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98
697화
이고르가 방법을 알려준다고는 했지만, 가만히 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눌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균열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지.”
이고르의 요청에 강신과 일행들은 다시 방진을 짜고 천천히 촉수 생물들을 격퇴하며 균열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진행은 느렸지만, 강신과 일행들은 피해 없이 착실하게 촉수를 처리하며 나아갔다.
그러면서 이고르는 약속한 대로 설명을 시작했다.
“나와 내 동료들이 이곳에 찾아온 건 우연이 아닐세.”
강신과 일행들이 위기일 때, 이고르와 그의 동료들이 나타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 종족은 사명을 위해서 세상을 떠돌지만, 주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저번 회의에서 지니즈 랜드에서 일어난 일들이 알려졌고 그의 종족은 지니즈 랜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촉수 생물이 구역에서 빠져나올 때, 내부에 있던 그 불길한 파장을 감지하고 서둘러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다들 거리가 있어서 많이 늦을 뻔했지만, 귀여운 인간들이 자네 이름을 대며 마중을 나왔더군.”
강신은 그제야 이고르와 그 일행들이 모두 다른 곳에 있음에도 한 번에 도착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모나카와 모니카.’
이곳에서 귀여운 아이라고 할 사람은 그 아이들밖에 없었으니까.
“우린 그 존재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 존재가 지금 이곳에 어떤 짓을 했는지도 알고 있지.”
이고르는 무심한 얼굴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여긴 그 존재가 지구로 넘어오기 위해 자신이 있는 장소와 비슷하게 환경을 맞추기 위해 잠식시킨 것이네.”
이고르는 그 존재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 존재가 그에게도 절대 만만치 않음을 표정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 존재가 이곳을 잠식시키기 위해 이 공간을 유지하는 주체를 가지고 갔을 것이네. 그러니, 이곳을 유지하는 주체는 이곳이 아닌 그 존재가 있는 차원에 있을 것이고 높은 확률로 그 존재가 가지고 있겠지.”
“그 말은….”
“그래, 이곳을 닫기 위해서는 그 존재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 그 존재와 직접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네.”
강신은 그 끔찍했던 시선을 떠올리며 이고르가 이제껏 잔뜩 겁을 주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신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강신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
그건 레몬을 보면 입에 침이 고이는 본능과도 같았다.
그런 강신을 보고는 이고르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어려울 거라고 말했잖나. 그 공간에서 그 존재에게 사로잡히면 죽지도 못하고 영원한 고통을 받을 수도 있네. 그러니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어떤가?”
이고르가 다시 한번 강신을 떠보듯 물었지만, 강신의 대답은 이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미 우리에게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그건 자신에게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강신에게 가족이나 지인들이 소중하듯, 자신을 믿고 와준 이들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고통 속에 죽어간다 해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승산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그 존재와 싸워서 이기는 것이었다면 승산이 없었겠지만, 구역을 유지하는 그 주체만 파괴하면 되니까.’
그 시선의 주인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구역의 주체는 지구에서 만들어진 물건일 테니, 파괴가 가능할 것이다.
‘빼앗는 것에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파괴하면 될 거야.’
물론 그렇게 된다면 균열 속에 있는 이들이 정확하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분명 멸망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고르의 설명을 듣자, 강신은 계속 궁금했던 것을 이고르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고르는 그 존재와 무슨 관계입니까?”
이미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 존재를 언급했으니, 강신은 그가 그 존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고르는 강신에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저 오래된 원수일세.”
입을 꾹 다무는 것을 보아 더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기에 강신은 그에게 그 존재에 대해 더는 묻지 않았다.
사실 그가 그 존재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고르가 자신과 일행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방패를 든 이들은 교대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콰직!
촉수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진득한 액체가 지면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로 촉수 생물을 잡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촉수는 그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 정말 끝이 없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지긋지긋하군요.”
방패를 든 이들이 이제는 촉수를 처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잡담을 나눌 정도로 여유를 가지게 되었을 때쯤, 상황은 다시 한번 변하기 시작했다.
퉁~! 쾅!
“큭!”
“윽!”
이제까지와는 다른 묵직한 충격이 방패를 두드린 것이다.
그 충격은 방패로 전방을 막고 있는 이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고작 몇 걸음이지만 방진에 틈이 생기기에는 충분했다.
촉수 생물들이 갑자기 생긴 틈으로 들어오려고 했지만, 이전과 다르게 공격이 통하는 촉수 생물은 그들에게 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최정예 요원들답게 즉각 반응했다.
“들어오는 것들을 죽여!”
딘이 그렇게 소리치며 가장 먼저 촉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훙훙훙훙~
피피핏!
그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레이피어를 휘둘렀고 그때마다 방진 내부로 들어오려는 촉수들이 터져나갔다.
그사이 강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순자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나머지 인원은 방진을 다듬고 시야가 나오는 사람은 원인이 뭔지 파악부터 해주세요!”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바로 파악할 수가 있었다.
퉁~! 쾅!
“젠장, 저쪽에서 촉수 생물들이 대포 같은 것을 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이 과연 대포라고 부를 수가 있는 것일까,
방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는 인간 형태를 포기한 촉수들이 서로 몸을 엉켜 직사포 형태를 만들어 다른 촉수들을 뭉쳐서 탄으로 만들어 쏘아내고 있었다.
그건 지금까지 봐왔던 촉수 생물들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옆에는 조금 특이한 인간이 함께 있었다.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며 귀나 코에는 촉수 생물이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신체를 빼앗겼던 이전 이들과 달리 눈에는 제대로 초점이 잡혀 있는 남성.
그래, 그는 정확히 방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멀리 있어서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는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신…. 바란다면…. 비천한…. 다.”
그건 분명히 인간의 언어였다.
즉, 저 남성은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지만, 이전 사체들과 달리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어쩌면 이고르가 말한 영원한 고통이 저 모습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강신이 그를 보면 잠깐 딴생각하는 사이, 끔찍한 몰골을 한 사내가 다시금 촉수 포대로 촉수 탄환을 발사했다.
퉁~!
그 발사 모습을 본 강신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재능인가?’
누가 봐도 그 남성은 재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쾅!
촉수 탄환은 방패에 막혀 짓이겨졌지만, 그 물리력을 모두 해소할 수 없었던 것인지, 방패를 든 이가 뒤로 밀려났다.
그런 상황이 몇 번이 반복되자, 그 충격에 넘어지는 이들도 발생했다.
“예비대!”
그 외침에 바로 빈자리를 채우고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촉수 생물들을 다른 이들이 처리했지만, 방진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겠어요.”
이순자가 반복되는 상황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딘이 그 소리를 듣고 방금까지 처리했던 촉수 생물의 체액을 레이피어를 크게 휘둘러 털어내고는 다가왔다.
“제가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일까, 강신은 의문이 들어 딘에게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공격만 통한다면 저 포대를 빠르게 처리할 방법이 있습니다.”
딘이 공격이 통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자, 강신은 이고르를 힐긋 바라봤다.
지금 촉수 생물에게 공격이 통하는 이유는 누가 봐도 이고르가 가지고 있는 모노리스 덕분이었으니까.
강신의 시선을 느낀 이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 거리면 충분히 닿을 것이네.”
강신은 이고르에게 확답을 듣고 나서야 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강신의 허가가 떨어지자, 딘이 베가를 찾기 시작했다.
“베가! 이곳으로 와서 나를 조금 도와줘야겠어!”
딘의 부름에 방패를 들고 촉수를 막고 있던 베가가 자신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넘기고는 바로 딘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후, 그래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나?”
베가가 묻자, 딘이 손가락으로 포대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나?”
“그래, 아주 잘 보이지.”
“날 저기로 날려주게.”
딘의 계획을 들은 이들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고 그에게 요청받은 베가만이 다른 이들을 대변해 딘에게 물었다.
“딘, 자네 제정신인가?”
“물론이지. 난 언제나 제정신이네.”
“아니, 저걸 파괴한다고 해도 저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생각인가?”
“음? 빠져나와? 굳이 뭣 하러 그러겠나, 그냥 저기서 버티면 되는걸.”
“뭐?”
“어차피 저 방향으로 가는 길이었으니, 내가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만 본대가 도착하면 되지 않겠나?”
딘의 대답에 그 유쾌했던 베가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다시 한번 묻겠는데, 자네 진짜 제정신인가?”
베가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촉수 포대가 촉수탄을 발사했다.
퉁~! 쾅!
“막아!”
“빈자리 바로바로 채워요!”
주변이 시끄러운 소리에 딘이 베가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자네와 쓸데없이 말싸움을 이어가고 싶지는 않네, 그래서 나를 저기까지 보내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그야, 보내 달라니 보내줄 수는 있네만….”
“좋아, 그러면 부탁하지.”
단호한 딘의 대답에 베가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강신을 바라봤고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겠네, 내가 저쪽으로 보내주지. 대신 이를 악물고 버티게. 괜히 죽으면 꿈자리가 사나우니까.”
“하, 별걱정은.”
딘은 가볍게 말했지만, 강신은 딘이 본대에 피해를 끼칠 것 같으면 과감하게 목숨을 포기할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프리메이슨의 소속 키퍼, 전생의 기억을 가진 환생자였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이들과 다르니까.
베가가 딘의 대답을 듣고는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결국 강신도 딘에게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딘, 최선을 다해 버텨주세요. 아직은 당신이 필요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현재 딘에게 이만큼 삶의 의욕을 높이는 말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필요하다는 말에 딘의 눈빛이 타오르며 의욕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버텨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