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0
69화
부품들로 이루어진 촉수는 꾸물대며 일어났지만, 곧바로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몹시 불길해 보였고, 그런 느낌을 받은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강신의 그림자 안에 있던 초코도 대형견의 모습으로 나타나 낮게 울었다.
-그르르르..
하지만 강신이 그런 초코를 말렸다.
“초코야, 다시 그림자로 들어와.”
-끼잉?
초코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 U.M.A에게 접촉했을 때, 영향을 받는 것이 인간만이 아니라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질 수도 있었다.
-끼잉….
초코가 강신을 걱정하면서도 그의 말대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촤륵 촤르륵….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함부로 설야의 가루를 쓰는 것도 안돼.’
강신은 효력이 끝난 뒤에 오는 탈진 상태를 경계했다.
그리고 지금 설야의 가루를 흡입하면 U.M.A와 대치중에 효과가 돌 것이고, 갑자기 반응속도가 달라지는 것도 조금 위험했다.
현재로서는 자신의 힘만으로 이 상황을 모면해야 했다.
‘어쩌면 팰로우님이 빠르게 지원을 해주실 수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을 밖에서 보고 있는 권영식이 어떤 형태로든 강신을 돕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문제는 그 도움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U.M.A에게 닿는다고 해서 죽는 건 아니었기에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강신은 이번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몸부림이라도 쳐보기로 결정했다.
“후우….”
긴장감이 몸을 고양시켰다.
강신은 감각을 최대한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촤악!
강신을 완전히 포위하는데 성공한 부품 촉수들이 일제히 강신을 노렸다.
촉수는 마치 채찍처럼 빠른 속도로 휘둘러졌다.
강신은 촉수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먼저 백스텝을 밟아 머리를 노린 촉수를 피하자, 속도를 이기지 못한 촉수들이 큐브 바닥에 부딪혔다.
부품들은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때, 촉수에서 떨어진 부품들은 마치 연결이 끊어진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강신에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부품의 촉수들 피해야 했다.
어디로 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강신에게 한줄기 도움이 내려왔다.
-오른쪽으로 45도 몸을 틀어.
갑작스럽게 들려온 릴리스의 목소리였지만, 강신의 몸은 즉각 반응해 그녀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그러자, 부품 촉수가 신기하게도 강신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그대로 왼발만 들어.
왼발을 들어올리기 무섭게 촉수가 왼발이 있던 자리를 강타했고,
-그대로 힘껏 점프.
강신의 발목 높이로 부품 촉수가 휘둘러졌다.
점프했던 강신이 바닥에 착지하자, 다시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뒤로 세 걸음 물러서.
이후로도 같은 상황이 계속되었다.
-왼쪽으로 90도 틀고.
-그대로 엎드려서 앞으로 굴러.
-오른쪽으로 뛰어.
릴리스가 말하는 대로 움직일 때마다 부품 촉수들이 절묘하게 강신을 빗겨나갔다.
릴리스의 말을 들으면 신기하게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촉수를 피하게 되어 좋아해야 할 강신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굳어만 갔다.
그리고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 릴리스에게 물었다.
“내가 이 짓을 도대체 몇 번이나 반복했지?”
강신이 알기로 릴리스에게는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면 릴리스가 이렇게 강신을 도울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이 처음 시도가 아니라는 것.
-……왼쪽으로 뛰어. 글쎄, 횟수를 세는 건 포기했고, 이 질문을 3000번은 넘게 했다는 건 기억하지…. 앞으로 굴러!
릴리스의 말대로 앞으로 구르며 촉수를 피한 강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수천 번이나 실패했었다니.
“읏차…. 그런데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해?”
강신은 릴리스의 지시대로 움직이며 투덜댔지만, 오히려 릴리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미 수없이 말했어. 너는 내 경고를 듣고도 항상 최태준이라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고, 이 상황이 바뀐 적은 없었어. 그대로 앉아!
릴리스의 푸념은 계속됐다.
-그리고 따지고 싶은 건 오히려 나지! 너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네 행동을 모두 지켜봐야 했다고!
듣고 보니, 자신이 화낼 일은 아니었다.
자신은 어차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었고, 오히려 수천수만 번을 봤을 릴리스가 더 힘들었을 테니까.
릴리스가 계속 화를 내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잔소리는 나중에 더 해줄테니까. 지금은 움직여! 또 온다! 앞으로 굴러!
U.M.A가 강신이 눈치채지 못하게 기습을 가하려고 했지만, 릴리스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렇게 릴리스의 도움을 받아 20분 정도 U.M.A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격한 움직임에 강신의 호흡은 상당히 가빠졌다.
“후우
…
. 위치를 알려주는데도 힘드네. 자, 그다음은 어디야?”
–
……
.
“릴리스?”
-잘 들어
…
. 이제부터 내가 아는 미래는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어.
”
……
그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릴리스의 말을 듣고도 강신은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개인 큐브에서 챙겨 온 헥사곤 바인더들이 품속에 잘 있나 확인했다.
잘그락.
‘두 개라
…
.’
릴리스의 도움을 받으면서 강신은 촉수를 피하는 데만 집중한 건 아니었다.
피하는 것이 수월해지자, 틈틈이 U.M.A를 관찰했고 몇 가지 특징들을 발견했다.
첫 번째로 U.M.A에서 일정량 이상의 부품들은 본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거대 톱니바퀴는 본체에 일정량의 부품이 필요한 듯했다.
즉, 지금 자신을 공격해오는 부품 촉수들이 톱니바퀴가 가용 가능한 촉수의 최대치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본체에서 흘러나온 부품들이 본체와 떨어지는 순간, 통제력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던 부품들이 본체에서 떨어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부품이 되어버렸다.
U.M.A는 강신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떨어진 부품들을 회수했지만, 그런 모습까지 모두 강신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 정도 시간이 있었다면 과거의 나는 분명히 다른 생각을 했을 거야.’
과거의 자신들이 무작정 촉수들을 피하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여겼다.
위기를 빠져나갈 생각을 했을 것이고, 무언가를 시도하다가 과거의 강신들은 U.M.A에게 당해 과거로 돌아갔을 터였다.
‘그러고보니 부품 촉수의 숫자가….’
강신의 의문은 U.M.A의 모습을 확인하고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본체에서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서 움직이던 부품 촉수의 숫자가 크게 줄어있었다.
벽면에 부딪히다가 서로 엉켰고, 떨어진 부품들을 회수하면서 뭉쳐진 것이다.
굵게 변한 부품 촉수는 이제 겨우 세 개뿐이었다.
굵어진 부품 촉수를 피하던 강신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저 촉수를 두 개로 만들어야 해.’
강신이 들고 온 헥사곤 바인더의 수량은 두 개였고,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선 촉수의 숫자를 줄이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촤륵, 촤르륵..
부품들이 움직이며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과는 달리 두꺼워진 세 가닥의 촉수는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후우….”
흐트러진 호흡을 다잡기 위해 길게 심호흡했다.
촉수의 움직임을 예상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때, 첫 번째 촉수가 강신의 몸을 노리고, 왼쪽 대각선 방향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예측했던 루트에 덮어쓰듯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릴리스의 도움없이 눈으로 직접 보고 피해야 했기에, 촉수들이 아슬아슬하게 강신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 공격을 겨우 피했지만, 강신에게 안도할 시간은 주어지지는 않았다.
-컹!
남은 두 개의 촉수가 공격을 하는 것을 발견한 초코가 강신에게 경고의 의미를 담아 짖었다.
“큿!”
앞선 공격을 피하느라 무게 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린 상태였다.
다시 왼쪽으로 움직이기 힘들었던 강신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며 부품 촉수를 피했다.
자신의 몸을 노리던 두 번째 촉수를 피해냈지만, 마지막 촉수가 바로 연달아서 공격해왔다.
조금 추했지만, 그대로 땅바닥을 굴러서 마지막 촉수까지 겨우 피하는데 성공했다.
‘움직여야 해!’
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언제까지 누워있을 수는 없었다.
강신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우측으로 돌아 U.M.A의 본체로 뛰어갔다.
촉수에 많은 부품들을 공급해서 최소한의 부품만 남은 본체는 이제 꽤나 작아진 상태였다.
갑자기 달려오는 강신에게 위협을 느낀 것일까?
부품 촉수들이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강신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장 왼쪽에 있던 촉수가 옆에 있던 촉수와 합쳐졌다.
촤르르륵.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본체와 이어진 촉수가 두 개가 되었다.
강신은 멈추지 않고 U.M.A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빠르게 발을 놀렸다.
어느새 U.M.A의 본체와 가까워진 강신이 품속에서 준비했던 물건들을 꺼냈다.
그리고 본체와 부품 촉수가 이어진 부분을 향해 던졌다.
쨍강!
육각형 모양의 포획 장비들이 정확히 연결부에 부딪혔다.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투명한 액체들이 기계 부품들을 뒤덮었다. 그리고 금방 단단하게 고체화되었다.
본체와 이어진 부분이 헥사곤 바인더에 의해 굳어지자, 촉수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 사이에 강신은 고체화된 연결부를 발로 있는 힘껏 밀어내듯이 차버렸다.
퉁!
바인딩 헥사곤으로 인해 고체화된 부품 촉수 연결부가 덩어리져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강신을 노리고 다가오던 부품 촉수들이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바닥으로 쏟아졌다.
-해냈어! 네가 해냈다고!
“후욱, 후….”
릴리스의 기쁨에 가득찬 환호를 듣고 있는 강신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긴장으로 인해 땀에 젖은 양손을 입고 있는 옷에 문질러 닦아냈다.
“……그래 해냈어.”
-이제 이 뭣 같은 시간 속에서 해방될 수 있겠어!
그들의 기쁨도 잠시.
촤륵.. 촤르륵..
본체와 떨어진 부품들이 무너져 내렸지만, U.M.A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다.
U.M.A의 본체는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부품들을 수거했다.
하지만 이미 한계까지 자신의 부품을 쏟아낸 탓인지, 그 속도가 처음과 비교하면 현저히 느렸다.
그러나 부품들을 흡수할수록 속도가 빨라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어, 어…. 저거 아직도 움직인다!
“괜찮아.”
릴리스가 다급하게 말했지만, 강신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덤덤한 모습이었다.
애초에 강신의 작전은 U.M.A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빠져나갈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으니까.
강신은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런 방해없이 큐브의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려는데, 그보다 먼저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치이익~
바깥에서 우주복과 비슷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진압 방패와 비슷한 형태의 방패를 들고 큐브 내부로 들어왔다.
마치 U.M.A와 절대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복장이었다.
“강선임, 괜찮나?”
선두에 들어온 사람에게서 굉장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 이 부장님. 너무 늦었잖습니까….”
강신은 모든 사건이 끝나고, 뒤늦게 나타난 경찰들을 보는 영화 주인공의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