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72
671화
이런 구역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여기가 구역이든 몽골의 오지든 상관없어, 어차피 내 목적은 정해져 있으니까.’
이곳의 정보를 외부에 넘기는 것, 그것이 현재 신하린에게는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신하린은 숨을 죽이고 게르로 가득한 초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팀장님 추측이 옳았네.’
강신은 애너하임에 있는 지니즈 랜드가 의식 장소임에도 보이는 사제나 복수의 종교자가 너무 적다며 그들이 중앙 천막에 몰려 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현재 신하린은 게르에서 나오는 이들을 보며 그런 강신의 추측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그야 게르에서 나오는 이들이 손에 불을 만들거나, 물을 만들거나 조금 특별한 일을 하는 걸 보아하니 대부분 사제급 이상으로 보였다.
게르만 가득 있는 이 초원에 답답함을 느낀 것일까, 게르에서 나온 남성이 담배를 물고 손가락을 튕겨 불을 붙이고는 투덜댔다.
“스읍~ 후, 아오….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야. 지겹네, 지겨워.”
그런 남성의 옆에는 친한 동료로 보이는 남성이 투덜대는 남성을 타박했다.
“의식이 끝나면 나갈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조금 참아라. 맨날 그렇게 투덜대다가 대사제님에게 밉보이면 어쩌려고 그래.”
“아니, 그건 싫지만, 그래도 그놈의 의식이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 건데? 매번 일정이 뒤로 밀리기만 하잖아.”
“그것도 다 불신자들이 방해해서 그런 거잖아.”
남성은 손에서 푸른 불꽃을 만들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쯧, 밖에 있는 애들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건지, 맨날 불신자들에게 당했다는 말만 들려오네. 내가 밖에 있었으면 불신자들 따위는 그냥 모두 불태워버렸을 텐데 말이야. 그보다 대사제님은 지금 뭐하고 계시지?”
“뭐하고 계시겠냐, 그분이야 언제나 의식을 준비하고 계시지.”
“그건 그렇네. 내가 뻔한 걸 물었어. 스읍, 후.”
그는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들이마시고는 그대로 남은 부분을 불로 태워서 재로 만들어 손을 털었다.
“할 일도 없는데, 대사제님이나 도와드려야겠다.”
대사제를 돕겠다는 남성의 말에 신하린은 숨을 죽이고 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끝없는 초원과 그 위에 세워진 수 없는 게르들이 지나쳐갔다.
그리고 그걸 본 신하린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저 게르들 내부에 사제나 복수의 종교자가 있는 건가….’
처음과 다르게 끝도 없이 보이는 게르를 생각한다면 그 수가 절대 적지 않았다.
만약 모든 게르의 주인이 있다면 전당포에서 봤던 사제나 복수의 종교자의 숫자가 더 적게 느껴질 정도였다.
신하린은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계속 그 남성을 뒤쫓았다.
그렇게 그를 얼마나 따라갔을까, 끝이 없어 보였던 초원도 그 끝은 있었다.
그것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말이다.
신하린이 남성을 따라 그 끝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만 갔다.
‘이게 뭐야….’
그녀가 처음부터 이곳을 확인했다면 이곳이 어디인지 고민한다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하린이 도착한 곳은 옛날 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을 때, 상상하던 세상의 끝과 매우 닮아 있었으니까.
마치 자로 잰 듯이 땅이 일자로 잘려져 있는 것도 모자라 땅끝으로 보이는 광경은 더 가관이었다.
하늘에 태양이 떠 있음에도 빛 한점 들어가지 않는 어두운 공허가 그곳에 존재했으니까.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비이상적인 광경은 꽤 인상 깊었으며 이곳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알려왔다.
그리고 그 세상의 끝에는 작고 초라해 보이는 제단과 하얀 백의를 입고 있는 늙은 남성, 그리고 그 제단을 둘러싸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제단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거나, 제단 앞에서 뭔가를 하는 백의를 입은 노인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기도하듯 양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걸 본 신하린은 본능적으로 이곳이 의식을 진행하는 장소라는 것과 백의를 입고 있는 늙은 남성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 중에서 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사제처럼 보이는데.’
여기서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고 저 대사제를 암살하면 이번 사태가 끝나지는 않을까, 신하린은 생각해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야 했다.
만약 저 노인이 대사제가 아니라면 자신의 임무를 실패하는 것뿐만 아니라 목숨도 매우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일이 단단히 꼬이겠지.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우선은 맡은 임무에 충실히 하는 거로 하자.’
여기까지 와서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임무 실패는 자신만의 실패가 아니었다.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강신과 다른 요원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자신의 역할이 전투가 아닌 정찰임을 상기한 신하린은 마음을 다잡고 상황을 제대로 살피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은 모두 뭔가를 들고 있어.’
그들이 들고 있는 물건은 장신구나, 장식 같은 물건들이었다.
그런 물건들을 제단에 올려 놓고 몇 초 되지도 않아서 다시 바꾸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이 나르는 물건이 평범한 물건이 아닌 것은 알겠네.’
모양도 상태도 달랐지만 모두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었다.
신하린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모은 물건이라 하면 모두 생명력과 관련된 물건임을 떠올렸다.
특이한 것은 물건뿐만이 아니었다.
‘저건….’
물건을 나르는 이들이 아닌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으고 있는 광신도들의 손에서 반딧불 같은 아주 작은 빛 알갱이가 재단으로 날아갔다.
그 빛 알갱이들은 재단에 닿자 마치 눈처럼 녹아서 사라졌다.
꽤나 신기한 모습이었지만 신하린은 빛 알갱이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저건 도대체 뭐지?’
저 빛 알갱이는 어떻게 만들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재단에 어째서 물건을 올려두고 바로 바꾸는지.
그리고 재단 앞에 있는 노인은 누구인지 무엇 하나 알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접근해 봐야겠는데.’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가까이에서 볼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신하린은 제단에 더 가까이 접근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믿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실제로 그녀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있었으니, 그녀의 자신감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게 평소였다면 말이다.
차원을 오가며 사람들 사이로 섞이는 것을 성공한 신하린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재단 쪽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는 재단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사람들 사이로 섞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이들이 모두 하던 행동을 멈췄으니 위화감이 드는 건 당연했다.
사람들이 모두 멈추자, 신하린도 잠시 자리에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차원에 걸쳐 있으니, 들킨 건 아닌데.’
광신도들은 행동을 멈췄을 뿐, 딱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차원에 걸친 상태에서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신하린은 지금 사람들이 멈춘 것은 의식과 관련된 행동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신하린의 직감이 강하게 위험을 알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본능을 억누른 잠깐의 의문, 그 의문이 그녀에겐 치명적인 실수로 다가왔다.
푸욱.
뭔가 차가운 금속이 옆구리를 뚫고 몸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어라….?”
차가운 금속은 어느새 불에 타는 것처럼 화끈하게 느껴졌고 신하린은 그 감촉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야 쇠붙이에 찔렸을 때나 느껴지는 감촉이었으니까.
신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내려 화끈거리는 자신의 옆구리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처음 보는 짧은 단검이 보호 장비를 종잇장처럼 찢고 자신의 몸에 박혀있었다.
‘이게 어떻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는 분명 차원에 걸쳐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까지 차원에 걸친 그녀를 찾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보꾼이라 불리며 수많은 업적을 세운 강신조차도 자신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신하린은 불에 지지는 듯한 고통에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고 자신을 찌른 사람이 누구인지 바라봤다.
차원에 걸쳐 있었기에 세상이 일그러져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찌른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으으…. 차원 너머를 볼 수 있는 재능을 가진 건가.’
신하린은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비릿한 피를 억지로 삼키며 자신을 본 이를 경계하며 뒤로 빠졌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자신을 찌른 이는 그런 그녀를 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찌르고 있던 단검을 손에서 놓기까지 했다.
‘뭐야. 도대체 뭔데.’
도대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찌른 것인지 그리고 왜, 그냥 단검을 놓아버린 것인지 어느 하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겠어.’
단검에 찔려 내장이 조금 상한 것 같았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신하린은 이곳을 벗어나 빠르게 조치한다면 임무를 속행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곧바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닭살이 돋아났으니까.
신하린은 그제야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을 찌른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차원에 걸쳐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 *
신하린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강신과 일행들은 중력침이 있는 천막에 있던 연구원들의 심문을 무사히 끝마쳤다.
그들이 알려준 내용에는 중앙 천막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었다.
중앙 천막은 이곳에서도 소수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라 그도 많은 걸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오직 단 한 명만 출입할 수 있으며 그 내부에는 대사제와 사제, 그리고 복수의 종교자가 주둔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알고 있는 내용은 이게 전부였다.
하지만 강신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중력침을 빼돌리려고 했다니….”
송기덕이 무서운 눈으로 아직도 해롱거리는 연구원들을 노려봤다.
심지어 중력침은 의식에 상당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니까, 중력침을 이용해 자신들이 믿는 신이 있는 세상에 구멍을 뚫고 의식으로 그 구멍을 넓혀 신을 이곳으로 불러내겠다는 거군요.”
카밀라가 연구원들이 말한 내용을 되뇌듯 말했다.
광신도들이 지니즈 랜드를 의식 장소로 택한 이유도 그와 밀집한 관련이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몰랐지만, 대소실의 날. 척준신을 삼켰던 그것으로 인해 이 장소는 차원적으로 조금 불안정해져 있었다.
중력침을 이용해 작은 구멍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 불안정함 덕분에 지니즈 랜드는 광신도들이 믿는 크툴루가 있는 차원을 연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강신은 그 설명에 식은땀이 흘렀다.
‘도대체 어디와 연결하려는 거지?’
광신도의 계획은 얼핏 들으면 그럴싸했지만, 모두 개소리였다.
‘차원이 불안정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있지도 않은 크툴루를 불러낸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있지도 않은 존재를 불러내기 위해 차원을 잇는다니 말이 되질 않았다.
정말 그들 말대로 차원에 구멍을 내고 열어봐야 크툴루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상한 괴물들이 쏟아지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그러니 어떻게든 의식을 막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