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84
683화
신하린의 상황과 기다렸던 지원이 도착하지 않았던 상황, 그리고 스치듯 지나갔던 이순자와 뭔가 어긋난 대화까지.
강신은 그 모든 것을 조합해본 결과, 지금 자신이 있는 이 장소와 외부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 시간이 외부보다 느리게 흐리고 있다는 건가요?”
“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하린이 말대로 광신도가 하는 의식의 시일이 상당히 앞당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죠.”
광신도들은 의식에 들어가는 시간 자체를 줄일 수가 없었으니, 시간의 괴리가 있는 이곳에서 의식을 준비함으로써 실제 걸리는 시간을 앞당긴 것이다.
“그러면 정말 하린이 말대로….”
“네, 광신도가 진행하는 의식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제야 강신은 이곳에 들어와 사제들과 계속 전투를 벌였음에도 복수의 종교자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의식 장소에서 벗어나지 않는 거야.’
신하린의 말대로라면 준비가 거의 다 끝난 상황일 테니, 대사제는 넓은 반경을 보호하는 것보다 좁은 반경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자, 강신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껴야 했다.
‘어쩌면 대사제는 지금 내부 상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신하린의 사전 정찰로 인해, 외부에서 이곳으로 정보를 보내기 위해서는 직접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강신은 이곳을 습격할 당시, 이곳에서 외부의 상황을 알지 못하게 철저하게 움직였다.
실제로 신하린이 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곳으로 진입함으로써 외부에서는 이곳으로 어떠한 정보도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대사제는 마치 지금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광신도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네요.”
이순자가 인상을 쓰며 투덜댔다.
그야 시간이 넉넉한 줄 알았던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알고 보니, 고작 몇 초밖에 남지 않은 듯한 상황이었다.
그녀뿐 아니라 누구라도 인상을 쓸 내용이었다.
‘원래 계획은 못 써먹겠는데.’
계획대로였다면 강신은 이곳에서 땅따먹기를 할 생각이었다.
광신도를 잡고 밖으로 빼내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요원으로 채우고 부상자가 생기면 교대하는 형식으로 무리하지 않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 끝내 모든 광신도를 소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고 지금 강신과 일행들에게는 그런 작전을 펼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구역 내부에서 의식을 진행하면 외부에 가해지는 충격이 조금 덜하지는 않을까?’
강신은 조금 쓸데없는 생각을 이어갔지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의식을 방해해야겠네요. 이대로 바로 움직일까요?”
이순자가 말하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럴수록 조금 더 침착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우선 방금 나간 광신도들과 교대한 요원들이 도착하면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강신의 작전에 동의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부딪혀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바에 한 명이라도 숫자를 늘려 승산을 높이는 게 나았으니까.
그렇게 광신도 대신 들어올 지원을 기다리는 사이, 수술방으로 개조된 게르에서 강신의 수술도 진행되었다.
김대리는 강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부분 마취로 감각을 지우고 빠르게 메스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녹아버린 살과 보호 장비가 엉킨 피부를 마치 포를 뜨는 것처럼 얇게 제거해 나갔다.
환부가 상당히 넓고 녹아내린 보호 장비 또한, 차단력이 상당했기에 김대리는 수술에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그는 끝끝내 환부를 모두 도려내는 데 성공했다.
“후….”
김대리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어떻게 잘 끝났습니까?”
강한 마취로 등에 감각이 없었기에 강신이 김대리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원하신 대로 수술을 진행하긴 했습니다만….”
김대리가 도려낸 환부를 바라봤다.
환부에서는 몽글몽글 피가 나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라면 전투는커녕 강신도 신하린처럼 밖으로 후송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던 그때, 게르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어, 왔다. 드디어 왔어.”
“이부장님에게 보고해!”
“손 남는 사람 요청한 지원품부터 빨리 날라!”
아마도 외부에서 지원이 도착한 것처럼 보였다.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순자가 수술방으로 개조된 게르의 입구를 열고는 들어왔다.
원래라면 철저한 소독이 필요했겠지만, 그녀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유리병을 믿고 있었다.
“김대리, 수술은?”
하지만 김대리는 지금 그녀가 들고 있는 유리병이 어떤 물건인지 몰랐기에 이순자에게 바로 불만을 토로했다.
“끝나긴 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 아무리 급하시더라도 수술실 내부로 들어오실 때는 제대로 절차를 지켜주셔야….”
“아, 알지. 알아.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이순자는 김대리에게 그렇게 대꾸하고는 들고 있던 약병의 마개를 열어 그대로 강신의 등에 뿌렸다.
촤악~!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의사에게 언질도 없이 환부에 뭔가를 뿌리는 모습을 본 김대리가 경악했지만 이내, 강신의 등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치이익….
환부와 닿은 액체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눈으로 보일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새살이 돋아나 순식간에 환부를 메우고는 등이 매끈히 변했기 때문이었다.
이순자가 이제는 비어버린 빈 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웃으며 말했다.
“설마 남아 있던 위치의 비약을 챙겨왔을까 했었는데, 챙겨 오셨네요.”
“그만큼, 중요한 작전이었으니까요. 장대리님에게 몇 개 더 맡긴 게 있으니, 작전 도중 신체가 훼손된 이들에게 부탁까지 해 두었죠.”
사실 강신도 위치의 비약을 따로 하나 챙겨둔 것이 있었지만, 최태원과의 전투로 인해 강신이 메고 있는 힙색에 있던 유리병이 깨져 내용물을 모두 쏟아버렸기에 사용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어쨌든 강신은 몸이 모두 회복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돌리며 바로 상태 체크에 들어갔다.
“움직이는데, 따로 불편한 점은 없네요.”
“그건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손상된 보호 장비를 대신할 장비도 가져왔으니, 그걸로 갈아입으세요.”
양산품이라 차단력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등을 노출하고 그대로 적들 사이로 뛰어드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렇게 강신은 이순자가 가져다준 새로운 보호 장비로 갈아입고 게르 밖으로 나왔다.
강신이 수술을 받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다른 요원들도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과 달리 추가 지원 물품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음? 송대리님?”
“아, 팀장님, 몸은 좀 어떠십니까?”
“어…. 괜찮기는 한데, 송대리님은 보안팀장님과 외부에서 대기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여기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도우러 왔습니다. 물론 보안팀장님의 허락도 받았고요.”
“중력침은요?”
“그것도 외부 인원에게 맡겼죠.”
송기덕이 참가함으로 전력이 많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간 현장에서 강신과 손발을 맞춘 만큼 연계가 잘 이어질 테니, 나쁘지는 않았다.
요원들은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이제 출발하기만 하면 됩니다.”
송기덕이 말하자, 강신이 대기 중인 요원들을 쭉 한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움직이죠.”
강신과 송기덕, 이순자는 함께 움직였고 나머지는 산개해서 게르와 게르 사이를 흐르는 물처럼 유려하게 움직였다.
이미 신하린에게 제단이 있는 장소의 방향을 들어놓았기에 이동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다만, 처음 무방비했던 이전과 달리 자신들이 공격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제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콰과광!
지면이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좌측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게르 몇 개가 폭삭 주저앉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폭발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쪽에 있던 요원 중 하나가 빠르게 달려와 강신에게 보고했다.
“좌측 전방에 광신도들이 설치한 트랩을 작동시켰습니다. 부상자는 없지만, 그 이후로 광신도들이 나타나 요원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말에 맞추어 멀리서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멈출 수는 없어요. 저기는 요원들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계속 이동하죠.”
조금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요원들이 광신도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그리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다.
강신도 이순자와 똑같이 생각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신에게 보고하던 전령 역할을 맡은 요원이 다른 이들에게도 이 내용을 알리기 위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전투가 시작된 곳을 제외한 다른 요원들이 다시금 일제히 움직였다.
하지만 광신도들의 공격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좌측 전방, 중앙 후방, 아예 우측에서도 공격을 해왔군요.”
이순자는 계속되는 광신도들의 공격 소식에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의 그녀라면 공격받은 지점을 바로 파악해서 한 명 한 명에게 명령을 내렸을 테지만, 기계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이곳에서 지휘가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과학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군.’
그래서일까, 지금 그들이 하는 행동은 마치 제단이라는 골을 바라보고 달리는 치킨 게임과 비슷했다.
부상자는 속출했고 전투 가능한 인원수가 점점 줄어들어만 갔다.
그런데도 강신과 다른 요원들은 멈출 수가 없었다.
이대로 멈췄다가는 광신도들에게 발이 잡혀 오랜 시간을 허비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이 게르의 숲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전투 가능한 인원은 처음과 비교했을 때, 반이나 줄어 있었다.
반밖에 남지 않은 것일까, 반이나 남은 것일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지만, 강신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게르의 숲을 뚫고 나온 그곳에는 신하린이 말했던 제단뿐만 아니라 강신과 요원들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광신도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 정말 산 넘어 산이네요.”
이순자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투덜대긴 했지만, 주먹을 꽉 쥐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러자, 옆에서 송기덕이 톤파를 허리춤에 꽂으며 따로 챙겨 온 방패를 들며 말했다.
“…진짜 많긴 하네요.”
그냥 보기에도 수십 명, 그에 비해 강신과 일행들은 고작 스무 명 남짓이었다.
심지어 적들이 사제만 있다면 모를까, 저들 대다수는 복수의 종교자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 둘뿐만 아니라 다른 요원들 모두의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각자 무기를 더 강하게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