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70
669화
-리콘 진입 대기 중, 인원이 나오면 바로 진입하겠습니다.
쏴아아-!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비는 사람의 시야뿐만 아니라 작은 소리까지 모두 감추어주었다.
그래서일까, 그 빗속에서 성신의 정예가 아주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그들은 자신이 맡은 임무에 충실했다.
빗속에서도 순찰을 돌고 있는 정찰 인원을 조용히 제압하는 것은 물론이고, 텐트마다 신하린이 새겨 넣은 표식을 확인하며 기계 장치들이 있는 장소에 그 천막만 날릴 수 있는 폭발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위험도가 높은 서브 몬스터가 머무는 천막은 조용히 지나쳐갔다.
‘그래도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그런지, 외부로 나오는 서브 몬스터는 없군.’
비를 맞으면 은신이 풀릴 테니 요원들이 알아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강신의 안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디인지 꼭 말을 듣지 않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콰앙-!
제법 멀리서 작은 폭발음이 들려오자,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통신을 통해 보고가 들어왔다.
-큭, 13조, 폭발물 설치 중 적 조우! 상대는 서브 몬스터로 판정! 젠장, 기계 장치가 있는 천막에 숨어있었습니다!
어째서 그런 곳에 U.M.A가 숨어있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상황은 일어나버렸고 멀리 떨어진 강신이 폭발음을 들은 것처럼 다른 이들도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는 게 중요했다.
“뭐야! 무슨….”
“빨리 확인해봐! 어디….”
“적?! 적이야?”
빗소리 때문에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광신도들이 다급하게 소리치는 걸 보아하니, 지니즈 랜드에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중앙 천막에서 대기 중인 신하린이 움직였다.
-리콘 진입합니다.
때마침, 안에 들어가 있던 인원이 외부로 나온 것 같았다.
잠시 지니즈 랜드가 소란스러워지고 이내,
텅! 텅! 텅!
최소한의 빛만을 유지하고 있던 지니즈 랜드에 추가적인 광원이 작동했다.
사직 구장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기둥에 연결된 수많은 전등이 지상을 대낮처럼 밝히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던 요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모습은 이동 중인 강신과 일행들의 눈에도 들어왔고 송기덕은 그 모습에 가볍게 혀를 찼다.
“쯧, 조금 늦어버렸나.”
그런 송기덕의 투덜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지상을 비추던 조명이 동시에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쨍강! 쨍강! 쨍강!
후두둑….
깨진 유리 파편이 지상으로 떨어지자, 통신 장비로 이순자의 호통이 들려왔다.
-너무 늦어! 뭐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조명을 지키는 장치가 있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이미 사전 정찰로 저런 광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강신은 그에 대한 대처도 분명 세워두었다.
원래 강신의 계획대로였다면 소란이 일어나면 장치가 켜지기 전 바로 파괴해 장치가 작동할 수 없도록 했어야한다.
하지만 보고대로 조명을 지키는 모종의 장치가 있었고 그 때문에 요원들은 조명을 바로 파괴할 수가 없었다.
강신은 그토록 정교하게 작전을 세우고 몇 번이고 알렸음에도 초반부터 작전이 어긋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계획이라는 것은 언제나 틀어지기 마련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금 와서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 그나마 비 때문인지 이렇게 소란이 일어나도 서브 몬스터가 나오지는 않는군.’
처음 다른 천막에서 등장했던 U.M.A도 천막 밖까지는 요원들을 쫓아오지는 않은 것인지, 공격받은 후퇴한 요원에게서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FF-13 지점. 보이지 않는 적으로 인해. 폭발물 설치 실패.
“괜찮아요. 그 지점은 넘기고 그냥 바로 다음 지점으로 넘어가세요.”
애초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일종에 보험이었다.
천막 내부에 있는 기계 장치들이 정확히 어떤 장치인지 알 수 없었고 혹여나 의식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기에 단순하게 파괴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니, 강신은 그곳에서 폭발물을 설치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곳들에 설치하는 게 더 이득이라 판단했다.
-그럼 다음 지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13조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조들의 보고가 이어졌다.
-3조 델타 상황입니다. 제압 후 이동하겠습니다.
-11조 델타 상황.
요원들에게 델타라는 단어가 계속 들려왔다.
“사전에 파악했던 것보다 광신도의 수가 많나 본데요?”
강신과 이동 중이던 송기덕이 보고를 듣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야 델타 상황이라는 것은 해당 조가 광신도들과 만났음을 알리는 은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만난 게 사제는 아닌 것 같군요.”
어차피 광신도와의 전투는 피할 수 없기에 적과 만났다는 보고에도 덤덤할 수가 있었다.
아니, 요원들이 만나는 광신도가 사제급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조금 안도하기까지 했다.
‘지금 작전 중인 요원들은 평신도 따위에게 당할 정도로 약한 이들이 아니야.’
그러니, 요원들은 무난히 자신의 임무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강신은 보고를 들으며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기에 대놓고 달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빠른 속도였다.
그러는 동안, 요원들이 광신도와 마주치는 일이 계속 늘어났고 그건 강신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침입!”
강신과 일행들을 발견한 남성이 다급하게 소리치려 했지만,
“잠깐.”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하던 행동을 멈춰야 했다.
“자, 이리로 오세요.”
“네헤….”
광신도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이끌려 눈이 풀린 채로 무방비하게 강신과 일행들에게 접근했고, 그대로 제압당해 구석에 버려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적막했던 지니즈 랜드가 조금씩 소란스러워졌다.
쾅! 쿠구궁! 펑!
더불어 요원들의 다급한 보고도 계속 늘어나기 시작했다.
-젠장, 매복이다!
-적들이 개인 화기를 들고 있습니다!
-제압 완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신이 생각했던 대로 낙오한 조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 소란스러움 속에서 강신과 일행들은 그들의 첫 번째 목적지인, 중력침이 있는 성신이 만든 천막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후….”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몇 명의 광신도를 만났지만, 그때마다 강신이 나설 것 없이 카밀라와 송기덕이 알아서 처리했기에 강신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일단 중력침을 회수해야하고….’
세그레드 조라에게 헬리오륨을 다량 받긴 했지만, 그래도 중력침을 내버려 두었다간 광신도들이 이용할 수도 있었다.
지금 중력침은 알 수 없는 공간에 작은 구멍을 뚫어 내부에 있는 인원들의 상태를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옆에서 의식 준비를 했던 광신도라면 다른 사용법을 알아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강신은 이번 작전에 모든 변수를 지우기를 원했으니, 중력침을 회수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강신과 일행들이 막 천막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 소란스러웠던 지니즈 랜드에 이변이 일어났다.
투둥! 피유융~!
지상에서 뭔가가 하늘로 쏘아졌다.
‘조명탄?’
뭔가를 노린 것도 아니고 그저 하늘을 향해 쏘아낸 것이었다.
지상을 비추던 광원이 모두 망가졌으니, 지금 광신도가 하늘로 쏘아낼 것이라고는 조명탄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빛만 있다면 어둠 속에 숨어있는 성신 요원들을 상대하기에 유용할 테니까.
하지만, 광신도가 하늘로 쏘아낸 건 고작 조명탄 따위가 아니었다.
끼기기기긱~
정점에 도달한 투사체에서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읏.”
그리고 이내, 그 투사체가 빛을 내뿜는 게 아니라 그대로 터져나갔다.
파앙-!
투사체가 터지며 알 수 없는 파동이 전 지역을 한번 휩쓸고 나갔다.
“크윽!”
“윽!”
“꺅!”
바람도 아니며 음파도 아닌, 어떠한 파동이었다.
혹시 광범위한 공격 무기는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울 정도로 멍청한 집단은 아니야.’
위치도 모르는 적을 하나하나 타겟팅해서 공격하는 광범위 공격은 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럼 방금 터진 저 투사체는 무엇일까, 강신은 서둘러 그 투사체가 있었던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미친….”
드물게 강신이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 누구도 강신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야 지금 하늘을 본 사람들이라면 강신과 똑같은 심정일 테니까.
“구름이 사라졌어?”
비를 뿌리던 광범위한 구름이 단 한 발의 투사체만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구름이 사라졌으니, 비가 그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 말은….
쾅!! 콰광!
-커흑, 보이지 않는 적과 조우, U.M.A로 판단됩니다.
서브 몬스터가 천막을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같았다.
-젠장! 여기에도….
보이지 않는 U.M.A가 날뛰기 시작했고 작전 중인 요원들이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요원들의 비명이 통신 장비를 통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러자, 자신의 재능이 작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미 들었던 터라 지금 비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 위치가 강신에게 물어왔다.
-어…. 바로 비를 뿌릴까요?
위치의 질문에 강신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대답했다.
“아직…. 아직이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비를 뿌려 요원들을 돕고 싶었지만, 강신은 그 마음을 잠시 억눌렀다.
‘조급해하지 말자.’
작전에서 가장 큰 패착은 바로 조급함이었다.
그러니,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했다.
‘지금은 아니야.’
지금 비를 내린다면 당장 요원들에게 도움은 되겠지만, 아직 천막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U.M.A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비를 뿌리더라도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작전 변경. C-4 상황, 빠르게 시작해주세요.”
C-4는 비가 멈췄을 때, 천막 내부에 있는 서브 몬스터들을 끄집어내기 위한 작전이었다.
서브 몬스터를 천막 내부에서 끄집어내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그간 요원들이 기계 장치가 있는 천막에 설치한 폭발물을 터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1조 폭파!
-2조 폭파!
쾅! 쾅! 콰과광!
1조와 2조가 폭발물을 설치한 천막이 터져나갔다.
-3조 폭파!
그렇게 지니즈 랜드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서브 몬스터가 있는 천막은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옆에 있는 천막이 갑자기 터져나가는 상황에서 그들이 가만히 대기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언제 자신들이 있는 천막이 터질지 모르니, 분명 움직일 거야.’
애초에 서브 몬스터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었으니, 숨어있을 이유가 없었다.
폭발 소리로 요란한 것도 잠시 그만큼 요원들은 보이지 않는 적에게 공격받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지막 폭발물이 터지자, 강신은 참았던 말을 위치에게 내뱉었다.
“지금 비를 내려주세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라졌던 구름이 다시 하늘에 뭉쳤고 두 번째 비가 내렸다.
첫 번째 비가 은밀하게 움직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비는 지니즈 랜드에서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는 걸 알리는 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