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1
70화
이순자는 권영식의 지시에 따라 3팀 요원들과 필요한 장비를 챙겨 큐브로 향했다.
바삐 움직였지만, 큐브 내부의 상황은 이미 정리된 후였다.
강신은 자신을 돕기 위해 완전무장을 하고 들어온 인원들을 데리고 큐브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강신은 혹여나 다른 사람들이 큐브 안으로 들어갈까, 큐브를 봉쇄시키는 걸 잊지 않았다.
외부에서도 비상사태라고 여겼는지, 큐브 주변에 있던 연구원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중무장한 보안 요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권영식과 김대리가 나타나 강신에게 다가왔다.
“강선임님!”
“강선임! 괜찮나?”
그들의 표정은 강신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큐브 밖에 있는 사람들은 강신이 내부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움직였는지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김대리가 강신이 다친 곳이 없나, 그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그러나 바닥을 굴러서 조금 옷이 해진 정도뿐이었고, 별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저는 괜찮습니다.”
강신은 우선 지나치게 흥분한 둘을 진정시키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그보다 먼저 나간 최태준 선임님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 친구는 약간의 타박상을 입었을 뿐이네. 단지 조금 이상한 행동을 보여서 구속한 채로 의무실에서 치료 중이지.”
“타박상이 있었습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무식하게 던져졌으니…. 그 정도인게 어디인가, 그리고 이거.”
권영식이 품속에서 채취용 보관 용기로 사용되는 유리병을 꺼냈다.
“최태준 선임을 따라 나오던 기계 부품들이네. 문이 닫히면서 촉수에서 떨어지자,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더군.”
유리병을 흔들자, 부품들이 유리와 부딪히며 잘그락 소리를 냈다.
“자, 이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설명 좀 들어볼까?”
강신이 멀쩡하다는 것을 알게 된 권영식이 갑자기 벌어진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의 표정은 무모한 행동을 한 강신에게 꽤나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일은 끝났으니까…. 봉쇄된 큐브를 감시할 인원만 남기고, 제 개인 큐브로 이동하시죠. 거기서 모두 설명드리겠습니다.”
U.M.A를 상대하느라, 소모된 육체적인 피로는 빠르게 회복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긴장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자신의 큐브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권영식이 강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바로 보안 요원들에게 로테이션으로 큐브를 지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강신을 따라 김대리와 함께 그의 개인 큐브로 이동했다.
“읏차….”
강신이 앓는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았다.
“이제 이야기해주게.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리고 자네는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것인지까지 말이야.”
“모든 걸 명확하게 알진 못하지만, 제가 확실히 아는 것들만 먼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면…….”
U.M.A를 만지면 기억을 잃은 채,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과 자신과 최태준은 과거 이미 U.M.A를 만졌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악마의 도움으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자신이 최태준을 구하기 위해 몇 번이나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까지 모두 설명했다.
“그것참…. 대단한 능력이긴 한데, 그만큼 쓸모없는 능력이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안 좋은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는데요?”
권영식의 말을 김대리가 받으며 U.M.A의 활용 용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하루라는 시간 속에 영원히 가두는 건 어쩌면 차도살인의 방법으로도 이용될 여지가 있었다.
실제로 목숨을 잃는 건 아니지만, 이 시간대에서 그 사람이 사라지는 건 같았으니.
“제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최태준 선임이 왜 정신이 이상해졌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의사들 말로는 최선임이 환각을 보는 것 같다고 하던데, 그 부분은 내가 좀 더 알아보지.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네…. 뭐, 방금까지 설명드린 건 제가 악마를 통해 듣거나, 직접 겪은 일들을 이야기드린 겁니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인 추측들이 더 있어서요.”
강신은 자신이 겪은 일들과 현재 상황, 그리고 섬에서 발견된 수첩의 내용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리에 가까운 내용이어서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신빙성이 좀 떨어지면 어떻나. 우리 일은 원래 상상력도 풍부해야 하네. 뭐든 좋으니 편하게 이야기해보게나.”
“그렇다면….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기계장치의 신을 믿는 자들이라고 불리는 광신도 집단은 저 U.M.A와 접촉한 뒤, 사라졌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음…. 그건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
섬에서 빠져나간 흔적이 없었음에도 사람들이 섬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섬에서 사람을 사라지게 만드는 U.M.A가 발견되었다면, 해당 U.M.A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그들이 만든 ‘신’이라는 것이 아마도….”
강신은 쉽게 말을 끝맺지 못했지만, 권영식은 강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아들었다.
“우리는 저 U.M.A를 수첩에 나왔던 그들의 신이 내려준 에너지 공급체라고 여겼지. 그런데 자네 생각은 저 톱니바퀴가 저들이 믿던 ‘신’이라는 건가?”
“네, 그들의 수첩에는 무한한 에너지를 내려주었다고 했지. 기계장치를 주었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렇군. 그럴 수도 있겠어.”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추론입니다만….”
강신은 자신의 추측을 말해주었다.
거대한 톱니바퀴는 기계장치의 신을 믿는 신도들이 신이라고 생각하며 만든 물건이었다.
의지를 갖게 된 톱니바퀴는 자신을 만든 사람들의 말을 듣고, 스스로를 신이라고 착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도들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U.M.A는 자신을 믿는 신도들에게 평안을 주기 위해 스스로의 의지로 섬에 있는 마을의 전력을 공급했다.
그러나 신도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바로 영원한 생명, 영생(永生).
톱니바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신도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줄 만한 힘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도들이 부품을 모아 자신의 몸을 계속 보강해 주었고, 결국 U.M.A는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서 그 소원을 이루어주었다.
비록 그것이 신도들이 원하던 방향이 아니었을지라도…….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영원히 반복하는 삶도 영생(永生)임은 틀림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이런 형식으로 영생을 얻게 될 줄은 몰랐겠죠.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서 나쁘지 않은 결과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째서요?”
“원하는 바를 달성한 꿈같은 하루를 계속 반복해서 사는 거니까요.”
“으음…. 조금 섬찟한 이야기네요. 저는 그런 삶으로 영생을 얻고 싶지는 않아요.”
김대리는 몸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보다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방법에 더 관심이 가는군.”
권영식은 U.M.A가 가지고 있는 다른 특징에서 굉장한 흥미를 가졌다.
무한 동력이라는 단어는 과학자들의 꿈과도 같은 말이었으니까.
“어차피 U.M.A는 확보가 되었으니, 조급할 필요는 없겠죠. U.M.A가 발견된 마을을 먼저 조사하는 편은 어떻습니까?”
“음, 아무래도 그게 좋겠군. 내일 당장 그 섬으로 가봐야겠어.”
강신에게는 길지 않았지만, 악마 릴리스에게는 길고도 길었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 * *
며칠 후.
비록 자신을 위해서 노력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강신에게 큰 도움을 주었기에 강신은 릴리스와의 계약을 갱신해 주었다.
기존의 계약을 백지화하는 조건으로 강신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강신의 허락 없이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한다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릴리스에게 득이 될 게 없는 계약이었지만, 릴리스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지난번에 너에게 당한 일이나, 이번 사건도 그렇고 지상은 지긋지긋해. 나중에 지옥이 다시 지겨워지면 바람을 쐬러 나가는 기분으로 가끔 나갈 거야.
강신은 자신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하는 릴리스를 보고, 김만복과 퇴마할 당시 트라우마를 만들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던 최태준은 다음날이 되자, 바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톱니바퀴가 있던 큐브에서 강신이 넘어지지 않게 잡아준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강신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최태준은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개인 큐브로 찾아오기도 했다.
권영식은 U.M.A가 발견된 섬에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U.M.A가 있었던 신전을 조사했다.
아직 톱니바퀴의 기술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U.M.A를 기준으로 일정 반경 안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곧 가능해진다는 희망적인 사실이 들려왔다.
그렇게 이번 거대 톱니바퀴 사건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어갔다.
* * *
혼자서 사는 1인 가구보다 4인 가구가 사는 집에서 TV 리모컨을 찾기 더 힘들다.
어째서일까?
4인 가구가 사는 집에서는 다른 사람이 리모컨을 사용하고, 원래 있던 자리에 두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은 집에서는 여러 물건들을 같이 쓰기 때문에 물건들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엄마, 내 필통 못 봤어? 어제 내 책상에 올려놨는데….”
엄마에게 자신의 물건이 어디있는지 물어보는 고등학생의 이름은 배경민이었다.
그는 평소 칠칠치 못해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곤 했다.
“딴 곳에 둔거 아니니? 아까 엄마가 치울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분명히 여기에다가 뒀었는데….”
“에이, 학교 늦겠네. 혹시 필통 나오면 나중에 챙겨줘.”
“그래, 알았어. 늦겠다. 어서 가.”
“다녀오겠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이미 배경민보다 먼저 집을 나섰고, 결국 그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지 못한 채 집을 나왔다.
그 이후로도 이상하게 배경민의 물건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샤프, 볼펜, 지우개 같은 학용품은 물론이고, 공용으로 쓰는 손톱깎이.
벌레에 물리면 바르는 약이나, 면봉과 같은 자잘한 것들이 사라졌다.
배경민은 가족 중 누군가 원래 자리에 갖다 놓지 않았거나, 자신이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잃어버리는 물건들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 또 없어졌네. 엄마! 내가 어제 사 온 포스트잇 못 봤어?”
“글쎄~ 민지가 가져간 거 아니야? 잘 좀 찾아봐.”
“아니, 내가 쓰려고 사 온 건데 왜 맨날 지가 가져가.”
배경민은 자기 물건을 허락도 없이 가져간 여동생을 응징하기 위해 방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야! 배민지! 응…?”
호기롭게 방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의 여동생은 없었다.
배경민은 괜히 민망해서 엄마에게 외쳤다.
“엄마! 민지 방에 없는데?”
“그래? 아까 분명히 민지방에서 소리가 났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