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2
71화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배경민이 방 안에 있다고 착각했던 동생, 배민지였다.
배경민은 그녀의 방문을 닫고 성큼성큼 다가가 소리쳤다.
“야!”
갑작스럽게 고함을 들어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그녀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듯이 오히려 되받아쳤다.
“왜!”
“니가 어제 내가 쓰려고 산 포스트잇 가지고 갔냐?”
“아! 나 아니라고! 뭔 맨날 지 물건만 없어지면 나래.”
“우리 집에서 내 물건 손대는 게 너밖에 더 있냐?”
“아니라니까?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그럼 가방 내놔봐.”
“아니! 아니라고! 엄마! 오빠가 자꾸 나 도둑 취급해!!”
결국, 참다가 터져버린 배민지가 엄마에게 소리치자, 엄마가 부엌에서 나와 아들과 딸 사이를 중재했다.
“둘 다 그만해! 왜 맨날 얼굴만 보면 싸우는 거야. 사이좋게 좀 지내면 안 되니?”
“얘가 자꾸 내 허락도 없이 내 물건에 손을 대자나!”
“미친놈아! 나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뭐? 미친놈?”
“민지야! 오빠한테 미친놈이 뭐야! 미친놈이! 그리고 경민이 너도 그만 안 하면 둘 다 이번 달 용돈은 없을 줄 알아!”
용돈을 깎는다는 소리에 둘은 입이 잔뜩 나온 상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서로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들의 엄마가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자, 배경민이 배민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나중에 두고 보자.”
“흥,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얼굴도 개빻은게, 난 니 얼굴 보는 것도 싫어.”
“개빻아? 그러는지는 트리케라톱스같이 생긴 게.”
“이 씨….”
그들의 싸움이 시발점이 되었던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집에서 배경민의 물건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동생의 물건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평소 자주 잃어버리는 머리끈, USB, 귀걸이 같은 것들이었다.
배민지는 오빠가 자기와 싸우고 보복성으로 물건들을 숨겼다고 여겼다.
* * *
그러던 어느 날, 늦은 새벽.
가족 모두가 잠이 들어있는 시간에 그들의 깊은 잠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꺄아아악!!!!!”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소리는 배민지의 방에서 들려왔다.
“민지야!”
그래도 가족이라는 것일까, 가장 가까운 곳에 방이 있는 배경민이 비명소리를 듣고 황급히 뛰어갔다.
달칵.
불을 켜자, 동생이 침대 위에서 이불을 완전히 뒤집어쓴 채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배경민이 여동생에게 다가가 이불을 조심스럽게 벗겨내자, 여동생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였다.
그녀는 뭔가 충격적인 것을 본 사람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오, 오빠….”
“너 왜 그래.”
“저, 저기에…. 이상한 사람이 있었어.”
“뭐?”
민지가 옷장과 벽면의 틈새 사이를 가리켰다.
당연히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사람의 손도 들어가기 힘든 작은 틈이라, 누군가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무슨 소리야. 악몽 꿨냐?”
“아니야…. 오빠, 정말 있었다니까……. 저기서 날 보고 있었어.”
여동생이 횡설수설하는 사이, 부모님들이 뒤늦게 방으로 들어왔다.
“민지야! 무슨 일이니?”
“아빠, 엄마. 흐어어엉…….”
배민지는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녀가 단지 질 나쁜 악몽을 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잔뜩 겁에 질린 배민지를 걱정한 가족들은 그녀를 달래주었고,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자야 했다.
* * *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법한 무서운 악몽을 꾼 사건.
그날의 일이 그렇게 하룻밤의 해프닝으로 끝났다면 참으로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을 시작으로 배민지는 집에서 종종 이상한 것을 봤다.
그녀의 가족들은 용하다는 무당, 스님, 신부들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중에 실제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많은 사기꾼들이 돈을 노리고, 그들에게 접근했다.
물론 그들이 찾아간 사람들 중에서도 이쪽 분야에서 명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배경민의 집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배민지가 귀신을 보는 상태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러는 동안에 배민지가 헛것을 보는 빈도수가 점점 늘어났다.
그녀는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되었고, 보다 못한 가족들은 그녀를 위해서 이사를 결정했다.
집을 옮기고 한동안 잠잠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또다시 ‘그것’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배민지는 겁에 질려 집에서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날이 갈수록 초췌해져갔다.
그럼에도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지켜봐 준 가족들 덕분이었다.
여러 방법을 찾아보다가 이번에는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민지는 자신의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이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리고….
“검진 결과, 정신적으로 예민해져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데도요?”
“음, 제가 보기엔 정신과의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의사는 문제의 원인이 초자연적인 무언가라고 돌려 말하고 있었다.
의사의 소견을 들은 가족들은 허망함을 느껴야 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가봤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떡해…. 흐윽….”
엄마는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흐윽…. 흑흑….”
“엄마, 내가 미안해…….”
배민지가 울고 있는 엄마를 조심스럽게 안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누가 봐도 딸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딸의 모습에 엄마는 가슴이 미어졌다.
“흠흠, 다들 진정하세요.”
의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후우…. 제가 아는 분들 중에 ‘그쪽’ 분야에서 유명한 신부님이 계시는데, 그분의 도움을 받아보시겠습니까?”
“저희도 이미 그런 분들의 도움을 수도 없이 받아봤습니다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습니다.”
이미 사기꾼에게 여러 번 당한 경험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가족들은 걱정이 앞섰다.
“돈을 받고 일하시는 분도 아니고, 교황청에 소속되어있는 분이니 불미스러운 일은 없을 겁니다.”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속는 셈 치고, 그 신부라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 * *
그로부터 이틀 뒤, 그 가족이 사는 집에 딸의 또래로 보이는 어린 사제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형제님들 저는 교황청 소속의 미카엘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는 신부의 눈동자는 피를 머금은 듯이 붉었으며, 가톨릭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독특한 그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카엘 사제님? 아니, 신부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신부나 사제, 뭐라고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신부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우선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자신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한 신부를 거실로 안내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따님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자꾸 뭔가를 보신다는 말씀이군요?”
“네. 맞습니다. 그전에 다른 신부님들을 모셔봤는데, 그분들은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음…. 그렇습니까?”
미카엘이 이상한 것을 보는 배민지에게 다가갔다.
손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
“아무래도 그분들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분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가족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집에서 무언가가 느껴질 수도 있으니, 잠시 집안을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제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셔도 상관없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배민지의 엄마가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엘은 자신이 가지고 온 십자가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특히 배민지가 ‘그것’을 본 곳을 중점적으로 둘러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흠…. 집안에서도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아아, 신부님….”
더 이상 딸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가족을 괴롭혔다.
그들의 절박함을 본 미카엘은 신을 믿는 신부로서, 차마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악마나 악령이 아니라면 제가 도와드릴 순 없습니다만…. 제가 아는 분 중에 이런 이상 현상을 처리하는 최고의 실력자가 있습니다.”
가족들은 미카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원래라면 소개해드릴 수 없는 분이지만, 이렇게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군요.”
“누구든지 상관없습니다. 이 악몽이 끝날 수만 있다면…. 제발 부탁드립니다. 신부님.”
“그럼, 제가 오늘 그분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가족들은 신부에게 크게 고마움을 느끼며, 돌아가는 미카엘을 배웅해 주었다.
* * *
다음날, 신부를 통해서 소개받은 사람들이 집을 찾아왔다.
그것도 무려 세 명이나.
그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다.
같은 브랜드 제품인지, 안에 입은 셔츠와 넥타이까지 똑같았다.
둘은 비교적 평범해보였는데, 뒤쪽에 서있는 남자는 U.F.C 격투기 선수 뺨칠 정도로 거대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그들을 본 가족들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도대체 누굴 소개해 준 거지?‘
겉모습이 어떻게 되었든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고, 가족들은 손님들을 거실로 안내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모두 만복에게 들었습니다.”
“…만복이요?”
“아, 그러니까 미카엘이요.”
“아…. 미카엘 신부님 말씀이시군요.”
“우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집안을 조금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세요.”
허락이 떨어지자, 그들은 전날 미카엘 신부가 그랬던 것처럼 집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들은 배민지의 방에서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들의 대화가 거실에 있는 배경민에게 띄엄띄엄 들려왔다.
“굳이 이런 일을….”
“차라리 2팀에게…….”
“만복이가…….”
“…U.M.A니까.”
그러나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섞여있어서 도통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곧 그들의 대화가 끝나고 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리더로 보이는 남성이 입을 열었다.
“다행히도 저희 분야네요. 도와드리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엄마는 병원에서 흘렸던 눈물과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던 상황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그때, 몇 장의 종이를 배경민 가족에게 건넸다.
“대신, 이걸 읽고 서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이게…. 뭔가요?”
처음 종이를 내밀었을 때, 가족들은 돈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기꾼들이 이런 식으로 돈을 뜯어갔으니.
그래도 상관없었다.
정장을 입은 남자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고,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었다.
딸만 괜찮아진다면…….
하지만 그들이 내민 종이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기밀유지 서약서…?”
과연, 이런 게 법적 효력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제일 앞장에 대한민국 1위 그룹인 성신의 로고가 박혀있었다.
“지금부터 보고 듣게 될 것들은 모두 기밀에 속하는 내용이라, 서약서에 서명을 하셔야지만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가족들이 잠시 당황했다.
“서명할게요!“
그때, 배경민이 앞으로 나섰다.
배경민은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서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배경민이 먼저 서명하자, 가족들 모두 기밀유지 서약서에 이름을 적었다.
마지막으로 서명한 배민지가 그들에게 종이를 건네주자, 소파에 앉아있던 남자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저는 성신 그룹, SL(Secrt Lab)부서에 속해있는 강신이라고 합니다.”
가족들은 몰랐다.
온화해 보이는 인상의 이 남자가 U.M.A와 관련된 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