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77
676화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강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음….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는 강책임이 적임자이긴 하죠.
아니, 정확히는 지금 상황에서 강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일행들도 알고 있었다.
“제가 말려도 들어가실 생각입니까?”
송기덕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기덕은 말리고 싶지만 말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럼 준비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송기덕의 도움으로 강신이 천막으로 들어갈 준비를 끝낸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부 상황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고,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만 챙겼으니, 준비 시간이 짧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신은 자신의 장비 정비를 끝내고 다친 신하린을 치료할 수 있는 구급킷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한 것은 강신에게 떨어지지 않으려는 초코와 설야를 떼어내는 일이었다.
“어쩔 수가 없어. 잘못하면 너희들이 위험할 수도 있단 말이야.”
탁탁!
-끼잉….
강신의 눈에만 보이는 설야가 기분이 상한 듯, 더듬이로 강신의 팔을 연신 때려댔고 초코가 그림자에서 나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강신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초코는 이곳에서 제압한 서브 몬스터 중 그림자 반려를 다루던 이의 그림자로 이동되었고 설야는 카밀라의 머리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초코와 설야는 분명 강신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인원 제한이 인간 한정인지 생명체 한정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강신은 설야의 날개 가루만 조금 덜어서 작은 유리병에 챙겨 품속에서 넣었다.
강신의 준비가 끝나고 중앙 천막 앞에 서자, 어느새 볼일을 마친 각 팀 수장들이 최소한의 인원들만 남기고 불러서 천막 앞으로 모였다.
강신은 그들을 보며 자신의 목표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제가 들어가면 최대한 빠르게 광신도를 제압해 외부로 빼내겠습니다. 그러니, 천막 입구에서 광신도가 튀어나오면 바로 제압하고 그 수만큼 바로 지원을 보내주세요.”
강신은 인원 제한이 있는 공간에서 땅따먹기하듯 내부의 있는 광신도의 숫자를 줄이면서 아군으로 그 숫자를 채울 생각이었다.
“그러면 다음으로 들어갈 인원을 미리 뽑아두는 게 좋겠네요.”
이순자가 말하자, 요원들이 다시금 눈을 빛냈다.
적들이 외부 상황을 알지 못하는 지금이 강신은 몰아치기 좋은 적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광신도 숫자를 줄이는 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다친 신하린도 찾아서 치료하고 구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간단히 설명을 마친 강신이 길게 숨을 뱉었다.
“후…….”
그렇게 몇 번의 심호흡을 하며 긴장된 마음을 해소하고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럼, 진입하겠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풀렸다고 생각한 긴장이 다시 조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만약 내가 틀렸으면 어떻게 하지….’
천막에서 나온 광신도가 인원 제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자신이 모르는 진입 루트가 있다면?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강신이라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발걸음을 옮기는 강신은 사실 지금 조금 두려웠다.
그야, 아무것도 못 하고 그대로 죽을 수도 있으니 당연했다.
생명체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어디 하나가 고장 났다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신은 주저하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당당하게 걸으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이미 다른 이들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작전에 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만 모양 빠지게 못 한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죽기 밖에 더하겠어.’
강신은 남자들의 유언 베스트3에 들어가는 말을 생각하며 천막으로 자신의 몸을 비집어 넣었다.
눈을 질끈 감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천막 내부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눈을 감는다면 그 반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판단은 정말이지 나쁘지 않았다.
강신이 천막 내부로 들어가자 보인 것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게르들이었다.
강신은 그것들에 놀랄 틈도 없었다.
강신의 옆에서 모르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어, 뭐야?”
강신은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조건 반사적으로 움직여 그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케흑?”
그리고는 그대로 자신이 들어왔던 입구로 그를 집어 던졌다.
그와 동시에 강신에게 온갖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화르륵, 찌지직, 쾅!
불은 물론이고 지직거리는 전기나, 돌멩이들, 그리고 얼음 덩어리들이 날아왔다.
하지만 그 공격 중 강신의 보호 장비를 뚫을 위력을 가진 공격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소모형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작은 돌파편 하나가 튀어 강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자, 볼에서 화끈한 통증이 일었다.
“음….”
강신은 작게 침음하며 당황하지 않고 건틀릿을 들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쳐내며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을 확인했다.
‘확실히 반응을 보니, 전문적으로 전투 훈련을 받은 이들이야.’
외부와는 확실히 다른 반응이었다.
만약 이들이 그런 훈련을 받지 않은 이들이었다면 이렇게 바로 강신에게 공격을 하는 것보다 우왕좌왕하거나, 대화를 걸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전투 요원들이 입구에 있는 이유라면 하나밖에 없었다.
‘이곳에 나타난 침입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
그 침입자는 당연히 신하린을 뜻했다.
신하린에게는 꽤 가혹한 일이었지만, 강신에게는 그런 광신도의 작전은 오히려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좋아, 그럼 움직여볼까.’
강신은 큼직한 덩어리들을 양손으로 쳐내며 얼굴을 보호하고, 천천히 한 발짝씩 앞으로 내딛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광신도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공격을 더 퍼부어! 어떻게든 저지해! 보통 놈이 아니다!”
무시무시하게 쏟아지는 공격 속에서 멀쩡하게 걷는 모습이 보통 사람일 리가 없었다.
수많은 공격을 뚫고 움직이는 강신의 모습은 상당히 공포스러웠지만, 광신도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묵묵하게 계속 공격을 쏟아부었다.
초자연적인 공격들이 강신의 몸을 두드렸지만, 보호 장비의 차단력 덕분인지 충격이 많이 완화되어 고작 작은 돌이 몸에 부딪히는 충격밖에 전달되지 않았다.
‘나름 견딜만해.’
그래도 방심은 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공격이 날아올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적들의 공격을 얼마나 버티고 얼마나 나아갔을까,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던 강신의 발걸음이 돌연 멈췄다.
광신도들은 그것을 보고 강신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지만, 그들의 판단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강신이 멈춰선 이유는 광신도들에게 단번에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강신은 하체에 힘을 주고 광신도가 잠깐 방심하는 틈을 타, 그대로 지면을 박찼다.
쾅!
풀이 가득한 지면이 그 충격을 모두 해소하지 못해 풀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신의 모습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사라졌다고 착각할 만큼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공격한 광신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말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들은 전문적으로 전투 훈련을 받은 이들이었다.
광신도들은 강신이 빠르게 접근하는 것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앞을 막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뭉쳐 있지 않고 흩어지며 거리를 벌렸다.
그 모습에 강신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쯧, 생각보다 반응이 더 빠르네.’
한 번에 많은 수를 제압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단 한 명이라도 강신의 앞을 막고 있었으니, 최소한의 목적은 이루었다.
강신은 그대로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광신도를 향해 하늘빛 건틀릿을 착용한 오른손을 내질렀다.
엄청난 가속도에 내지른 주먹이니 막아도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리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강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휘리릭~!
앞을 막고 있던 광신도의 손이 마치 뱀처럼 강신의 주먹을 타고 올라가 그대로 공격 방향을 틀어버린 탓이었다.
“큭!”
쾅!
강신이 애꿎은 지면을 때리자, 재빨리 자신의 공격을 틀어버린 광신도와 거리를 벌렸다.
힘을 비틀어서 공격을 흩트리는 익숙한 방식, 누가 봐도 익숙한 유술이었다.
그것도 수준이 상당한 임상무가 사용하고 강신이 지도받았던 그 유술.
으드득….
강신이 강하게 이를 갈았다.
잠깐 잊고 있었지만, 크툴루를 믿는 이들 중 유술을 사용한 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최태원….”
유술의 달인이자 여러 제자를 거느렸던 노인, 그리고 임상무에게 유술을 전수받은 이들 중 하나, 그 노인이 지금 강신의 앞을 막고 있었다.
최태원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유술의 달인인 그가 지금 자신의 앞을 막고 있다는 것이었다.
“끌끌, 어디 어르신 이름을 그렇게 막 부르나. 오랜만이군, 이제는 정보꾼으로 불린다지? 정말 오랜만이야. 처음 만났을 땐 무재가 탐이 났는데, 지금은 이미 누가 키울 수 있는 수준은 지나버렸군.”
“…….”
“이것 참…. 무술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랑 동급 수준이라니, 이래서 나는 천재라는 것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네. 사람의 노력을 우습게 보거든.”
말로는 불평했지만, 그의 눈빛은 말과 다르게 기꺼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신은 정말로 그가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을 막거나 적이기 이전에 그가 사용하는 유술이 이제는 없는 임상무를 떠올리게 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신과 최태원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아까만큼 공격이 쏟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작은 공격들은 강신을 귀찮게 했다.
“…….”
강신이 아무 말도 없이 공격들을 쳐내자, 최태원이 끌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무인끼리 무슨 대화가 필요할까. 그럼, 얼마나 늘었나 실력이나 좀 보여주겠나?”
그와 동시에 그가 강신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강신이 빠르게 다리를 놀려 속도를 높였다면 최태원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기이하게 움직였다.
강신은 작은 공격들을 연신 쳐내면서도 최태원을 놓치지 않았다.
최태원의 손이 강신의 몸을 노렸지만, 강신이 빠르게 맞수 하며 그의 손을 다시 뒤틀어 튕겨냈다.
그러자, 얄밉게 실실 웃고 있던 최태원이 정말로 놀랐는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어떻게 이 기술을?”
단 한 번의 겨룸이었지만 최태원은 강신이 사용한 기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모르면 그게 이상한 거지.’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신과 다르게 최태원은 몇십 년 동안, 이 기술만 연마했을 테니까.
최태원이 놀라는 것과 별개로 그의 공격을 받은 강신도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 밀리는 건가.’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완벽하게 흘렸어야 할 공격의 충격이 조금 남아있었다.
이건 그만큼 강신이 최태원보다 기술의 숙달이 덜되었기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강신은 지금이야 비로소 임상무가 자신을 상대할 때, 얼마나 많이 봐주고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최태원이 놀란 것도 잠시였다.
그는 강신을 보며 무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끌끌, 이것 참 물어봐야 할 게 더 늘었구먼.”
강신이 느꼈듯 그도 자신이 강신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선 여유를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