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45
644화
마법의 단어를 뱉은 티미의 작전을 반대하는 PMC 수장은 없었다.
작전 내용 자체도 나쁘지 않았지만, 따로 말하지 않아도 의뢰주가 보너스까지 두둑하게 챙겨준다는데, 불만이 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PMC의 수장들은 휴식하고 있는 이들까지 모조리 불러 모아 눈에 불을 켜고 거리에서 수상한 이들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중무장한 이들이 거리를 돌아다니자, 지역을 지키는 경찰과 조금 소란이 있었지만 티미는 애너하임 공권력과 유착 관계도 있는 것인지, 그의 전화 몇 통만으로 큰 트러블 없이 해결됐다.
오히려 그들도 돕겠다며 나서기까지 했다.
그렇게 세그레드 조라를 공격하려는 이들을 물색하는 동안 지점 내부에서는….
“그…. 행운의 천칭을 다시 한번 사용해 보면 안 되겠나?”
불안을 지우지 못한 티미가 본사에서 파견 나온 종업원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 부탁을 거절했다.
“점장님도 아시겠지만, 행운의 천칭을 보관한 금고는 열쇠를 가진 본사의 사람이 오기 전까지 열지 못합니다. 강제로 열려고 하면 큰 폭발이 일어나는 거 아시고 있지 않습니까?”
“아…. 그, 그랬지, LA 지부도 그래서 날아갔다고 했으니까, 내가 조금 조급했네….”
평소에는 억지로 열 이유가 없으니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었지만, LA 지부가 날아간 원인이 침입자들이 강제로 금고를 열려고 했던 것 때문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굳이 종업원에게 말을 꺼낸 것은 그만큼 티미의 정신이 궁지에 몰린 탓이었다.
적이 들이닥친 것도 아님에도 티미가 이런 상태가 된 이유는 그가 애초부터 담이 큰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새가슴도 이런 새가슴이 없었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냐고 묻는다면 길거리에서 그의 길을 막은 강도가 품속에서 총을 꺼내는 것보다 빠르게 먼저 지갑을 꺼내서 넘겨줄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지금 상황은 정말이지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지금, 이 지부에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겠는가.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수집가에게 수집품이란 목숨을 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LA 지부장도 그래서 수집품과 함께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이겠지.’
금고를 강제로 연다고 해도 그 금고가 바로 터지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금고가 터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다.
그런데도 LA 지부장이 사망한 것은 지금 자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수집품을 버리지 못해서일 것이다.
수집가라는 족속은 평생을 바쳐 애정으로 모은 수집품을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으니까.
티미의 생각이 자꾸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죽는 건 아프겠지…. 적어도 금고에 들어가 있는 천칭이 있었다면 적들이 언제 습격할지 알 수 있어서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있었을 텐데….’
티미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문득 행운의 천칭을 가져다주었던 남성을 떠올렸다.
PMC가 움직일 때,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며 모습을 감춘 남성.
본사에 있는 회장이 직접 의뢰를 맡긴 사람이니, 실력도 보장되고 신용도 높겠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이미 도망가지 않았을까? 아니, 내 수집품을 보고 배신하면 어쩌지?’
티미가 고민을 끝내자마자, 다시금 그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며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종업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또 쓸데없는 망상을 하고 계시는 군, 하여튼 점주님은 저게 문제란 말이지.’
티미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종업원은 강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아니, 원래라면 점주도 알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점주는 자기 수집품에 너무 빠져 있는 인물이라 주변에 둔감해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정보꾼이 도와준다면 상황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정보꾼인 강신에 대한 소문은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상태였다.
강신의 업적은 누가 들어도 믿지 못할 것들이 잔뜩이었다.
그러니, 종업원은 티미가 고용한 PMC보다 강신을 더 신용하고 있었다.
애너하임 지부 내부에서 그런 일이 있는 사이 강신은 애너하임 지부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높은 건물 옥상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LA지부를 공격한 것이 낙오자들이었으니, 이곳을 노리고 있는 것도 그들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행운의 천칭이 기운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재능을 가진 이가 포함된 PMC가 지키고 있음에도 불운 쪽으로 기운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돕겠다고 했음에도 불운에서 올라오지 않는 천칭이 말이다.
목숨을 도외시하며 달려드는 낙오자들의 행동은 분명 일반인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지겠지만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제대로 무장한 PMC 요원들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심지어 그 PMC에 재능을 가진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랬다.
‘PMC에서 재능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힐 정도면 그 재능이 직, 간접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되는 재능이겠지.’
그런 재능이 있다고 밝힘으로 PMC의 몸값을 올려 받을 테니까.
실제로 PMC에 소속된 이들 중 도움이 되지 않는 재능은 굳이 밝히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굳이 그런 걸 밝혔다가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재능이라는 게 밝혀지면 오히려 아무도 고용하지 않게 되니까.
그런데도 천칭은 불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천칭이 기운 이유가 따로 있는 거야.’
그게 무엇일까, 강신은 많은 상황을 떠올려야 했다.
‘낙오자 중 재능을 가진 이가 포함되어 있나? 그것도 일반적인 재능이 아니라 전투에 재능이 있는 PMC 요원을 제압할 정도로 강력한 재능을 가진 이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행운의 천칭을 노리는 다른 집단이 있다던가?’
행운의 천칭은 사용 방법에 따라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는 물건이었으니, 낙오자들이 아닌 다른 단체가 노리고 있다고 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가 천칭을 가져다주기 전까지….’
배송 중에 탈취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엄연히 세그레드 조라의 손에 쥐어진 물건이었다.
‘지금 이 지점을 공격하면 세그레드 조라와 척을 지게 되는 것인데, 그럴 단체가 있긴 한가?’
수집가의 단체로 큰 무력을 가지지 못한 그들이 이런 희귀한 물건이 가득한 상점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세그레드 조라 지점을 맡은 지점장 한 명, 한 명이 모두 큰 재력가인 덕분이었다.
그들은 돈으로 수집품을 모으고 보안을 위해 사람을 고용했다.
그것도 일반적인 사람도 아닌 최대한 검증된 사람들을 위주로 모았다.
실제로 현재 애너하임 지부 지점장이 계약한 PMC만 해도 어지간한 중소 기업급 병력이었다.
지점 하나를 맡은 이가 그 정도 병력을 고용하는데, 아무런 주저가 없었는데 만약 전 지점 지점장들이 마음먹고 사람들을 고용한다면?
어쩌면 최근 강신이 편법으로 베가를 통해 일으켰던 그런 상황이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아무리 탐난다고 해도 이렇게 직접 지점을 공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상황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상식이 다른 이들에게도 상식이 아닐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강신은 가장 높은 곳에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신이 모든 거리를 보며 일일이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야 강신에게는 그 정보를 대신 처리해줄 든든한 아군이 있었으니까.
‘그래, 나는 불가능해도 프로네시스는 가능하지.’
강신이 착용한 만능렌즈를 통해 함께 애너하임 거리를 확인하고 있는 프로네시스는 실시간으로 거리를 분석하고 강신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남쪽 지역 이가라시 PMC가 맡은 지역에 낙오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보이네, 인원수가 적은 것을 보면 본대는 아닌 것 같고 척후조 정도쯤 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북동쪽에도….
프로네시스가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크림도 가만히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크림은 프로네시스가 특정한 인물에 대해 즉각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진 신분은 물론이고 최근 그들이 찍혀 있는 폐쇄회로까지 분석해냈다.
-프로네시스의 말대로 낙오자가 맞는 것 같아요. 저 사람 LA 지부가 날아가기 몇 시간 전에 근처 폐쇄회로에 찍혀 있었어요. 그리고 북동쪽에 있는 이는 낙오자들이 아니라 3년 전부터 이곳에서 머물기 시작한 평범한 노숙자예요.
“좋아, 낙오자들로 판단되는 이들은 계속 추적해 주고 추가로 다른 수상한 이들이 없나 확인해보자.”
-알았어.
-알겠어요.
그런 강신의 경계는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거리를 경계하던 강신이 인상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왜 습격이 시작되지 않지?
행운의 천칭을 봤을 때는 분명 머지않아 습격이 있을 것처럼 급격하게 기울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강신은 천칭이 기울다 말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설마 내가 간섭해서 습격이 미루어진 건가?’
강신이 간섭함으로써 티미는 PMC와 추가 계약을 했고 인원 더 보충했으며 경계 레벨을 높였다.
지점을 습격하려는 이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엄중한 경계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언제 습격할지 모르게 되었다는 건가.’
그건 곤란했다.
지금 당장은 티미가 내건 조건 덕분에 PMC가 엄중하게 경계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중한 경계는 느슨해질 것이 분명했다.
‘누가 습격하는지, 언제 습격하는지 어떤 근거도 없었으니까.’
PMC에 소속된 이들은 오지 않는 적들을 의심할 것이다.
그 동요는 금방 내부에 퍼질 것이고 그건 결국 전투력 하락으로 이어질 게 분명했다.
‘전투력이 약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내가 여기서 발이 묶여있다는 거지.’
강신은 여기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일행들과 합류할 생각이었다.
지금 강신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황금만능주의 교단이 움직이면 복수의 종교자를 바로 잡아서 정보를 캐내기로 했었는데.’
이미 신하린에게도 이 이야기는 전달되어있어 바로 움직여 주겠지만, 아무래도 그녀 혼자 복수의 종교자를 상대하라고 하기는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복수의 종교자들이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신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 현재 상황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후…. 그래도 도와주기로 했으니, 중간에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강신은 일행들이 자신이 없어도 잘 대응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 잠깐 체력을 비축해 둘까.’
강신은 애너하임의 야경을 배경 삼아 난간에 몸을 기대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