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06
705화
황금 도시에서 강신은 소리를 죽이며 움직이는 촉수 생물들을 관찰했다.
인간 도시를 흉내 내는 촉수 생물들은 강신을 발견하고도 덤벼들기는커녕 강신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그런 촉수 생물을 보며 강신은 오히려 쾌재를 불렀다.
‘이고르와 떨어져 촉수 생물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도 어렵겠지. 그러니, 굳이 힘들게 싸울 필요는 없겠지.’
눈앞에 인간 흉내를 내는 촉수를 공격하는 것보다 차라리 흩어진 일행들을 찾거나 구역의 주체가 되는 물건을 찾는 것이 더 생산성 있게 느껴졌다.
‘우선 가볍게 주변을 둘러봐야겠군.’
황금 도시의 면적은 그리 크지 않았기에 강신이 도시를 둘러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상과 다르게 황금 도시에서는 그의 일행도 구역의 주체로 의심되는 물건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곳은 그저 조금 특이한 촉수 생물들의 평화로운 도시일 뿐이었다.
‘그럼 남은 곳은 저기뿐인가.’
강신은 고개를 들어 유일하게 확인하지 못한 곳을 바라봤다.
황금 도시의 중심에는 피라미드를 닮은 건축물이 존재했다.
‘피라미드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작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피라미드처럼 어떠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걸 알면서도 강신은 피라미드를 가장 마지막으로 탐색하는 이유는 저곳에 이고르가 말한 초월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지금 혼자서 초월체를 상대한다고 해도 초월체의 시선조차 돌릴 수 없을 거야.’
강신이 알고 있는 초월체는 신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였으니, 당연히 인간인 자신이 초월체와 싸워서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강신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런데도 이곳에 있는 이유는 초월체와 싸워 이기려는 게 아닌 초월체의 시선을 피해 구역을 만든 주체를 찾아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싸우는 것보다는 초월체의 시선을 잡아둘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이고르만이라도 이곳에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래, 이고르만 여기 있었어도 그가 초월체의 시선을 잡아주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고르가 초월체를 이길 수 있다는 소리는 또 아니었다.
옛날이었다면 모를까, 지구의 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이고르와 달리 초월체는 자신의 공간에서 나날이 더 강해졌을 테니, 지금은 초월체가 이고르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고르의 동족이 초월체를 처리하라는 게 아니라 한 방 날려주고 오라고 말한 것이겠지.’
그게 아마 지금으로서 이고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니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강신에게 그 한방이 정말로 절실했다.
이내, 강신은 고개를 흔들었다.
‘누구에게 의지할 생각은 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 없다고 아무리 떼를 써봐야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 지금 이 정도로 탐색해도 보이지 않았다면 이 공간에는 일행들이 없다고 생각해야 했다.
강신은 미련 없이 일행들을 포기하고 머리 위에 살포시 앉아 있는 설야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설야야, 너의 날개 가루를 나누어줄래?”
그러자, 오색 빛의 겨울 나비가 날개를 흔들어 가루를 떨어트렸다.
강신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그 날개 가루를 섭취했다.
“스읍…….”
그리고 중앙에 있는 피라미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강신이 그렇게 피라미드를 향하는 동안 척준신이 떨어진 곳은 강신과 전혀 다른 장소였다.
‘이것 참….’
그래서일까, 척준신은 난감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척준신을 반겨주고 있었기에….
‘여긴 어디고 다른 이들은 어디에 있지?’
입을 열어서 뭔가를 말해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또한, 다른 이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촉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점점 자신의 신체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괴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남의 신체가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듯한 끔찍한 이물감이 척준신을 괴롭혔다.
당장이라도 스스로 팔, 다리를 잘라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척준신은 이를 악물고 그 충동을 견뎌냈다.
‘신체통합 정체성 장애인가?’
강한 의지로 억누르고 있긴 했지만, 끔찍한 충동이 실시간으로 척준신의 의지를 갉아 먹고 있었다.
‘버티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분은 좋지 않군.’
충동 억제는 가능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게 된다면 자신의 손으로 신체를 자를지도 몰랐다.
‘정말 만만치 않군.’
그러니, 의지가 꺾이기 전에 이 이상한 공간을 빠져나가야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고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공간에서 빠져나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 척준신의 기분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척준신이 있는 공간에 변화가 생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공간의 하늘에서 반짝이는 빛 가루들이 떨어져 척준신의 발치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빛 가루들은 곧 얇은 길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 길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째서인지, 척준신은 그 길을 따라서 걸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래서일까, 척준신은 강한 충동을 억누르며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상당한 시간 동안 빛 가루들이 만들어 주는 길을 따라 걸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출구는커녕 뭔가 의심 가는 것조차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 거지?’
체력이 좋은 척준신이 조금 쉴까 생각할 정도로 걸었음에도 출발지점과 다를 게 없는 주변의 모습에 여러 의심이 싹텄다.
-괜히 움직였나?
-이게 아닌가?
-나를 지치게 하려고 만든 함정인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척준신의 의지를 갉아 먹었지만 척준신은 그 의심을 속으로 집어삼키고 우직하게 그 길을 걷고 또 걸을 뿐이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걷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강신과 척준신이 각자 이상한 공간으로 이동한 것과 달리 이순자와 신하린, 베가는 함께 같은 곳으로 이동되었다.
그것도 균열을 통해 쏟아지는 촉수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말이다.
온 세상이 회색인 공간, 빛은 내리쬐고 있지만, 그 빛마저 회색으로 보이는 이상한 공간.
빛은 있지만, 태양은 없었고 바람은 불지 않지만,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그 공간에서 그 세 명은 자기들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박감을 이겨내며 촉수 생물들과 목숨을 건 사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젠장, 너무 수가 많네요.”
이순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촉수 생물을 짓이기고는 불평했다.
어째서인지, 강신과 이고르, 척준신이 사라졌고 그녀의 눈앞에는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촉수 생물들이 바글바글했으니 불평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앞서서 이동했던 이고르가 짊어지고 있던 모노리스가 이상하게도 그들이 있는 장소에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몰려오는 촉수들을 처리할 수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노리스가 없으면 촉수 생물을 상대할 수가 없을 텐데….’
하지만 그런 이순자의 고민을 길게 이어질 수가 없었다.
촉수 생물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도 못하게 많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래, 일단 이곳부터 정리하고 생각하자.’
당장 자신이 위험한 상황이었으니, 남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정리하고 다른 일행들을 찾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했다.
“하린아, 저기 떨어진 거대한 개체부터 처리해줄래.”
“네, 부장님!”
베가가 가장 앞서서 촉수의 공격을 막아내고 이순자가 건틀릿으로 촉수들을 터트렸으며, 신하린이 거대한 개체들의 숫자를 착실하게 줄여갔다.
그런 상황에서 이순자는 생각했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야.’
만약 다른 이들이 이미 당했다면 여기 있는 셋이서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해야 했으니까.
그러니,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 구역의 주체가 되는 물건을 찾아야했다.
그렇게 그 세 명은 끝없이 몰려오는 촉수 생물들과 싸우고 또 싸웠다.
* * *
다시 돌아와, 강신은 어렵지 않게 피라미드를 오르고 있었다.
피라미드 중간중간에는 촉수 생물들이 정상을 향해 엎드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마치 신을 경배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신이라….’
초월체는 신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소수의 초월체들은 오만했고 자신을 스스로 신이라 지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 소수의 초월체에는 이고르가 말했던 만들어진 왕도 포함되어 있었다.
‘촉수 생물을 만든 이가 만들어진 왕이라면 저들이 경배하는 이는 아마 초월체일 가능성이 크겠지.’
그러니, 촉수 생물이 초월체를 경배하는 것도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이 길의 끝에 초월체가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긴장되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문 하나가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쉽게 열지 못할 정도로 두껍고 무거워 보이는 문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스으….”
피부가 붉게 변하고 하얀 수증기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강신은 문을 열기 전, 권영식이 만들어 주었던 알약을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어 입속 깊숙한 곳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바로 사용할 수 있게 어금니로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는 문을 열기 위해 힘을 주어 천천히 문을 밀었다.
그그그그….
문이 얼마나 무거운지,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한 강신조차 단번에 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문이 열리면 단숨에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평소에 자제했던 그 기술을 사용할 것이다.
‘집중.’
사용하면 주변이 느려지는 현상.
그것이라면 어쩌면 초월체에게도 통할지도 몰랐다.
다만, 그렇게 집중하고 나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던 바로 탈진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강신은 그걸 대비해 알약을 미리 입안으로 넣어두었으니, 움직이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기회는 초월체가 나를 인지하지 못한 바로 그 순간.’
집중하면 세상이 느려질 것이고 그 순간 초월체에게 덤비는 것보다 구역을 유지하는 주체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걸 파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만약 내부에 초월체가 없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면 그냥 그곳에서 탈진상태를 회복할 때까지 쉬고 이동하면 그만이니까.‘
다시 초월체가 있으리라 의심되는 장소에 도착하면 지금과 똑같이 설야의 날개 가루를 마시고 움직이면 되었다.
무거운 문이 완전히 열리자, 강신은 계획했던 대로 단숨에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밝았던 황금 도시와 다르게 문 내부의 공간은 어두웠다.
아니, 정확히는 어둡고 아름다웠다.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이 가득한 우주 공간과 비슷한 공간이 강신을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신은 자신의 세운 계획이 전혀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