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94
693화
공격이 통하지 않을 괴물이 나왔다.
권영식은 그 괴물들을 어떻게 했을까, 답은 아주 간단했다.
“처리할 수가 없으니, 벽을 세워서 나오지 못하게 봉쇄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최선이었네.”
다행히 인간의 육체를 잃은 촉수 생물의 움직임은 현저하게 느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신은 촉수 생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떠올렸다.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었으니….’
그러니, 봉쇄하면 당분간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
그건 권영식도 잘 알고 있었다.
촉수 생물이 가진 물리력이 약해서 직접 봉쇄한 벽을 뚫지는 못하겠지만, 균열 속에서 촉수 생물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 수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 막는 것에 한계가 올지 몰랐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구역 내부의 시간은 외부와 다르니,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적어도 자네가 회복할 때까지는 버텨주겠지. 그리고 그사이에 우리도 놀고만 있을 생각은 없네.”
권영식의 마지막 말은 강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이곳에 모인 다른 이들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좋아, 이쯤 했으면 대충 설명은 다 끝났군, 이제 강책임도 쉬어야 하니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다들 자리를 비켜주는 게 어떻겠나?”
권영식이 그들의 상관은 아니었지만, 그의 말에 반론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은 권영식의 말대로 강신에게 각자 인사를 건네고는 하나씩 천막을 떠났다.
그때, 모나카가 모니카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뭐라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모니카가 깜짝 놀라며 모나카의 손을 잡고 급하게 천막을 나섰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의문을 해결해줄 이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떠나자, 천막 내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권영식이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실하게 회복하고 일어나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휴식일 수도 있으니….”
그런 그의 말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었다.
이번 작전의 마지막 휴식이라는 의미와 세상이 멸망하면 휴식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어질 거라는 의미였다.
권영식이 천막을 나서자,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작전에서 강신은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나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내가 짠 계획이 운이 좋게 너무 잘 맞아 들어서 자만한 거야.’
강신은 자신이 자만하고 오만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이번 작전은 누구에게나 중요했던 작전이었다.
성신뿐만 아니라 의식을 준비하는 광신도에게도 말이다.
그러니, 광신도가 어떤 준비를 했는지 더 치밀하게 작전을 계획했어야 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가 맞을 것이다.
정보를 듣자마자 빠르게 움직였으니, 적들이 대비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 것이 가장 컸다.
‘대사제라는 책략가가 있는데도 말이지.’
어째서 그랬을까, 상대를 너무 얕봤다.
그리고 대사제는 아마 그럴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젠장.”
자신이 느낀 시선의 주인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잠깐 유예가 되긴 했지만, 모나카가 본 미래를 생각한다면 멸망이 그리 멀지 않았다.
그건 작전을 실패한 책임자인 자신의 잘못이었다.
강신이 그렇게 자괴감에 빠졌을 때,
탁. 탁.
아프지는 않았지만, 뭔가가 강신의 팔을 때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신의 발치에서,
-그르르.
성난 울음이 들려왔다.
그 둘은 강신이 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이곳에 두고 갔던 설야와 초코였다.
강신이 고개를 들자 둘의 모습이 보였다.
그 둘은 마치 자신들을 놓고 간 강신에게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에 강신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이곳에 놓고 가서.”
강신의 솔직한 사과에 그 둘은 언제 화가 났냐는 듯 강신을 걱정하며 각자 몸을 강신에게 비벼댔다.
정말 별것도 아닌 행동이었지만, 그 둘의 행동은 지금 강신에게 큰 위안을 안겨주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지독했던 자괴감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그래, 아직….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야.’
혼자였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자신을 믿고 이곳까지 와준 이들이 있었다.
아직 자신은 죽지 않았고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다.
‘과거의 잘못은 잠시 미뤄두자,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때야.’
하지만 그전에 권영식의 말대로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지금껏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아주 조금 쉬는 건 괜찮겠지….’
강신은 그림자에서 나와 자신의 하체에 올라와 있는 초코를 양손으로 안으며 그 푹신함에 몸을 맡겼다.
똑똑한 초코는 자세가 불편함에도 강신이 쉴 수 있도록 가만히 강신에게 안겨있었다.
그런 강신의 휴식은 길지 않았다.
고작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강신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신단수의 열매가 근육통을 빠르게 회복시켜준 것도 있었지만, 외부가 너무 시끄러워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강신은 한쪽에 놓인 장비들을 챙겨서 착용하고 천막을 나섰다.
그런 강신의 머리 위에는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겨울 나비인 설야와 일렁이는 그림자 속에 그림자 반려인 초코가 함께였다.
천막을 나서자, 강신은 외부가 시끄러운 이유를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빌어먹을, 무슨 재능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내가 그 재능을 가졌으면 광신도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텐데.”
“어이, 말할 시간에 빨리 물건이나 날라, 전선에 탄약이 거의 다 떨어졌다잖아.”
“젠장, 갑니다, 가요.”
“저들도 인간이야, 머리에 탄이 박히면 죽는 것은 똑같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브의 요원들과 HG 그룹의 요원들이 보였다.
강신은 그들을 돕기 위해서 그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런 그를 말리는 이가 있었다.
“강책임, 충분히 쉬었나 보군, 안 그래도 마침 자네를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네. 그리고 자네는 그쪽이 아니라 이쪽으로 와야 하네.”
때마침 권영식이 천막에서 나온 강신을 발견하고는 강신을 부른 것이다.
권영식은 어떤 천막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강신이 도착한 천막은 자신이 있던 곳보다 훨씬 넓었고, 많은 이들이 내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지도나 문서들을 올려놓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일단 막아야죠! 그래야 작전도 마음 편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막긴 막아도 정예 병력은 보존해야 한다니까. 저들의 목적이 뻔히 보이지 않나요? 우리의 힘을 빼놓으려는 건데, 그걸 왜 모르나요?”
“아니, 그래도 이대로라면 피해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알죠, 알아. 그래도 구역으로 들어갈 병력을 소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광신도는 무기라도 통하지만, 저 괴물 놈들은 공격이 통하지도 않는다고요. 지금 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선정한 인원들도 길을 열기 위해서 최소 인원만 선정한 거예요.”
HG 그룹의 구은혜와 이순자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탕!
구은혜가 탁자를 강하게 내려치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우리 요원들 다 죽게 내버려 두란 소립니까! 조금이라도…. 어….”
언성을 높이던 구은혜가 강신을 발견하고는 말을 하다 말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녀의 이상함을 느낀 사람들도 뒤늦게 권영식과 강신을 발견했다.
“강책임님, 이제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직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송기덕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충분히 쉬었습니다. 그보다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강신이 묻자, 구은혜와 언성을 높였던 이순자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 전당포 병력이 도착했을 뿐이에요.”
그녀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그 병력을 직접 봤었던 강신은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요상한 물건들을 들고, 말이죠.”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전당포를 지키던 광신도들은 전당포에서 보관 중이던 물건들을 들고 왔다.
재능만으로도 상대하기 힘든 이들인데 거기에 신비한 힘을 가진 물건까지 가져왔으니,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강신의 굳은 얼굴을 보자, 이순자가 구은혜에게 잔소리를 했다.
“구팀장님이 그렇게 언성을 높이니, 강책임이 오해하잖아요.”
“아니, 제가 뭘….”
아까와는 다르게 조신하게 투덜거리는 구은혜를 보자 이순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강신에게 말했다.
“그들이 강한 건 저희도 다 알고 있어요. 그렇긴 하지만 여기에 모인 이들도 평범한 이들은 아니잖아요?”
광신도에게도 복수의 종교자가 있듯,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정예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이들뿐이었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전당포의 전력이 상당할 텐데요, 병력이나 물자는 괜찮겠습니까?”
“음, 강책임 이곳에 지원을 맡은 사람이 누구인지 잊은 건 아니겠죠?”
그 순간 강신은 모니카를 떠올릴 수가 있었다.
“지금은 다른 곳에 볼일이 있다고 자리를 비웠지만, 모니카의 재능이라면 오히려 우리가 광신도보다 물자나, 병력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요. 구팀장님이 말한 건 그저 일반 요원들의 피해가 커지니,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인원을 부어 넣는다는 소리였고요.”
피해가 있긴 하지만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이게 지금 이순자가 내린 판단이었다.
구은혜의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건 이순자가 냉혈한이라서가 아니었다.
구은혜가 요청한 인원들도 맡아야 할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게 권영식이 강신을 데리러 간 이유이기도 했다.
권영식은 의자에 앉으며 이순자가 왜 병력을 나누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네가 쉬는 동안, 이곳을 지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저 촉수 생물과 구역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행동했네.”
몰려오는 광신도만 막는다고 해서 끝나는 상황이 아니었다.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저 구역과 그 속에 있는 균열이 더 중요했다.
“촉수 생물을 처리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구역을 닫을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지.”
이미 몇 번이고 구역을 넘나드는 작전을 해왔으니, 모르는 것이 더 이상했다.
“구역 내부로 들어가 구역을 유지하는 주체를 파괴할 계획이군요.”
“맞네.”
구역만 닫을 수 있다면 더는 촉수 생물이 나올 걱정을 할 필요도 없으며, 균열 너머에 있는 그 강대한 존재가 나올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구역에 있는 촉수 생물이 이곳으로 튀어나올지도 모르지만, 그건 지니즈 랜드를 봉쇄하고 철저히 연구해 처리할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었다.
“그 임무가 어쩌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 자네에게는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자네가 그 임무를 맡아주었으면 하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전, 고난이 가득할 임무였다.
그런데도 강신은 자신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아무 고민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출발은 언제 하는 겁니까?”
강신이 묻자, 권영식이 뭘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이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