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87
686화
강신은 허공을 가른 손을 회수했다.
그리고 죽어가는 신하린을 떠올렸다.
강신은 매우 화가 났지만, 그래도 흥분하지 않고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그래, 화를 내는 건 광신도를 찾고 나서도 늦지 않아.’
지금 상황에서 흥분은 금물이었다.
강신은 모습을 감춘 광신도를 찾기 위해서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도무지 그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은폐 쪽 재능을 가지고 있나 보군.’
어쩌면 신하린이 가진 재능과 비슷한 재능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완전히 같은 재능은 아니야.’
상대가 신하린과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강신은 방금 광신도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강신은 방금 광신도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물론 눈앞에 있는 노인이 위화감을 준 것도 한몫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본능이 위험을 경고한 것이 가장 컸다.
그 말은 광신도가 다른 차원에 걸친 신하린과 달리 지금 현재 숨 쉬고 있는 이 공간에 함께 있음을 의미했다.
‘하린이처럼 다른 차원에 걸쳐있었다면 본능이 늦게 반응했을 거야.’
그리고 그런 강신의 생각은 정확했다.
챙!
본능이 다시금 위험을 알려왔고 강신이 광신도의 두 번째 공격도 완벽하게 막아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공격이 다시금 막히자, 남성은 눈에 띌 정도로 동요했다.
그리고 강신은 그런 두 번째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았다.
남성이 몸을 빼기도 전에 강신의 손이 빠르게 남성의 목을 그대로 잡아서 들어 올려버렸다.
덥석!
“커걱! 이, 이거 놔!”
남성이 발이 공중에 뜨자, 발버둥 쳤지만,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한 강신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긴장을 풀면 실수로 남성의 목을 그대로 꺾어버릴까, 신경 써서 힘 조절을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할까.’
강신은 자신이 잡은 광신도를 보며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대사제로 추정되는 노인을 바라봤다.
그는 광신도가 강신의 손에 잡히자 살짝 놀란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처음 보였던 여유를 잃지는 않았다.
‘뭔가 믿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이자가 아닌 건가?’
대사제의 표정을 본 강신은 불안한 마음으로 술렁였다.
그런 강신과 다르게 강신의 손에 붙잡힌 광신도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 기습을 막은 거지?’
그가 가진 재능은 희미한 존재감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그냥 듣기로는 별로 좋은 재능이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더 좋지 않은 재능이었다.
이 재능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전부인 재능이었으니까.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그저 존재감이 옅은 사람, 그게 바로 그였다.
그런 그가 이 재능을 개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 소속된 덕분이었다.
평범하게 살아온 그는 존재감이 옅어 친구가 없었고 그래서 책을 친구로 삼아왔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하워드 필립스가 쓴 러브크래프트라는 소설이었다.
그 중 크툴루라는 존재에 과몰입한 그가 처음 교단에 방문한 이유는 그저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만들기 위함이었을 뿐이었다.
평신도로 입교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입교한 교단이 정말 사이비 종교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U.M.A라는 존재도 모르는 그에게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괴상한 종교에 불과했으니까.
원래라면 거기에서 그와 비슷한 이들은 걸러져야 정상이었지만, 그의 옅은 존재감과 약간의 행운이 더해졌다.
덕분에 그는 원치 않게 교단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볼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성신에서는 U.M.A라고 불리는 각종 크리쳐들과 재능을 사용하는 사제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것을 본 그는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숨겨진 세상의 진실을 엿본 듯한 짜릿한 쾌감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으니까.
교단의 숨겨진 모습은 그에게 있어서 신세계나 다름없었기에 그는 교단이 숨기고 있는 더 깊숙한 장소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재능을 완전히 개화하지 못한 그는 당연히 사제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당연히 그들은 교단의 기밀을 알아낸 그를 죽이려고 했다.
당시 어렸던 그는 겁에 질려 목숨을 구걸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러던 그때 그를 향해 손을 내밀어 주었던 것이 바로 대사제였다.
-죽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재밌는 축복을 가지고 있구나, 그 축복을 우리의 신을 위해서 사용해볼 생각이 없느냐?
대사제는 나긋한 목소리로 제안했지만, 그는 그게 제안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그에게 선택권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그는 교단이 운영하는 인체 실험 장소에서 온갖 실험을 당해야 했고, 그 결과 아주 운이 좋게도 가지고 있던 재능을 더욱 개화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그가 교단에 충성을 바치도록 세뇌된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내용이었다.
그런 그가 다른 쟁쟁한 이들을 제치고 대사제의 수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렵게 얻은 재능 덕분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하얀 칼자루의 단검, 카른웨난과 숨겨진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이와 그 시야를 공유해줄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이 덕분이었다.
우선 카른웨난은 일반적인 단검이 아니었다.
아주 옛날 아서왕이 사용했다고 알려진 단검으로 소유자의 모습을 숨겨주는 기능과 차단력이 높은 장비도 쉽게 꿰뚫는 절삭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상처를 만들면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도록 날에는 특수한 약품 처리가 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그는 교단의 적을 암살하며 대사제의 곁을 지키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그 자리에 오르는 일이 결코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위기와 고난을 이겨내고 그 자리를 쟁취한 것이었다.
그런 그가 잠깐의 방심으로 강신의 손에 붙잡혔지만, 그는 발버둥을 치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지금 닥친 위기를 파헤쳐 나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커헉, 컥.”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발버둥 치는 척 들고 있던 카른웨난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공격은 강신의 몸에는 닿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젠장, 저 장갑은 도대체 뭐로 만들어진 것이길래….’
카른웨난을 몇 번이고 휘둘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강신이 착용한 건틀릿에 작은 흠집 몇 개 내는 것이 전부였다.
‘한번, 단 한 번만 찌를 수 있다면 내 승리다.’
강신의 몸에 작은 상처하나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가 만든 상처에선 피가 쉽게 멈추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 고통으로 자신을 놓친다면 그것보다 좋은 상황은 없었다.
‘몸을 숨기고 이자가 쓰러지는 것만 기다리면 되니까.’
그래서일까, 그는 강신을 제압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자가 교단에서 알려준 정보꾼이라면 나를 쉽게 죽이지 못하겠지.’
실제로도 지금, 이 순간에도 정보꾼은 자신을 공격하지 않고 그저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어 제압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의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그 대상이 강신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누구나 처맞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어록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위대한 복서 마크 타이슨이 인터뷰에서 남겼던 말로 강신이 좋아하는 어록 중 하나였다.
가가각!
다시금 카른웨난이 강신의 건틀릿을 긁어 흠집을 만들었다.
강신은 그 모습을 무심하게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놀고 있는 왼손으로 그의 머리를 붙잡아 그대로 그가 제단에 진한 키스를 남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쾅!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쾅! 쾅!
꽤 격렬하게 제단과 키스를 나눈 남성은 일어나지 못했다.
애초에 강신은 자신이 잡고 있던 광신도가 딴마음을 먹고 있음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
‘오히려 모르기 힘들지.’
발버둥치며 손을 휘젓는 척, 건틀릿의 한 지점만 정확하게 긁어대고 있었으니까.
그런 광신도가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강신은 그를 단순히 기절시킬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에게 매우 화가 난 상태였으니, 그를 봐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바위로 이루어진 제단에 세 번이나 키스했으니, 그의 얼굴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높았던 콧대는 부러지고 바지런한 치열을 가진 이빨들은 옥수수 알갱이처럼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에 남성은 두 눈을 뒤집어 까고 피거품을 물며 그대로 기절했다.
평소보다 과하다 싶은 손속이었지만, 그가 신하린에게 했던 행동을 떠올리면 바로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강신에게 감사해야 했다.
교단의 정예답지 않은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그건 그가 어디까지나 강신과 상성이 좋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애초에 설야의 날개 가루를 흡입한 강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흠…. 내가 들었던 정보꾼의 정보와는 조금 다르군.”
그가 알고 있기론 정보꾼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주저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을 제압할 때, 직접 목숨을 끊는 것보다 팔다리를 부수거나, 기절시켜 포박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금의 강신은 정보와 달리 주저 없이 사람 하나를 위험해 보이는 바위에 그대로 내려 꽂아버렸다.
공격당한 이가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아 당장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보꾼의 눈에는 어떠한 죄책감도 초조함도 보이지 않았다.
덤덤한 표정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강신은 대사제를 보며 속으로 침음을 삼키고 있었다.
‘으음…. 자신을 지키는 이가 쓰러졌는데도 어째서 저렇게 여유가 있는 거지.’
강신은 대사제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더 과하게 손을 썼다.
하지만 다른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대사제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혹시 이대로 대사제를 기절시키면 의식을 멈추지는 않을까?’
조금이라도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일행들을 돕고 싶은데.
여러 가지 생각이 강신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의식의 주체가 눈앞에 노인이라면 그럴싸한데….’
합리적 의심이긴 했지만, 그래도 강신은 경거망동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중요했고 선택 하나하나를 매우 신중하게 해야 했다.
그래서 강신이 선택한 것은 바로 대화였다.
사방에서 전투가 일어나고 있으며 방금까지 대사제의 수족 하나를 아주 철저하게 박살 낸 사람이 선택한 것이 대화라니.
다른 사람이 봤다면 이런 미친 선택이 어디 있느냐고 강신을 다그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지금 강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금이라도 의식을 멈출 생각은 없으십니까?”
“글쎄…. 내가 왜 그래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