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07
706화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 공간에서 강신은 처음 계획했던 대로 집중했다.
몸이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나서야 집중에 의한 사고가 가속되었음을 알게 된 강신은 자신이 있는 우주 공간을 둘러봤다.
그리고 홀로 고고하게 빛나고 있는 존재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아….’
작은 행성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옥좌, 그 옥좌에 앉아 있는 어떤 존재.
그 존재는 촉수 생물처럼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절대 인간이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우주의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으로 몸의 형태를 만들고 있었으니까.
단지 그뿐이었다면 강신이 속으로 감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어둠 속을 은하수로 채운 것처럼 반짝이는 별들이 그 존재의 몸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의 눈을 빛을 반사하는 행성과 다르게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강신은 그 존재를 마냥 넋 놓고 볼 수는 없었다.
그야 사고가 가속된 지금 상황에서 항성과 눈을 마주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구역을 벗어났을 때, 숨쉬기 어렵고 식은땀이 나게 했던 그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강한 압박감, 머리에서는 위험하다며 미친 듯이 경종이 울리는 것도 모자라 그 존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마치 마주치면 안 되는 존재를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저 신비한 존재의 정체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초월체, 만들어진 왕.’
그게 아니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초월체를 바라보는 강신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내가 저 존재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건 정말 안되는 계획이었고 자신의 오만이었다.
계속 경종을 울리는 자신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자신은 저 존재가 손가락 한번 튕기는 것만으로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뒤늦게 강신은 행성으로 만들어진 옥좌 아래에 피를 흘리며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는 이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언제나 짊어지고 있던 검은색 기둥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건 분명 이고르였다.
그렇게 강한 이고르가 벌레처럼 바닥을 기고 있음에도 만들어진 왕은 어느 하나 다친 곳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었던 만들어진 왕은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고르조차 손써보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그건 강신에게 정신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으득.
강신이 이를 악물었다.
절망, 그래 이건 절망감이다.
초월체를 이길 수 없다.
무조건 질 것이다.
아니,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정신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아니야, 아직 무너져서는 안 돼.’
지금 자신은 사고가 가속된 상태였다.
‘손가락을 튕기기 전에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어쩌면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건 저 압도적인 존재감에 의한 자신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그래, 만들어진 왕과 부딪힐 필요는 없어. 구역의 주체만 찾아서 파괴하면….’
다시 말하지만, 목적은 초월체가 아니었다.
이곳이 아닌 구역을 닫을 수 있는 주체의 파괴가 목적이었다.
강신은 만들어진 왕에게 간신히 시선을 떼고 주변을 둘러봤고 이내, 아주 쉽게 구역의 주체로 보이는 물건을 찾을 수가 있었다.
강신이 그렇게 그 주체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구역의 주체가 이 공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스 말.’
체스 말 중에서도 킹에 해당하는 낡은 말 하나가 은은하게 빛을 내며 왕좌와 조금 떨어진 곳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체는 지나치게 무방비해 보였다.
마치 파괴해볼 수 있으면 파괴해보라는 듯한 위치였다.
‘그만큼 저 주체를 파괴하지 못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강신은 망설이지 않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움직여야 했다.
사고가 가속되어 물속에 움직이는 것처럼 몸이 잘 따라주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외부에서 봤다면 움직임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렇게 강신은 빠르게 체스 말을 향해 뛰었다.
그 행동에는 뒷일을 생각하는 마음을 접어둔 상태였다.
체스 말을 파괴하는 성공률도 낮았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죽겠지.’
자기 일을 방해한 이를 초월체가 살려둘 리가 없었다.
죽음은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강신은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다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토옹, 토옹.
강신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말랑한 공이 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검은 지면이 요동쳤다.
강신은 왼손에 주먹을 말아쥐고 아주 천천히 체스 말을 향해 내질렀다.
그리고….
휙.
자신을 바라보던 초월체의 항성이 자신을 따라 움직였다.
그제야 강신은 초월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게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애써 무시했던 진실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강신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퍼억!
콰당탕!
“크흡!”
무엇에 맞은 걸까?
보이지도 않았다.
강신이 확인한 거라고는 그저 초월체와 시선이 자신을 따라왔다는 것뿐.
하지만 분명 뭔가에 공격을 당했고 그 공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보호 장비를 뚫는 것은 물론이고 설야의 날개 가루로 강화된 강신의 몸을 뚫어내고 그대로 충격을 주었으니까.
“커헉, 컥….”
공격을 받고 바닥에 구르자, 집중이 깨져버렸고 곧이어 온몸에 힘이 빠지며 탈진상태에 돌입했다.
강신은 입에 물고 있던 플라스틱을 강하게 깨물어 깨트리고 안에 있는 알약을 씹었다.
빠지던 힘이 일정 부분에서 멈췄고, 강신은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 다시금 떠 있는 체스 말을 향해 왼손을 내질렀다.
집중 상태와 다르게 느린 주먹질이 체스 말을 파괴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그래도 강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때 지구의 지배자였던 존재와 함께 들어왔던 인간이군.
처음 들어보는 언어였지만, 이고르가 건네주었던 언어팩에는 아틀란티스 인의 언어도 들어있었던 것인지 그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퍼억!
바로 전과 마찬가지로 강신은 뭔가에 충격을 받고 다시금 날아갔다.
“끅…….”
탈진상태만 간신히 벗어난 몸으로 두 번째 공격을 받으니, 갈비뼈가 부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강신은 조금 인상만 찌푸릴 뿐, 초월체를 노려보고는 입안에 있는 이물질을 뱉어냈다.
“퉷.”
알약을 감싸고 있던 작은 플라스틱과 함께 몸 내부가 상했는지, 피가 섞여 있었다.
-재미있군.
말과 다르게 덤덤하기 그지없는 말투였다.
-내가 만든 교단을 방해하는 인간이지만 나름 자비를 베풀었는데, 나를 방해할 생각인가?
그는 강신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방해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강신에게 적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이에게 타이르는 부모처럼 강신에게 말했다.
-나는 정당한 인간의 왕이었으며 이제는 신이 된 자다. 나는 다시 나의 왕좌에 오르길 바라니, 그러니, 나를 경배해라.
그 존재는 으레 그래야 한다는 듯이 강신의 경배를 받으려 했고, 그런 초월체의 목소리는 강신의 뇌리에 남아 강신의 몸을 통제하려고 했다.
강신이 만약 정신 공격에 대한 저항력이 없었다면 그대로 엎드렸을 정도로….
하지만 강신은 이를 악물고 버텨내며 초월체의 말을 부정했다.
“웃기지 마. 너는 내가 원하는 왕도 아니며 진실한 신도 아니야.”
자신의 말을 반박당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실을 말했던 것 때문일까.
초월체가 앉아 있던 옥좌에서 일어나 화를 냈다.
-무지한 것! 진실도 모르는 인간이 나를 부정한단 말이냐!
그가 화를 내자, 그들이 있는 공간이 그에 호응하듯 떨려왔고 더불어 강신의 몸이 속이 진탕되는 기분이었고 이내,
“우웩!”
강신이 피를 쏟아냈다.
-어찌 이리 무지할 수 있단 말이냐. 내가 아니었다면 너희가 존재할 수나 있었겠느냐?
초월체는 기만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고르 종족을 배신하고 아틀란티스를 가라앉힌 쿨럭, 배신자가 숭고한 척하니 역겹기 그지없네.”
치부에 가까운 말을 내뱉자, 초월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오만방자한 이야, 하나는 알지만 둘은 모르는구나. 내 비록 실수로 나의 왕국을 가라앉혔지만, 그 이후 이곳에서 너희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도 손을 써왔거늘….
그런 그의 태도를 보고 강신이 투덜댔다.
“그런 이가 지금 지구를 멸망시키려 한다고?”
-허, 멸망은 무슨 멸망.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내가 만든 생물체는 나를 경배한다면 공격하지 않을 것인데…. 그것들이 너희를 공격하는 것은 모두 다 너희의 신앙이 부족함이로다.
“거짓말하지마, 촉수 생물이 당신을 믿던 광신도를 집어삼키는 것을 내 눈으로 봤어.”
-집어삼키다니,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만든 생물은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강신은 초월체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과연, 그렇게 만들어진 행복이 정말 행복한 것일까?
강신은 그런 꼴로 행복할 바에 혀를 깨무는 것을 택하리라 생각했다.
“그런 꼴로 살 바에 죽는 게 나아, 그러니 당장 멈춰.”
-막상 겪어보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믿는 사람처럼 초월체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강신이 더는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다시금 구역의 주체가 되는 체스 말을 향해 이동했다.
그러자, 초월체가 가볍게 혀를 찼다.
-쯧, 그런 몸으로 무얼 하겠다는 건지.
살짝 손짓하는 것만으로도 끈 떨어진 연처럼 강신의 몸이 이리저리 휘둘렸다.
내팽개쳐진 강신이 억지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정말이지 끈질기구나, 네가 아무리 부정해봐야 나는 모든 인간의 왕이다.
그런 초월체의 태도를 보며 강신은 만들어진 왕이 원하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것.’
초월체가 되었음에도 권력욕을 버리지 못하는 그 모습에 강신은 저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러니까, 저 초월체가 이곳을 벗어나게 할 수는 없어.’
강신은 다시 힘든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다 죽어가는 강신이 체스 말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일 무렵, 빛의 길을 걷던 척준신은 아직도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그저 묵묵하게 정말 오랜 시간을 걸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피곤하거나 지치지도 않았다.
그저 걷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계속 그 길을 걸을 수가 있었다.
‘얼마나 걸었지.’
그가 걸은 시간은 몇 시간 정도가 아니었다.
하루가 지났을 것이고 몇 달이 지났으며, 몇 년이 지났을지도 몰랐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길을 걷는 것 자체를 의심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런데도 척준신은 걸었다.
그는 자신이 걷는 길에 의심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게 가능한 것일까,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예전에 지상에 남아있던 용에게 예언을 들었을 테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길을 ‘계속’ 걸어야 할 거야.
그때 용은 강신과 함께한다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은 그 이야기가 추상적인 단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이곳을 뜻하는 것이라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척준신은 걸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눈앞에는 어두운 문이 나타났다.
‘체감으로는 몇십 년은 걸은 것 같군.’
하지만 육체가 멀쩡한 것을 보아 실제로 그렇게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어쩌면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척준신은 그래도 검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검은 문 내부는 강신과 이고르, 초월체가 있던 우주 공간이었다.
척준신은 우주 공간에 진입하자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어째서 문의 위치가 높은 곳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덕분에 지면에 있는 초월체와 강신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척준신의 상황 판단은 빨랐다.
이상한 존재와 대치하고 있는 강신, 그리고 그런 강신이 향하는 은은한 빛을 내는 체스 말에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곳에 왔던 목적을 상기시킨 척준신은 그 체스 말이 이번 일의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는 척준신은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지니즈 랜드에서 얻었던 깨달음의 이치를 담아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스릉, 부웅! 서걱!
체스 말이 가차 없이 두 동강 나버렸다.
-안돼!!!
다른 곳이면 모를까, 척준신이 하늘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으니 강신과 말싸움을 하던 초월체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것이!!
뒤늦게 손을 휘두르자, 체스 말을 파괴한 척준신이 강신처럼 훨훨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드디어 이곳을 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그걸 방해해? 저걸 파괴했으니, 나뿐만이 아니라 너희들도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초월체가 당황하는 모습에 강신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상관없어. 이미 그걸 알고도 이곳에 있는 것이니까.”
-이이…. 무식한 것들.
초월체의 계획대로였다면 이곳에 도달할 수 있는 이는 더는 없었다.
이고르를 만족할 때까지 괴롭히기 위해 방해가 되는 것들은 모두 떼어냈었다.
이고르의 무기이자, 도구인 모노리스를 다른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보냈고 그곳에 많은 촉수 생물로 이곳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 같은 척준신을 어두운 공간에 가뒀다.
그곳은 다른 곳과 다르게 그곳만의 법칙이 적용되는 장소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의심도 없이 한 방향으로 계속 걸어야 했다.
실질적으로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오감이 없는 채로 체감 시간으로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앞만 보고 걸어야 했다.
만약 방향을 틀거나 뒤로 조금이라도 걸어갔다면? 그때부터 다시 10년이라는 시간을 걸어야 했다.
그걸 공략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도대체 그곳에서 어떻게 빠져나온 거지.
초월체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척준신이 갇혀 있던 장소는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 무간지옥 같은 장소였으니까.
자신의 완벽한 계획에 금이 간 것도 아니고 완전히 깨져버렸다.
-이 빌어먹을 것들,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빌게 만들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