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82
681화
“괜찮아…. 보이지는 않네.”
강신은 신하린의 몰골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신하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헤헤…. 조금 방심해버렸어요.”
그녀가 드물게 웃어서 넘기려고 했지만, 굳어있는 강신의 표정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그만큼 강신이 봤을 때, 그녀의 상태는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붕대가 붉게 물든 걸로 모자라 검은색이었다.
또한, 그만큼 그녀의 얼굴도 핼쑥해져 있었다.
“혈액 응고제는?”
“이미 진작에 사용하긴 했는데요….”
그녀의 목소리조차 힘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혈액 응고제를 맞고도 지금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말은 지금 그녀가 다친 상처가 평범한 상처가 아님을 뜻했다.
‘그런 상처라면 이곳에서 조치하기 힘들어.’
애초에 최태원의 전투로 인해, 가지고 응급키트 또한 멀쩡하지가 않았다.
“일단, 상처 부위 좀 보자. 상처 부위가 어디야?”
“하복부에요….”
신하린이 힘겹게 자신이 묶은 붕대를 풀고 겉옷을 살짝 들어 올려 옆구리에 난 작은 자상을 강신에게 보여주었다.
“쯧.”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최소한의 조치는 해야겠어.”
강신은 자신의 힙색에서 그나마 멀쩡한 의료용 스테플러를 꺼내, 신하린의 자상을 눌러서 고정하고는 그대로 빠르게 스테플러를 박아 넣었다.
딱딱딱,
“읏….”
신하린은 생살에 스테플러가 박히는 고통에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평소라면 인상 한 번 찌푸리고 말았을 그녀가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자, 강신은 신하린이 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피가 그 상처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강신은 그 부분을 다시 깨끗한 붕대로 감아주고는 생각했다.
‘여기서 나가야겠어.’
강신은 기운이 없는 신하린을 그대로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자, 신하린이 당황한 듯 발버둥 치려고 했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기껏 막아놓은 상처가 더 벌어질 거야.”
강신이 신하린을 안은 자세는 전장에서 부상자를 옮기는 자세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하나하나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이 자세가 도망치기 가장 좋은 자세이기도 하고….’
“더 피를 흘렸다가는 위험할 것처럼 보이니, 최대한 손으로 복부를 누르면서 지혈하고 있어. 일단 이곳에서 빠르게 벗어나야겠으니까.”
강신은 자신이 이곳으로 왔던 길을 떠올리며 움직이려고 하자, 신하린이 그런 강신을 다급하게 말리려고 했다.
“팀장님, 지금 저랑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저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만큼 강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험악했기 때문이었다.
“혀 깨무니까, 입 다물고 있어.”
뭐가 중요하든 지금 상황에서 신하린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강신이 신하린을 옮기는 게 작전에 큰 영향을 주는 행동도 아니었다.
애초에 이곳에서 다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신 다음으로 오는 병력과 합류해야 했다.
그러니, 신하린이 뭐라고 떠들어도 강신은 그녀를 데리고 입구로 갈 생각이었다.
강신은 아직 외부에서 자신과 신하린을 찾는 이들을 피하고자 숨을 죽이고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였지만, 강신의 마음은 솔직히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하린이를 발견한 건 좋은데, 상황 자체가 좋지 않아.’
지금 상황에서 공격을 당하면 마땅히 반격할 수단이 없었으니, 사제와 마주치는 일은 피해야 했다.
그리고 상황뿐만 아니라 신하린의 상태도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다치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흘렀어.’
정확한 시간을 계산할 수는 없었지만, 신하린이 방심하고 다쳤다고 했으니, 모습을 들키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녀가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신하린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신하린이 했던 응급조치와 찔린 상처가 그리 크지 않은 덕분일 것이다.
만약 신하린이 입은 상처가 지금의 두 배만 되었다면 그녀는 강신이 도착하기도 전에 몸에 있던 피를 모두 쏟아내고 쓸쓸하게 사망했을 것이다.
어쩌면 신하린을 찌른 이는 그걸 알고도 일부러 노린 것일지도 몰랐다.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이 공간에서 신하린이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보려고 한 건가? 아니면 그냥 침입자가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는 것을 보려고 했던 것일까.’
답을 알 수는 없었지만 둘 중 하나의 이유라면 꽤 악취미적인 행동이었다.
뿌드득,
그들의 행태에 강신이 이를 갈며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신하린이 사제를 크게 다치게 해서 외부로 보낼 수 없었다면 그녀는 쓸쓸히 이곳에서 죽어갔을 것이다.
강신은 속으로 그녀를 찌른 이를 욕하면서도 움직이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아직까진 들키지 않았어.’
게르와 게르 사이를 은밀히 움직이는 강신을 발견한 광신도는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강신이 뜻하던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찾았다!! 여기, 여기에 이단자가 있다!”
한 남성이 게르의 입구에서 나오다가 강신과 눈을 마주친 것이다.
“칫.”
양손으로 신하린을 안고 있으니, 강신은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대뜸 도움닫기로 그 남성에게 달려가 그대로 그에게 날아 차기를 먹였다.
퍼억!
“꾸에엑!”
광신도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지만, 이미 그가 입 밖으로 꺼낸 소리는 사방으로 퍼진 이후였다.
“저기다! 저기서 소리가 들려왔어!”
“이쪽이야 여기 이단자가 있다!”
그새 새롭게 사제들이 증원된 것인지, 아까 남아있던 사제들보다 인원이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저들을 하나하나 상대할 시간은 없어.’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는 건 자신이었다.
강신은 이를 악물고 소리치는 광신도들을 무시하고 문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은밀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직선으로 움직인다.’
강신이 달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광신도들이 다시금 소리쳤다.
“이단자가 도망친다!”
“빨리 쫓아!”
“원거리 재능이 있는 자들은 게르는 신경 쓰지 말고 바로 공격해!”
아까 있었던 일들은 이미 신앙심으로 모두 털어냈는지, 그들은 겁도 없이 강신에게 달려들며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펑! 치지직!
온갖 공격이 날아왔다.
강신은 다친 신하린에게 충격이 전달되지 않도록 적들의 공격을 등으로 받아내며 더 속도를 올렸다.
강신이 마음먹고 달리기 시작하자, 광신도 중에서 강신을 쫓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
강신이 원래 빠른 것도 있었지만 전력 질주하며 오랜 시간 체력을 보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리가 없었으니까.
다만, 몇몇 이들은 예외였다.
“하, 그렇게 달린다고 여기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나?”
강신의 바로 뒤쪽에서 기척이 느껴지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다른 사제들보다 각력이 매우 뛰어난 자로 재능 또한, 그쪽으로 몰려있는 이였다.
평소 그가 맡은 임무는 그저 전령으로 사람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외부의 위험이 없는 이 장소에서 전령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인간은 언제나 편안한 것을 찾기 마련이었다.
그저 사람들의 말을 전달해주는 것이 그가 맡은 임무의 전부였기에 이곳에서 그는 다른 이들에게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런 그에게 이단자를 잡을 기회가 왔으니, 전령 일을 미루고 강신을 쫓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저렇게 목소리가 들떠 있는 것이겠지.’
다만, 그가 공을 세우기 위해 접근한 이가 강신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간 전령일 만 맡았던 이라 군사 용어, 정찰 쪽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실전 전투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이가 하필이면 강신을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냥도 힘들었겠지만 이미 강신은 이전 전투로 한 단계 경지가 상승한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강신은 쫓기고 있으며 팀원이 다치기까지 한 상황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뒤쪽으로 빠르게 달리며 따라오는 이를 잡기 위해 몸을 급제동해 그대로 뒷발차기를 날렸다.
가속도가 엄청난 상태에서 불시에 일격이라니.
전투에 능숙한 이라면 모를까, 그러지 못한 남성이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퍼억!
“커헉!”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것과 다르게 남성은 용케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몸속에 있는 장기가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강신은 발차기가 제대로 박혔다는 것만 확인하고 남성의 상태는 보지도 않고 다시 달렸다.
뒤에 붙었던 광신도가 리타이어 되었기 때문일까, 그와 동시에 강신을 향한 공격이 더 거세졌다.
쩌정!
가장 먼저 강신의 앞쪽에 지면이 얼어 미끄럽게 변하며 슬금슬금 강신의 발을 얼리려고 움직이자, 강신은 그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달려 크게 도약해 그 빙판을 넘어가려고 했다.
펑!
도약하는 도중에 어떤 공격인지 알지 못할 공격이 날아와 강신을 두드렸다.
하지만 강신은 잠깐 인상만 쓸 뿐, 무사히 빙판을 넘어갔다.
그런 강신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광신도들이 모든 화력을 다했지만, 강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계속되는 광신도들의 공격을 얼마나 맞으며 이동했을까.
아쉽게도 강신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도 모든 공격을 막아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치이익….
똑같은 곳을 계속 맞아서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보호 장비를 뚫을 수 있었던 공격일까.
뭐가 되었던 광신도들의 그 뛰어난 차단력을 가진 강신의 보호 장비를 뚫고 강신의 피부에 닿았고 살을 태웠다는 게 중요했다.
피부가 타들어 가는데, 고통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강신은 신하린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저 인상만 찌푸릴 뿐,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하지만 살타는 냄새를 맡은 신하린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팀장님.”
“…….”
신하린이 강신을 불렀지만, 강신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팀장님!”
“왜.”
“저를 두고 가세요….”
“아직…. 아직은 버틸만해.”
불에 타는 고통은 아사와 더불어 쌍벽을 이룰 만큼이나 고통스럽다고 했었다.
그러니, 지금 멀쩡한 피부가 지져지는 상황이 버틸 만할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강신은 신하린에게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아픈 티를 냈다면 신하린이 강신을 살리기 위해서 혀를 깨물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표현해야 했다.
그렇게 강신은 다시 한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갔다.
보다 못한 신하린이 냉정히 말했다.
“이러다 둘 다 죽어요.”
“혀 깨물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해, 둘 다 살리려고 하는 것이니까, 그러니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혈이나 잘하고 있어. 이건 명령이야.”
고통 때문일까, 강신의 속도는 눈에 띌 정도로 느려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입구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간다면 분명 둘 다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이 생각만큼 움직여주지 않았다.
‘움직여,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야.’
고통과 의지를 다지기 위해 이를 너무 강하게 이를 물어서일까, 이빨이 조금 깨진 것 같았다.
그래도 덕분에 강신은 조금 더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면에 깔린 얼음이 달리던 강신의 발을 붙잡아버렸다.
평소라면 피했겠지만 끔찍한 고통이 강신의 시야를 흐렸다.
꼼짝없이 붙잡힌 상황, 강신은 끝까지 삶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지만,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중간 지점에서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했으면 상황은 달랐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야 했었으니까.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하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강신의 고집이었다.
아직 복수의 종교자가 보이지 않으니, 최종 수단은 아껴두고 싶었던 탓이다.
하지만 강신은 지금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지 깨달았다.
‘수단을 아낄 때가 아니었는데.’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강신은 더는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괜찮다고 말했던 신하린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그 미안하다는 말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간 부족한 팀장을 따라주어서, 항상 위험한 일만 시켜서, 그리고 구해주지 못해서.
사과를 듣자, 신하린도 체념한 듯 살며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래도 혼자 쓸쓸히 죽지는 않겠네요.”
덤덤한 말투였지만 강신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말 미안해.”
그 다음 사과에 대답한 것은 신하린이 아니었다.
“그렇게 미안하면 평소에 잘하세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강신의 귓가에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