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43
642화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이 패배를 시인하는 건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강신은 회장의 부탁이었던 내용을 거래로 바꾸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였으니까.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도 황금만능주의 대사제, 테일러처럼 셈에 대해서는 확실한 성격이었다.
‘수집가라서 테일러만큼 빡빡하게 계산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무리한 요구를 하면 수집품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상정해야겠지.’
절제를 모르는 중증 수집가들과 달리 회장은 ‘조금’은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적당한 선을 정해야 했다.
-그래서 추가 보수로 원하는 게 뭔가? 현금? 아니면 금 같은 현물?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혹했을지도 모르지만, 따로 원하는 물건이 있는 강신에게는 아니었다.
“아니요, 그런 건 괜찮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이전에 제가 세그레드 조라의 의뢰를 받았을 때, 보상으로 받았던 무거운 금속, 저희는 헬리오륨으로 지칭한 그 금속을 원합니다.”
강신은 권영식이 요구하는 헬리오륨을 찾기 위해 상당히 많은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세그레드 조라가 건네주었던 헬리오륨에 대해 알지 못했다.
딱 한 곳 그 물건의 출처인 세그레드 조라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래서 강신은 헬리오륨이라는 금속을 세그레드 조라에서 독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음, 그 금속 말이지. 그래, 얼마나 필요한가?
회장은 강신이 정보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따로 발뺌하지 않고 요구량을 물어왔다.
그러자, 강신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최대한 많이요.”
-허, 정말 모호한 표현이군.
“그야, 저는 회장님이 헬리오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도 얼마나 가졌는지 알지 못하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군. 흠….
회장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자네가 헬리오륨이라고 부른 금속을 상당히 많은 양을 가지고 있네. 비중으로는 취급하기 어려운 금속이니, 부피로 따지자면 화물용 컨테이너를 가득 채울 양 정도는 되지.
의뢰를 해결할 때 주었던 양이 고작 한 덩이였던 걸 떠올리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이번 거래로 그걸 모두 내어달라는 것은 자네가 봐도 무리라고 생각되지 않나? 내가 내어줄 수 있는 양은 저번처럼 주먹만 한 덩어리가 전부일세.
쩨쩨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헬리오륨을 세그레드 조라에서만 구할 수 있다면 그 희소성 때문에 구하기 매우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강신은 고작 한 덩이를 얻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거래에 제가 추가금을 얹겠습니다.”
-음? 자네가?
“네, 추가금만큼 그에 상응하는 헬리오륨을 더 주시죠.”
-추가금이라…. 돈은 아닐 테고 현물이겠지?
“회장님이 아주 잘 알고 있는 물건입니다. 바로 용의 비늘이죠.”
용의 비늘, 강신의 말대로 모를 수가 없었다.
그야 이전에 한국에 있는 세그레드 조라 지점에서 용의 비늘을 판 전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비늘은 지금 회장 손에 들려 있겠지.’
그러니, 강신은 회장의 반응을 예상했다.
-흠, 역시, 한 장이 아니라 더 있었군. 그래도, 그건 나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물건인데….
이미 가지고 있는 수집품이었으니, 당연히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용의 비늘을 비싸게 포장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미 가지고 계시니, 그러시겠죠. 그런데 제가 이 용의 비늘은 전 세계 수집가들에게 팔면 어떨 것 같습니까?”
용의 비늘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값비싼 물건이었다.
그러니, 강신이 성신의 이름을 대고 용의 비늘을 출품한다고 살짝 이야기만 흘려도 회사가 주는 신뢰도를 믿고 전 세계 부자들이 너도, 나도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하겠다고 찾아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지금 진짜 용의 비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저와 회장님뿐이지만, 제가 가진 용의 비늘을 전부 팔면 많은 사람이 용의 비늘을 가지게 되겠죠.”
-크흠….
강신의 말에 회장이 조금 불쾌한 듯 헛기침했다.
수집가들이 모은 수집품의 가치는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그 희소성에 있었다.
용의 비늘은 그 존재만으로도 용에게서 떨어져나왔다는 사연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많은 수집가가 용의 비늘을 가지게 되면?
현재 있는 희소성이 기하급수적으로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다.
‘그래도 가격은 비싸겠지만….’
가치 있는 물건이니, 가격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떨어진 희소성은 수집가의 심기를 건드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렇다고 회장이 강신에게 물건을 팔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용의 비늘은 어디까지나 강신의 물건이었으니까.
-가지고 있는 용의 비늘은 몇 개나 있지?
강신이 가진 비늘 개수가 고작 한두 개라면 희소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수가 많다면 회장은 상당히 기분이 상할지도 몰랐다.
“글쎄요, 보관함에 넣어놓은 지 꽤 되어서 몇 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한 움큼 이상은 있습니다.”
적은 수였다면 강신이 그 개수를 기억했겠지만, 강신이 정확한 개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늘의 개수가 한두 개가 아님을 시사했다.
결국, 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집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결정해야 했다.
-좋아, 추가 의뢰금을 받도록 하지. 대신, 자네가 가진 용의 비늘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나에게 넘기게.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은 마지막까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강신의 장난질에 당하면서도 그는 이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강신은 회장과 거래를 하고 싶은 것이지 척을 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강신과 회장은 이견을 조율하고 거래를 끝냈다.
거래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락을 끊어버렸다.
강신이 받기로 한 헬리오륨의 양은 그가 가진 반인 화물용 컨테이너의 반절이었다.
한 덩이에서 엄청나게 양이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이거 옮기는 것 자체가 일이겠네요.”
고작 주목한 금속 덩이 하나도 그렇게 무거웠던 헬리오륨이었다.
그런데, 컨테이너의 반절이라니 그 무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비행기에 실으면 날지 못하고 배에 실으면 침몰하니, 아무래도 최대한 나눠서 옮겨야겠습니다.”
장웨이는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으로부터 받은 좌표에 있는 헬리오륨을 수원 지부로 옮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효율적이고 빠르게 옮기기 위해서 어떠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모니카의 도움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장웨이는 강신이 모니카의 재능을 다른 이들에게 노출하는 걸 꺼린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가진 이동 재능은 가히 사기적이었으니,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그녀의 재능을 노리는 이들에게 꽤나 시달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정말 만약에라도 모니카가 불순한 이들에게 붙잡힌다면 그건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모니카의 재능은 무조건 숲속 마을을 거쳐 가게 되어 있으니, 위치에게도 엄청난 위험을 초래했다.
현재 강신은 위치들과 계약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그들에게 피해가 생길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강신’은 장웨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신이 아닌 모니카라면 달랐다.
“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모니카가 애써 용기를 내어 말했다.
강신은 지금 당장이라도 안된다고 외치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강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으니까.
“고맙군요, 모니카.”
“헤헤, 별거 아니에요.”
장웨이가 감사의 뜻을 건네자 그녀는 쑥스러운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대답했다.
강신은 반대하려는 본능을 피하고자 다른 주제의 말을 꺼내야 했다.
“행운의 천칭을 애너하임으로 옮기는 일은 저 혼자 하겠습니다.”
먼 거리에서 이동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들이 있는 세이프 하우스와 애너하임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해봐야 40km 정도?’
차량으로 이동해야 할 거리였다면 모를까, 걸어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라면 혼자서 이동하는 편이 훨씬 수월했다.
그야 강신에게는 의태 장비가 있었으니까.
모습을 감추고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아 인근 CCTV를 해킹해 안전한 경로로 이동하면 별 탈 없이 애너하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다른 이들이 같이 움직이면 오히려 방해되겠군요. 그러면 이부장님과 송대리님, 카밀라는 저와 모니카를 보호해 주시면 되겠군요.”
모니카에게 호위를 붙여주는 것조차 그녀가 하려는 일을 허락하는 일이 되니,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그간 강신과 많은 전장을 돌아다녔던 장웨이는 강신의 말에서 그가 굳이 말하지 않은 숨겨진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그렇게 인원이 편성되자, 장웨이와 다른 일행들은 바로 움직였지만, 강신은 어두운 밤이 되고 나서야 움직였다.
완벽하게 수평을 이루고 있는 행운의 천칭을 배낭에 넣어 보호 장비를 의태 시켜 겉을 잘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카모플라쥬를 사용해 어둠 속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주변과 동화된 상태에서 사람이 북적이는 곳으로 이동하면 부딪힐 수도 있었기에 강신은 최대한 인적이 드문 길을 이용하며 프로네시스가 알아 온 정보를 들었다.
-세그레드 조라 LA지점을 공격한 곳이 어디인지 알아냈어.
“어디였어?”
-토드가 소속되어 있던 낙오자들이었어.
낙오자들은 행운의 천칭을 들고 있던 이들을 놓치자, 표적을 배송지로 바꾼 것이다.
그런 그가 세그레드 조라 지점을 공격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더는 잃을 것이 없으니까.’
오늘만 사는 이들이었으니, 미래에 있을 세그레드 조라의 보복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 보면 광신도보다 더하군.’
잃을 게 없는 이들이 덤벼드니, 세그레드 조라 회장도 난색을 보인 것이다.
‘세그레드 조라 LA 지점의 위치는 아무도 모르게 테일러가 팔아치웠겠지.’
테일러는 자신이 정보를 팔았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스케빈저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지금 LA와 애너하임 근처에도 낙오자들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행색이 좋지 않은 이들은 우회하도록 경로를 짤게.
“좋아.”
그렇게 강신은 프로네시스가 알려준 안전한 길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였다.
40km 차를 타면 금방이지만 걸어가면 적어도 몇 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그것도 직선거리였을 때나 그런 것이지, 지금처럼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강신은 전혀 괘의치 않았다.
조금 더 빨리 가겠다고 어디서 나올지 모를 낙오자들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일일이 상대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이 나았으니까.
그렇게 강신은 애너하임에 도착한 것은 정확하게 14시간이 흐른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