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74
673화
그 강대하던 U.M.A가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콰직!
쉬이잇!
퍽!
쉿!
강신의 왼쪽 주먹이 U.M.A에게 닿을 때마다 U.M.A의 비늘이 중탕된 초콜릿처럼 쉽게 녹아내렸다.
그리고 비웃는 것처럼 보였던 혓소리도 이제는 웃음소리가 아닌 비명이 되었다.
어떻게든 U.M.A에게 한 방 먹여주려고 했었던 이희동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대리 만족과 후련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콰드득!
쉬익!
강신이 오른손으로 덜렁이는 비늘을 뽑아버리자, 태풍을 삼키는 뱀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 여파로 주변 천막이 파괴되었다.
강신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단단한 비늘을 녹이거나 뽑거나 한참을 U.M.A와 드잡이질했다.
그래서일까, 방금까지 자신만만했던 U.M.A가 잔뜩 겁에 질린 것처럼 몸을 떨며 가까이 오지 않으려고 용을 썼다.
방금까지 자신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U.M.A가 뒤늦게 강적이 나오자,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조금이라도 멀어지려는 행동을 보인다.
이희동은 U.M.A가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런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강신이 상대하고 있는 태풍을 삼키는 뱀은 그 개체 중에서도 상당히 어린 편에 속했다.
강신이 그 사실을 한눈에 알아본 이유는 해당 개체의 크기 때문이었다.
‘태풍을 먹는 뱀이 성체였다면 이곳에 있는 다른 U.M.A는 필요 없었을 텐데.’
눈앞에 있는 개체의 성체 크기는 못 해도 지니즈 랜드를 한 바퀴 두를 정도로 거대한 체구를 자랑했다.
또한, 강신이 녹이고 뜯어낸 비늘도 이렇게 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희동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었지만, 강신은 지금 자신이 상대한 태풍을 삼키는 뱀의 비늘이 매우 무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체라면 내 공격을 받아도 비늘 표면이 그슬리는 것에 그쳤겠지.’
젖먹던 힘까지 짜내던 이희동이 들었다면 정말이지 아연실색한 말이었지만, 어쩌겠는가 거짓이 아닌데.
‘이레귤러가 되어 태풍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건 조금 의외긴 했지만, 성체도 아닌 개체에게 쩔쩔맬 수는 없지.’
꾸득.
강신이 다시금 강하게 주먹을 쥐고 도망치려는 U.M.A에게 뛰어들었다.
그렇게 몇 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태풍을 삼키는 뱀은 정말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윤기가 흐르던 비늘은 마치 병에 걸린 환자처럼 녹아내리고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피와 흙탕물로 더럽혀져 볼품없어 보였으며 비늘이 떨어진 사이사이로 흉하게 맨살이 드러났다.
자신감이 가득 찼던 눈동자도 잔뜩 겁에 질려 있는 것은 덤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지도 못하는 것을 보아하니 기력도 다한 것처럼 보였다.
바닥에 축 늘어져 숨을 헐떡이는 U.M.A를 보며 강신은 잠깐 고민했다.
“음…. 후환이 무서워서라도 지금 죽이는 게 맞겠지.”
아무리 어린 개체라고는 하나, 이곳은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장이었다.
그런 장소에서 상대를 동정한다는 건 사치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만약 강신이 시간 내에 이희동을 돕지 못했다면 상황은 지금과 반대였을 테니까.
아니, 오히려 심하면 더 심했을 것이다.
U.M.A는 이희동을 죽이고 다른 요원들까지 공격했을 테니까.
그러니, 새끼라는 건 죽이지 못할 핑계가 되지 않았다.
강신은 망설이지 않고 자세를 바로잡고 당장이라도 U.M.A를 죽이기 위해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하지만 그때,
“잠…. 잠시만요! 멈추세요!”
어디선가 한 소녀가 튀어나왔다.
소녀는 무너진 천막 속에서 숨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 소녀는 양손을 펼치며 강신과 U.M.A 앞을 막아섰다.
‘많이 쳐줘도 백소은과 또래 정도인가?’
짙은 갈색 피부와 복장으로 유추해본다면 아랍계 사람으로 보였다.
강신은 소녀가 나타나자, 잠시 멈춰야 했다.
그 이유가 소녀를 공격하지 못하겠다는 그런 순진한 마음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소녀를 매우 경계했기에 멈춘 것이다.
‘이런 장소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인물은 노인과 여자, 그리고 아이니까.’
얕보이는 외형으로 경계를 허물고 그 틈을 공략하는 방법은 만국 공통의 이야기였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태풍을 삼키는 뱀을 관리하는 서브 몬스터 교단 소속 중 한 명으로 보였지만, 아직 속단하기에는 일렀다.
강신은 여차하면 바로 반격할 생각으로 살짝 거리를 벌리고 자신의 앞을 막은 소녀를 관찰했다.
‘따로 위협이 되는 무기를 숨긴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무기를 숨기기는커녕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것처럼 깡마르고 손목에는 거친 줄에 묶여 있었던 흔적이 남아있기까지 했다.
경계하는 강신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소녀는 강신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샤슬리를…. 샤슬리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소녀는 U.M.A에게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깊은 유대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신은 그런 소녀에게 덤덤하게 말했다.
“먼저 공격한 것은 그쪽이었고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저희에게 위협이 되니, 그 말을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제발요…. 샤슬리는 사람을 죽일 정도로 상정이 잔혹한 아이가 아니에요. 그저 아직 어려서 호기심이 강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에요. 사람들에게는 공격으로 보였을 수도 있지만, 그냥 장난을 친 거라고요….”
소녀와 U.M.A의 사정이 어떻든 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망설이는 순간 그 피해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이 짊어지게 될 테니까.
이렇게 소녀와 말을 섞은 것만으로도 강신은 할 도리는 전부 했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엔 사정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세상을 파괴하려는 악당에게도 자신만의 사정은 있는 법이었다.
그런 사정을 하나하나 다 들어주면 끝도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상대의 사정을 봐주는 것은 정말이지 큰 사치였다.
강신은 냉담한 표정으로 다시 공격 자세를 잡고 소녀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비키지 않는다면 같이 공격할 겁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신은 관찰 결과 딱히 위험하지 않은 소녀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빠르게 제압하고 뒤에 있는 U.M.A를 처리해야겠어.’
평범한 소녀를 제압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잔뜩 겁을 주었음에도 소녀는 단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강신에게 애원했다.
“안돼요…. 제발, 저에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족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비가 쏟아짐에도 소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그런 소녀의 말에는 진한 호소력이 담겨 있어서일까, 마음을 굳혔던 강신조차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신은 바로 자신이 멈춘 이유를 추정했다.
‘아니, 이건 내 의지가 아니야.’
강신은 서둘러 품속에서 원통형 주입기를 꺼내 그대로 보호 장비 안쪽으로 찔렀다.
푸슉.
“끄윽….”
부작용인 엄청난 고통이 동반되었지만, 강신은 이를 악물고 전방을 주시했다.
작은 소녀의 형체가 일그러지며 허리가 굽은 노파로 보였다.
그리고 방금까지 들었던 측은했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사라졌다.
‘정신 공격에 당한 건가.’
강신이 평범한 이들보다 정신 공격에 내성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일반적인 정신 공격이 아니었다.
‘다른 일행들은….’
강신은 살짝 고개를 기울여 이희동과 그 조 인원을 챙기는 송기덕과 카밀라를 바라봤다.
‘이미 당했군.’
내성이 있는 강신조차 순간 의지가 꺾일 정도로 강력한 재능이었으니, 다른 일행이라고 해서 멀쩡할 리 없었다.
일행들의 표정은 마치 눈앞에 있는 노파와 U.M.A를 보내주길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저들을 바로 공격하면 막을 것처럼 보이는군.’
U.M.A에게 당하던 이희동까지도 그런 표정이었다.
도대체 일행들 눈에는 저 노파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전 인원 각성제 사용!”
강신이 외치자, 일행들이 뒤늦게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지급된 각성제를 꺼내 자신의 몸에 꽂고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물론 부작용은 무시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크윽….”
“윽….”
“으으….”
인상을 찌푸리던 그들이 강신의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자 깜짝 놀랐다.
“어, 소년이 아니야?”
“무슨? 저는 아가씨로 보였는데요?”
각자 노파를 본 모습이 달랐던 것 같았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은 노파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노파의 재능은 환상 계열로 정확한 명칭은 비 오는 날 신기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비가 오면 자신을 보는 사람이 가장 경계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아주 작은 정신 간섭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 많은 이들을 속여왔었다.
재능의 명칭과 다르게 비가 오지 않아도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맑은 날에는 정신간섭에 당한 대상이 큰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노파는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비가 내려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거였다.
하지만 눈앞의 남성은 비가 오고 있는 지금 자신의 정신 간섭에 위화감을 느낀 것 같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비 오는 날의 내 환상은 복수의 종교자도 깨지 못했는데?’
하지만 그런 노파의 의문을 해소될 수가 없었다.
그야, 강신이 그대로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놈! 너는 노인 공경도 모르냐!”
노파가 성을 냈지만 그런 게 강신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강신은 환상이었던 소녀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노파라고 공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강신이 빠르게 노파에게 접근해 양손으로 경동맥을 졸라 기절시켰다.
다행히 노파는 따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인지,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강신은 노파를 흙탕물로 더러운 바닥에 잘 눕히고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태풍을 삼키는 뱀을 바라봤다.
“미안하다, 우리도 사정이 있어서, 대신 아프지 않게 보내줄게.”
강신은 자세를 잡고 초록빛이 번쩍이는 왼손으로 정확히 태풍을 삼키는 뱀의 머리를 노렸다.
퍼석.
머리가 터져 나갔고 그렇게 태풍을 삼키는 뱀은 짧은 생을 마감했다.
강신이 U.M.A를 마무리하자, 조원을 수습한 이희동이 강신에게 다가왔다.
“강책임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강신은 이희동을 바라봤다.
현장 3팀과는 꽤 많은 현장을 나갔기에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러니, 강신이 이희동을 모를 리가 없었다.
현장 3팀 요원 중에서도 우직한 인물이었다.
‘지금도 다른 조원들을 지키겠다고 계속 무리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보호 장비 덕분에 큰 상처는 없어 보였지만 워해머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아 하면 아마 강신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아닙니다. 오히려 늦어서 죄송하죠. 그런데, 이대리님의 조는 더는 작전 수행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군요.”
기절한 조원이 둘, 그리고 이희동도 몸 상태가 멀쩡하지 않았으니, 이대로 다른 U.M.A나 사제를 만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희동이 아무리 우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도 지금 자신이 소속된 조가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인지하고 있었다.
“네, 아무래도 저희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그럼 이대리님의 조는 여기서 철수하세요. 맡으신 임무는 다른 조들이 분담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럼 저는 다른 분들을 도와야 해서 이만….”
강신은 이희동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자신의 일행과 함께 U.M.A와 전투 중인 다른 조를 찾아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