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8
67화
강신에게 있어서 일상이란 것은 무엇일까?
오늘 아침, 평소와 같이 가족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설야, 초코와 함께 놀아주었고 회사로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바로 훈련층에서 매일 하던 트레이닝을 끝내고, 개인 큐브로 돌아왔다.
큐브에서는 떠오르는 영감을 소설로 작성하고, U.M.A 정보를 정리했다.
이 모든 것이 강신의 일상이었다.
갑자기 왜 이런 소리를 하냐고?
글쎄….
“묘하게 데자뷰 같네.”
변하지 않는 하루를 만끽하던 강신이 글을 쓰다 말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네? 뭐가요?”
침대에서 대자로 뻗어 있는 김대리가 물었다.
“그냥 혼잣말이에요. 어…?”
또다시 기시감이 들었다.
“혹시 김대리님 저랑, 언제 이런 대화 나눈 적 있나요?”
“데자뷰에 대해서요?”
“아뇨, 지금 상황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요.”
“요 며칠 계속 이러고 있었잖아요.”
“그랬죠….”
일상이라는 것은 하루가 반복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늘 같은 하루가 어제도, 한동안 계속되어왔으니, 어쩌면 기시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신 건가요?”
“아닙니다. 기분 탓인 것 같네요.”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한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띵동~
큐브 내부에는 벨소리가 울렸고, 강신이 문을 열자 김한수가 들어왔다.
“김한수 수석님?”
“강선임, 오랜만이네요. 아, 김대리도 있었군요.”
쾌활한 모습의 김한수, 오랜만이라고 말했지만, 이상하게도 강신은 그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 않았다.
‘뭐지….’
계속되는 기시감이 자꾸 강신의 집중을 방해했다.
“혹시 지금 시간 되십니까? 강선임이 봐줬으면 하는 U.M.A가 생겨서요.”
“당장은 다른 일정은 없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시죠.”
계속되는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 김대리와 함께 김한수를 따라 이동했다.
많은 구경꾼들과 관리팀의 최태준을 만나고, 큐브 앞에 있던 권영식과 인사했다.
큐브 내부로 들어가 거대한 톱니바퀴를 바라보는데, 강신은 갑자기 엄청난 두통을 느껴야 했다.
“읏…!”
갑작스러운 강신의 신음소리에 함께 큐브 내부로 들어왔던 사람들은 비상이 걸렸다.
“강선임님? 괜찮으십니까?”
“으윽….”
“안 되겠습니다. 일단 자리를 옮겨야겠어요.”
김대리가 고통을 호소하는 강신을 부축해서 큐브 밖으로 나갔다.
권영식은 U.M.A의 정신 공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을 모두 퇴실시켰다.
모두 밖으로 나오자, 권영식이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큐브를 폐쇄시켰다.
부축을 받은 강신은 큐브 밖에 준비된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방금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두통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런 강신에게 뒷수습을 끝낸 권영식이 다가왔다.
“3팀 요원들이 접촉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큐브를 오픈한 것이었는데, 섣부른 판단이었나 보군….”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데, 강신만 두통을 호소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다른 연구원들을 큐브 안에 두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강신이 조금 안정을 취하자, 권영식이 U.M.A를 잡은 정황과 경로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한 수첩을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수첩을 읽어보던 강신은 수첩의 내용조차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강신은 수첩을 읽고 떠오른 생각들을 권영식에게 제공하고, 개인 큐브로 돌아왔다.
기시감은 강신이 뭘 하든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강신은 묵묵하게 울프팀과 함께 출동할 다음 현장을 물색했다.
늦은 시간까지 개인 큐브에서 자료를 찾던 강신은 갑자기 들려온 사이렌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F구역에 있는….
이어서 방송이 들려왔는데, 아침의 그곳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강신은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지만, 권영식이 걱정되어 톱니바퀴가 있던 큐브로 향했다.
연구원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가 난 큐브 근처에서 현장 요원 3팀이 경계 중이었고, 권영식은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팰로우님, 괜찮으십니까?”
“강선임? 대피하라는 방송 못 들었나?”
“팰로우님이 걱정돼서요.”
“크흠….”
자신을 걱정하는 강신을 매몰차게 대할 수 없었던 권영식은 현재 사건의 전말을 강신에게 알려주었다.
요약하자면 ‘U.M.A를 만진 최태준이 사라져버렸다’였다.
강신이 알기로 자신이 두통을 호소한 이후, 큐브는 폐쇄되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최태준이 큐브 내부로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권영식이 보여준 영상에는 최태준이 분명히 자의로 들어가는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지면서 U.M.A에 손을 댄 뒤, 모습을 감췄다.
결국 강신은 권영식, 3팀 요원들과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함께 큐브 내부로 들어갔다.
거대한 톱니바퀴를 볼 때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느껴졌지만, 강신은 이를 참았다.
최태준의 실종과 관련된 것들을 수색했지만, 이상할 만큼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권영식이 장갑을 낀 손으로 U.M.A를 만졌고, 이순자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아무 일도 없자, 강신도 U.M.A를 만져보기 위해 손을 뻗었다.
끼릭.. 끼릭..
그때, 타이밍 좋게 톱니바퀴가 움직였다.
그리고 기계 장치의 날카로운 부분이 튀어나와 강신이 끼고 있는 라텍스 장갑을 뚫고 ‘또’ 손을 찔렀다.
‘또?’
그것이 사라지기 전 강신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 * *
강신에게 있어서 일상이란…….
-그만 좀 해! 멍청한 인간아! 나한테는 그렇게 똑똑한 척, 아는 척했으면 도대체 뭐 하는 짓거리야!
개인 큐브에서 소설을 쓰고 있던 강신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괴상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아! 깜짝이야. 뭐야?”
“뭐가요?”
강신의 말에 대꾸한 건 침대에서 대자로 뻗어있는 김대리였다.
“방금 이상한 소리 못 들었습니까?”
“허허…. 죽을 것 같은 건 전데, 왜 강 선임님이 환청을 들으시는 겁니까?”
“이상하네….”
강신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 *
어둡고 붉은 하늘.
눅눅할 정도의 습기가 불쾌하게 만들었고, 유황 냄새가 끊이질 않았다.
사방에서 악의가 들끓는 이곳은 인간이 ‘지옥’이라고 부르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퇴폐적인 외형을 한 여성이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다.
“아! 또 실패했어! 진짜 짜증나서 못 해먹겠네!”
그녀의 주위에는 8살쯤 먹은 아이처럼 보이는 작은 악마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엄마가 화내는 게 벌써 몇 번째지?”
“글쎄, 만 번 이후로 안 세어봤는데.”
“요즘 엄마는 왜 인간 한 명에게 저렇게 질척이는 거야?”
“나 같아도 너처럼 생기면 너한테 신경 안 쓰고 인간이랑 놀듯.”
“팩트로 후리지 마. 얘 운다.”
“야야. 우냐? 울어?”
“이 새끼들이….”
아이들은 자기들을 챙겨주지 않는 여자에게 야속함을 느끼며, 서로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똑똑한 척은 다 해놓고 이게 뭐야!”
여자는 불안 증세를 보이며, 자신의 손톱을 이빨로 물어뜯었다.
“이렇게 계속 묶여있을 수는 없어. 조금 손해가 생기겠지만…. 어쩔 수 없지.”
여자의 정체는 모든 악마의 어머니이자, 몽마인 릴리스였다.
릴리스는 강신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긴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그녀가지상에 미련이 남은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행하지 못한 강신과의 계약이었다.
악마에게 있어서 계약은 인간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옥은 지상과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데, 조금 느리거나 빠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시간축이 달랐다.
일정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 지상과는 다르게 지옥은 천방지축으로 시간이 날뛰었다.
그래서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버틸 수 있는 악마를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태어날 수도, 존재할 수도 없었다.
모든 악마들은 더 강한 자극을 위해 지상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다행히도 지옥에는 지상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수가 굉장히 적었고, 지상과의 연결통로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당연히 서열이 높은 악마들이 그 문들을 독차지했다.
다른 악마들은 결국 지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참지 못한 한 악마가 문을 통하지 않고도 인간 세상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사실 시간 축이 미쳐 날뛰는 지옥과 정상적으로 시간이 흐르는 지상을 인위적으로 연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악마는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그 편법의 이름은 바로 소환과 계약이었다.
서로 다른 시간 축을 연결할 수 없으니, 소환 혹은 계약하는 인간과 악마의 시간을 동기화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인간이 악마를 불러내는 소환에는 큰 제약이 없었지만, 계약은 조금 달랐다.
만약 악마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이후로 다시는 계약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악마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 이 삭막한 지옥에서 무료하게 영생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악마에게 있어서 그 어떤 형벌보다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악마들은 최대한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약을 했다.
내용을 비꼬아 자기가 쉽게 이행할 수 있게 혹은, 인간이 괴로워하는 방향으로 계약했다.
계약을 맺게 되면 계약자와 악마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다.
끈을 통해 인간과 악마의 시간이 동기화되어 악마가 지옥에 있어도 언제든 지상을 보고 싶을 때, 엿볼 수 있었다.
릴리스 역시 얇은 계약의 줄로 강신과 이어져있었다.
릴리스는 강신이 늙어 정신적으로 약해졌을 때, 그를 찾아가 계약을 다른 방향으로 갱신하기 위해 지옥에서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인간의 시간으로 20000일이 지났다.
때가 왔다고 생각한 릴리스는 강신이 있는 지상을 확인했다.
그런데…….
“어째서 하나도 늙지 않은 것이지?”
강신은 릴리스가 처음 봤을 때와 변함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릴리스가 알기로는 인간은 장수하는 종족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살펴본 릴리스는 강신이 하루를 계속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된 릴리스는 굉장히 좋아했다.
자신이 하루를 반복해서 산다는 걸 모르는 인간은 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계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었다.
저 인간이 어떻게 되든 자신에게는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고 릴리스는 깨달았다.
자신 또한 그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루라는 시간에 묶여있다는 것을…….
강신과 계약을 하고 있었기에 다른 시간축에 있는 인간들과 계약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릴리스는 반복된 삶을 살고 있는 강신을 도와주어야 했다.
문제는 계약의 끈이 얇아 제대로 된 의사를 전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건의 원인이 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릴리스는 강신이 톱니바퀴를 볼 때마다 두통을 일으켰다.
그렇게 강신이 U.M.A를 만지지 못하게 했지만, 강신의 U.M.A에 대한 집착은 릴리스의 상상 이상이었다.
릴리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신은 어떻게 해서든 그 U.M.A를 만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지…. 보상은 그 인간에게서 받아내겠어.”
릴리스는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어떤 방법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강신과 연결된 계약의 끈을 움켜쥔 릴리스.
얇은 계약의 끈이 점점 두꺼워지기 시작하고, 그에 반해 릴리스의 힘이 약해져 갔다.
어느새 끈은 강신에게 의사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워졌다.
그리고 릴리스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자신의 의지를 강신에게 보냈다.
“그만 좀 해! 멍청한 인간아! 나한테는 그렇게 똑똑한 척, 아는 척했으면 도대체 뭐 하는 짓거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