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44
643화
애너하임, 지니즈 랜드 대소실 사건이 있었던 곳.
강신에게는 접근하기조차 힘든 트라우마가 있는 장소였다.
그 사건이 있었던 지니즈 랜드는 아직도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높은 철조망과 함께 천막이 들어서 있었다.
강신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부지를 애써 덤덤하게 지나쳐 애너하임에 있는 세그레드 조라 지부로 향했다.
이미 회장에게 뒷길을 이용하는 방법을 들어놨었기에 강신은 복잡한 방식을 모두 생략하고 애너하임 지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모습을 감추고 소리 없이 들어와서일까.
강신이 지부 내부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애너하임 지부를 맡고 있던 지부장이 소스라치게 놀라 잠시 소란이 있었다,
본사에서 파견된 종업원이 회장에게 이미 언질을 받았던 것인지, 빠르게 상황을 수습해 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강신이 종업원에게 행운의 천칭이 들어있는 투명한 상자를 건넸다.
“확실히 건네받았습니다.”
종업원이 상자를 받자, 수평을 유지하던 천칭이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오른쪽으로 점점 기울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했지만, 천칭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강신은 단번에 알 수가 있었다.
강신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좋지 않아.’
행운의 천칭은 현재 접촉한 이의 행운 상태를 알려주는 물건이었다.
즉, 물건을 건네받은 종업원은 지금 실시간으로 운이 나빠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운이 나쁠 일이 뭐가 있을까.
‘낙오자들이 벌써 애너하임 지부를 노리고 있는 건가?’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럴 가능성이 컸다.
그것 말고는 현재 그가 운이 나빠질 이유가 많지 않았으니까.
‘하필이면….’
그냥 무시할까, 아니면 작은 경고라도 주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이들과 함께 낙오자들을 상대해야 할까.
머리가 복잡했다.
비즈니스적인 관계라고 애써 무시하고 싶었지만, 오지랖 넓은 타고난 천성은 이들을 도우라며 부추기고 있었다.
‘어디까지 도와줘야 하지….’
돕는다고 해도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낙오자들을 상대할 건지, 위험을 알리는 것만으로 끝낼지도 고민이었다.
낙오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강신뿐만 아니라 눈앞에 있는 종업원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도 LA 지부가 낙오자들에게 당한 이유는 목숨을 도외시하며 잃을 게 없다는 듯 달려드는 수많은 낙오자와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 지킬 것이 너무 많은 세그레드 조라의 상성이 최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LA 지부가 통째로 날아간 건 낙오자들보다 그곳에서 보관한 수집품 중 하나가 폭주한 것이니까….’
면밀히 따지자면 세그레드 조라 지부의 관리 소홀로 치부해도 될 것이다.
‘회장의 의뢰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않았군.’
회장이 굳이 강신에게 의뢰를 맡긴 것은 강신이 물건을 옮김으로써 시선을 돌려 애너하임 지부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강신의 일 처리는 너무나 완벽했던 것이 문제였다.
강신은 세이프 하우스에서 빠져나오고 단 한 번도 다른 이들에게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니 LA에서 대기하고 있던 낙오자들은 행운의 천칭을 가진 이가 사라졌으니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낙오자들은 LA 지부를 습격했던 것처럼 행운의 천칭을 쫓는 것보다 그 물건이 향할 곳을 노리게 되었다.
‘이곳은 LA 지부와 가장 가까운 곳이니….’
낙오자들이 애너하임 지부를 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조금은 서비스해 줄까.’
비록 비즈니스적인 관계라고는 하나, 호의를 베풀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러니까, 점주님?”
“아,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요. 애너하임 지부를 맡은 티미라고 합니다. 편하게 티미라고 불러주시죠.”
“네, 티미. 갑작스럽게 죄송하지만, 현재 애너하임 지부가 위험한 건 알고 있으십니까?”
강신이 경고하자, 티미는 당황하기는커녕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물론이죠. 근처에 있는 LA 지부가 당했는데, 그걸 모를 리가 있을까요. 그래서 지점 주변에 계약한 PMC를 깔아놨습니다. 꽤 실력 있는 이들이니, 전혀 문제 될 건 없을 겁니다.”
티미는 원래부터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LA 지부가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았다는 내용을 듣자마자, 평소 계약해두었던 PMC들을 모두 불렀다.
애너하임이 위험할지, 그렇지 않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는 PMC를 부른 비용보다는 지부에 있는 수집품들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가 계약한 PMC에는 상당한 실력자들이 다수 있었으니, LA 지부를 공격한 낙오자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큰 피해 없이 격퇴할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강신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PMC를 깔아둔 상태에서 행운의 천칭이 저렇게 움직인다면 말이 다르지.’
다시 말하지만, 행운의 천칭은 현재 사용자의 행운을 알려주는 물건이었다.
그 말은 지금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는 천칭에 올라간 무게는 주변에 있는 PMC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천칭은 계속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건, PMC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들만으로는 이곳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은 힘들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티미는 그런 강신의 말을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하하하, PMC라는 단체가 못 미덥게 보일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고용한 PMC에는 무려 ‘재능’을 가진 이들도 있으니까요.”
평소라면 확실히 놀랄만한 말이었다.
PMC에 소속된 이들 중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그야 쓸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곳을 가더라도 극진히 모셔갈 테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내용은 호재가 아니었으니까.
‘재능을 가지고 있는 PMC 요원을 뚫고 이곳까지 도달한다는 건가?’
상대의 전력이 판단했던 것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는 소리였으니까.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종업원이 들고 있는 행운의 천칭을 가리켰다.
“저길 보시죠.”
그제야 티미와 종업원이 행운의 천칭을 확인하고는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어, 어…?”
“음.”
강신이 이곳을 돕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거의 멈췄지만 그렇다고 오른쪽으로 기울었던 천칭이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운이 없는 상황이라면, 쉽게 예상이 가시죠?”
이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강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을 것이다.
“젠장, 짐. 자네는 그 천칭부터 빨리 안전 금고에 넣어 놓고 와!”
방금까지 여유로웠던 티미가 다급한 표정으로 종업원에게 명령을 내렸고, 짐이라고 불린 종업원은 서둘러 지부 안쪽에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티미는 종업원이 사라지자 서둘러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어, 나야, 혹시 애너하임 쪽에 들어와 있는 PMC 중에 놀고 있는 이들은 없나? 어, 있다고? 그들에게 보수는 두둑하게 줄 테니, 일 하나 맡아볼 생각 없냐고 물어봐 주겠어? 언제? 지금 당장!”
티미는 평소라면 이용하지 않을 PMC와 연결해주는 브로커에게 웃돈을 주면서까지 추가로 PMC를 고용했다.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평소 친분이 있던 거래처에 연락을 돌려 도와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그런 티미는 처음 봤던 여유로웠던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조급함만이 남아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연락을 돌린 티미는 초조한 모습으로 강신에게 다가왔다.
“저…. 저기….”
강신은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도와달라고 하겠지.’
그게 아니면 그가 자신에게 말을 붙일 이유가 없었으니까.
실제로 티미는 강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붙인 것이었다.
그는 사실 강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
그저 회장이 고용한 사람이니, 평범한 사람이 아닐 거라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강신이 누구인지는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존재인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이었다.
티미가 말을 꺼내기 전, 강신이 먼저 선수 쳤다.
“제 임무는 천칭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끝났습니다만,”
순간 티미의 안색이 꺼무죽죽하게 변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신의 말을 듣고 다시 화색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두고 떠나는 건 저도 마음에 걸리는군요. 그러니, 도와드리죠.”
“가, 감사합니다.”
티미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강신의 손을 붙잡았다.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티미는 곧장 PMC 수장들을 지부로 불러 자리를 만들어 그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티미의 설명을 들은 PMC의 수장들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목표를 보호하며 전투가 일어나는 것은 일상다반사이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티미가 그런 첩보를 어디서 얻었냐는 것이다.
“언제 공격해오는지도 모른다는 거잖습니까?”
밖에서 봤다면 산적으로 오해할 만큼 털이 북슬북슬한 덩치 큰 남성이 순박하게 두 눈을 끔뻑이며 자신의 고용주에게 되물었다.
“그게…. 네….”
티미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도 지금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내용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PMC 수장들은 그런 티미의 의견을 마냥 무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후…. 좋습니다. 좋아요.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셨지만, 고용주님 말대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곳이 공격받는다고 칩시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움직여 주길 원하십니까?”
그 어떤 근거도 내밀지 못했지만 원래 이쪽 세계는 그런 일은 허다하게 일어나니, PMC 수장들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어…. 그러니까. 이가라시 PMC에서 이쪽을 전담으로….”
티미는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된 PMC를 시작으로 각 수장에게 할당 구역을 지정해 주었다.
“각자 이렇게 맡아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전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기본적으로 경계 구역을 넓게 펼친 상태에서 전투가 발생하면 지점을 중심으로 축소, 방어선을 구축하며 지점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움직여 주시면 됩니다.”
티미가 제시한 작전은 단순하지만, 효율이 높았다.
전투가 일어나자마자 지점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축소한다면 그만큼 촘촘해져 방호력이 증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속되는 전투에서 사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점점 뒤로 물러나며 그 범위를 줄이면 적은 인원으로도 계속 지점을 보호할 수 있게 될 테니까.
PMC 수장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티미가 내놓은 작전에 별 불만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티미는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간 많은 PMC와 계약하면서 그들의 사기를 단번에 올려주는 마법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이번 상황이 끝나면 기여도에 따른 보상은 물론이고 전 인원에게 특별 수당을 지급하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PMC 수장들의 표정이 아주 의욕적으로 변하며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