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88
687화
대답의 내용은 부정적이었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대사제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교단에서 금기로 치부되는 말을 꺼냈다.
“크툴루라는 신은 인간의 망상이 만들어낸 신입니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대답했다.
“우리의 신을 아주 무례하게 부르는 군. 그래, 무지한 이단자니 그건 내가 이해해야겠지.”
“…….”
“뭐, 틀린 말은 아니네만, 자네의 말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지. 애초에 우리의 신이 나오는 소설을 쓴 작가는 신이 직접 알려준 내용을 각색해서 적은 것뿐이니까.”
그는 인간이 망상으로 쓴 소설조차 신의 개입한 결과라 치부하고 있었다.
“그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거야말로 이단자들의 헛소리일세. 나는 언제나 그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으니 말이야.”
“그 목소리가 정말 당신들이 믿고 있는 그 크툴루의 목소리가 맞습니까?”
“흥,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내가 그분의 목소리를 헷갈릴 것 같으냐. 그분은 친히 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에게 이 세상이 거짓이라며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지.”
강신은 대사제의 말을 듣고 큰 모순을 느껴야 했다.
“크툴루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고요? 그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뭔가 말이 되지 않았다.
지금 강신이 이곳에 있는 것은 광신도들이 신을 강림시키기 위한 의식을 방해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모습을 직접 드러냈다면 굳이 이런 의식을 치를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모순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말한 신인 크툴루가 나오는 소설에는 크툴루는 남태평양에 가라앉은 도시 리’리에의 지배자로 잠들어 있으며, 그가 깨어남과 동시에 세계에 재앙을 일으키는 사악한 신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말한 신이 정말 허구가 아니라면 현재 ‘잠들어’있어야 했다.
또한, 정말 만에 하나라도 강신의 소설이 틀리고 그들이 믿는 신이 정말 존재하며 크툴루 신화가 정말 있다면 크툴루뿐만 아니라 그 신화 속에 나오는 다른 신들도 존재해야 했다.
‘크툴루 신화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게 무슨 문제냐고 묻겠지만….’
러브크래프트를 직접 읽었던 강신은 그 신화에서 나오는 다른 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크툴루 신화에서 나오는 신화에서 나오는 신은 크툴루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 강대한 힘을 가진 크툴루는 그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강대한 존재도 아니었다.
거기에 나오는 외계신들 중에는 인간의 성대로는 말할 수 없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그 존재를 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허용량을 넘어 스스로 눈을 파버리거나, 광증이 생겨 미치게 만드는 존재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대한 신은 전 우주가 그 신의 꿈이라는 설정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만큼 크툴루 신화에서 나오는 신들은 정말 강대했다.
그러니 정말 대사제의 말대로 크툴루가 정말 존재한다면 그들 또한 존재한다는 소리였으며 그랬다면 이 세상은 결코 지금처럼 평화롭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불어 크툴루라는 존재에게 인간이란 벌레만도 못하는 존재로 절대 대화의 대상이 아니었다.
애초에 소통 자체가 불가능했다.
‘차라리 일방적으로 목소리만 들었다고 했다면 더 믿을 수 있었겠지.’
그런 존재가 자신의 존재를 납득시키기 위해 고작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누가 봐도 이상했지만, 대사제는 그런 상황을 한마디로 자기합리화했다.
“나는 그분에게 선택을 받았으니까.”
그의 대답에 강신은 골치가 아파졌다.
그래, 어쩌면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기 마련이었으니까.
실제로 강신도 한때,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신은 눈앞에 있는 대사제와는 엄연히 달랐다.
‘나는 내가 가진 특별함을 계속 의심하고 있으니까.’
처음 임상무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강신은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의심하고 그 특별함이 언제 사라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다른 준비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U.M.A를 포획해 만든 특별한 전용 장비들, 그리고 스스로 육체를 단련해 도달한 무예의 길.
그리고 대장장이 일과 특별한 인간관계까지.
어찌 보면 자신을 믿지 못하는 자존감 낮은 행동일 수도 있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특별하다 믿으며 거기에 안주한 광신도들을 보면 자신이 해왔던 일들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대사제가 아무리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광신도를 지휘했다고 해도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특별함에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으니, 그는 그 존재가 정말 크툴루라 믿으며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라는 교단을 만든 것이다.
강신은 살짝 한숨을 내쉬면서 대사제에게 물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왜 굳이 당신을 선택했을지 생각해 본 적은 있으십니까?”
그런 강신의 질문에 그는 어떠한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야 내가 그만큼 특별하고 우리의 신께서 부리기 좋은 신실한 종이기 때문이지.”
이번에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대상이 크툴루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을 뿐.
그가 봤다는 신이 그의 망상이 아니라면 그 존재는 이렇게 속이기 쉬우며 다루기까지 쉬운 노예를 손에 넣어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
‘이건 정말 중증이군. 이래서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한쪽으로 매몰된 사람과는 대화하지 말라는 거였군.’
대사제는 아마 강신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며 증거를 가져와도 자신이 믿는 사상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더는 대화가 불필요하다고 느껴지자, 강신은 그간 미뤄두었던 선택을 하려고 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대사제를 제압하기로….
‘더는 시간 낭비일 테니까.’
강신은 어떠한 전조도 없이 빠르게 발을 놀려 그대로 대사제에게 접근해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을 날리면서도 강신은 노인이 가진 대사제라는 직책을 떠올리며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한 스트레이트가 아닌 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갈 수 있게 오른손으로 잽을 날렸다.
보통 복싱에서 잽은 왼손이 먼저 나가야 했지만, 녹색이 맴도는 왼손이 더 강력했기에 오른손으로 먼저 잽을 날린 것이다.
부웅-!
강신의 오른손이 바람을 가르며 대사제의 얼굴을 노리고 다가갔다.
‘자, 어떻게 나올 거지?’
강신은 잔뜩 긴장하며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유심히 지켜봤다.
자신의 공격을 막을까? 막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반격할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다른 행동을 할까?
강신은 수많은 변수를 생각했고 그에 대응할 방법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지만, 대사제는 강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으로 그를 당황하게 했다.
그가 한 행동은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이었다.
대사제는 공격이 날아옴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고 그대로 강신의 공격을 얼굴에 허용했다.
퍽!
“커흑.”
강신에게는 가벼운 잽일지도 모르는 공격이었으나, 대사제에게는 강신의 공격은 가벼운 잽 따위가 아니었다.
애초에 설야의 날개 가루 덕분에 힘이 증폭된 강신의 힘은 이미 인간을 넘어선 지 오래였으니, 대사제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강신이 제단에 처박은 남성보다는 덜했지만 그런 공격에 맞은 대사제도 그와 비슷하게 이빨 몇 개가 부러져 날아갔고 코가 주저앉아 코피가 흘렀다.
털썩,
대사제가 그대로 대자로 누워버리자, 강신은 더 혼란에 휩싸여야 했다.
‘왜? 막지 않았지?’
무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대사제였다.
강신은 그가 어디서 U.M.A를 데리고 오던, 제단에 처박은 사제처럼 은밀한 이들을 동원하던, 그것도 아니면 특별한 물건의 도움을 받던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그는 공격을 허용한 것도 모자라 아예 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 강신의 머리는 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노리고 있나? 아니면 정말 막지 못한 건가? 뭐지? 정말 뭐인 거지?’
그렇게 혼란스럽기도 잠시, 대자로 뻗은 대사제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큭, 크하하하! 정말 보고 받던 것과는 달라, 대화 도중에 공격이라…. 이 얼마 만에 느끼는 고통인가.”
그는 공격받았음에도 이상하게 좋아하고 있었다.
강신은 이해되지 않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고 그러다 대사제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처음과 다름없는 맑은 눈동자를 보고는 강신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껴야 했다.
그야 그의 눈에는 고통은커녕 웃는 것과 다르게 기쁨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강신은 그제야 그의 맑은 눈, 이면에 숨겨진 진짜 광기를 찾을 수가 있었다.
그래, 그건 분명 광기였다.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면 감정이 거세된 것이 아님에도 그의 눈은 처음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는 마치 심연을 마주하고 거기에서 시선을 떼기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강신은 소름이 돋자, 대사제가 웃는 입을 막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쩡!
갑자기 대사제의 몸에서 강신의 몸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큭.”
그와 동시에 대사제가 목에 걸고 있었던 목걸이에 붙어 있던 붉은 보석이 떠올랐다.
그러자, 대사제가 광인처럼 더 큰소리로 웃었다.
“크하하하, 멍청한 이단자야. 감히 우리의 의식을 막으려 했더냐. 그동안 우리의 계획을 많이 방해했지만, 이제는 상관없다. 이미 늦었으니까. 이미 우리의 의식은 완성되었으니!”
그와 동시에 강신의 머릿속에서는 미친 듯이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냥 위험하다는 수준이 아닌, 이대로라면 죽을 거라는 경고였다.
‘저것이 뭔지 모르지만 막아야 해.’
방법이 남아 있으니, 아직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강신은 윙윙대며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은빛을 뿌리는 보석을 보며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스으….”
숨을 가득 들이마시고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대사제의 웃음소리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 느껴졌고 곧 힘이 넘치던 몸이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무거워졌다.
그리고 시간이 느려졌다.
한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다시 한발, 그리고 또 한발.
강신은 차분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떠오른 붉은 보석 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천천히 정자세를 잡고 왼손을 뒤로 끌어오며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쿠웅….
지면에서 올라오는 힘과 몸속에서 끓어 넘치는 힘을 합쳐 몸으로 끌어올렸고 강신은 천천히 왼손을 내뻗으며 그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한계치의 힘이 담긴 것인지 건틀릿이 닿으면 어떠한 물질이라도 녹여주겠다는 듯 찬란하게 녹색으로 빛났다.
‘할 수 있어.’
강신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늘어지는 말과 함께 누군가가 강신의 앞을 막아섰다.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그으으으으으으으으음.”
마치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인 그는 대뜸 내질러지는 강신의 왼손을 그대로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