 도로를 밟아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애초에 이 도로는 사람들이 자주 애용하는 도로도 아닌데….’
그래서 강신은 모니카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이번 일에서 배제하고 작전을 진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모니카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도로를 밟아봤다는 말에 강신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정말 좋은 일이었다.
“……일단 이동하죠.”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아무 고민 없이 낙오자들이 타고 왔던 트럭을 빼앗아 멀지 않는 곳에 있는 버려진 폐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 허름한 폐가에서 모니카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허무하게 바라봤다.
모니카와 함께 나온 이순자가 그런 일행들을 보며 영문을 몰라 물었다.
“표정들이 다들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녀가 묻자, 강신이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동하고 나서 이야기하죠.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먼저입니다. 모니카 LA 쪽으로 문을 만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강신이 부탁하자, 모니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행운의 천칭과 낙오자들이었던 남성 하나를 데리고 위치들이 사는 숲속 마을을 거쳐 아무 피해도 없이 LA로 입성할 수가 있었다.
LA에 도착한 강신은 바로 천칭을 넘기기로 했던 장소로 향했지만, 강신이 이렇게 빠르게 도착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세그레드 조라에서 아직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될 때까지 잠시 LA에 머물기로 했다.
그래 봐야 며칠이 전부였지만 장웨이는 일행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바로 세이프 하우스를 구해 왔다.
그렇게 세이프 하우스에는 복수의 종교자를 단독으로 쫓고 있는 신하린을 제외한 울프팀 인원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송기덕이 침대에 누워있는 남성을 가리키며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눕히기 전에 몸 상태를 확인해 봤는데, 그냥 단순 타박상 말고 크게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어…. 그 상황에서 그냥 단순 타박상으로 끝이라고요?”
송기덕은 험비와 부딪혀 처참하게 찌그러지고 파괴된 차량을 떠올렸다.
과연, 자신이 보호 장비 없이 그 차량에 타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살았을지, 죽었을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정신을 잃은 남성처럼 단순 타박상만으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에는 어지간한 운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그 예로 지금 눈앞에 정신을 잃은 남성을 제외하고 그 차량에 타고 있던 그의 동료들은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강책임님이 흥미를 느끼고 데리고 온 건가?’
강신은 흙먼지로 엉망이 되어버린 악기 가방에서 행운의 천칭이 들어가 있는 투명한 상자를 꺼내 정신을 잃은 남성의 머리맡에 올려놓고는 남자의 팔을 잡아 손을 그곳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어라?”
“음?”
수평을 이루고 있던 천칭이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완전히 왼쪽으로 기울었네요. 저거 고장 난 것은 아니죠?”
“그럴 리가요.”
“저번에 강책임님이 행운의 천칭은 다른 한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강책임님이 분명 그러긴 하셨는데….”
“그럼, 저건….”
천칭이 왼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을 본 일행들이 동요하며 웅성댔다.
그런 일행들과 달리 강신은 자신이 부서진 차 안에서 잘못 본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역시 이 사람 엄청나게 운이 좋으신 분이네요.”
그런 강신의 말을 들은 것인가,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한 토드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며 입을 열었다.
“개, 개소리하지마….”
사실 토드는 조금 전부터 이미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의식이 몽롱해 제대로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 제대로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정신을 잃은 척,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데리고 온 이들이 뭔가를 확인하고는 운이 좋다고 떠드니 화를 참아낼 수가 없었다.
그야, 자신에게 운이 좋다고 떠들어댄 이가 불우한 자신에게 찾아왔던 한 줌의 행운마저 빼앗아간 이었으니, 울화통이 터질 만도 했다.
‘도대체 나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저렇게 함부로 입을 놀리지?’
토드가 고통이 느껴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악에 찬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보자, 이순자와 송기덕이 바로 그를 경계하고 가까이 있던 다른 이들이 모두 조금씩 몸을 뒤로 물렸다.
“크윽…. 빌어먹을 놈들, 도대체 내가 무슨 운이 좋다는 거야! 내 인생은 언제나 불운했다고!”
토드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마치 봇물 터진 것처럼 울분에 가득 차 자신의 불우했던 인생을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중간부터는 괜히 서러워 눈물까지 흘렸다.
토드의 삶은 누가 들어도 동정심이 생길만한 삶이었다.
그래서일까, 그곳에 있는 울프팀 요원들은 훌쩍이며 말을 이어가는 토드를 어느새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하지만 강신은 조금 달랐다.
눈물 없이는 듣지 못할 이야기를 모두 듣고도 덤덤하게 말했다.
“거봐요, 역시 운이 좋다니까.”
그러자, 토드가 인상을 팍 쓰고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과연,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나 한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의 반응이었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자신이 운이 좋다고 하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토드가 경멸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강신을 바라보자, 그는 나긋한 태도로 침대에 걸터앉아 토드에게 물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행운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해 드릴 테니, 지금은 조금 진정하는 게 좋겠군요.”
잠깐의 정적 후, 다시금 강신이 입을 열었다.
“우선 통성명부터 할까요? 저는 한국에서 온 강신이라고 합니다. 당신은요?”
거친 말을 들었음에도 자신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넨 강신을 보며 토드는 방금까지 느꼈던 반발심이 조금은 옅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토드, 토드라고 합니다.”
“좋아요. 토드, 그럼 제가 왜 당신이 운이 좋다고 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당신이 가진 행운이 어떤 것인지부터 알려드려야겠군요, 토드 당신이 가진 행운은 건강운입니다.”
강신의 말을 들은 순간 토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대꾸했다.
“뭐라고요?”
그러자, 강신이 다시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건강운이요.”
사람들은 운이라는 것을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사실 운은 상황에 따라 꽤 세부적으로 나뉘었다.
쉽게 말해 점쟁이들이 점을 봐줄 때, 나누는 항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편했다.
금전운, 연애운, 자식운, 건강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토드는 그중에서도 건강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죠. 재능으로 인정할 정도로 운이 좋은 겁니다.”
분명 토드의 인생은 그가 말했던 것처럼 불운에 연속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만 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가 위험한 곳에 버려졌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그런 장소에서 구조된 것만으로도 운이 상당히 좋은 겁니다. 그리고….”
위탁 가정에서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는 했지만, 토드를 맡은 이들이 어째서 야반도주했던 것일까?
“빚 때문에? 범죄에 연루되어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평범한 일은 아니었겠죠.”
만약 그들이 토드를 데려갔다면 최악의 경우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이쪽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도 상황이 나쁘지 않군요.”
U.M.A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들 중 질 나쁜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만약 토드가 그들을 통해 이쪽 세계에 입문했다면 광신도처럼 세뇌당하거나, 실험체로 사용됐을 수도 있다.
물론 문답 무용으로 살해당하거나 U.M.A 먹이로 던져지는 일도 있었다.
그런 상황을 피한 것만으로 토드는 운이 좋았다.
“그리고 당신이 속해 있던 그 조직. 거기 사람을 밀어 넣어서 물건을 탈취하는 방법을 사용하더군요.”
토드가 그 조직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하루 이틀은 아닐 것이다.
그 말은 토드가 현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사람을 갈아 넣는 작전에서 몇 번이나 살아남아서 지금에 도달했다면 그게 운이 좋지 않다면 뭐가 운이 좋은 것일까요.”
토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간 불운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누구보다 운이 좋았다니, 이보다 충격적일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 운이 좋았던 거라고?”
쉽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강신의 말에 틀린 것이 없었다.
강신은 큰 충격에 빠진 토드가 조금 진정될 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정신을 수습한 토드를 보며 강신이 말했다.
“토드, 혹시 우리 회사에서 일해볼 생각 없습니까?”
강신이 내민 명함을 받은 토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야 강신이 건넨 명함에는 성신이라는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으니까.
어디가 되었던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낙오자들보다는 나을 것인데, 이쪽 업계에 손꼽을 정도로 거대한 기업 성신이라니.
토드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 하며 자신의 뺨을 꼬집어 봤다.
짜릿한 고통이 느껴지자 그는 지금, 이 상황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로 저를요?”
“네.”
그가 가진 재능은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많은 도움이 될 재능이었다.
극단적으로 하나를 꼽자면 함정이 가득한 복도에서 그냥 직진만 시키더라도 토드는 큰 상처 없이 끝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토드가 가진 행운은 날아오는 탄환이 피해갈 정도로 대단한 능력이었으니까.
“하, 할게요!”
토드는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비록 낙오자들을 배신하는 형색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성신, 성신이라니….’
자신도 거기에 소속되면 라스베이거스 하수도가 아닌 따듯한 물과 공기가 맴도는 집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이날, 성신은 토드라는 새로운 H를 영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